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대제사장을 한단 말이오?”낙요는 부진환의 손을 꽉 잡고 검을 쥔 채 입을 열었다.“당신이 내 자격을 논할 처치는 아니오!”양행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침서를 보며 말했다.“침서, 막으시오! 부진환이 도망치면 당신도 살아남지 못하오!”침서는 장검을 꽉 잡고 자신을 억제했지만, 손을 떨고 있었다.그 익숙한 반응을 보자, 낙요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침서에게 물었다.“양행주가 유일하게 쓴 사상환이 당신이었단 밀입니까?”침서의 고통스러운 반응을 보니, 그는 양행주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게 분명했다.일찍이 생각했어야 했는데!낙요가 이미 눈치채자, 침서는 분사검을 뽑고 살기 가득한 기세로 말했다.“여기는 나한테 맡기시오!”양행주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 돌아갔다.제사 진법을 이미 완성했으니, 이제 봉인을 풀고 부진환을 진법에 넣으면 동초를 풀어주는 동시에 부진환의 몸을 차지하게 할 수 있었다.그렇게 완전히 부활하는 것이다!낙요는 부진환의 팔목을 잡아보니 내력을 모두 잃은 게 보였다.하여 낙요는 부진환을 뒤로 물러 세우고 침서를 경계했다.둘은 아무 말도 없었지만, 시선이 마주친 순간 살기가 흘러넘쳤다.검을 들고 치열하게 교전했지만, 두 사람은 아무도 물러서지 않았고 그저 시간을 조금 끌었을 뿐이다.순간, 침서는 검을 들고 부진환을 향해 겨눴다.낙요는 막으려고 했지만, 침서의 분사검은 역시나 부진환의 팔을 베였다.칼날의 피를 본 후, 침서는 거리를 두었다.낙요는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부진환을 죽일 기회가 있었으나, 손을 베였을 뿐이었다.“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침서는 뒤를 돌아보았다.낙요도 뒤를 돌아보았고, 양행주는 이미 진법을 풀고 있었다.대량의 음기가 돌 문에서 흘러나오고, 곧 봉인이 풀리려 했다.양행주는 동초를 부활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금술을 행했다.동초를 부활시킨다고 해도, 양행주는 살아서 동굴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침서는 고개를 돌리고 낙요를 보더니 미소
낙요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이런 결과일 줄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부활한 동초는 생전 동초가 아니었다.지금의 그녀는 원념과 증오로 가득했다.그녀는 손에 장검을 꽉 움켜쥐고 고개를 돌려 부진환을 쳐다보았다.“어서 가세요! 지금 떠나면 늦지 않습니다!”동굴 밖의 우유는 이미 봉인이 파괴된 것을 느꼈고 동초가 풀려났다는 것을 느꼈다.어쩔 수 없이 나침반을 꺼냈고, 눈시울을 붉히며 최종 진법을 열었다.낙요도 진법이 열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나는 안 간다. 가려면 함께 가자!” 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조급해 난 낙요는 그를 뒤로 밀었다.“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어서 나가세요!”“저에게 동초를 상대할 방법이 있습니다.”하지만 부진환은 믿지 않았다. “너의 방법은 바로 그녀와 함께 죽는 것이냐?”그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처한 환경으로 볼 때, 쉽게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낙요는 동굴에 따라 들어갈 것이다.그럼, 그녀는 진작에 계획을 세웠을 거다.그녀는 절대로 동초가 부활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게 두지 않을 것이다.낙요는 살짝 놀랐다.부진환은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부진환은 오히려 단호하게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청연, 나는 주술 같은 건 잘 모른다. 그래서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와 함께하는 것뿐이다.”“생사를 불문이다.”낙요는 흠칫 놀랐다.부진환의 단호한 눈빛을 보며 낙요는 눈시울을 붉혔다.“좋습니다. 생사를 함께합시다.”진법은 열렸고 금광이 지면에서 피어올라 대량의 음산한 기운을 격퇴했다.침서 주변의 흑기도 많이 사라졌다.하지만 흑기가 흩어지자,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바로 동초였다.그녀는 이미 완전히 이 몸을 차지했다.그녀의 눈빛은 잠시 맑았다.그녀는 자신의 몸과 이곳 진법을 내려다보았다.눈빛은 멀지 않은 곳의 낙요를 쳐다보았다.“낙요 대제사장, 우리 또 보는군요!”“나와 함께 죽고 싶은 거요?”“그럼, 나는 당신을 먼저
부진환은 고개를 숙이고 자기 팔의 피를 쳐다보았다.그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고래를 숙여 낙요에게 물었다. “혹시 내 피로 그녀를 억제할 수 있을까?”낙요는 양행주가 특별히 동초와 혈연관계가 있는 후손들을 찾아 제사를 지낸 것은 아마도 최초의 봉인이 동초의 혈통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아마 가능할 겁니다.”답안을 얻은 부진환은 즉시 비수를 뽑아 서슴없이 손목을 그어 피가 진법 속으로 흘러들게 했다.“당신!” 낙요는 깜짝 놀랐다.부진환의 피가 진법 속으로 흘러들자, 그의 팔에 금색 무늬가 생겼다.부진환은 마음속으로 몹시 기뻤다.“보아하니 소용 있다!”부진환은 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른다.그러나 낙요는 진법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꼈다.하지만 불에 타는 고통을 느낀 동초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전방에 검은 기운이 덮쳐와 낙요와 부진환을 포위했다.낙요는 장검을 휘두르며 즉시 부진환 앞을 가로막으며 동초를 행해 소리쳤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당신 외손자입니다!”“여철의 아들입니다!”낙요는 동초를 깨우려고 시도했다.동초는 흑기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리고 그녀는 진법 속에 있던 분사검을 들고 있었다.낙요의 말을 들은 동초는 순간 깜짝 놀랐다.하지만 곧 그녀 온몸의 살기는 더욱 강렬해졌다.“그럼, 더욱 죽어야 마땅하다!”“천궁제의 더러운 혈통은 이 세상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낙요는 깜짝 놀랐다.동초의 원념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아마도 희망이 없는 것 같다.동초와 함께 죽는 방법뿐이다.낙요는 검을 들고 동초와 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동초는 지금 침서의 분사검을 들고 자유자재로 휘둘렀다.낙요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였지만, 동초를 조금도 건드릴 수 없었다.부진환은 낙요 앞으로 달려왔다.그는 분심검의 칼날을 꽉 잡았다. 순간 선혈이 검을 물들였다.동초가 다시 공격해 오자, 낙요는 검을 들고 막았다.생각밖에 동초는 놀라서 뒤로 약간 후퇴했다.낙요
부진환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번졌다.그는 낙요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너와 함께 죽을 수 있어서 내 평생 행운이다.”낙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를 꽉 끌어안았다.“당신 몸에 용의 기운이 있습니다. 당신은 원래 황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나와 함께 여기서 죽으려고 합니까? 동초의 부활을 막는 건 대제사장인 나의 책임입니다. 당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입니다.”부진환은 마음 아파하며 그녀의 눈물을 털어냈다. “너는 내 처고 부부일체요. 어찌 나와 무관할 수 있겠느냐?”“게다가 나는 동초의 외손자로서 모르는 체할 수 없다.”“오히려 하늘이 고맙구나. 마지막 길을 너와 함께 갈 수 있어서.”낙요는 부진환의 품속에 기대었는데 갑자기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몸에 무엇입니까? 왜 이리 딱딱합니까?”부진환은 살짝 놀라더니 곧바로 겉옷을 풀어 헤치고 허리에 묶은 화약을 떼어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이것은… “부진환이 대답했다. “양행주는 의심이 많아. 만약 이번에 사람을 많이 데리고 오면 양행주는 알아차릴 거야. 나 또한 무고한 사람을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어.”“그래서 이 물건을 준비했다. 만약 동초가 내 몸을 빌려 부활한다면 이 화약을 써먹을 수 있으니까!”“그녀를 폭사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녀가 필요한 육신을 없앨 수는 있으니, 악인을 돕지 않은 셈이잖느냐?”하지만 이 물건이 쓸모가 없게 되었다.하지만 생각밖에 침서가 진법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부진환도 원래는 침서를 진법 안으로 밀 생각이었다.“침서가 그의 사명을 완성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이냐?”부진환은 의아했다.낙요도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모릅니다.”“그는 저에게 많은 일을 속이는 것 같습니다.”낙요도 침서가 진법 안으로 달려들어 동초가 그의 몸에 들어가게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리고 그녀도 분사검을 통제할 수 있었다.어쩐지 오래전에 침서를 포위 공격했을 때, 침서가 분심검을 통제하면서 일부러 그녀에게 암시
이 말을 끝내고 손바닥으로 지면을 세게 내리쳤다.멸혼진은 삽시에 불안정하게 흔들렸다.양행주는 남은 목숨을 바쳐 진법을 깼다.순간, 멸혼진은 강렬한 충격에 격렬하게 폭발했다.한 줄기 힘에 낙요와 부진환은 튕겨 나갔다.온 천지를 꽉 뒤덮은 연기 속에서 낙요는 어렴풋이 동초가 양행주의 손을 잡고 석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다음 순간, 낙요는 곧바로 혼절했다.--3일 후.따스한 햇살이 창살을 뚫고 낙요의 얼굴에 비쳤다.낙요는 서서히 눈을 뜨고 곁눈으로 눈부신 햇살을 맞이했다.마침, 우유가 탕약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와 깨어난 낙요를 보고 몹시 감격했다.“깨어났구나!”감격한 우유를 보고서야, 낙요의 생각은 비로소 돌아왔다.혼절전에 발생한 일을 떠올린 낙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 아직 살아있어?”“맞아, 너 아직 살아 있어!”낙요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물었다. “그럼, 부진환은?”낙요가 다급히 내려오려고 하자 우유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직 살아 있다.”“너희 두 사람은 그저 약간 상처를 입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다만 부진환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낙요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강화진은 여전히 평화롭고 햇볕은 뜨거웠으며 음산한 기운은 조금도 없었다.낙요는 의아해서 물었다. “그날 양행주가 악귀를 풀어준 걸로 기억하는데 모두 괜찮은거냐?”우유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양행주는 그날 확실히 많은 악귀를 풀어주었고, 또 한바탕 혈전도 벌였다.”“그날, 네가 보낸 불꽃을 보고 산으로 달려가 계획대로 나침반으로 멸혼진을 열었다.”“나는 줄곧 산을 지키고 있었다. 나중에 멸혼진이 깨지고 그 음산한 기운도 전부 사라졌어.”“그때 나도 튕겨서 기절해서 한 시진 후에 깨어났어.”“부소 일행이 동굴에 들어가 너희 두 사람을 구출했어.”“부소가 말하길, 산 위에서 움직임 소리가 들리더니, 악귀들을 모조리 흡수해 갔다고 하더구나.”“나중에 내가 가서
낙요는 온 힘을 다해 분사검을 움켜쥐고 번쩍 들었다.그 검은 안개는 물러갔다.우유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 검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뿐인 것 같습니다.”낙요는 분사검의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이 검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수시로 이 검 안의 악귀에게 잠식되고 통제될 것이다.가져가야 한다.칼집에 검을 집에 넣고 두 사람은 동굴을 떠났다.“일단 도성으로 돌아가자꾸나. 침서의 시신은 영문 없이 사라질 수 없다. 그는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두 사람이 막 동굴에서 나오자, 그들은 전방에서 황급히 걸어오는 부진환을 보았다.그의 몹시 긴장된 표정이었다.낙요를 본 그 순간에야 그는 비로소 졸이던 가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성큼성큼 달려와 낙요를 꽉 끌어안았다.“왜 또 이곳으로 돌아왔느냐?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부진환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 제가 제물이 되려고 돌아왔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입니까?”부진환은 낙요를 다시 잃기라도 할까 봐 품속에서 꽉 끌어안았다.“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을까 봐 두렵다.”옆에 있던 우유가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를 떴다.산언덕에 오직 꽉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산들바람이 불어왔고, 낙요의 마음은 평온하면서도 꽉 채워졌다.“모든 것이 끝났습니다.”“우리 모두 살아있습니다.”부진환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 진실한 온도를 느꼈다.마치 재난 속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다.“그래, 우리 모두 다 살아있다.”갑자기 어디선가 대량의 단풍잎이 불어와 나풀나풀 춤을 췄다.“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벌써 겨울이 다가옵니다.” 낙요는 하늘하늘 거리는 단풍잎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손바닥에 떨어지는 단풍잎을 받았다.낙요의 웃는 모습을 보더니 부진환도 저도 몰래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 머리 위의 단풍잎을 스쳐주었다.--강화진은 안정을
낙요는 강요하지 않았다.모두 각자 할 일이 있다.“그럼, 더 붙잡지 않겠습니다.”하루만 머물고 다들 잇달아 도성을 떠났다.오직 부진환만 남았다.이번에 두 사람의 상처는 비교적 엄중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매일 약을 마시고 잠을 잤다.도성으로 돌아온 3일째 되던 날, 낙요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사람을 데리고 장군부로 향했다.장군부 전체를 포위하고, 곳곳을 수색했다.하지만 침서의 종적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돌아온 적도 없었다.낙요가 막 떠나려는데 갑자기 청희가 나타나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녀는 손에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대제사장님, 이것은 장군께서 저에게 맡긴 겁니다. 장군께서는 그가 강화진으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이 물건을 대제사장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살짝 놀라운 표정으로 나무상자를 건네받았다.청의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으며 캐물었다. “대제사장님, 장군은… “이 문제에 낙요도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시신을 보지 못했으니, 그녀도 침서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당시 상황을 봐서는 침서는 아마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낙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청희는 알 것 같다는 표정을 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돌아서 떠났다.낙요는 그 나무상자를 대제사장부로 가져왔다.그리고 방 안에서 나무상자의 일월쇄를 열었다.안에는 두터운 서신이 있었다.낙요는 저도 몰래 긴장했다.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서신을 열었다.서신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아요, 이 서신을 볼 때쯤이면 계획이 이미 성공했다는 뜻이겠네.나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이 서신을 남겨 너를 위해 궁금증을 풀어주겠다.그해 너를 죽이는 건 네 사부의 계획이었다.그해 수많은 대제사장의 힘으로 추산해 낸 결과는 여국이 멸망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천궁도로 인한 재앙이었다.네가 대제사장직을 맡았지만, 너의 명은 서른까지였다.너는 천벌에 의해 죽게 되어 있었다.
한순간 낙요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웠다.그녀는 침서가 이렇게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청연.” 갑자기 문밖에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 낙요는 눈물을 닦았다.울고 난 그녀를 본 부진환은 걱정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낙요는 서신을 부진환에게 건넸다. “이건 침서가 남긴 겁니다.”서신의 내용을 읽은 후, 부진환도 깜짝 놀랐다.부진환이 물었다. “동굴에서 침서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어. 혹시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낙요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살아있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겁니다.”동초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침서의 몸을 차지하면서 이미 그의 혼백에 손상을 입었다.게다 침서는 검에 찔리기까지 했다.“됐습니다. 찾지 않겠습니다.”“온심동과 구십칠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진실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침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그를 죽일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원망하지 않을 거다.”“그들은 이해할 거다.”낙요는 서신을 태우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제 일합시다.”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언제 천궐국으로 돌아갑니까?”“태상황은 연세가 많고 어린 소황자는 또 나이가 어리니, 당신이 두 사람을 보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낙요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언젠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모든 것을 먼저 얘기하는 편이 낫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쫓느냐?”낙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서신 내용을 당신도 보지 않았습니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습니까?”“저는 영원히 당신과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하지만 부진환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고 단호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 “네가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면 내가 여국으로 오면 되지 않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