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걸은 마치 왕자처럼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그 하늘을 치솟는 기세는 침범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 앞에 한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데, 상체의 옷이 반쯤 찢어져 팔의 상처가 드러났다.여자 뒤에는 경호원 네 명이 서서 수시로 앞으로 나가 그녀를 거칠게 대할 것 같은 자세였다.원유희는 알고 있다, 김신걸이 여지를 안 남길 때는 상대방의 성별 따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원유희는 그곳에 서서 내려갈지 원래 길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김신걸이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지막이 명령을 했다. “내려와.”김신걸이 강제적으로 그녀의 선택을 도왔다.원유희는 위층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김신걸 앞 1미터 거리에서 보니 헝클어진 머리 밑의 여자 얼굴을 더욱 똑똑히 볼 수 있었다.낯선 얼굴, 무서운 표정.“그녀야?” 김신걸이 물었다.원유희는 자신에게 묻는 것을 알고 여자의 얼굴부터 몸매까지 보며 불확실하게 말했다.“당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김신걸은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고, 강한 압박감을 안고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뭐야?”“왜냐면…… 네가 날 놀리고 또 버렸잖아.” 여자가 얼굴을 숙이고 말했다. “나는 네가 미웠고 죽일 정도로 미웠어!”원유희는 표정이 약간 흔들리며 무표정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그래서, 남녀 관계 때문에 암살하러 온 거야?“그 이유가 확실해?” 김신걸이 물었다.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그럼, 확실해! 당신 침대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스쳐 지나갔는지도 기억 못 하지? 당연히 나 같은 건 더 기억 못 하겠지.” 여자는 당당하고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김신걸은 앞으로 기울어진 몸을 거두고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었다.원유희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튼 공기 속의 압박감은 정말 사람들로 하여금 감히 숨을 크게 쉬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김신걸이 냉담하게 말했다. “네 얼굴로는 내 침대에 오르기에 부족한데.”여자는 얼굴색이 변했고 난감한
김신걸이 여전히 그 일을 바짝 뒤쫓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유희는 왜 학교에 가서 당신을 찾았을까요?” 김신걸이 심문했다. “그녀가 당신을 찾으러 간 거예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거예요?”원유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어머니의 긴장한 표정을 보았다.어차피 진짜 목적은 말할 수 없는 거잖아!말하면 끝이야!김신걸은 여채아를 쳐다보지 않았다. 문제를 묻든 답안을 기다리든 날카로운 검은 눈동자는 계속 원유희를 쳐다보았다.원유희는 강한 압박 속에서 숨쉬기조차 어려웠다.과도한 불안으로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그녀의 어머니에게 눈짓을 하기는커녕 아무것도 못했다.“나…… 나는 학교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아이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여채아는 말은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맞는 답인지 모르기 때문이다.원유희는 겉으로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마음속의 압박감이 마침내 사라졌다.김신걸은 원유희의 얼굴에 떨어진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말했다. “해림아, 차로 그들을 데려다줘”“예.”원유희와 여채아는 차를 타고 돌아갔다.차에서 두 사람은 모두 말도 하지 못했다, 운전사가 김신걸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여채아는 사실 유원희의 목에 있는 붉은색 흔적을 아까부터 발견했고 마음이 괴로웠다.여채아의 동네로 돌아오자 원유희는 그제야 다급하게 물었다. “엄마, 괜찮아요? 어떻게 된 거야? 어디 갔어?”여채아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네…… 네 고모가 불렀어.”원유희는 이상하게 들렸다. 간단하게 불렀으면 왜 전화 연락도 안 됐을까?“고모가 귀찮게 했어요? 그런데 왜요?”“그녀는 예전에 내가 너를 버렸으니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사실 나는 이해해, 그 당시에는 확실히 내가 잘못했어.” 여채아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난처해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과거의 일들은 다 지나갔고, 내가 나중에 고모한테 가서 이야기할게.” 원유희는 난처했다.한쪽은 친어머니이고, 한쪽은 그녀를 보호하는 고모이기
김신걸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어서 심적으로는 한결 가벼워졌다.무서운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맹수의 거리와 방어를 할수있는것이 모르는 것보다 나은 것과 같았다.그가 언제 나타날 것인지, 언제 공격할 것인지, 미리 판단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그가 달려들고 목이 물려서야 반응할때는 이미늦어서 그때는 죽음밖에 없을것이다.이렇게 김신걸의 위치를 알면 그녀는 제성을 탈출할 수 있을까?당연히 어려움이 있을것다.우선 그녀는 출국 여권을 받을 수 없다.김신걸은 그녀가 도망을 친 전적있어서, 그 뒤로는 더 심하게 지켜 보고있을것이다.!게다가 그녀가 김신걸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였다.김신걸의 경호원들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다만 상황이 이전보다 조금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있었다.이번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원유희는 그녀의 고모에게 분명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전화를 걸었다.“유희야, 고모한테 왜 전화했어? 출근하느라 바쁘지 않아?” 원수정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모, 어제 어떻게 된 일이에요?”“우리 엄마를 그렇게 부르면 제가 걱정하잖아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어요.”“고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야?”원유희는 알고 있다. 고모는 아무리 친해도 친어머니와는 다르다는 것을.어떤 일이든 친엄마와는 거리낌 없이 말할수 있어도, 고모에게는 함부로 말을해서는상처를 받아서는안 된다. 결국 그녀는 고모의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모, 탓하는 뜻은 없어요. 다만…… 우리 엄마가 가까스로 저한테 돌아와서 제가 소중히 여기고 있어요. 고모가 저를 위한 마음인 걸 아는데 지나간 일들은 우리 모두 잊죠? 저의 엄마의 결혼은 원래 행복하지 않았잖아요. 저는 그녀를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요. 정말이에요! 고모도 저의 엄마를 받아줬으면 좋겠어요.”원수정의 표정은 매우 불쾌했다. 말투는 분노했다. “그녀는 너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너의 아버지도 죽였어. 이런 것들을 너는 모두 잊을 수 있지
김덕배 부자는 식탁 앞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김명화는 아버지 불평을 듣고 있었다. “김신걸이 드래곤 그룹의 권력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지금 너의 할아버지의 마음은 모두 김영에게 치우치기 시작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김씨의 가업이 모두 김영의 손에 쥐어질 것 같은데. 그때는 우리가 설 곳이 없을 것이야!”김명화는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능력으로 보면 김영은 아무것도 아닌데, 나와 비교할 수가 없어. 김씨의 가업이 곧 내 손에 들어오려 하다가 왜 이렇게 문제가 생기는지 알 수가 없네. 그냥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어, 내가 왜?”김명화는 계속 밥을 먹었다.김덕배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볼수록 답답한 마음에 더 화가났다. “너는 어릴 때부터 너의 형보다 못했어. 공부든 뭐든,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조금 부족했지. 네가 형을 능가할 수 있다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닐 거 아니야!”김명화는 얼굴 표정에 변화가 전혀 없었다. 마치 오랜 시간 자신을 김신걸과 비교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는 냅킨으로 입을 닦고 말했다. “아빠가 지금 김씨 가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제성에서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어요?”“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낫다!” 김덕배는 그의 소극적인 마음가짐에 화가 났다.“애초에 김영이 원수정과 결혼하여 자신의 아들과 관계를 끊고 나서 모든 것이 가망이 없는 줄 알았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돌아왔는데! 지금의 김영을 봐라, 친아들이 그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더라도 여전히 득의양양해 하잖아!”김명화는 전혀 개의치 않고 물었다.“그저께 저녁에 큰아버지 쪽에 일이 좀 생겼다고 들었는데요?”“원수정이 원유희의 친어머니를 납치한 것 같아. 김신걸이 사람을 시켜서 원유희 어머니를 찾으러 쳐들어갔단다. 아니, 김신걸은 원유희를 뼈에 사무치도록 미워하는 거 아니였어? 왜 또 도와줬대?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언제부터 이렇게 좋아진거야? 내가 이해력 떨어지건가?” 김덕배는 잘 납득이
원유희는 반박하지 않았다.그래서 전에 식당에서 만났을 때 김신걸의 뒤에 서 있던 그 몇 사람은 정말 손예인의 가족이었다.‘근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능력이 있으면 김신걸에게 나를 풀어달라고 하든가, 그러면 나는 감지덕지 하겠네!’“내 핸드폰을 훔쳤다고 해서 너의 그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언젠가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 네가 남자들한테 꼬리나 치고 다니는 저질 내연녀라는 것을 알게 할 거야!” 손예인은 경고한 후 노발대발하며 떠났다.원유희는 힘없이 서랍장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정말 사면초가였다.매일 하루 하루를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다.제성에 온 후로 그녀의 일이나 그녀가 아는 사람들도 모두 다른 사람의 대본대로 따라 가고 있는 것 같았다.자기주장이 있어서도 안되고 도망쳐도 안 되고, 이 감옥 같은 울타리 속에서 하루 또 하루를 반복하며 살고 있다.유일하게 위로를 받는 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이런 혈육의 정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다.귀여운 녀석이 셋이나 있고 친엄마도 함께 있으니 행복한 셈이다.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여채아에게 걸려 온전화였다.“엄마, 어떻게 됐어?”“유희야, 면접에 붙었어. 학교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게 됐어.” 여채아는 매우 기뻤다.“힘들지 않겠어요?” “힘들지 않아. 평소에 집에서 요리도 많이 해봐서 괜찮아. 그리고 아이들과 가까이 할 수 있고 돌아갈 때도 같이 가고, 또 돈도 벌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야”원유희는 그녀가 그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고 같이 기뻐했다. “일 하시다가 너무 힘들면 안하셔도 돼요. 제가 엄마를 돌볼 수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여채아는 그 이야기만 들어도 마음이 매우 뿌듯하고 행복감이 가득했다. “너의 그 말만 으로도 엄마는 힘들어 죽어도 여한이 없어.”“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난 그런 말 듣기 싫어.” 원유희는 그녀에게 애교를 부렸다.여채아는 웃었다.“안 할게, 안 할게. 그런데 정말로 엄마는 지금처럼 즐거운 날이 별로
그녀는 원수정이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고, 그녀에게 아이까지 부딪혔다.어떡해…….원수정은 다가와서 거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심해요, 저는 더 이상 당신을 납치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야기 좀 해요…… 이 아이들은?”여채아는 눈빛을 회피하고 머릿속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유희는 김씨 일가의 누구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의 고모도 포함해서 말이다.세 마리의 귀염둥이는 마스크를 쓴 얼굴을 젖히고, 바깥에 드러난 큰 눈은 호기심으로 앞에 있는 낯선 사람을 보고 있다.“예…… 제가 다른 사람의 가정 도우미로 일하고 있어요. 그들 어머니가 일이 있어서 올 수 없어서 제가 데리러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원수정은 믿을까?“당신 여기서 일하는 거 아니였어요??가정부 일도 겸해서 하는 거에요?”여채아는 급해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요리하는 아주머니가 우리를 따라 학교에 와서 돌봐야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엄마 매우 바빠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유담이 물었다.여채아는 아이의 센스 있는 대답에 한숨 돌리게 되었다, 그녀도 미처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원수정은 아이의 말을 듣고 더는 의심하지 않고 여채아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 상관없데. 지금은 아이들이 우선이라.”여채아는 조급해졌다. 정말 아이들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할까 봐 두려웠다.“먼저 아이를 들여보낼게요.” 여채아는 바삐 세 아이를 데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원수정은 절대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절대로 그녀에게 아이들이 누구인지 발각돼서는 안 된다.여채아는 아이를 교실로 돌려보낸 다음 원유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원유희는 방금 목욕을 마쳤고 엄마의 말을 듣고 난감했다. “고모는 왜 또 엄마를 찾아갔어? 내가 고모에게 그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지금 고모에게 전화를 할게…….”원수정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그녀는 원유희의 전화인 것을 보고, 여채아를 목 졸라
허리를 굽혀 물컵을 탁자 위에 가볍게 올려놓는데 몸 옆으로도 김신걸의 압박감을 느꼈다.김신걸의 시선은 원유희의 목에 아직 가시지 않은 멍을 바라보고 있고, 원유희가 일어나려고 할 때 그녀의 턱을 잡아 당겼다.원유희는 놀라서 그 자리에 온 몸이 굳었고 너무 긴장되고 불안해 했다. “왜…… 왜?”“그때는 이렇게 심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는 매의 눈처럼 날카로웠다.원유희는 그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손가락으로 목 부위의 멍을 만지며 말했다.“내…… 내가 꼬집었어. 그렇지 않으면 오해할 수도 있어서... 아!”턱을 잡혀 끌려간 원유희는 김신걸의 몸 옆의 소파에 한쪽 무릎을 꿇고 다른 한쪽 다리는 김신걸의 긴 다리위에 놓였다.손은 밑에서 버티고 있었다.원유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거친 손가락은 멍을 매만져 보며 그녀는 약간의 통증을 느꼈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내가 너한테 좀 더 심하게 해야 할 것 같아.” 김신걸은 그 멍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제발 좀 봐줘.” 원유희의 맑은 눈동자에는 억울함을 품고 있었다. “꼬집을 때 정말 아팠어…….”김신걸은 그녀의 앳된 얼굴을 보고 또 몸이 팽팽해지더니 그녀의 목을 조이고는 가까이 다가가 얇은 입술로 그녀를 범하기 시작했다“응!” 원유희는 숨을 멈추고 눈을 감고 입으로 김신걸의 강한 지배를 받았다.아주 빨리 실내의 온도는 후끈 달아올랐으며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원유희는 숨을 헐떡이며 김신걸의 가슴 위에 엎드렸고 그 남자의 강하고 힘찬 심장박동소리가 몸을 뚫고 들어와 그녀의 머리까지 전해지며.두려워 떨게 했다.탁자 위 컵의 물이 쏟아졌고 물은 바닥으로 모두 흘러내렸으며 바닥은 축축하게 젖었다.김신걸의 동작을 감지한 원유희는 그의 구겨진 셔츠를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애원했다. “나 하루 종일 일했는데 오늘만 놔주면 안될까? 나 쉬고 싶어…….”“한 번만 봐줄게.”원유희는 의외 대답을 듣고 마음속으로 잘못
원유희는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고모가 무슨 심한 말을 해서 엄마가 기분 나빠진 게 아닌가 생각해봤다.출근 시간이 곧 되고 지각할 것 같아 그녀는 그냥반차 휴가를 썻다.어차피 퍼펙트 성형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나쁠 대로 나빠졌고 한 번 더 나빠지는 것은 일도 아니였다.원유희는 점심까지 기다렸지만 여채아가가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학교에 전화를 걸었고 엄마는 여전히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여채아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전원이 꺼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원유희는 점점 초초해지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엄마는 아무리 화가 나도 학교에 가지 않을 리가 없잖아! 이제 겨우 며칠 일했다고!’‘면접에 합격하고 엄마는 그렇게나 즐거워했는데! 출근 안 할 리가 있나?’원유희는 학교로 달려가 경비원에게 물었고, 경비원도 잘은 몰랐지만, 그녀를 도와 CCTV를 돌려가며 확인했다.여채아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를 나와 원수정을 만났고 다시 아이를 끌고 학교로 돌아갔다.시간을 보니 바로 그 시간에 그녀에게 전화한 것 같다.한 시간 간격으로 원수정은 아직 가지 않았다. 이어서 여채아는 혼자 학교를 나와 원수정의 차에 올랐다. 그 뒤부터 오늘 아침까지 기록을 돌렸지만 여채아가가 돌아오는 것을 보지 못했다.원유희는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 분명히 고모랑같이 나갔으면서, 왜 인정하지 않았을까?전화를 바로 걸었다. 원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희야, 밥 먹었어?”“엄마 어디 있어요?”“얘야, 왜 전화하자마자 엄마를 물어봐? 내가 어떻게 알아?”“어젯밤에 엄마가 고모 차를 타고 나갔는데 지금까지 돌아오지도 않고 학교에 출근도 안 했어요. 고모, 제발 엄마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세요. 네? 혼자 사는 것만으로도 불쌍한 사람이에요.” 원유희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어제 확실히 내 차를 타고 나간 건 사실이지만, 몇 마디 하고차에서 내리게 했어! 네가 그렇게 물어봐도 차에서 내린 네 엄마가 어디로 갔는지 난 모르지? 유희야, 내가 보기에 일부로 사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