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환은 고개를 숙이고 자기 팔의 피를 쳐다보았다.그는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고래를 숙여 낙요에게 물었다. “혹시 내 피로 그녀를 억제할 수 있을까?”낙요는 양행주가 특별히 동초와 혈연관계가 있는 후손들을 찾아 제사를 지낸 것은 아마도 최초의 봉인이 동초의 혈통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아마 가능할 겁니다.”답안을 얻은 부진환은 즉시 비수를 뽑아 서슴없이 손목을 그어 피가 진법 속으로 흘러들게 했다.“당신!” 낙요는 깜짝 놀랐다.부진환의 피가 진법 속으로 흘러들자, 그의 팔에 금색 무늬가 생겼다.부진환은 마음속으로 몹시 기뻤다.“보아하니 소용 있다!”부진환은 이런 것에 대해 잘 모른다.그러나 낙요는 진법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꼈다.하지만 불에 타는 고통을 느낀 동초는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울부짖으며 달려들었다.전방에 검은 기운이 덮쳐와 낙요와 부진환을 포위했다.낙요는 장검을 휘두르며 즉시 부진환 앞을 가로막으며 동초를 행해 소리쳤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당신 외손자입니다!”“여철의 아들입니다!”낙요는 동초를 깨우려고 시도했다.동초는 흑기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리고 그녀는 진법 속에 있던 분사검을 들고 있었다.낙요의 말을 들은 동초는 순간 깜짝 놀랐다.하지만 곧 그녀 온몸의 살기는 더욱 강렬해졌다.“그럼, 더욱 죽어야 마땅하다!”“천궁제의 더러운 혈통은 이 세상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낙요는 깜짝 놀랐다.동초의 원념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아마도 희망이 없는 것 같다.동초와 함께 죽는 방법뿐이다.낙요는 검을 들고 동초와 싸우기 시작했다.하지만 동초는 지금 침서의 분사검을 들고 자유자재로 휘둘렀다.낙요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였지만, 동초를 조금도 건드릴 수 없었다.부진환은 낙요 앞으로 달려왔다.그는 분심검의 칼날을 꽉 잡았다. 순간 선혈이 검을 물들였다.동초가 다시 공격해 오자, 낙요는 검을 들고 막았다.생각밖에 동초는 놀라서 뒤로 약간 후퇴했다.낙요
부진환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번졌다.그는 낙요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 “너와 함께 죽을 수 있어서 내 평생 행운이다.”낙요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를 꽉 끌어안았다.“당신 몸에 용의 기운이 있습니다. 당신은 원래 황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나와 함께 여기서 죽으려고 합니까? 동초의 부활을 막는 건 대제사장인 나의 책임입니다. 당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일입니다.”부진환은 마음 아파하며 그녀의 눈물을 털어냈다. “너는 내 처고 부부일체요. 어찌 나와 무관할 수 있겠느냐?”“게다가 나는 동초의 외손자로서 모르는 체할 수 없다.”“오히려 하늘이 고맙구나. 마지막 길을 너와 함께 갈 수 있어서.”낙요는 부진환의 품속에 기대었는데 갑자기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몸에 무엇입니까? 왜 이리 딱딱합니까?”부진환은 살짝 놀라더니 곧바로 겉옷을 풀어 헤치고 허리에 묶은 화약을 떼어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이것은… “부진환이 대답했다. “양행주는 의심이 많아. 만약 이번에 사람을 많이 데리고 오면 양행주는 알아차릴 거야. 나 또한 무고한 사람을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어.”“그래서 이 물건을 준비했다. 만약 동초가 내 몸을 빌려 부활한다면 이 화약을 써먹을 수 있으니까!”“그녀를 폭사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녀가 필요한 육신을 없앨 수는 있으니, 악인을 돕지 않은 셈이잖느냐?”하지만 이 물건이 쓸모가 없게 되었다.하지만 생각밖에 침서가 진법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부진환도 원래는 침서를 진법 안으로 밀 생각이었다.“침서가 그의 사명을 완성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이냐?”부진환은 의아했다.낙요도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모릅니다.”“그는 저에게 많은 일을 속이는 것 같습니다.”낙요도 침서가 진법 안으로 달려들어 동초가 그의 몸에 들어가게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그리고 그녀도 분사검을 통제할 수 있었다.어쩐지 오래전에 침서를 포위 공격했을 때, 침서가 분심검을 통제하면서 일부러 그녀에게 암시
이 말을 끝내고 손바닥으로 지면을 세게 내리쳤다.멸혼진은 삽시에 불안정하게 흔들렸다.양행주는 남은 목숨을 바쳐 진법을 깼다.순간, 멸혼진은 강렬한 충격에 격렬하게 폭발했다.한 줄기 힘에 낙요와 부진환은 튕겨 나갔다.온 천지를 꽉 뒤덮은 연기 속에서 낙요는 어렴풋이 동초가 양행주의 손을 잡고 석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다음 순간, 낙요는 곧바로 혼절했다.--3일 후.따스한 햇살이 창살을 뚫고 낙요의 얼굴에 비쳤다.낙요는 서서히 눈을 뜨고 곁눈으로 눈부신 햇살을 맞이했다.마침, 우유가 탕약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와 깨어난 낙요를 보고 몹시 감격했다.“깨어났구나!”감격한 우유를 보고서야, 낙요의 생각은 비로소 돌아왔다.혼절전에 발생한 일을 떠올린 낙요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 아직 살아있어?”“맞아, 너 아직 살아 있어!”낙요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물었다. “그럼, 부진환은?”낙요가 다급히 내려오려고 하자 우유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걱정하지 말거라, 아직 살아 있다.”“너희 두 사람은 그저 약간 상처를 입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다만 부진환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낙요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강화진은 여전히 평화롭고 햇볕은 뜨거웠으며 음산한 기운은 조금도 없었다.낙요는 의아해서 물었다. “그날 양행주가 악귀를 풀어준 걸로 기억하는데 모두 괜찮은거냐?”우유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양행주는 그날 확실히 많은 악귀를 풀어주었고, 또 한바탕 혈전도 벌였다.”“그날, 네가 보낸 불꽃을 보고 산으로 달려가 계획대로 나침반으로 멸혼진을 열었다.”“나는 줄곧 산을 지키고 있었다. 나중에 멸혼진이 깨지고 그 음산한 기운도 전부 사라졌어.”“그때 나도 튕겨서 기절해서 한 시진 후에 깨어났어.”“부소 일행이 동굴에 들어가 너희 두 사람을 구출했어.”“부소가 말하길, 산 위에서 움직임 소리가 들리더니, 악귀들을 모조리 흡수해 갔다고 하더구나.”“나중에 내가 가서
낙요는 온 힘을 다해 분사검을 움켜쥐고 번쩍 들었다.그 검은 안개는 물러갔다.우유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 검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사부님뿐인 것 같습니다.”낙요는 분사검의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이 검이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면 수시로 이 검 안의 악귀에게 잠식되고 통제될 것이다.가져가야 한다.칼집에 검을 집에 넣고 두 사람은 동굴을 떠났다.“일단 도성으로 돌아가자꾸나. 침서의 시신은 영문 없이 사라질 수 없다. 그는 아직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두 사람이 막 동굴에서 나오자, 그들은 전방에서 황급히 걸어오는 부진환을 보았다.그의 몹시 긴장된 표정이었다.낙요를 본 그 순간에야 그는 비로소 졸이던 가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성큼성큼 달려와 낙요를 꽉 끌어안았다.“왜 또 이곳으로 돌아왔느냐?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부진환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 “설마 제가 제물이 되려고 돌아왔겠습니까? 제가 그렇게 바보처럼 보입니까?”부진환은 낙요를 다시 잃기라도 할까 봐 품속에서 꽉 끌어안았다.“아직 일이 끝나지 않았을까 봐 두렵다.”옆에 있던 우유가 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를 떴다.산언덕에 오직 꽉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다.산들바람이 불어왔고, 낙요의 마음은 평온하면서도 꽉 채워졌다.“모든 것이 끝났습니다.”“우리 모두 살아있습니다.”부진환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 진실한 온도를 느꼈다.마치 재난 속에서 다시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다.“그래, 우리 모두 다 살아있다.”갑자기 어디선가 대량의 단풍잎이 불어와 나풀나풀 춤을 췄다.“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습니다. 벌써 겨울이 다가옵니다.” 낙요는 하늘하늘 거리는 단풍잎을 쳐다보더니 손을 들어 손바닥에 떨어지는 단풍잎을 받았다.낙요의 웃는 모습을 보더니 부진환도 저도 몰래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 머리 위의 단풍잎을 스쳐주었다.--강화진은 안정을
낙요는 강요하지 않았다.모두 각자 할 일이 있다.“그럼, 더 붙잡지 않겠습니다.”하루만 머물고 다들 잇달아 도성을 떠났다.오직 부진환만 남았다.이번에 두 사람의 상처는 비교적 엄중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매일 약을 마시고 잠을 잤다.도성으로 돌아온 3일째 되던 날, 낙요는 그제야 정신을 좀 차릴 수 있었다.그녀는 곧바로 사람을 데리고 장군부로 향했다.장군부 전체를 포위하고, 곳곳을 수색했다.하지만 침서의 종적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는 돌아온 적도 없었다.낙요가 막 떠나려는데 갑자기 청희가 나타나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녀는 손에 나무상자를 들고 있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대제사장님, 이것은 장군께서 저에게 맡긴 겁니다. 장군께서는 그가 강화진으로 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이 물건을 대제사장께 드리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살짝 놀라운 표정으로 나무상자를 건네받았다.청의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으며 캐물었다. “대제사장님, 장군은… “이 문제에 낙요도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시신을 보지 못했으니, 그녀도 침서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당시 상황을 봐서는 침서는 아마 살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낙요가 대답하기도 전에 청희는 알 것 같다는 표정을 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돌아서 떠났다.낙요는 그 나무상자를 대제사장부로 가져왔다.그리고 방 안에서 나무상자의 일월쇄를 열었다.안에는 두터운 서신이 있었다.낙요는 저도 몰래 긴장했다.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서신을 열었다.서신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아요, 이 서신을 볼 때쯤이면 계획이 이미 성공했다는 뜻이겠네.나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이 서신을 남겨 너를 위해 궁금증을 풀어주겠다.그해 너를 죽이는 건 네 사부의 계획이었다.그해 수많은 대제사장의 힘으로 추산해 낸 결과는 여국이 멸망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천궁도로 인한 재앙이었다.네가 대제사장직을 맡았지만, 너의 명은 서른까지였다.너는 천벌에 의해 죽게 되어 있었다.
한순간 낙요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웠다.그녀는 침서가 이렇게 많은 것을 짊어지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청연.” 갑자기 문밖에서 부진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 낙요는 눈물을 닦았다.울고 난 그녀를 본 부진환은 걱정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낙요는 서신을 부진환에게 건넸다. “이건 침서가 남긴 겁니다.”서신의 내용을 읽은 후, 부진환도 깜짝 놀랐다.부진환이 물었다. “동굴에서 침서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어. 혹시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는 거야?”낙요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쩌면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살아있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겁니다.”동초의 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침서의 몸을 차지하면서 이미 그의 혼백에 손상을 입었다.게다 침서는 검에 찔리기까지 했다.“됐습니다. 찾지 않겠습니다.”“온심동과 구십칠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진실을 알고 난 뒤 그녀는 침서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그를 죽일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원망하지 않을 거다.”“그들은 이해할 거다.”낙요는 서신을 태우고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제 일합시다.”이 말을 끝내고 그녀는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언제 천궐국으로 돌아갑니까?”“태상황은 연세가 많고 어린 소황자는 또 나이가 어리니, 당신이 두 사람을 보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낙요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언젠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러니 모든 것을 먼저 얘기하는 편이 낫다.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는데 벌써 나를 쫓느냐?”낙요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서신 내용을 당신도 보지 않았습니까? 모든 사람이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제가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습니까?”“저는 영원히 당신과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하지만 부진환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잡고 단호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다. “네가 천궐국으로 돌아갈 수 없으면 내가 여국으로 오면 되지 않
하지만 이번에 하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류상이 먼저 나서 말했다.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황형은 도주 사람이기에 일을 편파적으로 처리하고 사심을 품을 수 있습니다. 도주의 수장은 조정에 충성해야 하기에 도성 사람을 도주에 파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허막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그도 침서를 따라 공을 많이 세웠고 도주로 보내면 도주의 동향을 자세하게 조정에 보고할 수 있습니다.”낙요는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허막의 경력을 낙요도 보았다.낙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허막? 허막은 당신 외질 아닙니까?”“이 사람을 추천하는 당신은 혹시 사심을 품은 건 아니죠?”허막은 류상의 친신이 분명했다.도주는 원래부터 빈곤 지역이어서 그동안 도성에서 도주로 전근을 가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하지만 류상이 허막을 추천했다.무엇을 원하길래 이 자리를 다투는가?설마 도주의 금광을 위해서인가?낙요의 말에 류상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흥분해서 말했다. “대제사장, 함부로 헐뜯지 마십시오!”“게다가 여기는 조정인데 대제사장은 너무 많은 걸 참견하는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더니 말했다. “류상은 제가 조정 일에 참견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까?”“진익이 있을 때도 얼마나 많은 정무를 저에게 맡겼는데 류상은 잊으셨습니까?”“아니면 그때도 분했지만, 감히 말은 못 하고, 지금은 죽음을 무릅쓰고 직설적으로 말씀하신다는 말입니까?”류상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노하여 말했다. “이 황위는 진씨 혈통입니다!”“대제사장께서 지금 이렇게 끼어드는 것을 보니 설마 황위를 노리고 있는 건 아니죠?”“선황이 악인에게 납치되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아마 대제사장님만이 아실 겁니다.”이 말은 마치 낙요가 황위를 위해 진익을 죽였다는 뜻 같았다.낙요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사 진익이 내가 죽였다고 해도 나에게는 이 자격과 권력이 있습니다.”“대제사장의 직책은 국운을 추산하고 여
이 말이 나오자, 류상의 안색은 확 변했다.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화를 내며 당당하게 말했다.“신은 조정에 충성입니다! 해와 달이 증명합니다! 저는 단지 진씨 혈통이 황위를 계승하기를 바랄 뿐입니다!”“신은 절대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오히려 대제사장께서 저를 헐뜯는 걸 보니 마음에 반역을 품은 것 같습니다.”낙요의 태도는 평온했으며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유만만하게 말했다. “만약 정말 진씨 혈통이라면 나도 당연히 지지합니다.”“하지만 폐하 생전에 후궁 빈첩들 중 임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 폐하가 없는데 오히려 폐하의 자식을 임신하였다고요?”“이런 우연이…”조정 대신들은 이에 대해 모두 수군거렸다.이런 시기에 빈첩이 임신한 건 확실히 수상쩍다.류상이 다급히 해명했다. “상비는 폐하의 총비였습니다! 임신한지 이미 두 달 되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이때까지 숨기고 보고하지 않았습니다.”“이 일은 폐하께서도 알고 있었습니다.”“지금 폐하는 이미 안 계시고, 대제사장은 또 이렇게 급히 조정 일을 간섭하려고 하니, 저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가서 상비의 맥을 짚어봐야겠습니다.”“만약 상비가 정말 임신했다면, 나는 당연히 그녀의 아들을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류상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대제사장께서 혹시 다른 계략이 있는 건 아니지요?”“대제사장의 능력을 우리는 단 알고 있습니다. 상비를 유산시키는 건 아주 쉬운 일이겠죠?”낙요는 경멸하듯 웃더니 말했다. “그런 일은 할 가치가 없습니다.”“만약 류상께서 저를 믿지 못하겠다면 우리 함께 다녀옵시다. 태의들도 부르고 여기 계신 대신들도 함께 가봅시다.”“만약 상비가 정말 유산하고 아이를 잃는다면, 나는 대제사장직을 그만두고 여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류상은 바로 이 말을 듣고 싶었다.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대제사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