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온 힘을 다해 분사검을 움켜쥐고 번쩍 들었다.그 검은 안개는 물러갔다.우유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 검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뿐인 것 같습니다.”낙요는 분사검의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이 검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수시로 이 검 안의 악귀에게 잠식되고 통제될 것이다.가져가야 한다.칼집에 검을 집에 넣고 두 사람은 동굴을 떠났다.“일단 도성으로 돌아가자꾸나. 침서의 시신은 영문 없이 사라질 수 없다. 그는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두 사람이 막 동굴에서 나오자, 그들은 전방에서 황급히 걸어오는 부진환을 보았다.그의 몹시 긴장된 표정이었다.낙요를 본 그 순간에야 그는 비로소 졸이던 가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성큼성큼 달려와 낙요를 꽉 끌어안았다.“왜 또 이곳으로 돌아왔느냐?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부진환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 제가 제물이 되려고 돌아왔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입니까?”부진환은 낙요를 다시 잃기라도 할까 봐 품속에서 꽉 끌어안았다.“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을까 봐 두렵다.”옆에 있던 우유가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를 떴다.산언덕에 오직 꽉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산들바람이 불어왔고, 낙요의 마음은 평온하면서도 꽉 채워졌다.“모든 것이 끝났습니다.”“우리 모두 살아있습니다.”부진환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 진실한 온도를 느꼈다.마치 재난 속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다.“그래, 우리 모두 다 살아있다.”갑자기 어디선가 대량의 단풍잎이 불어와 나풀나풀 춤을 췄다.“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벌써 겨울이 다가옵니다.” 낙요는 하늘하늘 거리는 단풍잎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손바닥에 떨어지는 단풍잎을 받았다.낙요의 웃는 모습을 보더니 부진환도 저도 몰래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 머리 위의 단풍잎을 스쳐주었다.--강화진은 안정을
낙요는 강요하지 않았다.모두 각자 할 일이 있다.“그럼, 더 붙잡지 않겠습니다.”하루만 머물고 다들 잇달아 도성을 떠났다.오직 부진환만 남았다.이번에 두 사람의 상처는 비교적 엄중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매일 약을 마시고 잠을 잤다.도성으로 돌아온 3일째 되던 날, 낙요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사람을 데리고 장군부로 향했다.장군부 전체를 포위하고, 곳곳을 수색했다.하지만 침서의 종적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돌아온 적도 없었다.낙요가 막 떠나려는데 갑자기 청희가 나타나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녀는 손에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대제사장님, 이것은 장군께서 저에게 맡긴 겁니다. 장군께서는 그가 강화진으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이 물건을 대제사장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살짝 놀라운 표정으로 나무상자를 건네받았다.청의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으며 캐물었다. “대제사장님, 장군은… “이 문제에 낙요도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시신을 보지 못했으니, 그녀도 침서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당시 상황을 봐서는 침서는 아마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낙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청희는 알 것 같다는 표정을 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돌아서 떠났다.낙요는 그 나무상자를 대제사장부로 가져왔다.그리고 방 안에서 나무상자의 일월쇄를 열었다.안에는 두터운 서신이 있었다.낙요는 저도 몰래 긴장했다.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서신을 열었다.서신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아요, 이 서신을 볼 때쯤이면 계획이 이미 성공했다는 뜻이겠네.나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이 서신을 남겨 너를 위해 궁금증을 풀어주겠다.그해 너를 죽이는 건 네 사부의 계획이었다.그해 수많은 대제사장의 힘으로 추산해 낸 결과는 여국이 멸망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천궁도로 인한 재앙이었다.네가 대제사장직을 맡았지만, 너의 명은 서른까지였다.너는 천벌에 의해 죽게 되어 있었다.
한순간 낙요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웠다.그녀는 침서가 이렇게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청연.” 갑자기 문밖에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 낙요는 눈물을 닦았다.울고 난 그녀를 본 부진환은 걱정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낙요는 서신을 부진환에게 건넸다. “이건 침서가 남긴 겁니다.”서신의 내용을 읽은 후, 부진환도 깜짝 놀랐다.부진환이 물었다. “동굴에서 침서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어. 혹시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낙요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살아있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겁니다.”동초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침서의 몸을 차지하면서 이미 그의 혼백에 손상을 입었다.게다 침서는 검에 찔리기까지 했다.“됐습니다. 찾지 않겠습니다.”“온심동과 구십칠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진실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침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그를 죽일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원망하지 않을 거다.”“그들은 이해할 거다.”낙요는 서신을 태우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제 일합시다.”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언제 천궐국으로 돌아갑니까?”“태상황은 연세가 많고 어린 소황자는 또 나이가 어리니, 당신이 두 사람을 보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낙요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언젠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모든 것을 먼저 얘기하는 편이 낫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쫓느냐?”낙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서신 내용을 당신도 보지 않았습니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습니까?”“저는 영원히 당신과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하지만 부진환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고 단호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 “네가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면 내가 여국으로 오면 되지 않
하지만 이번에 하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류상이 먼저 나서 말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황형은 도주 사람이기에 일을 편파적으로 처리하고 사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도주의 수장은 조정에 충성해야 하기에 도성 사람을 도주에 파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허막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도 침서를 따라 공을 많이 세웠고 도주로 보내면 도주의 동향을 자세하게 조정에 보고할 수 있습니다.”낙요는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허막의 경력을 낙요도 보았다.낙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허막? 허막은 당신 외질 아닙니까?”“이 사람을 추천하는 당신은 혹시 사심을 품은 건 아니죠?”허막은 류상의 친신이 분명했다.도주는 원래부터 빈곤 지역이어서 그동안 도성에서 도주로 전근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류상이 허막을 추천했다.무엇을 원하길래 이 자리를 다투는가?설마 도주의 금광을 위해서인가?낙요의 말에 류상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흥분해서 말했다. “대제사장, 함부로 헐뜯지 마십시오!”“게다가 여기는 조정인데 대제사장은 너무 많은 걸 참견하는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더니 말했다. “류상은 제가 조정 일에 참견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까?”“진익이 있을 때도 얼마나 많은 정무를 저에게 맡겼는데 류상은 잊으셨습니까?”“아니면 그때도 분했지만, 감히 말은 못 하고, 지금은 죽음을 무릅쓰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는 말입니까?”류상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노하여 말했다. “이 황위는 진씨 혈통입니다!”“대제사장께서 지금 이렇게 끼어드는 것을 보니 설마 황위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니죠?”“선황이 악인에게 납치되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아마 대제사장님만이 아실 겁니다.”이 말은 마치 낙요가 황위를 위해 진익을 죽였다는 뜻 같았다.낙요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사 진익이 내가 죽였다고 해도 나에게는 이 자격과 권력이 있습니다.”“대제사장의 직책은 국운을 추산하고 여
이 말이 나오자, 류상의 안색은 확 변했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화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신은 조정에 충성입니다! 해와 달이 증명합니다! 저는 단지 진씨 혈통이 황위를 계승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신은 절대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제사장께서 저를 헐뜯는 걸 보니 마음에 반역을 품은 것 같습니다.”낙요의 태도는 평온했으며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만약 정말 진씨 혈통이라면 나도 당연히 지지합니다.”“하지만 폐하 생전에 후궁 빈첩들 중 임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 폐하가 없는데 오히려 폐하의 자식을 임신하였다고요?”“이런 우연이…”조정 대신들은 이에 대해 모두 수군거렸다.이런 시기에 빈첩이 임신한 건 확실히 수상쩍다.류상이 다급히 해명했다. “상비는 폐하의 총비였습니다! 임신한지 이미 두 달 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이때까지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이 일은 폐하께서도 알고 있었습니다.”“지금 폐하는 이미 안 계시고, 대제사장은 또 이렇게 급히 조정 일을 간섭하려고 하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상비의 맥을 짚어봐야겠습니다.”“만약 상비가 정말 임신했다면, 나는 당연히 그녀의 아들을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류상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대제사장께서 혹시 다른 계략이 있는 건 아니지요?”“대제사장의 능력을 우리는 단 알고 있습니다. 상비를 유산시키는 건 아주 쉬운 일이겠죠?”낙요는 경멸하듯 웃더니 말했다. “그런 일은 할 가치가 없습니다.”“만약 류상께서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우리 함께 다녀옵시다. 태의들도 부르고 여기 계신 대신들도 함께 가봅시다.”“만약 상비가 정말 유산하고 아이를 잃는다면, 나는 대제사장직을 그만두고 여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류상은 바로 이 말을 듣고 싶었다.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대제사
하지만 낙요는 분명 아니라고 확신했다.설령 그녀가 정말 임신했다고 해도 그건 진익의 혈통이 아닐 것이다.바로 이때, 옆에 있던 한 계집종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말했다. “대제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무슨 일이냐?”월로는 머뭇거리며 주위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았다.낙요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리고, 월로를 데리고 낙영전의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갔다.“무슨 일이냐? 네 주인에 관한 일이냐?”월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품속에서 옥패를 꺼냈다. “대제사장님, 저는 지금 이분이 상비 마마가 아닌 거 같습니다.”“며칠 전 어느 날 밤, 노비는 상비 마마님과 함께 낙영전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비 마마께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아, 제가 찾으러 들어갔는데 그때 상비 마마께서 사람을 죽였습니다… ““운비를 죽였습니다!”“그리고 노비더러 함께 시신을 묻자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이 옥패를 주었습니다.”“이것은 해씨 집안 옥패입니다. 마마께서는 평소에 매우 귀하게 여기셨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마께서는 이 옥패를 잃은 줄도 모르고 계십니다.”“그리고 마마의 몸종 옥상(玉霜)도 의문의 죽임을 당했습니다.”“옥상이 죽은 뒤, 노비는 매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다행히 집사 고고와 사이가 좋아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빌미로 서오궁에서 내보냈습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도 벌써 멸구당 했을 것이다.드디어 오늘 대제사장이 서오궁으로 오자, 그녀는 목숨을 지키기 위해 대제사장을 찾아왔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깜짝 놀랐다.“낙영전으로 안내하거라.”월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낙요를 데리고 낙영전으로 달려갔다.화원에 도착하자, 월로는 땅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신은 이 아래에 묻었습니다.”곧이어 낙요는 사람을 불러 파헤쳤다.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이 발굴되었다.그 시신은 류운아의 옷을 입고 있었고 류운아의 차림새와 류운아의 얼굴이었다.낙요는 쭈그리고 앉아, 시신의 뺨을 만져보았다.그녀는 단번에 가면을
그는 다급히 앞길을 막으며 노하여 말했다. “이건 누구입니까? 얼굴도 없습니다. 대제사장, 어찌 이런 섬뜩한 시신을 서오궁으로 가져온다는 말입니까?”낙요는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분이 당신의 상비 마마입니다.”“그녀의 낯가죽은 지금 방 안에 있는 사람 얼굴에 있습니다.”이 말을 들은 류상은 깜짝 놀랐다. “황당하다! 너무 황당하다!”이때, 방안에서 태의가 나왔다. 류상은 다급히 물었다. “어떠하오?”“황자요? 공주요?”류상은 황자임을 알아낼 수 있길 바랐다.그래야 황위까지 안정될 수 있기에 그의 마음은 기대로 가득했다.바로 이때, 안에서 상비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대제사장, 제가 언제 당신에게 밉보였습니까?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저를 죽이려고 작정한 겁니까? 저의 침전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도 모자라 시신까지 가지고 오다니! 제가 황자를 임신했을까 봐 그렇게 두렵습니까?”상비는 통곡했다.이를 본 류상은 몹시 분노해서 낙요를 무시하고 명령했다. “여봐라, 어서 시신을 들어내거라!”시위가 앞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낙요는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위를 쳐다보았다.시위는 곧바로 뒤로 물러섰다.류상이 보더니 몹시 분노했다. “대제사장, 상비와 상비 복중의 아이를 죽이려고 작정했습니까?”“문무백관이 전부 서오궁 밖에 있는데 대제사장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습니까? 황위를 뺏고 싶다고 인정하는 겁니까?”낙요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흘끔 쳐다보았다.“내가 보기에 문무백관은 다 평온한데 급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인 것 같군요.”“설마 안에 있는 상비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저를 막는 겁니까?”“이 얼굴 없는 여인 시신의 옷차림이 이토록 화려한 걸 보니 후궁 빈첩입니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하필 얼굴이 없어졌습니다. 수상하지 않았습니까? 류상은 진실에 전혀 관심 없습니까?”“안에 계시는 그분이 상비가 아니고 복중의 아이도 폐하의 아이가 아니라면 류상은 누구를 황위에 올리실 겁니까?”“아니면 황실 혈통을 지지한다는
이 말을 들은 해씨 집안 가장은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뭐라고? 내 딸이라고?”그는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한참 멍해 있더니 손을 뻗어 시신을 덮은 하얀 천을 벗겼다.피범벅이 된 얼굴을 본 순간, 더욱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얼굴! 얼굴이 왜 없소?”낙요가 대답했다. “시신을 발견했을 때부터 얼굴이 없었소. 자세히 들여다보시오. 당신 딸이 맞소?”해씨 집안 가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긴장한 표정으로 시신의 손을 보려고 옷소매를 젖혔다.낙요는 이 동작을 주시했다.강상군의 팔에 모반이 있는 모양이다.하지만 이때, 방 안에서 상비의 격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버지! 저 여기 있습니다!”“밖에 시신은 제가 아닙니다.”“저는 이미 폐하의 아이를 뱄습니다. 아버지, 대제사장은 제 아이를 해치려고 합니다.”“아버지, 저를 살려주세요!”이 말을 들은 해씨 집안 가장의 동작은 순간 굳어버렸다.그는 한참 멍해 있더니 고개를 들고 낙요를 쳐다보았다. “대제사장, 내 딸이… 아직 살아있소?”“방 안에, 내 딸 아니오?”“그럼, 이 시신은 누구요?”해씨 가장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일어나 뒤로 몇 걸음 물러서더니 싫은 듯 손을 닦았다.그는 방안으로 달려 들어가, 방 안의 그 상비를 만났다.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해씨 가장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걸어 나왔다.“대제사장 농이 심하시오. 나는 정말 놀랐소!”“내 딸이 저렇게 무탈하게 살아있지 않소?”낙요가 물었다. “방 안의 그분이 당신 딸이라고 확신하오?”해씨 가장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틀림없소!”“내 딸을 설마 못 알아보겠소?”류상은 뒤짐을 짊어지고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낙요를 힐끔 쳐다보았다.“대제사장, 아직도 할 말이 있습니까?”“상비의 친아버지가 자기 딸을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소?”“어서 시신을 들고 내려가지 못하겠느냐?”하지만 낙요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 “급하지 않소.”“보고 싶다는 사람이 또 한 분 있소.”이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