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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표원식은 말없이 눈동자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입술을 오므리는 그녀.

“요즘 좀 어때요?”

마음속의 감정을 억누른 채, 그가 물었다.

“그냥 그러죠, 매일 출근하고, 아이랑 같이…….”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잖아요.”

“그 사람은 이미 윤설과 약혼했어요, 예전과 달라졌죠.”

원유희의 얼굴이 약간 굳어지고, 표원식의 안경 렌즈 뒤 눈빛이 차가워졌다.

“시간이 늦었는데, 제가 먼저 아이들만 데리고 갈까요?”

“네.”

원유희가 떠나고, 표원식은 커피잔을 내려놓은 채 창문 밖으로 시선을 쓸었다.

선생님과 학생들. 눈에 가득한 캠퍼스 경치는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세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왔지만, 손예인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음소거 한 뒤, 집에 도착해서 아이와 잠시 논 후에야 시간을 내서 전화를 했다.

“설마 배은망덕한 짓 하려는 건 아니지?”

손예인의 목소리가 좋지 않다.

“내가 무슨 말 했어?”

“아니면 됐어. 이제 내 성의를 알겠지? 같이 손잡고 윤설을 상대하는 거 어때?”

“김신걸이 윤설을 너무 감싸고 돌아. 네가 그녀를 상대하면 김신걸이 너와 나를 가만두지 않을거야.”

“당연히 쥐도 새도 모르게 해야지! 그 여자가 너를 괴롭히면 너도 똑같이 하면 되잖아.”

원유희는 손예인의 사고가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김신걸이 어떤 사람인데? 마음 독하게 제성의 권력을 장악하고 악랄한 행동을 일삼는 데다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보기만 해도 두렵다.

윤설을 건드리면, 김신걸은 틀림없이 끝까지 조사할 것이다. 지금 원수정도 제성에서 쫓겨났는데, 더 이상 김신걸을 건드릴 수는 없지. 그렇지 않으면 정말 평생 원수정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없어.”

원유희는 좋은 생각이 있냐고 묻긴 했지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내가 요즘 너무 짜증나서 너랑 뭘 상의할 시간도 없어.”

“뭐가 그렇게 짜증이 나?”

“나와 윤씨 가문의 일, 잊었어? 우리 엄마가 제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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