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허 장로의 공격을 한 방에 막아냈다.허 장로는 실제로 전투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에 첫 번째 공격이 막힌 후 당황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방향을 변경하여 발차기로 진도하를 공격했다.마치 진도하의 다리를 차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진도하의 머리를 차는 것이었다.진도하는 침착하게 다른 손으로 허 장로의 돌려차기를 막아냈다.허 장로는 이번에는 침착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겁에 질렸다.진도하가 고수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렇지 않다면 그의 변칙 발차기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왜냐하면 허 장로는 수년 동안 이 방법을 훈련해왔기에 극도로 사기성이 강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진도하는 마치 예상한 듯 자신감 넘치는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막아냈다.진도하가 변칙 킥을 막아내자 이제 와서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허 장로는 진도하의 공격에 대비해 세 걸음 뒤로 물러나며 그에게서 멀어졌다.하지만 진도하는 움직이지 않은 채 무심하게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허 장로는 이를 악물고 다시 돌진했다.이번에는 두 걸음을 내딛고 공중으로 솟아올라 진도하를 향해 다섯 번 발차기를 날렸다.진도하는 여전히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고, 한 손으로 그의 다섯 발차기를 막았다.허 장로는 자신과 진도하 사이의 격차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한 허 장로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진도하 같은 고수가 왜 자양파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지 의아해했다.진도하는 무심하게 서서 허 장로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세 수나 두었으니 이제 내가 한 수 둘 차례야.”그가 허 장로에게 세 수를 두게 한 이유는 허 장로가 스물여덟 별자리 진형이 아주 강력하다고 먼저 주의를 줬던 것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이것은 허 장로가 마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래서 그는 허 장로에게 세 번의 수를 두게 했다.이 말을 들은 허 장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공격해 봐!”그 말이 끝나자 그는
진도하는 이 말을 외치면서 몸 안에 있는 기운을 동원했다.허 장로를 비롯한 스물여덟 명의 청년들은 강한 기운과 함께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리고 그 기운은 점차 약해지는 메아리처럼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자양파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진도하의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파벌 내부에서 자양파 노조의 얼굴은 파랗게 질렸다. 감히 자양파에 와서 소리를 지르는 그런 오만한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다.그는 정말 자양파가 괴롭히기 쉽다고 생각한 걸까?아니면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걸까?오늘은 성월섬의 고수들이 방문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자양파 노조는 너무 부끄러웠다.게다가 자양파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스물여덟 별자리 진형도 진도하에 의해 깨졌다.심지어 허 장로는 단 한 번의 움직임도 막지 못했다.그와 함께 찾아온 성월섬의 고수들이 직접 목격한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가서 저자를 상대할게.”노조는 옆에 있던 성월섬의 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진도하에게 가서 실력을 보여 줄 준비를 했다.노조 옆에 서 있던 마흔 살 전후의 중년 남자가 노조를 막아서며 말했다.“노조님, 노조님은 자양파의 수장인데 그런 사소한 악당을 상대하기 위해 직접 나가서 그를 상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제가 나가서 그를 상대하는 것이 낫습니다.”노조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염 선생의 친절한 말씀에 감사드리네. 여기까지 오셨으니 우리 자양파의 손님이신데, 어떻게 자네가 나서도록 내버려 두겠나. 방으로 돌아가서 잠시 기다리게나. 내가 그를 혼내준 후에 다시 와서 이야기하자고.”이것은 어쨌든 자양파의 체면에 관한 문제였고 노조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노조가 말한 염 선생의 이름은 염용춘이고, 그는 성월섬의 장로였으며 오늘 섬 주인의 명령을 받고 자양파를 방문하러 왔다. 그는 또한 자양파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 찾아온 것이라 자양파가 자신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런 일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는 직
진도하는 비웃으며 말했다.“헛소리 집어치워. 얼른 공격해.”“좋아, 죽고 싶으면 죽여주지.”염용춘은 무심하게 말했다. “젊은이, 죽어라!”그 말이 입에서 나오자마자 그는 진도하를 향해 돌진했다.염용춘은 강력한 주먹으로 진도하를 직접 가격했다.진도하는 이 사람이 아까의 허 장로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강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이미 인내심을 잃었고 그의 주먹이 공격하는 것을 보고 바로 손으로 주먹을 잡았다.염용춘은 마음속으로 겁을 먹었다.그는 10년 넘게 유명세를 떨쳤지만 대결에서 자신의 주먹을 잡을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는 급히 힘을 빌려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진도하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진도하의 다른 손은 다시 한 번 염용춘의 발목을 잡았다.그리고는 염용춘을 들어올렸다.염춘은 바로 당황했다.자양파 앞에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강한 힘을 써서 올라왔지만, 진도하에게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이로 인해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그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진도하는 그를 꽉 붙잡았고, 염용춘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진도하는 여전히 그를 꽉 붙잡고 있었다.이 순간 그는 진도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자신은 진도하에게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꺼져!”진도하는 고함을 지르며 염용춘을 직접 내던졌다.염용춘의 몸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바닥에 쓰러졌고 피를 쉴 새 없이 토해냈다.진도하는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자양파의 문으로 들어섰다.“노조, 빨리 여기서 나오지 않으면 내가 자양파를 부숴버릴 테니 원망하지 마!”이 모든 것을 목격한 노조는 진도하가 단 몇 초 만에 염용춘을 쓰러뜨린 것을 보고 차가운 숨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었다.자신도 염용춘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었지만 진도하는
자양파 노조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정말 모른다고!”노조는 자신이 진도하를 만난 적도 없고 건드린 적도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양파 노조를 쳐다보았고, 노조 역시 진도하가 왜 자양파 문 앞까지 찾아왔는지 정말 모르는 듯 계속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서자명이 말 안 했어?”자양파 노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조금 전까지 고개를 가로젔던 자양파 노조는 갑자기 진도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우리 자양파의 서자명이 당신을 건드렸나?”진도하는 어이가 없어 그저 웃었다.자양파 노조는 조급한 얼굴로 다시 한번 말했다. “정확히 얘기해 주게.”진도하는 그제야 자양파 노조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작정하고 연기를 하지 않는 한, 진짜로 몰랐을 것이라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한 진도하는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3일 전, 서자명이 나를 죽이러 왔지만, 오히려 나에게 호되게 혼이 났지. 그래서 나를 죽이려는 이유를 물어보니 서자명은 당신이 시킨 것이라 하더군. 그래서 3일 내로 나에게 사과하러 오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서자명에게 전달하라고 했어. 서자명이 말을 안 했나?”자양파 노조는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이 모든 상황은 서자명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그러자 노조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진 선생. 3일 전, 서자명은 확실히 산에 내려간 적이 있네. 하지만 당신을 죽이러 간 것은 전혀 몰랐네. 더욱이 당신과 나는 아무런 원한도 없지 않은가. 내가 왜 사람을 보내 당신을 죽이려 하겠는가?”“진짜로 없나?” 진도하는 노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에게 극도의 압력을 느낀 듯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진짜 없네.”진도하는 자양파 노조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자양파 노조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진 선생. 화 좀 가라앉히게. 내가 당장 가서 확인해 보고 꼭 당신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다시
자양파 노조는 공손한 태도로 진도하를 대했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는 눈은 꽤 위엄이 있었다.서자명은 저도 모르게 한번 몸서리를 치더니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자양파 노조는 서자명의 말에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감히 우리 자양파의 규칙을 어겨?”서자명은 또 한 번 몸서리를 치더니 입을 벌리며 무엇인가 변명하려 했다. 그러나 서자명은 벙어리가 된 듯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자양파 노조는 서자명의 이런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노조는 서자명의 뺨을 거세게 내리치며 말했다. “당장 무릎 꿇어!”서자명은 진도하에게 맞아 이미 심하게 다쳐 있는 상태에 자양파 노조에게 뺨까지 맞자 그 자리에서 바로 피를 토했다.서자명은 아픔을 참으며 무릎을 꿇었다.자양파 노조는 계속해서 호통을 쳤다. “말해. 누가 시킨 거야!”서자명은 침을 한번 꿀꺽 삼켰고 얼굴은 창백해졌다.서자명은 똑똑히 알고 있다. 자양파의 규칙은 매우 삼엄하기에 만약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매우 비참할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서자명은 사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며칠 전 성운시 오씨 가문의 오명훈이 사람을 보내 진도하가 저의 의형제를 죽였다며 저 보고 대신 복수해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자양파의 규칙이 삼엄한 것을 알기에 처음에는 당연히 승낙하지 않았습니다.”서자명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명훈이 저에게 많은 돈과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해… 저도 모르게 위험을 무릅쓰고 그만…”자양파 노조는 마음속의 끓어오르는 화를 겨우 참고 있었다. 서자명이 작은 이익을 위해 산에 내려가 일반 사람들의 싸움에 참여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자양파 규칙을 무시하고 죽이려 했던 사람이 노조 자신까지 실력으로 충분히 짓누를 수 있는 진도하였다는 것에 더 어이가 없었다. 노조가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서자명을 향해 주먹을 휘둘러 분노를 표출하려고 할 때, 서자명은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노조 님, 제발
서자명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자명은 자신의 생사가 진도하에 의해 결정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서자명은 자양파 노조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노조 님, 진도하… 저 사람은 남입니다. 그러나 저는 자양파 사람입니다. 설마 진짜 저를 죽이실 겁니까?”자양파 노조가 서자명의 말에 벌컥 화를 냈다.“서자명,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니!”“우리 자양파는 산에 들어온 이래 그 누구를 죽인 적도, 일반 사람들의 싸움에 가담한 적도 없다는 것을 몰라? 그런데 네가 감히… 규칙을 무시하고 산에서 내려가 사람을 죽이려 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회개하지 않고 있다니. 마땅히 죽어야 하느니라!”“네가 초범인 것을 고려해 죽음은 면하겠지만 처벌은 면하지 못할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양파 노조는 서자명의 복부에 일격을 가했다.퍽! 서자명은 바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서자명의 뱃속 창자들이 노조의 주먹 한 방에 완전히 으깨졌다. 그렇게 서자명은 폐인이 되었다…자양파 노조는 무뚝뚝한 얼굴로 서자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이제 하산해! 그리고 자양파를 입 밖에 꺼내지도 마.”서자명의 눈에는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서자명은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한번 뚫어지게 보더니 다시 아무 말 없이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 한 걸음 겨우 옮기며 자양파를 떠났다.서자명은 비록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 가지 않으면 더 처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밖으로 나가는 서자명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자양파 노조의 얼굴도 열 살은 족히 더 늙어 보였다.만약 자양파 규칙을 온전히 따르게 되면 서자명은 죽음을 면치 못한다. 물론 서자명이 올바르지 않은 마음으로 규칙을 어기고 잘못을 저질렀기에 충분히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노조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서자명이 자양파에 들어온 이래 비록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지만, 고생은 정말 많이 했기 때문이다.서자명이 문밖으로 사
진도하는 계속 말했다. “이번 일은 당신과 관련이 없어 그냥 넘어가지만, 앞으로 파벌 사람들을 잘 단속해야 할 거예요.”“알겠네. 앞으로 우리 자양파 사람들을 잘 단속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오.”자양파 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노조도 최근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후계자를 찾는 일에 전념하느라 관리가 매우 허술해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자명이 하산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진도하는 자양파 노조의 진심 어린 태도에 화가 많이 가라앉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어요.”말을 마친 진도하는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자 자양파 노조가 뒤에서 급히 외쳤다. “진 선생, 잠시 기다리시오.”진도하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았다.자양파 노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긴히 할 말이 있는데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는가?”진도하는 자양파 노조가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이어 자양파 노조는 진도하를 데리고 서재로 갔다.진도하가 서재에 들어서서 안을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자양파 노조는 쿵! 하고 진도하 앞에 무릎을 꿇었다.진도하는 이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당신, 이건…”진도하가 의아한 얼굴로 노조를 바라보자 노조가 입을 열었다. “진 선생이 허락만 해 주면 내가 진 선생을 모시고 싶어요.”진도하는 노조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양파 노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자양파 노조의 이 말이 도저히 무슨 뜻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자양파 노조는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진 선생, 당신이 어떤 신분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실력이 저를 압도적으로 능가한다는 것을 알아요.”진도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가타부타 웃었다.자양파 노조는 계속 말을 했다. “당신도 아마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보일 겁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무슨 이유죠?”진도하는 평온한 모습으로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았다.자양파 노조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말을 했다. “보름 뒤 기주도에서 무술 고수 대회가 열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무술을 비교하는 대회입니다. 저희 자양파도 당연히 참가합니다. 저는 비록 종사경을 돌파했지만, 몸 상태 때문에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자양파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이렇게 말한 자양파 노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도하를 올려다보았다. 진도하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담담한 무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의 표정을 읽을 수 없음에 약간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무술 고수 대회는 저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제 실력이 절정일 때도 3위밖에 못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 선생님이 자양파의 대표로 출전해 줬으면 좋겠어요.”노조는 진도하가 스물여덟 진형을 쉽게 뚫는 것을 볼 때부터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진도하를 자양파의 일원으로 들이려 했다. 그러나 진도하가 성월섬의 제일 고수인 염용춘마저 쉽게 내던지는 것을 보고 그 생각을 바로 단념했다.진도하는 무표정으로 살짝 입꼬리만 올리고 웃으며 물었다. “이것이 당신이 나에게 복종하려는 이유입니까?”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의 물음에 부인하지 않았고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 선생의 생각은 어떠한지요.”노조가 이렇게 직접 물은 것은 분명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다. 긍정의 대답 혹은 부정의 대답이 언제든지 진도하 입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판에서 배팅하듯 전혀 머뭇거림이 없이 말을 내뱉었다. 자양파 수장인 노조는 자양파 향후의 발전을 위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진도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옆에 있는 의자를 찾아 앉더니, 잠시 생각한 후 노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무술 고수 대회에 대해 말해 보세요.”진도하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