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니, 낙요의 눈앞에 두 눈이 시뻘건 할아버지가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낙요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분명 야수가 사람을 공격할 때의 모습이었다.할아버지도 저렇게 변한다고?갑자기 그 두 눈이 시뻘건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낙요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짐을 다 정리했소, 바로 떠나겠소.”할아버지가 대문을 나섰다.뒤이어 낙요와 부진환은 할아버지를 배웅했고, 할아버지가 관도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할아버지는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가셨고, 반 시진이 걸리지 않았다.이윽고 낙요와 부진환도 계속해서 가던 길을 가며 부진환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 할아버지에게 어째서 갑자기 재앙이 생긴 겁니까? 우리 때문입니까?”낙요는 무거운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모르겠소.”“혹시 연등회가 있었던 그날 밤, 우리가 숲까지 쫓아가서 십여 명을 죽였던 걸 기억하오?”“그 사람들은 그때 비록 인간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미 사람의 혼백을 가지고 있지 않았소. 체내에는 이미 짐승의 혼이었소.”“할아버지의 모습은 그들과 똑같았소.”이 말을 들은 부진환은 몹시 놀라 했다. “사람의 몸에 짐승의 혼이라는 말씀입니까? 어쩐지 그날 밤 그들은 고통을 참는 능력이 아주 강하고 유난히 사납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 이미 처음 아닙니다.”“누군가 분명 몰래 사람으로 실험하는 겁니다.”“이 사람들을 훈련하면 유난히 사나운 부대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내가 처음 만났던 것부터 지금까지 만나 본 것들을 보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듣더니 표정이 무거워졌다.“지난번 연등회에서 그들은 당신을 성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걸 보면 진씨 집안과 그 짐승의 혼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진씨 집안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황후가 아니겠습니까?”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그리고 낙정도 가능성이 있소.”“비록 제사 일족에는 그런 사문 외도가 없지만,
그 한마디에 부진환은 말문이 탁 막혔다.그는 죄책감에 가득 차 무거운 어투로 답했다.“그때는 확실히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입니다.”“하지만 그 속에는 아주 많은 오해가 있었습니다.”“부득이한 이ㅡ유도 아주 많았습니다.”“대제사장이 본 것처럼 낙정은 저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저도 모르게 낙청연에게 상처를 줄 때도 많았습니다.”“그래서 낙청연이 떠난 후, 저는 쭉 죄책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저를 용서하는 것도, 저와 화해하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여국에 온 것은, 그저 낙청연을 도와주고 지켜주고 싶었던 것입니다.”“목숨을 바치라고 해도 기꺼이 바칠 것입니다.”부진환은 무거운 어투로 유독 간절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꽉 막힌 것 같아 대답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길을 재촉하여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산 정상에 도착했다.숲을 지나자 시야가 넓어졌고, 석양의 빛이 그들을 비추었다.산 정상에 서니 앞의 모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낙요는 임장음이 말한 위치를 첫눈에 알아보았다.그 마을의 서쪽 산 밑에는 저택이 하나밖에 없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심지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가자.”낙요가 발길을 옮기려는 순간, 부진환은 낙요의 팔을 덥석 잡고 끌어당겼다.낙요는 고개를 돌려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 부진환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하늘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리 아름다운 경치는 보기 드뭅니다.”“오래 걸었는데 잠시만 쉽시다.”말을 마친 부진환은 자리에 앉았다.낙요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석양이 저무는 풍경을 선명하게 보는 기회는 흔치 않았기에 낙요도 여유롭게 자리에 누웠다.석양이 땅을 비췄고, 멀지 않은 곳의 가옥들에도 은은한 광택이 어른거렸다.먼 곳의 태양이 서서히 저무는 광경을 보니, 낙요의 마음도 어쩌다 평온해졌고 번뇌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태양이 모습을 완전히 감췄고, 마지막 한 줄기의 빛도 풀밭에서 사그라들었다.“이제
“장음이는 지금 어디에 있소? 어찌 집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오?”낙요는 침착하게 설명했다.“임장음은 지금 아주 안전한 곳에 있습니다. 돌아와서 안부를 물을 수가 없으니 저더러 몰래 와보라고 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임장음의 아버지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장음이의 병 때문이오?”“아직도 병을 고치지 못한 것이오?”낙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대답했다.“이번에는 임장음에 관한 정황을 조금 더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임장음의 아버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아이는 시체에서 꺼낸 아이요.”“장음이의 어머니는 높은 집안의 첩이었는데, 본처에게 밉보여 아이를 품은 채 맞아 죽었소.”“그때 난 시체를 거두는 사람이었는데, 시체가 묘지에 도착할 때까지도 장음이의 어머니는 숨이 붙어 있었소. 그러면서 내 손을 붙잡고 아이라도 살려달라고 했소.”“자기는 죽어도 되지만, 아이는 죄가 없다면서 말이오.”“이 말을 하고 곧장 숨이 끊겼소. 그때 배 속의 아이는 이미 달이 찼던 터라 나는 겁도 없이 배를 째고 아이를 꺼냈소. 참 운이 좋기도 하지, 아이는 정말 살아있었소.”“나는 이 아이를 구했고, 그 아이가 바로 장음이오.”“하지만 장음이는 명이 좋지 않았소. 시체에서 꺼낸 아이고, 묘지에서 태어나 몸에 음기가 심했소.”“어릴 때부터 멍을 자주 때렸는데, 처음에는 외로운 데다 타고난 성질 때문에 그런 줄 알았소.”“그러다 훗날, 멍을 때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두 시간, 네 시간째 멍한 눈빛으로 가만히 있었소.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고.”“그것뿐만 아니라, 자꾸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 집 정원에서 술을 마신다고 했소.”“밤에는 마을이 아주 시끌벅적하다고 말이오.”“그게 오래되니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잖소.”“그래서 대사를 청해 왔더니, 대사께서 장음이는 죽어야 할 명이었으나 내가 온전하게 살려내지 못한 탓에 혼백에 음기가 강하고, 몸에 양기가 차마 그 음기를 진압하지 못해 혼이 저승과 이승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소.
낙요는 두 사람을 위로하며 말했다.“장음이는 아주 안전합니다. 허나 병을 아직 다 고치지 못해 두 분을 뵈러 돌아올 수가 없어 저에게 부탁한 것입니다.”낙요는 은표 한 장을 꺼내 그들에게 쥐여주었다.“그러니 앞으로 장음이를 찾지 마십시오.”장음이의 부모님은 이 돈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감히 받지 못했다.낙요는 여전히 은표를 두 사람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임장음의 마음이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두 분께서 받아주셔야 장음이도 마음이 놓일 겁니다.”장음이의 부모님은 그제야 그 은표를 받았다.이 돈이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다.저녁을 다 먹자 어둠의 장막이 드리웠다. 밤하늘을 수놓은 뭇별은 반짝이며 어두운 밤을 비추었다.방 안에서, 장음이의 부모님은 속심 얘기를 털어놓으며 때때로 흐느꼈다.부진환은 낙요를 바라보았다.“대제사장, 잠시 나가서 걸어 다니는 게 어떻습니까?”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저택 밖으로 나와 사방을 돌아다녔다.도성을 떠나 인적이 드문 마을에 오니 시야가 탁 트인 것이, 산과 강물 그리고 숲밖에 없어 공기에도 싱그러운 풀내음이 가득했다.부진환이 물었다.“임장음은 대체 누구입니까?”낙요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어떤 일은 낙요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다.하지만 확실한 건, 이 몸은 임장음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맞다면 임장음의 부모님은 임장음을 알아봤을 것이다.그렇다면 침서는 왜 임장음에게 이 몸을 6년 동안이나 준 것일까.정말 임장음의 말대로, 침서가 기분이 안 좋아져서 임장음의 몸을 빼앗은 것일까?침서는 임장음을 어둠속에서 꺼내준 사람이지만, 결국에는 임장음의 삶을 망친 사람이었다.생각할수록 낙요는 마음이 안 좋았다.반드시 이 일을 명확하게 밝혀낼 것이다!“돌아가는 게 어떻소, 날이 차오.”낙요는 걸음을 멈추었다.“예.”부진환은 더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낙요가 한길 동안 걱정이 가득한 모습은 보아낼 수 있었다.-다음 날 아침, 낙요와
“예, 알겠습니다.”낙요와 부진환은 곧장 관부의 사람을 따라 일이 터진 곳으로 향했다.한길 동안 조사했지만, 늑대 무리가 활동했던 흔적은 없었다.그 두 사냥꾼이 실종된 수풀은 싸웠던 흔적도 없었다. 그저 풀이 조금 눌렸을 뿐, 보아하니 앉아서 쉬었던 것 같았고 사냥으로 얻은 사냥감의 사체만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범위를 넓혀 산 전체를 수색했으나, 아무런 발견도 없었다.이럴수록 맹수의 짓은 아닐 것이다.“대제사장, 어쩌면 그 전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게 아닙니까?”부진환의 생각은 낙요와 똑같았다.낙요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낙정이 죽었는데도 배후에서 이 일을 계속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낙정도 전에는 누군가를 대신해 일을 해왔다는 것이오.”“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소.”“도성으로 돌아가서 명확하게 조사해야겠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곧장 하산하여 도성으로 돌아가 사람을 보내 조사할 준비를 했다.지금 마을 관아의 인원으로는 산에서 단서를 찾기 어려워 도성에서 사람을 지원해야 했다.두 사람은 빠르게 길을 재촉하며 도성으로 향했다.사건이 특수한지라 낙요는 침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런 일은 침서가 사람을 보내 조사하는 게 적합한 것 같았다.임장음에 관한 일도 이 기회에 제대로 물어보고 싶었다.부진환과 대제사장부에 돌아간 후, 낙요는 씻고 치장한 다음 옷을 갈아입은 후 침서를 찾아가려 했으나 계진이 보이지 않았다.낙요는 월규에게 물었다.“계진은 어디에 갔냐?”월규가 답했다.“장군부에서 사람을 보내 찾아와 장군부에 갔습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와 부진환은 미간이 흔들렸다.부진환이 급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아마도…”낙요는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을 끊었다.“내가 가볼 테니 부에서 밖으로 나가지 마시오.”부진환도 걱정이 되어 따라가려고 했지만, 침서의 장군부는 그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낙요는 대제사장부를 떠나 곧장 침서부로 향했다.-정
계진은 그 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끈을 놓자, 개가 미친 듯이 계진에게 달려들었다.계진은 순간 엎어지고 말았다.“으악!”낙요는 비명을 듣고 소리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멈춰라!”낙요는 정원으로 달려왔다.침서는 낙요를 보더니 놀라며 말했다.“아요?”“어서 멈추시오!”낙요는 개가 미친 듯이 계진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급한 나머지 달려들어 끈을 잡아당기며 개를 떼어냈다.그러나 떼어놓은 개는 낙요를 보더니 미친 듯이 짖으며 낙요를 향해 달려들었다.침서는 안색이 변하더니 곧장 달려가 개의 머리를 발로 찼다.그렇게 개는 발에 차여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나지도 못했다.침서는 긴장한 얼굴로 앞으로 다가와 낙요를 잡고 말했다.“물리진 않았느냐?”낙요는 고개를 저으며 침서를 밀치고 바닥에 쓰러진 계진을 바라보며 책문했다.“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침서는 계진을 바라보더니 차가운 얼굴로 두 손을 뒷짐 지고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나를 배신했으니, 이게 그 결과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풀어주십시오!”침서는 머뭇거리더니 말했다.“아요, 다른 일은 다 네 말을 들을 수 있어도, 이 일은 안 된다.”“어찌 안 된다는 겁니까?”낙요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전에는 당신 사람이었으나, 이제 제 옆에 두었으니 제 사람인 것입니다.”“누구도 계진을 죽일 수 없습니다. 절대 건드리지 마십시오!”낙요의 태도는 단호했다.그렇게 계진을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침서의 태도도 유독 확고했다.“아요, 절대 안 된다.”“충성스럽지 않은 자는 네 옆에 둘 수 없다.”계진은 이미 부진환에게 매수당했으니, 살려두면 부진환의 세력만 키워주는 셈이다.심지어 다 대제사장부에 있으니, 대제사장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없게 될 것이다.계진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낙요는 화가 나서 침서를 바라보았다.“멋대로 사람을 죽이지 않기로 저와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어찌 약속을 어기는 겁니까?”낙요의 실망스러운 눈빛에 침서는 마음이
하지만 그녀에게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그녀는 계진이 죽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대치 상황에서 낙요는 주먹을 움켜쥐고 물었다.“제가 만약 혼인하겠다고 한다면 절 위해 규칙을 한 번 어길 수 있습니까?그 말에 침서는 몸을 흠칫 떨었다.곧이어 그는 놀란 얼굴로 낙요를 바라봤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그게... 정말이냐?”침서는 믿기 어려웠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 말에 침서는 격앙되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낙요의 손을 덥석 움켜쥐었다.“낙요야, 날 속이는 것은 아니겠지? 정말 나와 혼인할 것이냐?”낙요가 물었다.“그를 놓아주겠습니까?”바로 그때, 계진이 두 눈이 벌게진 채로 입을 열었다.“대제사장님, 절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룰 필요는 없습니다. 혼인처럼 평생을 좌우지하는 일은 꼭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침서는 화를 내며 그에게 발길질했다.“닥치거라!”그러나 그는 곧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낙요를 바라보며 물었다.“낙요야, 정말 저자의 목숨을 구하려고 나와 혼인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겠지?”“너도 알겠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낙요는 그의 말허리를 자르고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제가 혼인하겠다고 한 건 단지 계진 때문만이 아닙니다. 당연히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전 원래 오늘 그 이유를 알려줄 생각이 없었습니다.”“당신이 계진을 꼭 죽여야겠다고 하니 이것으로 그를 구하려고 하는 것뿐입니다.”그 말에 침서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그래, 놓아주마!”침서는 승낙한 뒤 흥분해서 말했다.“그러면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우리의 혼인식을 준비하라고 이르겠다. 낙요야, 어떤 예복을 좋아하느냐? 내가 너와 함께 원단을 고르러 가마.”침서는 낙요와 당장이라도 혼인하고 싶었다.하지만 낙요가 말했다.“서두를 필요 없습니다.”“제가 혼인하겠다고는 했지만 지금 당장 혼인할 생각은 없습니다.”“일단 정혼합시다.”침서는 미소가 굳으며 물었다.“낙요야, 설마 시간을 끌려는 건 아니겠지?”
그는 자기가 침서를 배신한 적이 있어 낙요가 자신을 버릴까 봐 걱정되는 듯했다. 계진은 특별히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낙요는 손을 뻗어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네 상처는 어떠냐?”계진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낙요는 그에게 약병 하나를 건넸다.“돌아가서 잘 치료하거라.”계진이 또 물었다.“대제사장님, 이렇게 빨리 돌아오시다니 뭔가 조사해 낸 겁니까?”낙요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사해 냈다.”“임장음의 일은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 이 일은 침서에게 알리지 말거라. 그에게 알린다면 널 죽이려 할 것이다.”계진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대제사장 저택으로 돌아가니 부진환이 다급히 그들을 맞이했고 계진을 치료하려고 그를 부축해서 나갔다.낙요는 방으로 돌아간 뒤 밀실 안으로 향했고 등 안의 임장음을 발견했다.그녀는 흥분하며 입을 열었다.“돌아왔군! 찾았니? 우리 부모님은 계셨어? 다들 살아 계셔?”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부모님은 살아계시고 잘 지내고 계셔.”“그런데 계속 네 걱정을 하더라.”“난 네 명의로 두 분에게 돈을 드렸어. 네 걱정은 하지 말라고, 두 분은 앞으로 여생을 평안하게 보내도 된다고 말이다.”그 얘기를 들은 임장음은 소리를 죽인 채로 울먹이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고맙다.”“살아계시다니 다행이야.”“난 그동안 계속 두려웠어. 침서가 두 분을 죽일까 봐 말이야. 난 계속 그의 말에 따라야 했고 저항은 꿈도 못 꿨어.”임장음은 흐느끼며 말했다.낙요는 의자에 앉은 뒤 등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침서가 이 몸이 누구의 몸인지 얘기한 적 있느냐?”“그가 널 어떻게 속인 것이냐?”임장음은 천천히 기억을 되짚으며 말했다.“내 집에 갔으닌 내가 그를 따라 떠났다는 건 너도 알고 있겠지.”“당시 침서는 이렇게 얘기했었어. 자기는 날 도울 수 있고 날 구해주고 싶다고. 나와 함께 영원히 살고 싶다면서 말이야.”“멍청하게 난 그 말을 믿고 그를 따라 도성으로 갔어.”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