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승은 어르신 곁에서 뭐라 말하고 있었다. 어두운 표정이었던 연희승은 반지훈을 본 순간 표정이 조금 풀렸다.“반지훈 대표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어르신은 콧방귀를 뀌었다.“어린아이도 아니고, 뭐 실종이라도 하겠어?”강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으면서 걸어갔다.“아버님, 지훈씨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어르신은 반지훈을 노려보더니 연희승에게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3년 전 저 자식이 한 짓을 알려줄 생각이니?”강성연은 빙긋 웃었다.“이미 알려줬어요.”어르신은 멈칫했고 반지훈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지훈은 강성연 곁에 서서 말했다.“아버지, 3년 전에 저와 성연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었든, 성연이와 함께 맞설 겁니다.” 어르신은 잠시 침묵하다가 몸을 일으켰다.“네가 결정을 내렸으니 나도 네가 그 일에 시달릴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공개하고 싶으면 공개해.”비록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반지훈이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문제가 아니었다.......그날 밤, 반지훈은 더 이상 예전의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주동적으로 방송사에 3년 전 강성연과 이혼한 이유를 밝혔다.그는 트위터에 #당신에게 결혼식을 빚졌어@강성연#이라는 글을 올렸다.강성연은 그의 글에 답장했다. #한 번으로 부족해요, 열 번은 해야죠@반지훈#이에 네티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3년 전 반지훈 부인이 교통사고로 별세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망자가 갑자기 돌아와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거다!soul 주얼리 공식 계정은 강성연이 반지훈에게 답장한 글에 좋아요를 누른 후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해명할 것이 있습니다. 앨리스는 zora의 새로운 이름이에요.#그 글은 전에 인터넷에서 돌고 있던 #앨리스 카피 zora# 사건에 대한 해명이었다.카피는 무슨? zora가 새로운 신분으로 신인인 척하다가 일어난 어이없는 일인 거잖아?장난기 많은 네티즌들은 자조하기 시작했다.“난처하게 됐네요.”“부끄러워요.”“
강성연은 웃으면서 그녀가 다가오는 걸 지켜보았다.“수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전 soul 디자이너 앨리스입니다.”강성연은 이렇게 말하면서 노트를 펼쳤다. “수연 아가씨는 커플링을 예약하셨네요. 저도 마침 커플링을 디자인하고 싶었기에 예약을 앞당긴 거예요. 괜찮나요?”수연은 그녀를 훑어보았다.“괜찮아요, 마침 시간이 있었어요.” “그럼 다행이네요.”강성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를 따라오세요.”VIP 대기실에 도착한 강성연은 수연에게 먼저 앉으라고 한 후 커플링 모델 사진을 찾으며 무심하게 물었다.“수연 아가씨, 좋아하는 디자인이 있나요? 결혼반지인가요, 아니면 커플 반지인가요?”수연은 가방을 곁에 놓으면서 대답했다.“결혼반지예요.”“네.”강성연은 눈을 깜박거린 후 모델 사진을 뽑아 그녀의 앞에 놓았다.“이건 모두 결혼 반지의 광고문이에요. 광고문마다 독특한 의미가 있어요. 당신은 어떤 걸 좋아하나요? 모두 만들어줄 수 있어요.”수연은 모델 사진을 한참 동안 훑어보았지만 만족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녀는 사진을 내려놓았다.“제가 원하는 건 모두 만들어줄 수 있어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요.”“그럼 좋아요.”수연은 갑자기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이 반지와 똑같은 걸 만들어 줘요.”강성연은 멍한 얼굴로 사진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건 꽤 오래전의 다이아반지였는데 시장 가격이 20억 원 정도였다. 물론 주얼리 디자이너라면 모두 할 수 있겠지만 강성연은 그녀의 요구에 조금 의아했다.“수연 아가씨, 절 난처하게 만드네요.”수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설마 하지 못하는 건가요?”강성연은 완곡하게 설명했다.“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 다이아반지는 다른 디자이너의 오래전 작품이에요. 골동품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당신에게 똑같은 걸 만들어 준다 하여도 고급 모조품일 뿐이에요. 아무런 가치도 없어요.”수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강성연은 사진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수연 아가씨, 전 개인 맞춤 제작만 합니
수연은 주소를 남긴 후 soul 회사를 떠났다. 강성연은 그녀가 적은 주소를 잘 챙겼다. 그녀는 수연과 접근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상대가 먼저 찾아온 거다.수연의 손에는 김아린을 협박할 수 있는 동영상이 있었다. 강성연은 김아린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수연의 컴퓨터를 확인해야 했다.반지가 완성될 때가 가장 좋은 타이밍일 거다.수연은 집으로 돌아갔다. 가정부는 구세호에게 전화만 왔다고 했다. 며칠 뒤에 그들을 폭로한 범인을 잡을 테니 조용히 있으라고 전한 거다.이 말을 들은 수연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의 불륜 사건이 폭로된 후 구세호는 나타나지 않았고 심지어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안심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이런 생각이 미친 수연은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녀는 구 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 되려고 구세호의 상간녀로 5년 동안 살았다. 그녀는 절대 이 상황에 무슨 일이 발생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강성연은 오후 내내 적합한 재료를 고르고 있었다. 고급 모조품을 만들려면 많은 정력과 시간이 필요했다.누군가가 점차 다가오더니 뒤에서 강성연을 안았다. 강성연은 먼저 깜짝 놀랐다가 익숙한 향기에 안심했다.“지훈씨!”“응?”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나인 걸 안 거야?”강성연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당신 외에 누가 이토록 대담하게 저의 사무실에 들어오겠어요?”반지훈은 웃으면서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더니 향기를 맡았다.“결혼식을 10번이나 하려고?”강성연이 고개를 돌리자 반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것 때문에 절 찾아온 거예요?” “1년마다 결혼식을 한 번 하는 거야. 10년 동안, 어때?”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우리도 커플 반지가 필요하지 않아?”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에 고정되었다.“반지를 만들고 있어?”“네, 고객이 고급 모조품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요.”강성연은 몸을 돌려 반지훈의 기대 어린 표정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희 커플 반지인 줄 알
하지만 구천광은 이미 문 앞에 도착했다. 반지훈이 있는 걸 본 구천광은 너무 놀라지 않았다.“우연이네요?”반지훈은 팔짱을 끼면서 그를 바라보았다.“한 씨 가문의 일을 해결해 줬잖아. 왜 아직도 내 아내를 탐내는 거야?”한 씨 가문의 일?강성연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반지훈은 구천광 때문에 한 씨 가문을 파산시켰던 것인가?구천광은 반지훈 앞에 섰고 두 남자는 키가 비등했다. 서울에서 반지훈과 외모, 신분, 기품을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구천광 밖에 없을 거다.그는 낮게 웃었다.“강성연 아가씨를 찾아오든, 말든 제 마음이에요. 당신과 상관없어요.”반지훈은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좀 굳은 얼굴로 말했다.“어이 구 씨, 너 정말......”“반지훈씨.”강성연은 반지훈을 뒤로 잡아당긴 후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 마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구천광을 바라보았다.“구천광씨,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예요?”구천광은 반지훈을 흘깃 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원석 경매를 할 때 당신과 아영이도 있었어요?”강성연은 부인하지 않았다.“네.”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어 이렇게 말을 이었다.“당신의 삼촌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구천광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신과 아영이가 범인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불륜 사건이 폭로되어 숙모는 삼촌과 이혼하려고 해요. 지금 삼촌은 몰래 범인을 찾고 있기에 당신에게 조심하라고 귀띔하러 온 거예요.”강성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반지훈은 그녀의 어깨를 그러안으면서 말했다.“뭐? 구 씨 가문이 내 아내를 건드리려고 해?”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다.“구 씨 가문이 건드리지 않아도, 다른 사람도 건드리지 않을 거라 보장할 수 있어요?”반지훈은 픽 웃었다.“상대가 누구든 성연이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구천광이 비아냥거렸다.“기억부터 찾은 후 그런 큰소리를 쳐요.”두 남자는 적의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성연은 구천광 말속의 다른 뜻을 알아차리고 눈을 가늘게
사실 구세호도 손유린에게 옛정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진실은 그들 본인만 알고 있을 거다.상간녀가 폭로된 후 손유린은 이혼을 제기했고 구세호는 더 이상 수연을 고려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구세호는 수연과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김아린의 신분이 폭로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만약 범인이 그녀임을 알게 된다면 수연에게 약점을 잡힌 김아린은 위험하게 될 거다.구천광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니 당신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네요?”“죄송해요, 전 말할 수 없어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비록 좀 어려운 일이지만 그녀는 김아린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전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걸 싫어해요. 그리고 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구천광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누군지 알겠어요.”강성연은 멍한 표정으로 물으려고 했다. 하지만 구천광은 선글라스를 쓴 후 반지훈을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17살의 반지훈 대표가 당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절 찾아와요.”반지훈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구천광은 그의 표정을 보고 아주 기뻐했다. 강성연은 이마를 주물렀다. 구천광은 고의적으로 반지훈을 놀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만약 반지훈이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얕은 수작에 넘어가겠는가?구천광이 떠난 후 강성연은 반지훈이 뒤에서 음침한 기운을 뿜어내는 걸 느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반지훈의 준수한 얼굴은 질투로 일그러져 있었다.강성연은 까치발을 들고 그에게 뽀뽀를 한 후 그의 눈을 가렸다.“또 화난 거예요?”반지훈은 고개를 돌렸다.“응.”그는 멈칫하다가 해명했다.“나에게 화난 거야.”강성연은 멍해졌다.반지훈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빛의 그림자가 그의 준수한 얼굴에 드리워졌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기억을 잃은 내가 예전처럼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절대 누구도 당신을 건드리게 하지 않을 거야.”강성연은 그가 신경 쓰고 있
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구세호는 그녀와 김 씨 가문의 관계를 알아?”연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김 씨 가문은 수연을 인정하지 않아요. 구세호가 그녀와 김 씨 가문이 관계있는 걸 안다 하여도, 수연은 그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생아일 뿐이지요.”솔직히 말해 구세호는 그저 수연과 재미만 볼 생각이었다. 만약 수연이 그에게 무슨 이득을 줄 수 있었다면 일찍부터 이혼했을 것이다.연희승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참, 반지훈 대표님. 강성연 아가씨와 김덕문의 딸 김아린은 꽤 친한 사이입니다. 강성연 아가씨가 원석 경매를 보러 간 날 송아영과 김아린도 현장에 있었어요.”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제 강성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디아 노 대표의 사건도 김 씨 가문이 맡아줬었다. 설마 성연이가 말한 “빚”은 김아린과 관련이 있는 건가?김 씨 가문의 아가씨가 무슨 이유로 성연이가 돕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반지훈은 자세히 조사할 생각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성연이를 이용하게 할 수 없었다.강성연은 4일 만에 수연이가 맡긴 고급 모조품 반지를 완성했다. 사흘 후 그녀는 지윤을 데리고 직접 그래머로 찾아갔다.수연은 사진과 똑같게 생긴 반지가 함에 놓여있는 걸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진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이건...... 정말 4일 만에 만들어낸 거예요?”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수연 아가씨, 마음에 드나요?”“마음에 들어요.”수연은 반지 함을 챙긴 후 고개를 들어 강성연을 바라보았다.“당신의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어요. 고급 모조품이라 하여도 이렇게 똑같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강성연은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전 soul 주얼리 대표 겸 디자이너로 당연히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지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지윤을 흘깃 바라보았다. 뜻을 알아차린 지윤은 곁에 있는 가정부에게 물었다.“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수연은 생
설마 동영상은 컴퓨터에 있는 게 아닌가?수연은 곧 전화를 끊은 후 표정을 갈무리하고 자리에 앉았다.“앨리스 아가씨, 저에게 이 반지를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들도 다른 목적이 있어 온 거지요?”찻잔을 들고 있던 강성연의 손에 힘이 좀 들어갔다. 그녀는 차를 마시지 않고 수연을 빤히 바라보았다.“수연 아가씨의 뜻은?”수연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뉴스를 보고 당신이 반지훈 대표님의 아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신의 신분으로 굳이 저에게 직접 반지를 가져다줄 필요가 있겠어요? 부하에게 시키면 되지요.”그녀는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아마 다른 일 때문에 오셨을 거예요.”마음을 졸이고 있던 강성연은 그녀의 말에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전 반지훈 대표의 아내가 확실해요. 하지만 주얼리 회사에서는 그저 대표 겸 디자이너일 뿐이에요. 다른 고객이라도 직접 배달했을 거예요.” 수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당신은 저의 신분을 알고 있나요?”강성연은 바로 대답했다.“전 당신이 저의 고객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고객님들의 신분은 저와 상관이 없지요. 고객님이 돈을 지불하면 전 고객님들의 요구에 맞춰줘요. 저희 주얼리 회사는 모든 고객님을 평등하게 대해요.”수연은 곧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앨리스 아가씨는 정말 통쾌한 분이네요. 부잣집 사모님들은 모두 깐깐하고 다가가기 힘든 분들일 것이라 생각했어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전 항상 변함이 없어요. 만약 앞으로 주얼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절 찾아주세요.”강성연은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지윤과 함께 그래머에서 나왔다.차에 오른 강성연은 그래머를 흘깃 보았다.“컴퓨터에 아무 서류도 없었어요?”지윤은 고개를 저었다.“네.”강성연은 의아했다. 동영상을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았다면 혹시 휴대폰에 저장한 건가?아까 수연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는 무엇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구 씨 가문 대신 온 거라 생각했나?수연은 뉴스에서 그녀와 반지훈의 관계를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구세호는 절대 송아영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송아영도 당신이 폭로했다는 걸 모르고요. 저랑 당신 빼고는...”김아린은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난 당신을 믿어요. 만약 당신이 조사받게 된다면 내 이름을 대도 상관없어요.”강성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킬 거예요. 그리고 영상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내가 최대한 노력할게요.”김아린은 soul주얼리에서 떠났다. 그녀가 막 차에 올라타서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있던 파란색 차에 앉은 여자가 멀어지는 차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저거 김아린 아냐?”한성연은 김아린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김아린이 soul주얼리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설마 김아린이 강성연이랑 아는 사이인 걸까?저녁, TG그룹.노을이 창문을 통해 책상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반지훈은 가죽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빛은 그의 그림 같은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희승이 노크했고 반지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들어와.”희승은 책상 앞에 섰다.“대표님, 김아린 씨가 강성연 씨, 송아영 씨와 함께 원석 경매에 참석했던 자료를 전부 소멸시켰습니다. 김아린 씨가 강성연 씨를 이용하려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정말 강성연을 이용하려 했다면 본인의 자료를 없앤 뒤 강성연과 송아영의 정보를 남겨 구세호가 그녀들을 조사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김아린은 그러지 않았다.반지훈은 고개를 들었다.“어찌 됐든 일단 잘 감시해.”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수연 쪽은 움직임이 없나?”희승은 고개를 저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습니다. 이 일이 언론에 노출된 뒤 구세호는 그녀를 찾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성연 씨와 지윤 씨가 수연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반지훈은 서류를 덮은 뒤 한쪽에 내려놓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날이 점점 저물기 시작했다.강성연은 책상 위에서 반지훈이 김아린을 조사하며 얻은 자료를 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