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호와 수연의 스캔들은 김아린이 폭로한 것이었다. 그리고 김아린은 특별히 그래머의 주소와 구세호와 수연이 그곳에 있다는 걸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단지 그 모습을 구경하라고 그녀를 부른 것일까?김아린은 웃었다.“전 다른 뜻은 없어요.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도 이혼하려는 마음이 변함없으신가요?”손유린은 뜸을 들이며 대답하지 않았다.김아린이 계속해 말했다.“수연은 구씨 집안에 들어가는 게 목표예요. 하지만 구씨 집안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겠죠. 저도 걔 마음대로 되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수연이가 겪은 일은 손유린 씨도 보셨겠죠. 구세호 씨는 수연이랑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이런 일이 없었다면 수연이는 얌전히 애인 노릇을 했을 거고 구세호 씨도 수연이랑 관계를 끝내지는 않았겠죠.”손유린은 이미 그와 이혼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녀는 당연히 김아린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구세호는 계속해 수연을 애인으로 뒀을 거다. 대부분 여자들은 남편과 애인이 헤어진 걸 보고 남편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이혼하려는 생각을 접는다.하지만 손유린은 이 결혼생활에 충분히 실망했고 그녀의 실망감은 십여 년 전부터 쌓아온 것이었다.아이를 위해 지금까지 참아왔다. 비록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억눌린 채 살아왔다.아들도, 시아버지도 모두 그녀의 편이었다. 자유로울 기회가 있는데 왜 자신을 가두겠는가?구세호가 수연에게 어떻게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 뒤로 수연이 그래머에서 지내지 않는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전해 들은데 의하면 수연은 그곳에서 쫓겨났고 구세호가 다시는 서울시에 나타나지 말라면서 독설을 퍼부었다고 한다.손유린은 구세호와 이혼하려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구세호가 사인하려 하지 않았기에 결국에는 변호사를 써야 했다.그녀를 찾아온 변호사는 다름 아닌 소담의 아버지였다. 구세호가 바람을 피웠을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에 협박까지 했다는 증거가 확실한 데다가 두 사람은 반년 동안 별거 중이었다. 손유린은 구세호의 재산
송아영은 두 사람을 보았다.“그 사람 전 여친 꽤 유명하던데요. 명승희라고 톱 모델인데 아빠가 엘리엇 디렉터라고 하던데요.”강성연은 뜸을 들였다. 명승희라는 이름이 귀에 익어 물었다.“사나 주얼리쇼에 자주 나오는 국제 모델?”송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강성연은 웃었다.“누군지 알겠네. S국에서 사셀의 앰버서더로 계약했는데 사셀 브랜드 아시아권 앰버서더야. 9년 전 내가 S국에 있을 때 몇 번 본 적 있는데 예쁘긴 했어.”송아영은 눈을 흘겼다.“그 바닥 그렇게 좁아?”김아린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아영 씨, 풀 죽지 마요. 예쁘게 생겼어도 결국엔 헤어졌잖아요. 어쩌면 육예찬 씨 스타일이 아닐지도 모르죠.”송아영은 김아린을 힐끗 보았다.“그런 스타일을 안 좋아하는데 6년이나 사귀었다고요?”“6년이요?”김아린은 깜짝 놀랐다.“6년이면 결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헤어졌대요?”송아영은 웃었다.“누가 알겠어요.”송아영과 김아린은 술을 꽤 많이 마셨다.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한 채로 비틀거리며 룸살롱에서 나왔다.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벤틀리가 경적을 울렸고 불빛이 두 번 깜빡였다. 강성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차 안에 있던 사람이 차에서 내려왔다.그는 몸에 검은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밝은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그의 준수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온화하고 매력적이었다.김아린은 강성연을 밀었다.“어머, 남편이 데리러 왔네요.”반지훈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 강성연의 옷차림이 얇은 걸 본 그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줬다. 그는 신사적으로 그녀들을 향해 말했다.“같이 돌아가요. 가는 길에 바래다줄게요. 다들 술 마셔서 성연이가 걱정할 거예요.”길가의 불빛이 창문을 스쳐 지나가며 어두운 차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조수석에 앉은 강성연은 고개를 돌려 운전하는 반지훈을 바라보았다.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반지훈은 그녀의 친구들에게 꽤 좋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그건 기억을 잃은 반지훈에게 국한된 것이었
송아영은 재빨리 겉옷을 안고 몸을 일으켜 그 차를 향해 달려갔다.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은 뒤 안전벨트를 했다.“오빠 진짜 짱이에요. 오빠가 나 버리지 않을 줄 알았...”고개를 돌려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본 순간 미소가 굳어졌다.“왜 당신이 여기 있어요?”송아영은 고개를 돌려 텅 빈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그녀에게서 심한 술 냄새가 나자 표정 한 번 변하지 않고 차창을 내렸다.“사촌오빠가 아영 씨 신경 쓸 시간이 없다고 하던데.”“우리 사촌오빠가... 당신을 보낸 거예요?”송아영은 넋을 놓았다. 구천광에게 연락했을 때 어쩐지 흔쾌히 대답한다 싶었는데 사실은 올 생각이 전혀 없던 거였다.이런 친척은 필요 없었다.육예찬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빠한테 연락해서 열어달라고 할게요.”송아영이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려고 했는데 육예찬이 갑자기 문을 잠갔다. 문이 열리지 않자 송아영은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의아하게 그를 쳐다봤다.“뭐 하는 거예요?”육예찬은 웃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잔뜩 취해서 집에 들어가려고요? 아저씨가 혼낼까 두렵지 않아요?”“그러면 내가...”송아영은 뜸을 들였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러면 나 근처 호텔로 보내줘요.”말을 끝맺자마자 휴대폰 화면이 까매지면서 휴대폰이 꺼졌다.육예찬은 눈썹을 치켜올렸다.“호텔에서 묵을 돈 있어요?”송아영은 지갑을 꺼낸 뒤 작게 틈을 내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고작 만 원에 동전 몇 개가 전부였다.육예찬은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돈 없네요.”“내가 돈이 없다고요?”송아영은 그를 향해 지갑을 내던졌다.“당신 때문이잖아요. 3년 동안 백수로 살아서 아무도 나 쓰려고 하지 않아요. 내가 사과하면 될까요? 내가 미안해요.”송아영은 술기운이 올라오자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참지 못했다.육예찬은 그녀의 지갑을 제대로 놓은 뒤 그녀를 보았다.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그의 말투도 조금 누그러졌다.“일자리 하나 있는데
육예찬은 문을 닫았다.가정부는 문밖에서 한참을 서 있으면서 이 일을 내일 사모님께 알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송아영은 몸을 뒤척이며 볼을 긁적였고 잠꼬대를 했다.육예찬은 침대 옆에 앉아 해장국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그녀를 보았다.“송아영 씨.”송아영이 깨지 않자 육예찬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일어나봐요.”“시끄러워...”송아영이 아무렇게나 그의 손을 뿌리치다가 손톱이 그의 옷깃에 걸리는 바람에 단추 하나가 떨어졌다.단추는 굴러 침대 밑으로 들어갔고 육예찬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송아영 씨, 당신...”송아영은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고 심지어 깊게 잠든 상태였다. 육예찬은 코앞에 있는 그녀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술 냄새가 그를 취하게 만든 걸까, 육예찬은 침을 꿀꺽 삼켰다.그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잠깐 냉정을 되찾고 방에서 나갔다.가정부는 아침 일찍 그 일을 연희정에게 알렸다. 연희정은 잡지를 내려놓고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뭐라고요?”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도련님이 어젯밤 여자를 데리고 왔어요. 도련님은 송아영 씨랑 결혼할 사이인데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걸 어떡하면 좋죠?”연희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아들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엘리엇 디렉터의 딸 명승희와 헤어진 뒤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그도 결혼할 나이가 돼서 연희정은 여러 차례 선을 보게 했지만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송씨 집안과 사이가 좋다는 생각에 연희정은 차라리 송아영과 아들을 결혼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진짜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그래서 3년 전 결혼을 약속하고부터 지금까지 그 일을 거론한 적이 없었다. 결국 아들의 태도에 달린 문제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상한 점은 육예찬이 이 결혼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를 데리고 집에 오다니?때마침 아래층으로 내려온 육예찬은 잠을 잘 자지 못했는지 준수한 얼굴이 초췌했
육예찬은 그릇을 내려놓고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엄마, 그렇게 일찍 결론을 내리셔도 되겠어요?" 연희정이 무슨 말을 하려하자, 위층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 육예찬, 이 자식아!" 송아영은 화가 난 채 아래층으로 뛰어내려왔다. 신발도 신지 않았고, 어젯밤 펑펑 울었는지 눈까지 부어올라 있었다. "호텔로 데려가라고 했잖아, 왜 나를..." 그녀가 아래층에서 육예찬을 보았을 때, 연희정도 같이 있는 것을 보고 휘청거렸다.난간을 잡지 않았으면 넘어질 뻔 하였다. 연희정은 당황하였다. "아영이…?" 그녀는 경직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망했다. 완벽히 오해를 샀다. * Soul 주얼리 회사. 성연은 사무실에 앉아 스케치를 그리고 있었고, 지훈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내일 아이들 학부모회 있는 거 잊지 마' 그녀는 화면을 향해 피식 웃으며 답장했다. '내가 잊겠어요?' 지훈. '바빠서 잊었을 까봐, 남편이 알려줘야지' 뒤에 귀여운 이모티콘도 보냈다. 갑작스러운 이모티콘 공격에 성연은 화면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때마침 오랜기간 활동이 없던 '영애' 단톡방에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성연이 구 가네 둘째 도련님 구의범에게 접근했다는 것이었다. 구의범 얘기가 나오자 성연은 감회가 새로웠다. 구의범과 3년 전 훈련소에서 알게 되었다. 비록 특별한 교집합은 없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훈이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리자. 그렇지 않으면 지금 기억을 잃은 어떤 남자가 오해할테고, 그녀는 그를 계속 달래줘야 할 것이다. 점심, 남 부인은 그녀에게 애프터눈 티를 신청하여 개인 골프장의 한 노천식당에 가자고 제안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음에도 남 부인은 여전히 그녀를 잘 대해주었고, 두 사람의 대화도 즐거웠다. 남 부인이 이사회에서 물러난다는 소식을 듣고 성연은 어리둥절해했다. "은퇴한다고요?" 남 부인은 탁자 위의 꽃을 만지작거렸다. "그래,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니까, 뒤에서 편히 쉬어
성연이 다시 제대로 보니, 그 남자의 모습도 다소 낯익은 듯 했다. 그들이 위층으로 올라와서야 성연은 그를 알아보았다. 아마 그가 양복을 입어서 그녀도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 남자는 구의범이었다. 3년 못 본 사이에 그는 확실히 침착해졌고, 분위기도 훨씬 멋있어져서, 좀 더 성숙하고 남자다운 모습이었다. 구의범은 그녀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이쁜이?" 한성연은 당황했고,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 강성연? "구의범씨, 오랜만이예요." 성연은 시원시원하게 남 부인에게 소개시켰다. "할머니, 이분은 구가의 둘째 도련님이예요." 남 부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구의범은 말을 하지 않을 때는 좀 진중해 보였지만, 말을 할 때는 3년 전처럼 똑같이 느껴졌다. "이분이 네 할머니시구나" 구의범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할머님, 안녕하세요." 남 부인은 웃었다. "말로만 듣던 구가의 둘째 도련님을 오늘 처음 뵙네. 참 잘생겼다" 구의범은 그 말을 듣고 약간 민망해하였다. "할머님, 과찬이십니다" 한성연은 구의범의 싹싹한 태도를 보고 있었고, 방금 전 구의범이 강성연을 불렀을 때의 세글자를 떠올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구의범, 설마 부인과 옛 애인 사이인 건 아니지? 성연 씨는 시집 가서 아이도 있는데, 설마 잊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무심코 한 말이 옆사람의 상상을 자아냈다. 성연의 표정은 날카로워졌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구의범이 먼저 불쾌한 내색을 비추었다. "뭔 개소리지?" 한성연은 억울함을 드러냈다."내가 뭐 잘못 말했어? 네가 부인과 무슨 교제가 있었더라도 난 개의치 않아" 성연은 웃었다. "미스 한은 밥도 더럽게 먹는 걸 좋아하더니, 말도 더럽게 하는 걸 좋아하나봐?" "내가 뭔 말을 더럽게 해" 한성연은 당당하게 말했다. "옛 정이 없었다면 구의범이 훈련소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어떻게 당신을 알아봤겠어" 그녀가 이 말을 마치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웃었고, 성연은 피식 웃
케이트 주얼리는 보석업계, 재계, 연예계에서 모두 혁혁한 명성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연예계 거물급 스타들도 그녀의 회사 주얼리 모델 자리를 놓고 모두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애초에 그녀는 반지훈도, 심지어 육 가도 안중에도 없었는데, 왜 한가를 두려워하겠나? 남 부인의 배경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하며, 젊었을 때도그 독기를 가지고 있어 그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성연이 말을 잇지 못하자 남 부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너희 아버지 한수찬도 내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못 하는데, 이 어린 친구가 정말 뵈는 게 없나 보구나." 성연은 웃었다. "할머니, 화내지 마세요, 미스 한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오래 기억하겠죠"구의범은 한성연을 그대로 무시하고 친구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한성연을 위한 자리는 없었고, 그들은 그녀를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녀만 불청객처럼 어색해했다. 그녀는 이내 화가 나서 떠났다.성연은 남 부인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 "할머니, 성격이 여전하시네요" 그때 그녀가 강미현에게 화를 냈을 때, 그녀는 이러한 장면을 본 적 있었다. 남 부인은 웃었다. "이제 내 양손녀이니, 내가 더 지켜줘야지" 구의범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 "남여진 부인이셨군요" 친구가 알려줬는지, 그도 방금 안 눈치였다. 남 부인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구의범 군과 한씨 가문의 아가씨는 어떤 관계인가?" 구의범은 손사례를 쳤다. "아무 관계 아닙니다. 원래 저희 형과 결혼하려고 했는데 형이 거절했어요. 당연히 저도 그런 여자를 좋아할 리 없고요" 남 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교만한 여자가 있나, 구씨 집에 시집가면 훗날 괜찮겠어?"남 부인은 얼마 있지 않아 먼저 떠났고, 성연은 그녀를 차 앞으로 데려다주며 그녀를 배웅 했다. 구의범이 다가와 예전처럼 웃었고, 치아는 희고 가지런했다. "이쁜아, 3년 만
저녁, TG그룹. 지훈은 문으로 갔다. 마침 희승이 차를 몰고 왔고, 지훈은 양복 외투 단추를 풀고 막 차에 오르려던 참이었다. 뒤에 있던 한 여자가 그를 불렀고, 그는 안색이 바뀌지 않은 채 돌아섰다. 한성연이라는 것을 보고 그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이 여자가 감히 그를 찾아오다니?한성연도 그의 싸늘함에 놀라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지훈 오빠, 오해하지 마. 내가 지훈 오빠를 찾아 올 만한 일이 있어서 그래." 그의 말투는 차가웠다. "무슨 일?" 한성연은 사진 몇 장을 건네주었고, 지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진을 손에 쥐었다. 무엇을 보았는지 겉으로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사진을 든 그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한성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훈 오빠, 나…다른 뜻은 없어. 다른 사람이 찍은 거야. 물론 성연 씨가 지훈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어" 지훈의 숨결이 갑자기 매서워졌다. 사진 속 남자는 하필 묘한 익숙함을 주었다…. 한성연은 감히 더 머물지 못했다. 어쨌든 사진은 이미 주었다. "그럼 더 귀찮게 하지 않을게" 그녀는 황급히 떠났다. 희승은 차에서 내려 한성연이 떠나는 것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한성연 씨가 왜 또 대표님을 찾아오신 거예요?" 지훈은 사진을 움켜쥐었다. 내려놓을 힘도 없는 채 아무 말 없이 차에 탔다. 저녁 식사를 할 때, 지훈은 끝내 아래층을 내려가지 않았고, 유이는 김 집사에게 물었다. "집사 아저씨, 아빠는 왜 밥을 먹지 않아요?" 김 집사는 난처해하며 웃었다. "그건…저도 모릅니다" 성연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너희들 먼저 먹어, 엄마는 올라가서 아빠를 볼게" 지훈은 돌아온 후 좀 이상했고, 마침 그녀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녀는 서재문을 열었고, 지훈은 그녀를 등지고 창가 앞에 서서 담배를 들고 있었다. 성연은 그가 기억을 잃기 전에 약간의 담배 중독이 있었지만 심하지는 않던 걸로 기억했다. 그러나 방 안에는 담배 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