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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서늘한 바람이 통로를 뚫고 지나며 소녀의 머리카락과 소년의 옷깃을 이어주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이 진작 두 사람을 이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강유이가 순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 혼자 잘 생각해 봐. 메롱~”

그녀가 그를 향해 혀를 날름 내밀더니, 얼른 뒤 돌아서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한태군은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실 그 자신도 왜 자꾸만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와 함께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편안한 느낌을 받아서일지도 몰랐다.

-

그날 밤, 한재욱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와 업소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상대방이 그의 잔에 술을 따라준 후 웃으며 물었다.

“한태군 도련님과 함께 서울에 왔다며?”

한재욱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잔을 들었다.

“응. 견문도 넓힐 겸 해서 국내로 데리고 왔어.”

아이의 기억을 회복시키기 위해 데리고 왔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상대방이 웃으며 말했다.

“한태군 도련님이 뭐 견문을 넓힐 필요가 있어. 요즘 어린애들이 아주 청출어람이잖아.”

한재욱이 웃으며 답했다.

“그렇지.”

“듣기로 벌써 한 씨 그룹 일을 거든다며. 아마 채 몇 년도 되지 않아서 훌륭한 인재로 거듭날 거야.”

그가 한재욱을 바라보았다.

“그때가 바로 한 씨 그룹이 궐기하는 날이 되겠지.”

한재욱은 그저 웃기만 할 뿐, 답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종업원이 술을 들고 들어왔다. 술병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던 그녀의 귀에 한태군의 이름이 들려왔다. 순간 그녀가 실수로 술잔을 떨어뜨렸다.

술잔이 넘어지며 테이블 위에 술이 쏟아졌다.

긴장한 종업원이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곳에 서 있었다.

한재욱과 함께 온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기요. 아니 일을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감히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소리 지르던 남자가 그녀의 앳된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화장을 하긴 했지만, 전혀 화장이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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