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서는 초조한 얼굴로 급히 달려와 난희를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러고는 난희를 침상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그러나 난희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침서는 곧바로 난희의 맥을 짚었다. 그러나 침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난희는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장군의 말을 어기고 밖에 나가서 죄송합니다…”난희는 점점 힘이 빠졌고, 손조차 무겁게 느껴져 들지 못했다.침서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 어찌 생명력이 이렇게나 빨리 사라지고 있단 말인가.엊저녁에도 멀쩡하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되었다니.찬 바람을 맞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침서는 곧바로 사람을 불러 뜨거운 물을 들고 왔다. 물 온도를 느껴본 후, 침서는 곧바로 난희를 안고 목욕통에 앉혔다.침서는 이런 방법으로 몸과 혼백을 계속 융합시키려고 했다.난희는 물속에 들어가더니 안색이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창백해지면서 핏기가 전혀 돌지 않았다.난희는 힘없이 목욕통에 기댄 채 입을 열었다.“장군…”“저… 죽는 겁니까…?”“사람을 부활시키는 방법이… 이렇게 쉬울 리가 없지 않습니까…”난희는 눈꺼풀이 무겁다 못해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았다.난희는 몸에 힘이 다 빠져 말을 하는 것조차 버거웠다.침서는 어두운 안색으로 다시 맥을 짚어보았으니, 전혀 호전이 없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걸까!침서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보통 이런 상황은 일어날 수가 없었다.이틀 동안 난희의 몸을 살펴보며 몸과 혼백이 매우 잘 융합된 것을 확인했는데, 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소용이 없으니, 침서는 초조하게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이때, 난희가 침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장군…”“눈을 보고 싶습니다…”“조금 전에 장군께 춤을 춰 드렸습니다.”“보셨습니까?”침서는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보았다.”“우선 쉬고 있어라, 내가 약을 달여 오겠다.”말을 마친 침서는 곧바로 방에
침서는 눈밭에 앉아 있었다. 눈꽃은 난희의 몸 위로 떨어졌다.잠시 뒤, 난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짧은 순간, 생명력이 삽시에 빠져나갔다.침서는 난희를 안고 눈밭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이토록 미안한 마음이 든 적은 처음이었다.그는 난희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실패했다.이름만 들어도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여국의 대장군이자 미친 염라대왕이라고 불리는 침서에게 그가 하지 못할 일은 없을 듯했다.그러나 그는 주변 사람들조차 지키지 못했다.난희조차 구하지 못했다.침서의 눈빛이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같은 시각 고묘묘는 마당 밖의 멀지 않은 곳에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살짝 열린 문틈으로 침서가 난희를 안고 눈밭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고묘묘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한참이 지나도 꼼짝하지 않는 걸 보니 난희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그녀가 찾은 사람은 확실히 대단했다.그렇게 많은 돈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침서는 마당에 오랫동안 있었다.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건지 그의 어깨와 머리 위로 흰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침서는 마음이 무거웠다.마침내 그는 몸을 일으켜 난희를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부하더러 난희의 시체를 장군 저택 밖으로 옮겨 산 위에 묻어주라고 했다.시체를 보고 의아함을 느낀 저택의 다른 여인들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묻기 위해 함께 침서를 찾아갔다.그러나 침서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호통을 쳤다.“다들 꺼지거라!”여인들은 화들짝 놀라서 서둘러 방을 나섰다.고묘묘는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며 우쭐했다.난희를 처리했으니 다른 여자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앞으로 천천히 처리해버리면 됐다.그 뒤로 며칠 동안 침서는 자신을 방 안에 가두고 먹지도, 미시지도 않았다.저택의 사람들은 침서는 기분이 아주 나빴기에 감히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못했다.-객전에서 하루 묵은 뒤, 그다음 날 눈이 그쳤고 일행은 강화로 떠났다.강화에 도착한 뒤 크게 주목받지 않기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호신부를 목에 걸고 옷 안에 넣었다.낙요는 원래 두 사람은 밖에 있으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특수했기에 누가 거기에 남든 위험했다.그 때문에 결국 모두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그들은 곧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깊숙이 들어갈수록 음산한 기운이 뚜렷이 느껴졌다.촛불 하나가 전부 타들어 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등불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는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가장 앞에서 걷고 초경은 송천초를 보호하면서 맨 끝에서 걸었고 낙오되는 사람이 없게 그들을 지켜줬다.불빛 아래, 벽에서 금빛이 번쩍거렸다.안으로 들어갈수록 바닥에 새로운 흙이 보였다.김옥한은 멈춰 서서 벽을 살폈고 곧이어 바닥에서 고리 같은 걸 발견했다.그 위에는 부적이 그려져 있었다.김옥한의 표정은 심각했다.“예전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여기까지 파셨습니다.”“그들은 어떻게 파고 들어간 걸까요?”낙요는 공기 속에서 피비린내를 맡고 대답했다.“안으로 들어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오.”“김량이 감히 안으로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것이겠지.”역시나 계속해 앞으로 걸어가자 바닥에 쓰러져있는 시체가 보였다.그 시체는 머리가 없었고, 온몸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어서 불빛으로 시체를 비춰 보았을 때 김옥한은 화들짝 놀랐다.“이건... 김죽?”낙요는 쭈그리고 앉아 힐끗 본 뒤 손가락으로 피를 톡 찍어 냄새를 맡아보았다.“이건 닭 피군요.”“그들은 김죽의 시체로 진법을 파괴했을 것입니다.”“김량도 참 잔인한 사람이군요. 죽은 아들까지 이용하는 걸 보면.”“갑시다, 다들 조심하십시오.”“앞에서도 피비린내가 납니다. 김죽의 시체는 있는 건 아닐 것입니다.”낙요가 귀띔했다.그래서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로 바닥에 잔뜩 널브러진 시체들을 보았다.비록 각오는 했다지만 그래도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했다.시체들이 전부 기괴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어떤 이는 바닥에 무릎을
시체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낙요가 부적을 상대방의 이마에 붙이고 분심검을 휘둘러 머리를 벤 뒤에야 움직임이 멈췄다.같은 방법으로 다른 시체들도 연달아 처리한 뒤에야 그들은 무사히 그곳을 통과할 수 있었다.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을 막는 시체들이 계속해 나왔다.그러나 경험이 있었기에 그다음에는 더욱 순조로웠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이상하군. 이 주검들은 다 길을 막고 있다. 마치... 우리를 막으려는 듯 말이다.”“김량이 그들을 조종해서일까? 아니면 동굴 안에 뭔가 있는 걸까?”부진환이 의아한 듯 묻자 낙요가 대답했다.“기운을 보니 동굴 안의 것이 그들을 조종하는 것 같습니다.”“그것은 왜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일까?”낙요는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보시지요.”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지세에 점점 낮아지고 깊어졌다.그리고 처음으로 갈림길이 나왔다.낙요 일행은 갈림길 앞에 서서 의아함을 느꼈다.“김 현령은 이렇게 깊은 곳까지 파지 못했을 것입니다. 김량은 사람들을 데리고 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깊은 곳까지 팔 수 있었을까요? 게다가 갈림길까지 있다니.”주락이 의뭉스레 말했다.다들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부진환은 벽 쪽에 다가가 만져본 뒤 말했다.“이건 최근에 파놓은 것이 아닌 듯하군.”“벽이 비교적 매끈하고 이 주위로 새로운 흙들이 없는 걸 보면 김량이 파놓은 건 아닌 것 같소.”“만약 김 현령이 예전에 한 번 파보았을 때 이렇게 깊숙한 곳까지 파지 못했다면, 이 동굴이 이미 그가 오기 전에 이렇게 깊이 파였다는 걸 의미하오.”“그저 누군가 흙이나 돌로 막은 것이겠지.”그 말에 김옥한은 깜짝 놀랐다.“이 안을... 누가 팠을까요?”낙요가 물었다.“이 동굴이 어쩌다 생겼는지 알고 있소?”김옥한이 고개를 저었다.“모릅니다.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제 어머니가 제 아버지에게 지도를 줬다는 것뿐입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이 일을 거론한 적이 없으십니다.”“예전에 제게 삼촌 둘이 있었는
낙요는 순간 몸을 흠칫 떨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그러나 부진환만 보였다.“조금 전에 당신이 얘기했습니까?”부진환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그래. 왜 그러느냐?”“환각을 본 것이냐?”부진환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그녀를 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말이다.낙요는 조금 전에 들었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것은 확실히 여자의 목소리가 맞았다.그녀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의 옆에 있는 사람은 부진환이 맞았다.그러고 보면 그 여인이 꽤 대단한 듯했다.그러나 그들이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앞에서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엄청난 모래바람이 일었다.사람들은 손을 들어 코와 입을 막았다.바람이 멈춘 순간, 몸을 돌린 낙요는 아무도 없는 걸 발견했다.“부진환!”“계진!”“송천초?”낙요는 그들의 이름을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그녀는 황급히 걸어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보았지만 한참을 달려보아도 송천초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이내 냉정함을 되찾고 걸음을 멈추었다.정말 낙오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멀리 떨어질 리는 없었다. 그러니 함정에 빠진 걸 것이다.낙요는 눈을 감고 평정심을 되찾은 뒤 나침반을 들고 황급히 바람이 불었던 곳으로 향했다.반쯤 걸었는데 예상대로 나침반이 반응을 보이며 방향을 가리켰다.낙요는 손바닥에 피를 내어 부문을 적은 뒤 손바닥을 힘껏 내밀었다.그 순간 주위에 꼈던 안개가 천천히 흩어졌다.곧이어 낙요는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다들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낙요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으로 달려갔고 바람이 불었던 그곳으로 돌아갔다. 다들 제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낙요는 안도했다.부진환이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왜 갑자기 사라진 것이냐?”낙요가 의아한 듯 물었다.“언제 제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까?”부진환이 대답했다.“바람이 멈추고 나니 네가 보이지 않았다.”“우리는 감히 섣불리 움직일 수 없어 이곳에서 널
고막을 찢을 듯한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그 순간 부진환이었던 것이 천천히 녹아 바닥에 옷만 남았다.사람들은 전부 깜짝 놀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낙요를 바라보았다.“세자는 어떻게 된 겁니까?”계진이 놀라서 물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눈앞의 동료를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부적을 던지자 모든 이들이 검은 연기가 되었다.바닥에 널브러진 옷들을 본 낙요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환각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왜 또 홀린 것일까?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걸까?이 동굴에 있는 것은 상당히 대단했다.곧이어 낙요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얼른 다른 사람들과 만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상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낙요는 이내 부적을 몇 개 꺼내 피로 부적 하나를 그려서 쓰자 바닥에 있던 옷가지들도 사라졌다.곧이어 주변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며 덜 추워졌다.그러나 여전히 어두컴컴했다.이번에는 환각에서 빠져나온 듯했다.낙요는 계속해 앞으로 걸으며 다른 사람들을 찾았다.등불을 들고 양쪽 벽을 살펴보았지만, 기호 같은 건 없었다.어쩌면 다들 상황이 다른 걸지도 몰랐다. 만약 흩어지게 된다면 기호를 남겨서 동료와 연락해야 했다.낙요는 한참을 걸었지만, 갈림길은 없었다. 그래서 쭉 가다 보면 일행들을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낙요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을 때 그녀는 어둠 속에서 부진환과 계진이 한창 싸우고 있는 걸 보았다.두 사람은 서로 원수라고 생각하는 건지 아주 매섭게 공격했고 둘 다 피투성이였다.이 동굴은 넓지 않아 실력을 전부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한참을 싸웠지만, 여전히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낙요는 곧바로 부적을 붙여서 그들을 환각에서 꺼내주었다.두 사람의 눈빛이 또렷해졌을 때 그들은 그제야 서로 보고 깜짝 놀랐다.“왜 당신이지?”낙요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환각에 당했습니다.”“어디를 다쳤습니까? 빨리 치료하세요.”낙요는 허리를 숙이
그 순간 낙요는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송천초가 죽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두려움과 애통함 때문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럴 수가!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지?낙요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그런데 바로 이때 어둠 속에서 송천초가 눈을 번쩍 뜨고 씩 웃었다. 그녀는 아주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낙요를 향해 달려들더니 그녀의 목을 안고 물어뜯으려 했다.그런데 낙요의 목에 닿기도 전에 빛 한줄기 때문에 튕겨 나갔다.곧이어 낙요는 분심검을 휘둘러 그것을 반으로 갈랐다.그렇게 송천초의 몸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난 낙요는 싸늘한 시선으로 바닥에 누운 것을 살기 어린 눈빛으로 보았다.그것은 송천초가 아니었고 낙요는 여전히 환각 속에 있었다.그것은 몇 번이고 낙요를 농락했다.분심검을 쥔 낙요의 마음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계속해 앞으로 걷던 낙요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초경을 보았다. 초경은 초조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송천초를 보았습니까?”낙요는 서늘한 눈빛을 띤 채 분심검으로 초경의 몸을 찔렀다.초경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쓰러졌다.낙요는 차갑게 검을 뽑았다.“초경인 척할 생각이었다면 그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 봤어야지.”초경이 그렇게 초조해했더라면 절대 그렇게 달려오지 않았을 것이다.계속 앞으로 걸어간 낙요는 또 다른 이들을 만났다.그러나 낙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러 상대방을 죽였다.그리고 마지막에 낙요는 부진환을 만났다.“괜찮으냐?”부진환이 다급히 달려왔다.그는 피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온몸에서 짙은 피비린내가 났다. 그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걱정과 다급함 역시 진실해 보였다.그 순간, 낙요는 망설였다.다음 순간, 부진환은 그녀를 단번에 품 안으로 끌어안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긴장한 듯 말했다.“무사하다니 다행이다. 다행이야.”“아무리 찾아보아도 네가 보이지 않아 정말 걱정했단다... 아요...”그 말을 들은 순
한참을 걸으니 앞이 탁 트였다. 이곳이 이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인 듯했다.바닥에는 금이 담긴 바구니들이 가득해서 동굴 안을 환히 비추었다.낙요는 공터 중앙에 서 있는 자를 본 순간 안색이 달라졌다.부진환!부진환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머리카락 같은 것이 그의 목을 둘러서 그가 그 자리에 서 있게 조종한 듯했다.“나오너라!”낙요가 매섭게 말했다.“나나... 줄곧... 네 곁에 있었는데...”차가운 여인의 음성이 낙요의 등 뒤에서 들렸다.낙요가 고개를 돌리자 음산한 바람이 쓱 지나쳐 부진환의 곁으로 향했다.그것은 점차 여인의 형태를 갖추었다.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낙요는 처음으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검은색 옷에 바닥에 닿을 만큼 검은 머리카락이 아주 길었다.어둠 속에 숨어서 움직이면서 소리를 내는 것 역시 머리카락인 듯했다.“내 친우를 놓아주거라. 그렇지 않으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낙요가 매서운 어조로 부적을 들었다. 그 순간 부적에 불이 붙었다.그러나 그 여인은 오히려 웃었다.“날 태운다면 네 친우도 다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하하하... 이 자들이 나와 함께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하하...”여인의 웃음소리는 아주 날카로웠다.낙요는 쓸데없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아 곧바로 손을 쓰려고 했다.그런데 여인이 말했다.“네 나침반을 내게 주면 너희 모두를 살려주마.”“너희가 내 저택에 제멋대로 들어와 내 청수를 방해한 죄를 용서해 주마.”낙요는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었다.“저택? 청수? 몸조차 가지지 못한 혼백 따위가 큰소리치기는!”“수련하면 신선이라도 될 줄 알고?”낙요는 비웃었다.“날 얕보는 것이냐? 그러면 어디 한 번 내 실력을 보여주마!”말을 마친 뒤 그 여인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오며 머리카락들이 빽빽이 벽과 지면을 타고 와 낙요를 향해 덮쳐들었다.낙요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장검을 들었다. 동시에 부적을 몇 개 던지며 장검을 휘둘러 머리카락들을 잘랐다.부적은 순식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