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낙요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웠다.그녀는 침서가 이렇게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청연.” 갑자기 문밖에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 낙요는 눈물을 닦았다.울고 난 그녀를 본 부진환은 걱정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낙요는 서신을 부진환에게 건넸다. “이건 침서가 남긴 겁니다.”서신의 내용을 읽은 후, 부진환도 깜짝 놀랐다.부진환이 물었다. “동굴에서 침서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어. 혹시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낙요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살아있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겁니다.”동초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침서의 몸을 차지하면서 이미 그의 혼백에 손상을 입었다.게다 침서는 검에 찔리기까지 했다.“됐습니다. 찾지 않겠습니다.”“온심동과 구십칠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진실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침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그를 죽일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원망하지 않을 거다.”“그들은 이해할 거다.”낙요는 서신을 태우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제 일합시다.”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언제 천궐국으로 돌아갑니까?”“태상황은 연세가 많고 어린 소황자는 또 나이가 어리니, 당신이 두 사람을 보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낙요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언젠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모든 것을 먼저 얘기하는 편이 낫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쫓느냐?”낙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서신 내용을 당신도 보지 않았습니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습니까?”“저는 영원히 당신과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하지만 부진환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고 단호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 “네가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면 내가 여국으로 오면 되지 않
하지만 이번에 하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류상이 먼저 나서 말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황형은 도주 사람이기에 일을 편파적으로 처리하고 사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도주의 수장은 조정에 충성해야 하기에 도성 사람을 도주에 파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허막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도 침서를 따라 공을 많이 세웠고 도주로 보내면 도주의 동향을 자세하게 조정에 보고할 수 있습니다.”낙요는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허막의 경력을 낙요도 보았다.낙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허막? 허막은 당신 외질 아닙니까?”“이 사람을 추천하는 당신은 혹시 사심을 품은 건 아니죠?”허막은 류상의 친신이 분명했다.도주는 원래부터 빈곤 지역이어서 그동안 도성에서 도주로 전근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류상이 허막을 추천했다.무엇을 원하길래 이 자리를 다투는가?설마 도주의 금광을 위해서인가?낙요의 말에 류상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흥분해서 말했다. “대제사장, 함부로 헐뜯지 마십시오!”“게다가 여기는 조정인데 대제사장은 너무 많은 걸 참견하는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더니 말했다. “류상은 제가 조정 일에 참견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까?”“진익이 있을 때도 얼마나 많은 정무를 저에게 맡겼는데 류상은 잊으셨습니까?”“아니면 그때도 분했지만, 감히 말은 못 하고, 지금은 죽음을 무릅쓰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는 말입니까?”류상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노하여 말했다. “이 황위는 진씨 혈통입니다!”“대제사장께서 지금 이렇게 끼어드는 것을 보니 설마 황위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니죠?”“선황이 악인에게 납치되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아마 대제사장님만이 아실 겁니다.”이 말은 마치 낙요가 황위를 위해 진익을 죽였다는 뜻 같았다.낙요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사 진익이 내가 죽였다고 해도 나에게는 이 자격과 권력이 있습니다.”“대제사장의 직책은 국운을 추산하고 여
이 말이 나오자, 류상의 안색은 확 변했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화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신은 조정에 충성입니다! 해와 달이 증명합니다! 저는 단지 진씨 혈통이 황위를 계승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신은 절대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제사장께서 저를 헐뜯는 걸 보니 마음에 반역을 품은 것 같습니다.”낙요의 태도는 평온했으며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만약 정말 진씨 혈통이라면 나도 당연히 지지합니다.”“하지만 폐하 생전에 후궁 빈첩들 중 임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 폐하가 없는데 오히려 폐하의 자식을 임신하였다고요?”“이런 우연이…”조정 대신들은 이에 대해 모두 수군거렸다.이런 시기에 빈첩이 임신한 건 확실히 수상쩍다.류상이 다급히 해명했다. “상비는 폐하의 총비였습니다! 임신한지 이미 두 달 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이때까지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이 일은 폐하께서도 알고 있었습니다.”“지금 폐하는 이미 안 계시고, 대제사장은 또 이렇게 급히 조정 일을 간섭하려고 하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상비의 맥을 짚어봐야겠습니다.”“만약 상비가 정말 임신했다면, 나는 당연히 그녀의 아들을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류상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대제사장께서 혹시 다른 계략이 있는 건 아니지요?”“대제사장의 능력을 우리는 단 알고 있습니다. 상비를 유산시키는 건 아주 쉬운 일이겠죠?”낙요는 경멸하듯 웃더니 말했다. “그런 일은 할 가치가 없습니다.”“만약 류상께서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우리 함께 다녀옵시다. 태의들도 부르고 여기 계신 대신들도 함께 가봅시다.”“만약 상비가 정말 유산하고 아이를 잃는다면, 나는 대제사장직을 그만두고 여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류상은 바로 이 말을 듣고 싶었다.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대제사
하지만 낙요는 분명 아니라고 확신했다.설령 그녀가 정말 임신했다고 해도 그건 진익의 혈통이 아닐 것이다.바로 이때, 옆에 있던 한 계집종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말했다. “대제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무슨 일이냐?”월로는 머뭇거리며 주위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았다.낙요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월로를 데리고 낙영전의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갔다.“무슨 일이냐? 네 주인에 관한 일이냐?”월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속에서 옥패를 꺼냈다. “대제사장님, 저는 지금 이분이 상비 마마가 아닌 거 같습니다.”“며칠 전 어느 날 밤, 노비는 상비 마마님과 함께 낙영전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비 마마께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제가 찾으러 들어갔는데 그때 상비 마마께서 사람을 죽였습니다… ““운비를 죽였습니다!”“그리고 노비더러 함께 시신을 묻자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이 옥패를 주었습니다.”“이것은 해씨 집안 옥패입니다. 마마께서는 평소에 매우 귀하게 여기셨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마께서는 이 옥패를 잃은 줄도 모르고 계십니다.”“그리고 마마의 몸종 옥상(玉霜)도 의문의 죽임을 당했습니다.”“옥상이 죽은 뒤, 노비는 매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다행히 집사 고고와 사이가 좋아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빌미로 서오궁에서 내보냈습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벌써 멸구당 했을 것이다.드디어 오늘 대제사장이 서오궁으로 오자, 그녀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대제사장을 찾아왔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깜짝 놀랐다.“낙영전으로 안내하거라.”월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낙요를 데리고 낙영전으로 달려갔다.화원에 도착하자, 월로는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신은 이 아래에 묻었습니다.”곧이어 낙요는 사람을 불러 파헤쳤다.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이 발굴되었다.그 시신은 류운아의 옷을 입고 있었고 류운아의 차림새와 류운아의 얼굴이었다.낙요는 쭈그리고 앉아, 시신의 뺨을 만져보았다.그녀는 단번에 가면을
그는 다급히 앞길을 막으며 노하여 말했다. “이건 누구입니까? 얼굴도 없습니다. 대제사장, 어찌 이런 섬뜩한 시신을 서오궁으로 가져온다는 말입니까?”낙요는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분이 당신의 상비 마마입니다.”“그녀의 낯가죽은 지금 방 안에 있는 사람 얼굴에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류상은 깜짝 놀랐다. “황당하다! 너무 황당하다!”이때, 방안에서 태의가 나왔다. 류상은 다급히 물었다. “어떠하오?”“황자요? 공주요?”류상은 황자임을 알아낼 수 있길 바랐다.그래야 황위까지 안정될 수 있기에 그의 마음은 기대로 가득했다.바로 이때, 안에서 상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대제사장, 제가 언제 당신에게 밉보였습니까?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겁니까? 저의 침전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가지고 오다니! 제가 황자를 임신했을까 봐 그렇게 두렵습니까?”상비는 통곡했다.이를 본 류상은 몹시 분노해서 낙요를 무시하고 명령했다. “여봐라, 어서 시신을 들어내거라!”시위가 앞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낙요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위를 쳐다보았다.시위는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류상이 보더니 몹시 분노했다. “대제사장, 상비와 상비 복중의 아이를 죽이려고 작정했습니까?”“문무백관이 전부 서오궁 밖에 있는데 대제사장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습니까? 황위를 뺏고 싶다고 인정하는 겁니까?”낙요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흘끔 쳐다보았다.“내가 보기에 문무백관은 다 평온한데 급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인 것 같군요.”“설마 안에 있는 상비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저를 막는 겁니까?”“이 얼굴 없는 여인 시신의 옷차림이 이토록 화려한 걸 보니 후궁 빈첩입니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하필 얼굴이 없어졌습니다.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류상은 진실에 전혀 관심 없습니까?”“안에 계시는 그분이 상비가 아니고 복중의 아이도 폐하의 아이가 아니라면 류상은 누구를 황위에 올리실 겁니까?”“아니면 황실 혈통을 지지한다는
이 말을 들은 해씨 집안 가장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뭐라고? 내 딸이라고?”그는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한참 멍해 있더니 손을 뻗어 시신을 덮은 하얀 천을 벗겼다.피범벅이 된 얼굴을 본 순간, 더욱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얼굴! 얼굴이 왜 없소?”낙요가 대답했다. “시신을 발견했을 때부터 얼굴이 없었소. 자세히 들여다보시오. 당신 딸이 맞소?”해씨 집안 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긴장한 표정으로 시신의 손을 보려고 옷소매를 젖혔다.낙요는 이 동작을 주시했다.강상군의 팔에 모반이 있는 모양이다.하지만 이때, 방 안에서 상비의 격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버지! 저 여기 있습니다!”“밖에 시신은 제가 아닙니다.”“저는 이미 폐하의 아이를 뱄습니다. 아버지, 대제사장은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합니다.”“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이 말을 들은 해씨 집안 가장의 동작은 순간 굳어버렸다.그는 한참 멍해 있더니 고개를 들고 낙요를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내 딸이… 아직 살아있소?”“방 안에, 내 딸 아니오?”“그럼, 이 시신은 누구요?”해씨 가장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싫은 듯 손을 닦았다.그는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방 안의 그 상비를 만났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해씨 가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걸어 나왔다.“대제사장 농이 심하시오. 나는 정말 놀랐소!”“내 딸이 저렇게 무탈하게 살아있지 않소?”낙요가 물었다. “방 안의 그분이 당신 딸이라고 확신하오?”해씨 가장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틀림없소!”“내 딸을 설마 못 알아보겠소?”류상은 뒤짐을 짊어지고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낙요를 힐끔 쳐다보았다.“대제사장, 아직도 할 말이 있습니까?”“상비의 친아버지가 자기 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소?”“어서 시신을 들고 내려가지 못하겠느냐?”하지만 낙요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 “급하지 않소.”“보고 싶다는 사람이 또 한 분 있소.”이 말을
해씨 가문 가주는 약간 당황하며 강 부인을 부축했다.“이 아이는 우리 딸이 아니야! 우리 딸은 안에 있다고. 그 아이는 이미 회임 중이었어. 내가 다 확인했다고!”그 말을 들은 강 부인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그게 사실인가요?”그녀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 상비를 만났다.하지만 얼마 안 가 그녀는 잔뜩 실망한 얼굴로 밖으로 나오더니 죽은 시체를 품에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해 가주는 다가가서 부인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딸 무사한 거 확인했잖아. 그만 울어!”낙요는 해 가주가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딸을 잃은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숨길 수 있을까?낙요가 물었다.“부인, 이 시체 정말 따님 맞나요?”“얼굴 가죽까지 다 도려내서 신분이 불분명한 시체라면 얼른 화장하는 게 좋겠네요. 여봐라!”그 말을 들은 해 가주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그러나 딸의 시체를 가져간다는 말에 강 부인은 사람들을 밀치고 시체를 부둥켜안았다.“안 돼! 그만해! 이 아이는 내 딸 상군이라고!”해 가주는 버럭 화를 내며 다급히 부인을 붙잡았다.“닥쳐! 시끄럽게 왜 울고 난리야? 우리 딸 안 죽었다니까?”강 부인은 억장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부군을 밀쳐내며 말했다.“내가 배 아파서 낳은 딸을 어찌 못 알아보겠어요! 이 아이가 제 딸이에요! 저 안에 있는 게 가짜라고요!”낙요은 예상했던 결과였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해 가주는 가주의 자리에 오른 뒤로 적지 않은 첩을 들였다고 했다. 그만큼 강 부인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강 부인에게 부군은 믿을만한 안식처가 아니었기에 그녀에게는 딸 강상군이 전부였을 것이다.그런 딸이 죽고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그랬기에 부군을 위해 거짓말을 하며 딸을 죽인 범인을 감쌀 이유가 없었다.류 승상도 그 말을 듣고 당황하며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찌 이리도 쉽게 말을 바꾸시오? 대체 누가 딸이란 말이오? 당신들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소
그 말을 들은 류승상이 눈을 반짝 빛냈다.“뭐라고요? 설마 당신이 운비? 그럼 복 중의 아이는 폐하의 아이가 맞다는 겁니까?”어두웠던 류 승상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였다.낙요는 류승상이 또 그녀를 옹호하고 나서자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참으로 이상하구나. 난 도주에 가봤고 진짜 류운아도 만난 적이 있지. 넌 상비도 아니고 류운아도 아니야. 넌 대체 누구냐!”말을 마친 낙요는 다가가서 그녀의 얼굴을 잡고 가면을 뜯어냈다.진짜 얼굴이 공개되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류승상은 겁에 질려 뒤로 뒷걸음질 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낙요 역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고묘묘?”고묘묘는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안절부절 못했다.그녀는 낙요가 진짜 류운아와 만났을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계획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리자 그녀는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나 맞아. 난 복수를 위해 입궁했어. 진익이 죽으면 내가 널 도와 소식을 전한 것을 봐서 한번 봐줄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네.”결국 그녀가 사람을 잘못 선택한 탓이었다.류승상이 이렇게 빨리 임신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낙요를 데리고 자신의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모든 것은 거짓이었고 그녀는 아직 상황을 설명할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낙요는 싸늘한 목소리로 사람을 불렀다.“여봐라! 이 여자를 잡아들이거라!”그런데 이때, 고묘묘가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방 안으로 달려들어가더니 비수를 꺼내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그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예전이었다면 절대 이런 식으로 죽음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지쳤고 더 이상 살아갈 의미도 남아 있지 않았다.의식을 잃기 전, 그녀는 문밖에서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서진한의 모습을 본 것 같았다.“공주님, 저랑 가시지요.”그가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낙요는 고묘묘가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 사람을 시켜 시체
“대체 뭘 하려는 거냐!”초경이 매섭게 물었다.“나는 살고 싶다. 나를 풀어주면 안전한 곳에 가서 이 여자를 풀어주마.”그 말을 듣고 초경이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너를 풀어주면 천초를 놓아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묵계가 담담하게 웃었다.“비록 웅황주가 나를 몰아냈지만, 이미 이 여인의 몸에 혼을 한 가닥 남겼다. 지금 두 가닥의 혼이 몸에 들어있으니, 7일 후 혼을 잃고 나의 몸이 될 것이다.”“이 몸은 이제 내 것이다.”“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얘기할 자격도 없다. 내 말대로 해야 이 여자는 살 기회가 있다!”“나를 놓아주거라!”묵계의 위협에 초경은 주먹을 꽉 쥐고 분노를 억눌렀다.“가거라.”“3일 후, 반드시 천초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널 찾아 죽일 것이다.”묵계가 입꼬리를 올렸다.“좋다!”말을 마치고 묵계는 약사의 몸을 끌고 빠르게 그곳을 떠났다.낙현책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정말 이렇게 풀어주는 것입니까? 천초 고모를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초경은 묵계가 떠난 방향을 빤히 보며 말했다.“괜찮다. 멀리 가지 못할 것이다.”낙현책은 살짝 놀랐다.이내 다들 그녀를 따라갔다.그들은 바닷가 암초에서 묵계를 따라잡았고 그녀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유생은 그녀가 중독된 것을 알아차렸다. 발목을 보니, 어느새 뱀에게 물려 있었다.유생이 고개를 돌려 초경을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초경이 한 일인 것 같았다.초경은 놀라지 않고 마음 아픈 표정으로 송천초를 안았다.“천초를 데리고 먼저 돌아갈 테니 너희들은 부 태사를 돕거라.”“예!”이내 초경은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다들 부 태사를 도우러 갔다.부진환은 병사를 이끌고 동하국을 공격했다. 비록 동하국 사람은 적지 않았지만, 방어에 강한 성벽과 무기가 없었고 선박뿐이었다.여국 병사들이 끊임없이 섬에 오르고 있으니, 동하국이 멸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초경은 송천초를 안고 청주로 돌아와 묵계의 혼을 어떻게든 몰아내려고 했지만, 줄곧 실
바로 그때, 하늘에서 금색 진법이 나타나 묵계를 진법 안으로 가두었다. 귀를 뚫을 듯한 그 노랫소리는 진법 속에 가로막혔다.흰옷을 입은 제사장족 제자 수십 명이 하늘에서 나타났다.그들은 복숭아나무 위에 가볍게 서서 열 손가락으로 진법을 그렸고 손끝에는 금빛 부문이 흐르고 있었다.묵계는 깜짝 놀란 후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깜짝 놀라 송천초를 바라보았다.“너구나!”송천초가 차갑게 웃었다.“설마 내가 혼자 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묵계는 굳은 표정으로 분노에 찬 듯 말했다.“괘씸하구나! 너에게 속다니!”그때, 밖에서도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송천초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가 사람을 데리고 동하국을 공격했으니, 당신은 도망가지 못할 것입니다.”“차라리 순순히 잡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그녀는 어젯밤 묵계를 만난 후 막사로 돌아가 바로 이 일을 부진환에게 알리고 대책을 논의했다.부진환은 그 여자가 동하국 약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초경도 분명 그 여자의 손에 있을 테니 그에 따른 계획을 세웠다.그녀가 혼자 묵계를 만나러 간 것도 다른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기관선을 이용해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묵계가 뱀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송천초는 웅황을 가득 챙겨 몸을 지키려 했다.묵계는 진법 속에서 절망하여 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나도 동족이라 할 수 있다. 나한테 한 짓을 다시 너한테도 할 것이다! 사람은 절대 믿어선 안 된다!”“정말 저 사람들을 도우려는 것이냐?”“초경. 난 너를 죽이려 한 적 없다!”초경은 한숨을 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의 처지가 안쓰럽지만, 우린 동족이 아니다.”“우린 다르니, 같다고 하지 말거라.”“너의 딱한 처지를 보아, 솔직히 말하마. 동하국은 곧 멸망할 것이니, 너도 원수를 갚은 셈이다. 마음 놓고 떠나거라.”그 말을 듣고 묵계는 넋을 잃고 그들을 싸늘하게 훑어보았다.“죽으려면 함께 죽겠다!”묵계는 하늘을 향해 소
“그는 감금되었다. 우리는 그를 구할 수 없다. 그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너의 몸과 나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는 기회가 있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입니까?”묵계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느냐? 그를 구할 수도 있고 그와 같은 수명을 가질 수도 있다.”“두 사람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하지만 대가로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할 수 있느냐?”송천초는 미간을 찌푸리고 사색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묵계가 말을 이었다.“이곳은 동하국이다. 그들이 설치한 함정에 나는 들어갈 수 없고 평범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네가 들어가도 그를 구할 수 있겠느냐?”“우리가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 잠시 힘을 합쳐 그를 구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해 떨어지는 것이 어떠냐?”묵계가 한참 말을 한 뒤에야 송천초는 그녀의 말을 허락했다.“좋습니다. 허락하겠습니다.”그 말을 듣고 묵계는 기쁠 따름이었다. 송천초가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몰랐다.만약 이 몸을 빼앗는다면 초경에게 청신요를 쓰지 않아도 된다.“좋다. 바로 자리를 옮겨서 시작하자.”송천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묵계를 따라 복숭아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사방을 둘러보니 온통 복숭아나무였고 다른 것은 없었다.송천초는 묵계의 말에 따라 다리를 꼬고 앉았다.묵계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와 손바닥을 마주하고 있었다.“시작할 것이다. 조금 불편할 테니 참거라.”묵계는 말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다.송천초는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렸고 온몸의 기운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옆에 있던 복숭아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밀실에서 독을 없애려 애쓰고 있던 초경은 순간 송천초의 존재를 느꼈다.그는 번뜩 눈을 뜨고 송천초가 주위에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게다가 그녀는 지금 위험하다!초경은 마음이 초조했다. 그는 송천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독을 없애기도 전에 다급히 밀실 문을 부수고 뛰쳐나갔다.묵계의 혼이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그 여자는 분명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송천초를 향해 걸어오는 도중 옷과 머리카락이 말랐다.송천초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로 사람을 부르려 했다.그녀가 있던 곳에 마침 암초가 있어 그 여자의 모습을 막았다. 옆에 바로 청주군의 막사가 있었는데 이렇게 대담하게 이곳으로 오다니!송천초가 사람을 부르려는 그때, 여자가 입을 열고 그녀를 저지했다.“나는 적의가 없다. 그저 너를 찾으러 왔다.”“저요?”송천초는 의아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송천초라 하느냐?”묵계는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가 본 기억 속의 그 여자와 똑같이 생겼다.“어떻게 아는 것입니까?”묵계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묵계라고 한다. 초경이 위험에 처해 있어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송천초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을 졸이며 저도 몰래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무슨 일입니까?”“당신은 대체 무슨 사람입니까? 어찌 당신을 믿을 수 있습니까?”묵계 뒤에서 뱀 꼬리가 나타났다. 송천초는 깜짝 놀랐다.“나는 그와 동족이다. 그가 너를 찾아오라 한 것이다.”“만약 그를 구하고 싶다면 오늘 밤 홀로 이곳에 오거라.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겠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동하국입니까?”“그곳 말고 더 있느냐?”“오직 너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거라. 초경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내가 시킨 대로 하거라.”말을 마치고 묵계는 경계하며 막사를 힐긋 보고 몸을 돌려 바다로 사라졌다.송천초가 추궁하기도 전에 묵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가 무슨 사람인지 말한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종일 불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초경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다.갑자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병사가 상황을 보러 왔다.“방금 이쪽에서 인기척이 있길래 보러 왔습니다. 무슨 일 없는 것입니까?”송천초는 망설이다 고개를 저었다.
이상하게 들리는 그 노랫소리는 그의 의식을 흐릿하게 했다. 그는 애써 소리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 귀를 파고들었다.초경은 한참 몸부림치다가 결국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머리를 움켜쥐고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묵계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제야 그에게 다가갔다.“너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구나. 하지만 나를 너무 얕본 것 같구나. 인어족의 청신요는 죽어가던 사람도 깨울 수 있고 사람의 마음을 현혹해 행동을 조종할 수도 있다. 쉬이 사용하지 않던 방법인데 이렇게 너에게 쓰게 됐구나.”묵계는 가볍게 웃으며 천천히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초경의 얼굴을 스쳤다.“청신요로 너의 기억을 바꾸면 오늘부터 나의 명을 따르며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거부하지 말거라. 자칫 잘못하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묵계는 웃으며 말을 마치고 손을 초경의 머리 위에 얹은 후 청신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맑은 소리가 주문처럼 초경의 귓가에 맴돌면서 바늘처럼 그의 머리를 파고들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묵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애먹였다.그녀는 의지력이 이렇게 강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묵계는 싸늘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버티고 있는지 봐야겠구나!”그녀의 손끝이 초경의 미간에 가볍게 닿자, 그녀는 실패의 원인을 찾았다.그의 기억 속에는 온통 다른 여자뿐이다.그것도 평범한 여자였다.청신요의 통제를 받지 않고 기억을 지우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니.묵계는 내키지 않았다. 그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원인이었다. 평범한 사람은 고작 수십 년의 수명만 갖고 있어 결국 늙어 죽기에 그들과는 다르다.감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의 육체가 다치지 않았다면 청신요를 쓰는 것도 애먹을 리 없었을 것이다.보아하니 이 방법으로는 그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묵계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묵계는 초경을 업고 돌아가 밀실에 가두었다.묵계는 그녀가 자리를 비웠을
묵계는 이 남자를 죽이기 아까웠다. 그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기나긴 수명을 갖고 있어 함께 수련할 수 있었다.이런 사람을 또 찾기 어려울 것이다.초경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의아했다.“그럼, 너는 진정한 약사가 아니냐?”묵계가 콧방귀를 뀌었다.“물론이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나의 몸을 망가트렸으니, 그녀가 바다로 들어간 기회를 틈타 그녀를 죽이고 몸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뱀의 기운은 무슨 수를 써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동안 약사의 신분으로 동하국에서 지내며 바다에서 보물을 발견하여 일반인과 다른 힘을 얻었다고 그들을 속이고 바다에 들어가 보물을 찾게 했다.”“이로써 그들의 내전을 일으켜 영원히 평화로이 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나의 한을 풀었다!”초경은 그제야 이유를 깨달았다.“여국 바다에 있는 진도 네가 깬 것 같구나.”초경은 부진환에게서 여국과 동하국의 전쟁에 관해 많은 얘기를 전해 들었다.다들 대진이 깨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하국 사람은 여국 땅으로 침입할 수 없다.하지만 보통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할 수 있었다.역시나 묵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물론 나다.”“내가 아니었다면 동하국 사람은 평생 여국 땅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초경이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복수를 하고 싶지만, 동하국 사람을 모두 죽이지 않았다. 살생을 저질러 화를 입고 싶지 않은 것이구나.”“그래서 대진을 파괴하고, 동하국 내전을 일으키고 그들을 선동하여 여국을 공격한 것이냐? 그들이 전쟁으로 죽게 만들려는 것이냐?”“아주 완벽한 계획이구나. 하지만 전쟁을 일으켰으니, 결국 운명의 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묵계가 만족스럽게 웃기 시작했다.“나의 계획을 알아차리다니 정말 똑똑하구나.”“그들이 싸우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대진이 사라졌다 해도 여국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나와 상관없다.”“내가 화를 입는다 해도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치고
그는 이내 약사를 찾으러 갔다.그러나 도림을 벗어나기도 전에 초경은 앞에 길이 없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자리에 멈춰 서서 사방을 관찰하다 이곳이 미로라는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을 들었지만,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자세히 맡아보니, 바람 속에 복숭아 꽃향기와 옅은 약재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독이 있다!뒤에서 여유로운 발소리와 묵계의 웃음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왜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의 묵계는 무서운 표정이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초경은 가슴이 떨려왔고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네가 바로 약사냐?”묵계가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먼 곳에서 나를 찾아왔는데, 약사라는 이름만 알고 계십니까? 제 이름도 모르는 것입니까?”“다들 저를 자릉약사라 부릅니다.”“이곳에 온 순간부터 알아차렸습니다. 비록 신분을 모르지만, 홀로 이곳에 온다는 건 분명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요. 그래서 도림에 손을 조금 썼습니다.”“도림에 들어선 후부터 이미 중독되었습니다. 이곳에 오래 있을수록 독은 더욱 세질 것입니다.”“그리고 이 독은 사족을 겨냥한 독입니다.”묵계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초경을 바라보았다.초경은 슬쩍 내공을 써봤지만, 사지가 무기력했다. 무언가가 갑자기 그의 경맥을 막은 것처럼 내공이 안정을 잃고 통제하기 어려웠다.그는 손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내색하지 않았다.“사족? 나를 무서워하지 않은 것이냐? 넌 대체 누구냐?”초경은 의아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이상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 같았다.묵계가 가볍게 웃자, 뒤에 환영이 나타났고 그녀의 꼬리가 보였다.하지만 재빨리 사라져 버려서 초경은 뱀 꼬리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보지 못했다.“공자, 우린 같습니다. 저를 죽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습니다.”묵계는 흥미진진하게 초경을 훑어보았고 눈빛에는 탐욕의 빛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초경의 강한 수위를 탐내
정확한 위치를 얻고 초경은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동하국 사람들은 무서울 것 없으니, 먼저 약사를 해결해야 한다!바람이 불어오자마자 초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바로 도림으로 도착했다.그가 도림에 나타나자, 불어온 바람이 꽃잎을 떨어뜨렸다.초경은 걸음을 옮겨 앞에 있는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곳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뱀의 기운이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정원을 살펴본 후 손을 들어 장풍으로 정원 문을 부쉈다.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초경은 걸음을 옮기며 정원을 관찰하다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떠나려 했다.그 순간, 그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그림으로 향했다.뱀의 기운이다!그는 앞으로 걸어가 그림을 젖혔고 역시나 문 하나가 나타났다.그는 문을 열고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구불구불한 형태의 아래로 향해 있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암도였다.아래로 걸어가니 밀실이 보였다.그곳에는 뱀의 기운이 가득했다.구석진 곳에 바구니가 가득 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약사가 뱀을 잡아 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장풍으로 밀실 문을 열고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상대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상대에게 가까이 가자, 밧줄에 묶인 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를 보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초경은 눈살을 찌푸리고 제때 공격을 멈추었다.그가 내뿜은 살기가 여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움직였다.그녀는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초경이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너는 누구냐? 약사는 어디 있느냐?”그녀는 일반 백성 차림에 묶여 있었다. 그녀의 옷은 더러웠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어 이곳에 갇힌 듯했다.“전... 묵계라 합니다.”여자는 무서워하는 듯 말을 더듬었다.“너한테 관심 없다. 약사는 어디에 있느냐?”“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약사는 보통 이 시진에 바다에 있습니다.”묵계가 얌전히 답했다.답을 들은 초경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묵계는 깜짝 놀랐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