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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김신걸은 마치 왕자처럼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꼬고 그 하늘을 치솟는 기세는 침범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앞에 한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데, 상체의 옷이 반쯤 찢어져 팔의 상처가 드러났다.

여자 뒤에는 경호원 네 명이 서서 수시로 앞으로 나가 그녀를 거칠게 대할 것 같은 자세였다.

원유희는 알고 있다, 김신걸이 여지를 안 남길 때는 상대방의 성별 따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원유희는 그곳에 서서 내려갈지 원래 길로 돌아갈지 고민하고 있을 때, 김신걸이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지막이 명령을 했다.

“내려와.”

김신걸이 강제적으로 그녀의 선택을 도왔다.

원유희는 위층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김신걸 앞 1미터 거리에서 보니 헝클어진 머리 밑의 여자 얼굴을 더욱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낯선 얼굴, 무서운 표정.

“그녀야?”

김신걸이 물었다.

원유희는 자신에게 묻는 것을 알고 여자의 얼굴부터 몸매까지 보며 불확실하게 말했다.

“당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김신걸은 몸을 약간 앞으로 기울고, 강한 압박감을 안고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나를 죽이려는 이유가 뭐야?”

“왜냐면…… 네가 날 놀리고 또 버렸잖아.”

여자가 얼굴을 숙이고 말했다.

“나는 네가 미웠고 죽일 정도로 미웠어!”

원유희는 표정이 약간 흔들리며 무표정한 김신걸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남녀 관계 때문에 암살하러 온 거야?

“그 이유가 확실해?”

김신걸이 물었다. 눈빛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 확실해! 당신 침대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스쳐 지나갔는지도 기억 못 하지? 당연히 나 같은 건 더 기억 못 하겠지.”

여자는 당당하고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신걸은 앞으로 기울어진 몸을 거두고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었다.

원유희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튼 공기 속의 압박감은 정말 사람들로 하여금 감히 숨을 크게 쉬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김신걸이 냉담하게 말했다.

“네 얼굴로는 내 침대에 오르기에 부족한데.”

여자는 얼굴색이 변했고 난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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