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구세호는 그녀와 김 씨 가문의 관계를 알아?”연희승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김 씨 가문은 수연을 인정하지 않아요. 구세호가 그녀와 김 씨 가문이 관계있는 걸 안다 하여도, 수연은 그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생아일 뿐이지요.”솔직히 말해 구세호는 그저 수연과 재미만 볼 생각이었다. 만약 수연이 그에게 무슨 이득을 줄 수 있었다면 일찍부터 이혼했을 것이다.연희승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렇게 말했다.“참, 반지훈 대표님. 강성연 아가씨와 김덕문의 딸 김아린은 꽤 친한 사이입니다. 강성연 아가씨가 원석 경매를 보러 간 날 송아영과 김아린도 현장에 있었어요.”반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제 강성연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디아 노 대표의 사건도 김 씨 가문이 맡아줬었다. 설마 성연이가 말한 “빚”은 김아린과 관련이 있는 건가?김 씨 가문의 아가씨가 무슨 이유로 성연이가 돕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반지훈은 자세히 조사할 생각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성연이를 이용하게 할 수 없었다.강성연은 4일 만에 수연이가 맡긴 고급 모조품 반지를 완성했다. 사흘 후 그녀는 지윤을 데리고 직접 그래머로 찾아갔다.수연은 사진과 똑같게 생긴 반지가 함에 놓여있는 걸 보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진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이건...... 정말 4일 만에 만들어낸 거예요?”강성연은 소파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수연 아가씨, 마음에 드나요?”“마음에 들어요.”수연은 반지 함을 챙긴 후 고개를 들어 강성연을 바라보았다.“당신의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어요. 고급 모조품이라 하여도 이렇게 똑같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요.”강성연은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전 soul 주얼리 대표 겸 디자이너로 당연히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지요.”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지윤을 흘깃 바라보았다. 뜻을 알아차린 지윤은 곁에 있는 가정부에게 물었다.“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수연은 생
설마 동영상은 컴퓨터에 있는 게 아닌가?수연은 곧 전화를 끊은 후 표정을 갈무리하고 자리에 앉았다.“앨리스 아가씨, 저에게 이 반지를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당신들도 다른 목적이 있어 온 거지요?”찻잔을 들고 있던 강성연의 손에 힘이 좀 들어갔다. 그녀는 차를 마시지 않고 수연을 빤히 바라보았다.“수연 아가씨의 뜻은?”수연은 강성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뉴스를 보고 당신이 반지훈 대표님의 아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신의 신분으로 굳이 저에게 직접 반지를 가져다줄 필요가 있겠어요? 부하에게 시키면 되지요.”그녀는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아마 다른 일 때문에 오셨을 거예요.”마음을 졸이고 있던 강성연은 그녀의 말에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전 반지훈 대표의 아내가 확실해요. 하지만 주얼리 회사에서는 그저 대표 겸 디자이너일 뿐이에요. 다른 고객이라도 직접 배달했을 거예요.” 수연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당신은 저의 신분을 알고 있나요?”강성연은 바로 대답했다.“전 당신이 저의 고객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고객님들의 신분은 저와 상관이 없지요. 고객님이 돈을 지불하면 전 고객님들의 요구에 맞춰줘요. 저희 주얼리 회사는 모든 고객님을 평등하게 대해요.”수연은 곧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앨리스 아가씨는 정말 통쾌한 분이네요. 부잣집 사모님들은 모두 깐깐하고 다가가기 힘든 분들일 것이라 생각했어요.”강성연은 눈을 내리깔았다.“전 항상 변함이 없어요. 만약 앞으로 주얼리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절 찾아주세요.”강성연은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지윤과 함께 그래머에서 나왔다.차에 오른 강성연은 그래머를 흘깃 보았다.“컴퓨터에 아무 서류도 없었어요?”지윤은 고개를 저었다.“네.”강성연은 의아했다. 동영상을 컴퓨터에 저장하지 않았다면 혹시 휴대폰에 저장한 건가?아까 수연의 말을 들어보니 그녀는 무엇인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구 씨 가문 대신 온 거라 생각했나?수연은 뉴스에서 그녀와 반지훈의 관계를
강성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구세호는 절대 송아영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송아영도 당신이 폭로했다는 걸 모르고요. 저랑 당신 빼고는...”김아린은 강성연을 보며 말했다.“난 당신을 믿어요. 만약 당신이 조사받게 된다면 내 이름을 대도 상관없어요.”강성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약속한 일은 반드시 지킬 거예요. 그리고 영상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내가 최대한 노력할게요.”김아린은 soul주얼리에서 떠났다. 그녀가 막 차에 올라타서 떠나자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있던 파란색 차에 앉은 여자가 멀어지는 차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저거 김아린 아냐?”한성연은 김아린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김아린이 soul주얼리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설마 김아린이 강성연이랑 아는 사이인 걸까?저녁, TG그룹.노을이 창문을 통해 책상 위로 비스듬히 내려앉았다. 반지훈은 가죽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빛은 그의 그림 같은 옆모습을 비추고 있었다.희승이 노크했고 반지훈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들어와.”희승은 책상 앞에 섰다.“대표님, 김아린 씨가 강성연 씨, 송아영 씨와 함께 원석 경매에 참석했던 자료를 전부 소멸시켰습니다. 김아린 씨가 강성연 씨를 이용하려던 건 아닌 것 같습니다.”정말 강성연을 이용하려 했다면 본인의 자료를 없앤 뒤 강성연과 송아영의 정보를 남겨 구세호가 그녀들을 조사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김아린은 그러지 않았다.반지훈은 고개를 들었다.“어찌 됐든 일단 잘 감시해.”그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수연 쪽은 움직임이 없나?”희승은 고개를 저었다.“아무런 움직임도 없습니다. 이 일이 언론에 노출된 뒤 구세호는 그녀를 찾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강성연 씨와 지윤 씨가 수연 씨를 만나러 갔습니다.”반지훈은 서류를 덮은 뒤 한쪽에 내려놓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날이 점점 저물기 시작했다.강성연은 책상 위에서 반지훈이 김아린을 조사하며 얻은 자료를 보게
반지훈은 그녀를 안아 탁자 위에 앉혔다. 굵고 단단한 팔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반지훈은 이마를 그녀에게 딱 붙인 채로 여우처럼 웃어 보였다.“나한테 뭐 해줄 건데?”강성연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에게 입을 맞췄다.“몸으로 갚을까요?”반지훈은 진지한 얼굴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응!”아침.빛 한줄기가 커튼 틈 사이를 뚫고 침대 위로 내려앉았다. 몸을 돌린 강성연은 옆에 아무도 없다는 걸 발견하고는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은연중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성연은 힘겹게 눈을 떴다. 반지훈은 언제 잠에서 깬 건지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시계를 보니 겨우 일곱 시였다. 반지훈은 커피잔을 들었고 시선을 든 순간 강성연이 깬 걸 보고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조금 더 자지. 내가 너무 시끄럽게 해서 깬 거야?”강성연은 베개를 끌어안더니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예요?”반지훈은 커피를 마신 뒤 이불을 내려놓았다.“너 도와주려고.”강성연은 흠칫했다. 그녀는 그제야 어젯밤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강성연은 베개를 한쪽으로 치운 뒤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등 뒤에 섰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이렇게 일찍요?”반지훈은 웃었다.“이때 해킹하기에 가장 좋을 것 같아서.”강성연은 이때가 해킹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수연처럼 부잣집 사모님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 휴대폰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강성연은 화면을 가득 채운 코드와 데이터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 위에는 로딩 시간이 아직 6분 정도 남았다고 적혀 있었다.그런데 왼쪽 하단에는 두 시간이라고 적혀 있어 강성연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보았다.“설마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난 건 아니죠?”그렇다면 두 시간만 잤다는 말인가?반지훈은 헛기침하더니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괜찮아. 오늘 회사 바쁘지 않아서
반지훈이 계속해 화면을 바라보자 강성연이 투덜거리며 말했다.“뭐가 좋아서 그렇게 뚫어져라 봐요?”반지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다른 사람이 뭐 볼 게 있다고. 내가...”말을 마친 뒤 그는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그녀의 턱을 쥐었다.“너랑 해본 적 없는 것도 아닌데.”강성연은 순식간에 얼굴을 붉혔다.반지훈은 그녀를 놀리는 걸 그만뒀다.“됐어. 원하는 게 이 영상이 맞는지 확인해봐.”강성연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썩을 것 같은 영상들은 이미 가려진 상태였고 반지훈이 클릭한 동영상은 몇 년 전 저장된 영상이었다.강성연은 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영상 속에는 김아린의 얼굴이 보였다. 비록 몇 년 전 일이지만 김아린의 외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김아린은 한 남자에게 제압당해 침대에 엎드리게 됐다. 그녀는 몸부림치면서 심하게 저항했고 겨우 2분 정도 되는 영상 속에서 김아린은 테이블 위의 칼로 자신을 침범하려는 남자를 찔렀다.“맞아요, 바로 이 영상이에요!”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반지훈은 그녀를 대신해 영상을 복제한 뒤 휴대폰에 있는 영상을 해킹했다.강성연이 물었다.“수연 씨가 발견할까요?”반지훈은 강성연의 입술을 문지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발견한다고 해도 왜 없어졌는지 원인을 알 수 없을 거야.”...카페.강성연은 복제한 동영상을 김아린에게 건넸고 김아린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떻게 손에 넣은 거예요?”강성연은 웃었다.“반지훈 씨에게 수연 씨의 휴대폰을 해킹하라고 했어요. 수연 씨 휴대폰에서 찾은 거예요. 걱정하지 마요. 수연 씨는 그 동영상을 분실한 거나 다름없으니 아린 씨를 위협할 수 없어요.”김아린은 자기 손에 들린 그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강성연 씨, 고마워요.”“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강성연은 말하면서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다.“그런데 수연 씨는 어떻게 이 동영상을 손에 넣은 걸까요?”김아린은 미간을 구겼다.“저도 어쩌다가 찍혔
구세호는 수연을 밀어냈다. 수연은 살짝 당황하면서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세호 씨...”구세호는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서는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내가 너랑 결혼하려고 해도 구씨 집안이 동의하지 않을 거야. 그건 너도 알고 있잖아.”수연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가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사라졌다.“날 속였다는 거예요?”구세호는 예전처럼 참을성 있게 그녀를 대하지 않았다.“집, 차, 돈, 줄 수 있는 건 다 줬어. 그런데도 만족 못 하는 거야?”수연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녀는 25살 때 48살의 구세호와 만났고 5년 동안 그의 애인으로 지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고작 이거라고?그녀가 원하는 건 구씨 집안 사모님이 되어 김씨 집안에 복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바라는 것처럼 되지 않았다.수연은 흥분하며 말했다.“구세호 씨, 나 갖고 논 거예요?”구세호는 갑자기 그녀의 뺨을 때렸고 수연은 중심을 잡지 못해 바닥에 쓰러졌다.“넌 그저 애인일 뿐이야. 내 집에서 내 돈 쓰고 살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런 요구를 해?”수연은 넋이 나갔다. 그녀는 뺨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벨이 울렸다.구세호는 깜짝 놀라 얼이 빠진 가정부더러 문을 열게 했다. 가정부는 그의 말대로 문을 열었고 밖에 서 있는 여자를 본 순간 당황했다.가정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문밖에 서 있던 여자가 문을 열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구세호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손유린,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안 거야?”손유린은 바닥에 주저앉은 수연을 보았다.“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나한테 들키는 게 두려워요?”구세호에게 한 말이었다.구세호는 손유린의 앞에 서서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감히 날 미행해?”손유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난 당신을 미행할 정도로 대단하지 않아요. 뭐 어쨌든 오늘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됐네요. 이 여자를 위해서였다면 당신에게 기회를 줄게요. 당신은 그냥 이혼에 동
손유린은 당황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구세호는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는데 힘을 많이 쓰지는 않았다. 구세호가 따져 물었다.“나랑 이혼하고 싶어서 나랑 수연이 일 언론에 알린 거야?”손유린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한 짓이라고 생각해요?”구세호는 말하지 않았다.바로 그때, 한 여자가 경호원 둘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김아린이었다.수연은 김아린의 얼굴을 보는 순간 흠칫했다.“김지원?”김지원은 김아린의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수연은 그 얼굴이 너무도 익숙했다.“너 귀국했어?”구세호는 당연히 김씨 집안 딸 김지원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김아린은 구세호도 그 자리에 있는 걸 보았지만 두려운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김아린은 수연을 무시하고 구세호에게 말했다.“구세호 씨, 스캔들을 누가 폭로한 건지 조사하고 있다면서요?”김아린의 말에 구세호가 말했다.“김씨 집안 딸은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같군.”“오지랖이라뇨?”김아린이 웃었다.“구세호 씨 스캔들을 폭로한 건 아내분이 아니에요.”“그게 무슨 뜻이지?”구세호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김씨 집안이 두렵지 않았지만 그들과 등을 돌릴 생각도 없었다. 그의 아버지인 구원석은 김아린의 할아버지와 직장 동료였다.김아린은 여유로운 태도로 솔직히 얘기했다.“내가 폭로한 거예요.”구세호는 넋이 나갔다.바닥에서 일어난 수연은 예쁜 얼굴을 사정없이 구겼다.“김지원, 너였어?”김아린은 손유린을 자신의 옆으로 부축하며 말했다.“구세호 씨께서 아내분을 배신하셨잖아요. 그저 보고 있을 수는 없어서 좋은 일을 했을 뿐이에요.”구세호는 냉소를 흘렸다.“언제부터 김씨 집안이 구씨 집안일을 간섭했지?”“간섭할 자격은 없죠.”김아린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구세호 씨 애인이 김씨 집안이랑 관련이 있어서요.”구세호는 말문이 막혔다.수연은 화가 났다.“김지원, 너 뭐 하는 짓이야?”김아린은
수연은 줄곧 휴대폰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구세호라고 해도 그녀의 휴대폰에 손을 댈 수는 없었다. 휴대폰 속 그 비밀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었다.그녀는 심지어 구세호가 정말 그녀를 궁지로 몬다면 휴대폰 속 비밀을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녀가 괴롭다면 구세호도 괴롭게 만들 생각이었다.그런데 김아린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김아린은 수연의 당황한 표정을 보는 순간 강성연의 말에 더욱더 믿음이 갔다. 수연의 휴대폰 속에는 구세호를 위협하는 데 쓰일 영상이 있는 듯했다.구세호는 바보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알아챌 수 있었다. 그는 수연에게 휴대폰을 내놓으라고 명령했고 수연은 죽어도 내놓지 않으려 했다.김아린의 경호원이 수연을 바닥에 눌렀고 수연은 심하게 저항했다.“김지원, 뭐 하려는 거야? 휴대폰에 뭐가 있는지 알면서, 너 내가...”김아린은 그녀의 말허리를 자르며 반문했다.“네 휴대폰 속에 날 위협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해?”수연은 다시금 당황했다.경호원은 그녀에게서 휴대폰을 빼앗은 뒤 강제로 비밀번호를 풀었고 그걸 김아린에게 건넸다.김아린은 영상을 찾았지만 보지는 않고 휴대폰을 구세호에게 건넸다.“구세호 씨, 확인해 보실래요?”구세호는 휴대폰을 건네받았다.수연이 소리를 질렀다.“안 돼요!”구세호는 영상을 재생했고 듣기 거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건 그와 수연의 목소리였다.손유린마저 안색이 확연히 달라졌다.구세호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서 있었고 분위기는 점점 더 싸늘해졌다.그는 화가 난 얼굴로 수연의 휴대폰을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그 바람에 휴대폰 액정이 깨졌다. 그는 심지어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수연의 머리카락을 잡고 눈이 벌게져서 악을 썼다.“천한 것! 감히 몰래 이런 영상을 찍어? 이걸로 날 위협할 생각이었어?”그 영상들은 구세호를 화나게 만듦과 동시에 구씨 집안의 마지노선을 넘었다.이 영상들이 풀린다면 구세호는 명성이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구씨 집안에서도 쫓겨나게 된다. 구씨 집안은 절대 가문에 먹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