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23화

원유희는 집에 돌아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베란다로 가서 김명화가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집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그녀는 평소 아주 가끔 학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가지 않는다.

부모는 아무리 바빠도 아이의 학교에 가 봐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가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면, 삼남매에게도 좋지 않을 텐데. 아빠가 없는 아이들…….

원유희는 교문을 통해 보육원으로 향했다.

멀리서 어린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는 오빠, 언니들과 함께 놀고 있는 게 보인다. 멀리서 보면 마치, 펭귄 무리처럼 보이는 모습.

“조한, 상우, 유담!”

원유희가 걸어가면서 이름을 부르자, 다른 친구들과 빙글빙글 돌며 놀던 세 아이는 기뻐하며 달려갔다.

“엄마!”

“엄마!”

“엄마가 왔어요!”

아이들이 차례로 엄마 품으로 뛰어드는 순간, 그녀는 ‘아이구’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얼굴의 웃음이 떠나질 않고 손으로 아이들을 꼭 껴안고 있다.

“엄마 어떻게 왔져요?”

“귀여운 나 보러 왔죠?”

“엄마 왜 오랫동안 안왔져요?”

“미안해, 오늘 엄마가 쉬는 날이라서 바로 왔어. 뽀뽀!”

원유희가 아이들의 말에 대답하며 한 명씩 안고 뽀뽀하자, 아이들이 즐겁게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으며 고개를 돌린 순간, 원유희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어디론가 쏠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사람. 나수빈이 그녀를 보고 있는 걸 본 순간, 놀란 표정으로 얼굴의 웃음기가 사라지고 온 몸이 굳었다.

품에 안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엄마’하며 부를 때, 비밀이 갑자기 공기중에 노출된 것 같다.

변명할 길이 없다는 생각에, 원유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아이들을 밀어내고 일어나 나수빈을 향해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했다.

앞으로 다가가 세 아이를 쳐다보는 나수빈의 말투가 차분하다.

“셋 다 네 아이야?”

“우리 따로 얘기할까요?”

“그래, 네가 나랑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할 지 궁금하네.”

운동장 옆 한적한 구석, 멀리서도 운동장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