“네, 강 씨 본가에 데려다줘요.”진도하가 차에 올라타며 말했다.허윤겸이 대답하고는 차에 시동을 걸었고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씨 본가와 가까운 사거리에 도착했다.진도하는 허윤겸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용천 섬이 어디 있는지 조사해 줘요.”“네, 알겠습니다.”허윤겸이 정자세로 똑바로 서며 대답했다.진도하는 허윤겸이 준비한 선물을 들고 강 씨 본가로 걸어갔다.하인의 가이드 하에 진도하는 강 씨 본가의 거실 입구까지 왔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강유진이 보였다. 강유진이 약간 투정 부리며 말했다.“왜 이제 와요.”진도하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진이 다짜고짜 진도하의 손을 잡고는 그녀의 아버지 강재용 옆으로 갔다.“아빠, 이쪽은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진도하에요. 도하 씨가 저번에 아빠 구해줬어요.”강재용은 책을 보고 있다가 딸 강유진의 말을 듣고는 머리를 들어 진도하를 쳐다봤다.한번 보았을 뿐인데 강재용은 이 청년이 평범한 청년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강재용이 입을 떼기 전에 진도하가 먼저 말했다.“아저씨, 저번에 너무 급하게 오다 보니 선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이번에 특별히 특산물을 가져왔습니다. 드시면 건강에 큰 도움이 있을 겁니다.”진도하는 이렇게 말하며 선물을 내려놓았다.강유진이 선물을 받아서 들며 물었다.“무슨 특산물이에요?”진도하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그냥 술이랑 보약이에요.”진도하는 선물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아저씨, 한 잔 드셔 보실래요? 이 술 아저씨에게 굉장히 좋은 술이에요.”강재용은 원래도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인지라 진도하의 말을 듣고는 흥미를 보였다.이때 밖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아저씨 건강이 좋아진 지 얼마나 됐다고 술을 권하는 거예요? 무슨 꿍꿍이에요? 아저씨 죽이려고 작정했어요?”호통과 함께 깁스한 청년이 거실로 들어왔다. 오명훈이었다.진도하는 오명훈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담담한 표정으로 강재용에게 말했다.“아저씨, 이 술 보통
진도하는 화내지 않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허허... 백년된 삼이라고요?”“그럼요. 그것도 산삼이에요! 비싸게 주고 구한 거거든요!”오명훈이 여전히 오만한 자태로 말했다.진도하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담담하게 말했다.“사기당한 거 같은데요? 이 삼 가짜에요.”“가짜라고요?”오명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내 삼이 가짜라고 한 거예요? 진짜 삼이 어떤 건지 알기나 해요? 판자촌에서 나온 병신이 진짜 삼이 뭔지 본 적도 없을 텐데 오늘 구경이나 해보세요.”진도하는 여전히 평정심을 잃지 않고 말했다.“내가 삼을 알든 모르든 간에 당신이 가져온 물건이 그냥 도라지라는 건 알고 있어요.”“도라지는 표면이 살짝 핑크빛이 감도는 하얀색이거나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고 대개 원기둥 혹은 방추형으로 생겼고 말라 있습니다. 인삼의 형태는 추형이고 뿌리 부분의 높이는 30 센티미터, 너비는 60 센티미터로 크고 통통할뿐더러 본체는 갈라져 있습니다.”“믿지 않으신다면 한번 드셔 보세요. 도라지는 달다가 끝맛이 씁니다.”이렇게 말하고 진도하는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해야 할 말은 다했고 믿든 말든 그들의 자유였다. 강유진이 진도하의 말을 믿고 “인삼”에서 한 가닥 뜯어내 맛을 보더니 얼굴을 찡그리고는 말했다.“도하 씨 말이 맞아요. 진짜 달다가 끝맛이 쓰네요.”강유진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진도하를 바라봤다.“이런 것도 알아요?”진도학가 웃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명훈이 발끈하며 말했다.“그럴 리 없어! 어떻게 이 인삼이 가짜야!”그러고는 그도 “인삼”에서 한 조각 떼어내 맛을 보더니 이내 토해냈다.“퉤! 퉤! 퉤!”‘맛이 이상하긴 하네?’오명훈이 속으로 생각했다.‘어떻게 된 거지?’오명훈은 원래 진짜 백 년 산삼을 사려고 했으나 너무 비쌌다. 그때 수하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양식 삼을 사는 것이었다.그는 수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진도하가 알아볼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더 화가 나는
술을 따려는데 오명훈이 옆에서 비꼬며 말했다.“얼마나 좋은 술을 갖고 왔나 궁금했는데, 고작 포장도 없는 내부 공급용 술이에요? 허허...”이렇게 말했는데도 진도하가 별다른 반응 없이 술을 따자 오명훈은 조급하게 강유진에게 말했다.“유진아, 아저씨 좀 말려봐! 지금 몸으로 술은 진짜 아닌 거 같아.”강유진도 걱정스럽게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아빠 몸 상태로 술 마셔도 괜찮아요?”진도하가 웃으며 설명했다.“걱정 마요. 보통 술이 아니라 마시면 몸에 아주 좋은 술이에요.”강유진이 머리를 끄덕이며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진도하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걸 믿고 있었기 때문에.하지만 오명훈은 옆에서 계속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하하하, 진도하 씨. 잘난척하고 싶은 거 나도 이해해요. 나는 잘못 가져와서 그렇다 쳐도 선물에 포장도 하지 않고 가져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진도하가 말을 대꾸하려는데 강재용이 옆에서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말했다.“아니, 이건...”강재용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비속어까지 뿜어냈다.“젠장, 이건 내부 공급용 술이 아니야! 이건 군용 술이라고!!”강재용의 마음속에 이 술은 신성하기 그지없었고 그 누구도 함부로 모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 술은 구하기 매우 어려웠다. 일 년에 몇십 병 정도만 생산하는 것도 모자라 장군급 이상이 아니면 아예 마실 자격이 없었다.마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도 일 년에 한 병 씩만 분배받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주기는 아까워했다.현재 시장 가격은 이미 한 병에 2억 정도로 치솟고 있었다. 그것도 다들 없어서 못 사는 정도였다.하지만 진도하는 그 귀한 술을 그것도 2병이나 선물로 가져왔다. 이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강재용은 이 술을 진작에 들어보았지만 지금까지 한 모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전에 2억을 주고 한 모금이라도 마셔보려고 했지만 그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근데 그 술이 지금 눈앞에 있으니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오명훈도 놀라운 눈으로 아무런 장식이
그들은 하나같이 굶주린 호랑이처럼 진도하가 들고 있는 술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진도하는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진에 있을 때 충분히 마셨기 때문이다. 만약 이 술이 약간의 기운을 띠지 않았다면, 진도하는 마시기조차 귀찮았을 것이다.진도하가 백 선생과 강씨 집안 사람들에게 술을 따르려 할 때, 강재용은 술병을 낚아채며 말했다.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마, 이 술은 내 거야!!”백 선생과 강 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강재용과 서로를 번갈아 보았다. 진도하는 집안 어른인 강재용이 이렇게 침착하지 못할 줄은 몰랐다...강재용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술병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마시고 싶어?”백 선생과 다른 강 씨 가족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 술은 맛과 향이 너무 강해서 시중에서 마셨던 술과 확연히 달랐고 냄새만 맡아도 좋은 술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강재용은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셔도 되는데, 미리 경고하자면 이것은 예전부터 군에 공급하던 술로서 마시려면 반드시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해.”말이 끝나자마자 강재용은 진도하에게 눈짓을 하고 혼자 서재로 향했다.진도하는 이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진도하는 줄곧 강유진의 아버지는 강씨 집안의 주인으로서 함부로 웃지 않고 매우 엄숙하고 위풍당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다가가기 쉬울 정도로 편하게 행동하는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다.강씨 집안 사람들이 강재용과 흥정하려는 모습을 보면, 강재용은 확실히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재용이 서재로 들어서자 백 선생과 강 씨네 다른 가족들이 하나둘씩 따라 들어갔다.이어 안에서 흥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큰 거실에 진도하와 강유진 그리고 오명훈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오명훈은 진도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일에 대해 당신과 끝장을 보겠어요!”오명훈은 오전에 진도하 때문에 팔 하나를 다쳐 못 쓰게
강유진의 전화를 받은 허준 선생이 황급히 달려왔다.허준 선생은 거실에 들어서니 오명훈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끊임없이 피를 토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허준 선생은 걸음을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오명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치료가 가능할까요?" 강유진이 물었다.강유진은 오명훈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강씨 집안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어쨌든 오씨 집안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허준 선생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하려는 순간, 오명훈이 허준 선생의 옆으로 기어와 바짓가랑이를 잡고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허준 선생님, 살려주세요!!”오명훈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다시 피를 토했다.허준 선생은 미간을 더 깊숙이 찌푸렸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오명훈의 맥박에 손을 얹었다.1분 후, 허준 선생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수염만 계속 쓰다듬었다.“가망이 없을까요?" 강유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의사로서 안 좋은 말들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허준 선생은 천천히 고개만 끄덕였다.허준 선생의 말에 깜짝 놀란 오명훈의 눈빛은 절망적이었다. 오명훈은 갑자기 너무 무서웠다.오명훈은 흉악한 얼굴을 하며 다시 소리쳤다. “허준 선생, 당신이 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 오씨 집안에서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요!”허준 선생의 표정은 계속 굳어 있었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이 산 사람인데 오씨 집안의 복수가 어찌 두렵겠습니까.”허준 선생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뒷일을 준비하라고 하세요.”허준 선생의 말에 원래부터 하얗던 오명훈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고 시체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오명훈의 평소의 오만함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허준 선생을 향해 애원하듯 말했다. “허준 선생, 방금 한 말은 농담이었어요. 제발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 살려주세요... 저를 살려주시면 저희 오씨 가문이 꼭 허준 선생에게 보답할게요.”이렇게 말하고 있는 오명훈의
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진도하가 오명훈이 본인의 약을 사려고 한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값을 높이 부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높이 부를 줄은 몰랐다!“허허...”강유진은 웃음을 참으며 진도하의 말을 그대로 오명훈에게 전했다.오명훈의 안색도 점점 보기 흉하게 변했다.“젠장!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우리 오씨 집안의 재력으로 꼭 진도하의 약을 사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다른 사람들이 이런 단약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나보고 믿으라고?”오명훈은 몸이 괜찮아지자 다시 과거의 거만한 자태로 돌아왔고 진도하는 안중에도 없었다.오명훈의 눈에 진도하는 그저 바닥을 기어 다니는 작은 개미와 같았고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기만 해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허준 선생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웃었다.“이 단약은 아마 진도하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오명훈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허준 선생. 당신도 만들 수 없단 말입니까? 당신은 성운시에서 가장 유명한 신의입니다! 이 단약을 그대로 모방해서 만드는 것도 할 수 없습니까?”허준 선생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허준 선생도 진도하는 부의 침술만 할 줄 알고 의술은 자신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오늘에서야 진도하는 침술뿐만 아니라 의술도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단약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솔직히 이런 단약이 2억에 한 알이라고 해도 전혀 비싸지 않다.오명훈의 얼굴이 점점 더 달아올라 흉함의 극치에 달했다.허준 선생조차 만들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성운시에서 허준 선생이 만들 수 없다면 누가 만들 수 있단 말인가??설마 진짜로 진도하 그 바보 멍청이에게 거액을 내고 사야 한단 말인가?여기까지 생각한 오명훈의 얼굴에 독기 서린 눈빛이 번쩍 스쳤다.이어 오명훈은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강유진에게 말했다. “진도하에게 이 약을 내가 사겠으니 열 알만 준비해 달라고 전해줘.”“알았
조 관장은 여전히 개의치 않은 얼굴로 말했다. “주성이는 저의 제자 중에서 제일 훌륭한 제자입니다. 성운시에서 백 선생 외에 아무도 주성이에게 세 번 이상 공격한 사람이 없어요.”오명훈은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게 대단해?”“그럼요. 그러니까 오 도련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 관장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오명훈은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이주성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주성아, 나와 같이 가, 나만 믿고 있어. 널 절대 서운하게 대접하지 않을 거야.”이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명훈의 뒤를 따랐다.오명훈은 무술관 입구 앞에서 조 관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이 잘 끝나면 아버지께 조 관장의 도움이 컸다고 얘기해 놓을게.”조 관장은 오명훈의 말에 더욱 호탕하게 웃었다.“하하,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지요. 오 도련님의 좋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걱정하지 마!”오명훈은 무조건 얘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나서 무술관을 나갔다.오명훈은 차에 탄 후 바로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 진도하에게 단약을 가져오라고 했다.강유진도 오명훈의 전화를 끊자마자 진도하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강유진은 오명훈이 사기를 칠 것 같아 진도하와 함께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진도하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강유진에게 안심하라고 하며 거래가 끝나면 바로 전화하겠다고 말해 강유진도 어느 정도 마음을 놓고 가지 않기로 했다....저녁 9시 30분.계룡산 아래.오명훈은 일부러 거래 장소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선택했다.오명훈은 고급 승용차에 앉아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사실 오늘 금강무술관의 이주성뿐만 아니라 20여 명의 동생도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황!오명훈은 진도하가 이렇게 많은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다.시간은 오명훈의 기대 속에 1분 1초 흘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눈을 똑바로 뜨고
오명훈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결과?”“결과를 생각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지요! 하하.”오명훈의 웃음소리가 끊기자 무술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차에서 내렸다. 바로 이주성이었다. 사실 오명훈은 이주성에게 진도하를 뒤에서 습격하라고 했지만, 이주성은 너무 자신만만해 있었다. 성운시에 백 선생을 제외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3번 이상 공격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뒤에서 습격하는 게 하찮다고 여겼다.이주성은 진도하 앞에 다가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공격해.”진도하는 이주성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이주성은 본인이 무시당한 것 같아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먼저 공격하시는 게 본인에게도 좋을 텐데. 아니면 당신이 공격할 기회가 더는 없어!”“나와 붙어서 세 번 이상 공격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당신도 예외는 아닐 거야!!”“그래?” 그제야 진도하는 천천히 눈길을 돌렸고 이주성을 보며 웃었다.이주성은 진도하의 말투가 너무 불쾌해 저도 모르게 얼굴이 뻘게졌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경고하지. 만약 당신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어!”이주성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오명훈은 옆에서 응원하듯 말했다. “주성아, 먼저 한 대 때려, 이 바보 같은 놈을 아예 죽여버려!”이주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도하를 향해 말했다. “먼저 공격하지 않으니 내가 먼저 공격했다고 무례하다 탓하지나 마!”이주성의 말에 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먼저 공격해 봐, 아니면 내 손에 먼저 죽을 거야.”이주성은 진도하의 거만한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자줏빛이 났다.이주성은 즉시 몸을 움직였다.이주성의 주먹은 바로 진도하를 향했지만, 진도하는 몸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한 손으로 날아오는 이주성의 주먹을 잡았다.순간 이주성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이주성은 자신이 온 힘을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