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말을 꺼내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것을 고려하여 다시 입을 다물었다.부소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물었다.“측간을 가려 하는데, 함께 가겠소?”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두 사람은 함께 측간으로 향했다. 측간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측간은 냄새가 심하다 보니 지키는 사람도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었다.그나마 대화하기 안전한 곳이었다.다만 악취가 심하여 참기 힘들었다.부소가 코를 틀어막고 물었다.“마당에 한참 서 있었는데, 무엇을 발견한 것이오?”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이곳의 바람은 동남풍이오. 바람 속에 아주 고운 가루가 섞여 있었소. 내공을 써보니 사지가 나른해지는 것을 발견했소.”“곳곳에 독이 있어서 오래 있을수록 우리 몸 안의 해독약은 효능을 잃을 것이오.”이 말을 듣고 부소의 안색이 변했다.“역시 동하국 사람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구먼.”“경미한 독이라 알아차리기 힘드오. 여태껏 대체 무슨 독인지도 알아내지 못했소.”“해독을 할 수 있는 약을 가지고 왔으니, 며칠은 더 견딜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중독된 무림 고수를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오.”부진환이 고개를 끄덕였다.“이한도에 약고가 있소. 해독약을 만들기에 충분한 약재를 가지고 있지만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오.”부소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녁이 되면 약고의 수비를 알아보고 오겠네.”“조심하시오.”오기 전, 강여는 이미 이한도의 지도를 그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들은 이미 이한도의 지형을 꿰고 있다.그들은 측간에서 나가자마자 마침 진 장주를 만났다.그들은 다시 측간으로 들어가 각자 알아낸 단서를 교환했다.진 장주가 며칠 동안 상황을 살펴본 결과, 부분 문파는 아직도 무예를 겨루어 보물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문파는 이미 함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앞뒤로 이미 여러 사람이 탈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수포가 되었고 참혹한 벌을 받은 듯했다. 아무도 그를 다시 본 적 없으니 죽
그 소리는 끊임없이 지속되었다.부진환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참고 있었다.“사형, 저를 죽이십시오. 제발 저를 고통 속에서 구해주십시오!”애원하는 소리를 듣고 부진환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향했다.방문을 열자, 방안에는 청풍 검파의 유송과 그의 사제가 있었다.“누구냐?”유송은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자네는? 왜 이곳에 온 것이오?”유송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사제의 상황은 충분히 그를 안달 나게 했다.부진환은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그리고 앞으로 걸어가 사제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팔에 독으로 인한 무늬가 나타날 정도로 깊이 중독되었고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사형,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울부짖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와 유송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사제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운양아, 견디거라. 오늘 밤만 버티면 괜찮아질 것이다.”부진환은 그 모습을 보고 해독약 한 알을 꺼내 그에게 먹였다.곧 통증은 멈추었지만 팔에 생긴 독무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해독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부진환은 그의 뒤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내공으로 해독약의 약효를 촉진해 몸 안의 독을 억제했다.반나절이 지나자, 운양의 상태는 드디어 조금 나아졌고 팔에 있던 독무늬도 많이 사라졌다.운양은 땀을 뻘뻘 흘리며 초췌한 표정으로 허약하게 말했다.“고맙습니다.”유송은 큰 걱정을 덜고 운양을 부축하여 침대에 눕혀 쉬게 했다.“어서 자거라. 날이 밝아지면 좋아질 것이다.”그리고 유송은 부진환을 바라보며 예를 올렸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고맙소!”부진환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그리고 자리에 앉으라고 눈짓했다.부진환은 종이와 붓을 들고 묻고 싶은 것을 적었다.“이 독에 대해 아는 것이 있소? 독무늬에 얼핏 뱀 모양을 보았는데, 뱀독이 섞인 것인지 모르겠소.”유송은 살짝 놀랐지만 이내 붓을 들었다.“예. 이 독은 마타라고 하는
부소가 있던 방향으로 가던 호위는 바로 경계 태세를 취한 채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누구냐?”호위는 칼을 뽑아 부진환을 겨누었다.“여기서 뭐 하는 것이오?”부진환은 살짝 놀랐다.“잠을 잘 수 없어 산책하러 나왔소. 안 되는 것이오?”“이한도에서는 밤에 산책을 못한다는 규칙도 있는 것이오? 예전에는 들은 적 없는 일이오.”그와 동시에 부소는 이미 호위를 피해 앞에 있는 복도를 빠르게 지나가며 부진환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지금 섬에 손님이 많으니 여러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저녁에는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마시오. 어서 돌아가시오.”호위가 설명했다.부소가 순조롭게 들어간 것을 보고 부진환도 더 이상 얘기를 나누지 않고 실망한 표정을 한 채 몸을 돌려 떠났다.호위는 그를 마당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는 호위가 세 명이나 더 늘었다.동하국 사람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신중한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단지 산책을 하러 갔을 뿐인데 수비를 강화했다.다행히도 부소는 중요한 물건을 가져왔다.방문을 닫고 부소는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약병이 가득했다. 부소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이것은 모두 해독약이오. 오늘 저녁 나간 보람이 있소.”그 모습을 보고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약고의 수비는 어떻소? 이렇게 쉽게 들어간 것이오?”“약고 밖은 수비가 엄격했지만 안에는 사람이 없었소.”“이한도 약고에 함정이 널렸다고 주락이 말하지 않았소? 동하국 사람들이 함정에 대해 모르니 섣불리 들어간 후 목숨을 잃어 사람이 없는 것 같소.”“나는 그래도 박가의 함정에 대해 알고 있으니 약고의 함정도 쉽게 알아차렸소.”“안에 모든 약재들이 다 있었소. 하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이 갖고 올 수 없어 이것만 가져왔소.”부진환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이렇게 많이 가져오다니, 충분하오.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것이오.”“최대한 모든 사람의 독을 없애야 함께 힘을 모을 수 있
각 문파 사람들이 도전을 받았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자 결국 패배를 인정했다.각 문파 간의 갈등도 어느새 심해지는 것 같았다.주위에 있는 동하국 사람들은 마치 짐승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부진환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인지 아무도 그에게 도전을 하지 않았다.무술 시합에서 이겨 해독약을 얻으려면 당연히 쉬운 상대를 골라야 한다.주락 등도 마찬가지로 아무도 도전장을 건네지 않았다.무술 시합장 밖에서 부진환과 주락은 멀리서 시선을 마주했고 서로의 뜻을 알아차린 듯 조용히 시합장을 떠났다.주락은 앞에서 그나마 조용한 곳으로 길을 이끌었다.“진 사람들이 무슨 벌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의심스럽게 물었다.주락이 답했다.“그들의 몸으로 독충을 키우는 듯합니다.”“검총에서 독충을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녀온 사람들 모두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고 합니다.”“하지만 검총에서 나온 후 약 한 그릇을 마시는데 바로 통증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몸에 대한 손상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다들 도망가려 하지만 이곳에서 줄곧 독에 노출되다 보니 내공이 제압되어 섬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섬에서 도망쳐도 10리가 되는 거리 내에 동하국 사람들이 있습니다. 배가 없으면 다시 육지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배가 있다 하더라도 도망칠 수 없습니다.”이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곳의 독은 그들이 제련한 뱀독일 것이오.”“오늘 밤 이 해독약으로 진정한 해독약을 만들 수 있는 지, 시도해보겠소.”그의 말을 듣고 주락이 얼른 말했다.“북두종에 마침 의술이 뛰어난 신의가 있습니다. 그들이 준 해독약에 진정한 해독약이 들어 있지만 너무 소량으로 들어있어 독을 없앨 수 없다고 했습니다.”“모두의 독을 없애려면 많은 약재가 필요합니다.”부진환은 경계하며 주위를 살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약재의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소. 그 신의를 만나게 해주오.”“예.”주락은 기회를 찾아 부진환과 담 신의를 만나게
흑삼이 먼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꺼냈고 고강산도 더 이상 연기를 하기 귀찮은 듯했다.고강산은 냉소하며 말했다.“독벌문은 정말 재미가 있소. 셋이나 되는 부하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죽은 것을 보니 독벌왕을 썼나 보오?”“만약 독벌왕의 양봉법을 솔직히 말해준다면 당신과 독벌문의 다른 사람들을 용서해 줄 수 있소.”그들은 강호 각 문파의 무학 공법과 비결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독벌문은 전문적으로 독벌을 기르는 문파로, 독창적인 무공도 있지만 독벌을 기르는 양봉법이 더욱 진귀하다.흑삼이 콧방귀를 뀌었다.“꿈도 꾸지 마시게!”고강산은 여유롭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참 고집스럽소.”“자, 철판을 놓으시게.”“독벌문에 숨긴 독벌이 더 있을 수도 있으니, 섬에 있는 자들의 안전을 위하여 불로 잘 구워서 깨끗이 없애버려야 하오.”그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철판을 놓고 불을 지피자, 그들은 흑삼을 묶어 철판 위로 올렸다.마치 고기를 굽는 모습과도 같았다.흑삼의 손과 발은 모두 묶여 있었다. 아래에 끊임없이 땔감이 더해지자, 불이 치솟아 올랐고 흑삼은 뜨거운 열기로 인해 고통스럽게 발버둥 쳤다.그 모습이 너무나도 잔인하여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했다.“너무 잔인합니다. 그를 산 채로 구워 죽이려는 것입니까?”고강산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모두의 안전을 위하여 생각한 방법이오. 만약 그의 몸에 아직도 독벌왕이 있으면 어떡하오? 한 입만 물리면 나의 부하들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오.”다들 그의 행동을 내키지 않아 했고 분노에 가득 찼지만, 중독으로 인해 내력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먼저 나설 용기도 없었다.독벌문 제자들은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그중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사정하기 시작했다.“독벌왕은 키워낸 것이 아니고 특별한 양봉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발 저의 스승을 풀어주십시오.”“일반
“스승님!”나성이 다급히 달려갔다.하지만 흑삼은 그의 뺨을 때렸다.“배신자!”나성은 고개를 숙였고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고강산은 여인 검파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음양 연마법을 누가 아는 것이오?”“연마법을 내놓기만 한다면, 큰 상을 내릴 것이오!”여인 검파는 모두 여인으로 이루어진 문파다. 그녀들은 서로 마주 보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고강산이 웃으며 말했다.“다들 모르는 것이오? 설마 독벌문과 같은 방법으로 당해야 말할 것이오?”“다만 다들 연약하디 연약한 여인이라,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오.”고강산은 웃음기를 띄고 있는 눈빛으로 여인 검파의 사람들을 의미심장하게 훑어보았다.옥교가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그런 무공은 없습니다! 당신은 속았습니다!”고강산은 물론 믿지 않았다. 그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괜찮소. 지금은 없더라도 곧 생길 테니.”몇 사람이 바로 앞으로 달려가 옥교를 잡았다.큰 사저 난향설이 그 모습을 보고 나서서 말했다.“잡으려면 나를 잡으십시오!”“이들 중 내가 제일 먼저 문파에 들어왔습니다. 사저인 나를 제외하고 다들 연마법에 대해 모르니, 잡아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그녀의 말을 듣고 고강산은 옥교를 놓아주라 명했다.고강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그런 연마법이 있나 보오.”“여봐라, 잡아가거라!”난향설은 바로 그들에 의해 끌려갔다.다른 제자들은 애가 타서 소리를 질렀다.“사저! 사저!”부하들이 그녀들을 가로막았고 고강산이 경고했다.“사저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얌전히 있는 것이 좋을 것이오.”여인 검파의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강산은 난향설을 데리고 떠났다. 이내 고강산의 부하들이 흑삼을 부축하여 객실에서 쉬게 하며 깍듯이 모셨다. 심지어 맛있는 음식과 진귀한 약까지 가져다 바쳤다.이 모습에 여인 검파 제자들은 더욱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나이가 가장 어린 옥교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멀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여인 검파.”“따로 행동하는 것이 좋겠소. 자네는 담 신의와 얘기를 해 해독약을 먼저 만들어내게 하시오.”부진환은 시합에서 이긴 후 얻은 해독약을 부소에게 건넸다.부소는 바로 담 신의를 찾아 자리를 떠났다.오늘 밤은 아주 좋은 시기이다.정원을 지키는 부하들이 조금 줄었기 때문이다.동하국 사람들은 각 문파가 독벌문에 대한 적의를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일부러 부하들을 철수시켜 독벌문을 괴롭힐 기회를 주는 것이다.그로 인해 담 신의는 순조롭게 그들이 있는 정원에 도착하여 부소와 함께 해독약을 만들었다.부소가 어젯밤 가지고 온 해독약이 마침 용도를 다했다.부진환은 날이 어두워진 틈을 타 여인들이 지내고 있는 북쪽 정원으로 향했다.오늘은 북쪽 정원에도 지키고 있는 부하들이 별로 없었다. 특히 여인 검파가 지내고 있는 곳은 지키는 사람이 유난히 적었다.부진환이 도착했을 때, 다들 사저를 어떻게 구할 지 모여서 의논하고 있었다.“그 사람들의 수단은 아주 잔인하오. 사저가 그들의 손아귀에 넘어갔으니 분명 온갖 괴롭힘을 당할 것이오. 그럴 바에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나을 것이오.”“오늘 흑삼이 한 말이 맞소. 어차피 도망치지 못하고 죽을 것이 뻔한데 그들과 한 번 싸우는 것이 낫지 않겠소?”“우리는 절대 사저를 버릴 수 없소!”모두 목숨을 거는 것을 찬성했다.옥교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다들 이렇게 생각하니, 자시에 큰 사저를 구하러 갑시다! 만약 실패한다면 함께 죽음을 맞이합시다!”“절대 그들의 굴욕을 받을 수 없습니다!”다들 그녀의 말에 찬성의 뜻을 전했다.그때, 부진환이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다들 죽을 필요 없소.”“죽으려 하는 것은 상책이 아니오.”모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뽑아 들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당신은 무슨 사람이오? 어찌 밖에서 엿들은 것이오?”부진환은 조금의 적의도 없이 방문을 닫은 후 침착하게 답했다.“당신
그는 그녀를 한쪽으로 불러 동하국 왕자에 대해 알려주었다.그가 해야 할 일은 진정한 동하국 왕자를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하는 법이다. 동하국 왕자를 잡아야 그들도 살아남을 기회가 있다.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에 대한 옥교의 신임은 조금 더 깊어졌다. 탈출을 향한 그녀의 희망도 되살아났다.그 후 옥교는 바로 떠나 부하를 찾아 고강산을 만나려 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 고강산의 앞으로 끌려갔다.그는 동하국 왕자로 위장한 자이다.“음양 연마법을 안다고 했소? 하지만 자네의 사저는 문파의 극비라, 그녀를 제외한 다들 제자들은 본 적도 없다고 했네.”옥교가 침착하게 답했다.“예. 문파의 극비는 맞습니다. 비록 문파에 늦게 입문했지만, 스승님께서 유독 예뻐하셔서 자유로이 모든 곳을 출입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무공을 훔쳐본 적 있습니다.”“음양심경.”“이 무공은 음양 연마법이라 칭합니다. 즉 자신의 내력을 상대에게 전달한 후, 상대의 내력을 다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헌제 무공에 속하다 보니, 일반인은 이 연마법으로 수련할 수 없습니다.”“그리고 연마법을 수련하는 요구도 엄격합니다. 여인 검파의 제자는 평생 한 사람과만 수련할 수 있고, 자원적인 상황에서만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남자가 이 연마법을 수련한다면 3, 5년 만에 연마를 마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내력을 마음껏 끌어다 쓸 수 있습니다.”“하지만 워낙 규칙이 많다 보니, 자칫 잘못하면 수련에 실패하여 오장육부가 터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이것은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무공이 아닙니다. 인내심과 평정심이 강해야 하고 조급해하다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혀서는 안 됩니다.”“여인 검파 역대 장문 중 이 연마법을 수련한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그러니 이 연마법을 당신들에게 넘긴다 해도 괜찮습니다. 사저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군가 배울 수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그녀의 말을 듣고, 고강해와 고강산의 안색이 변했다.자세히 생각해 보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