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하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장미는 뺨을 맞고서는 얼빠진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낙청연은 매서운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얘기해보거라.”장미는 억울한 듯 뺨을 감싸 쥐더니 울면서 낙청연을 바라보았다.“왕비 마마, 정말 너무하십니다! 이 돈은 둘째 아씨께서 얼굴을 치료하기 위해 가져온 돈입니다. 이렇게 빼앗아버리시면 둘째 아씨의 얼굴은 어떡합니까…”낙청연은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낙월영을 바라보며 냉소를 흘렸다.“치료를 위한 돈이라 했느냐? 그럼 말해보거라. 아버지께서 너에게 돈을 얼마나 줬느냐? 이 상자 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느냔 말이다!”낙월영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훌쩍이면서 억울한 듯 말했다.“언니께서 돈이 필요하신 건 알겠습니다. 제가 받은 돈의 절반을 나눠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조금은 남겨주셔야지요. 그래야 저도 얼굴을 치료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눈물을 쥐어짜 내면서 얼버무리려는 수작은 낙청연이 지겹도록 봐온 것이었다.류훼향과 같은 사람과는 논쟁이라도 할 수 있지, 낙월영은 그저 울기만 할 줄 알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낙월영의 울먹이는 모습이 역겹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울음소리도 얼마나 시끄러운지 고막이 아플 정도였다. 그래서 낙청연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낙월영의 뺨을 때렸고 낙월영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장미는 낙월영에게 다가가서는 울부짖으며 소리쳤다.“둘째 아씨!”“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우거라. 또 한 번 성가시게 군다면 네가 올 때마다 네 뺨을 때릴 것이다.”낙청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살기 어린 눈빛은 싸늘하다 못해 두려울 정도였다.낙월영은 이를 사리물더니 분한 마음에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낙청연을 쳐다봤다.“언니, 저희 자매 사이의 정은 전혀 고려치 않으시는 겁니까…”낙청연은 코웃음을 쳤다.“누가 너랑 자매라는 말이냐?”때마침 내원에 들어선 부진환은 그들의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다.낙월영은 부진환이 돌아온 모습을 확인하고는 어지러운
낙청연은 심지어 부진환이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경고하거나 자신을 질책하면서 낙월영을 해하지 말라 위협하는 모습들까지 말이다.심지어 그녀를 벌하면서 낙월영의 분풀이를 해줄지도 몰랐다.서방 안, 부진환은 눈을 감은 채로 깊은 사색에 잠겼다. 낙청연에게 반드시 물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예전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낙청연의 무능한 모습은 절대 꾸며낸 게 아니었다.오늘 그 그림은 어떻게 그려낸 것인지, 그날 밤 낙월영이 갑자기 제정신이 아니게 된 일도 그녀가 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낙청연은 대체 무얼 감추고 있는 걸까?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낙청연이 서방에 도착했을 때 사위는 고요했다. 낙청연은 평온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왕야.”부진환이 입을 열려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낙청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차분한 표정의 낙청연은 감정이라고는 담기지 않은 어조로 또박또박 얘기했다.“저에게 수세를 써주세요.”그 말에 부진환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친 것 같았다.낙청연의 표정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오늘 그녀의 얼굴에서 분노나 억울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무척이나 평온했다.그 깊은 고요로 인해 낙청연이 어떤 기분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그런데 그것이 부진환의 화를 돋웠다.“뭐라고 했느냐?”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저에게 수세를 써주세요.”낙청연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제가 그때 귀신에게 홀려 왕부에 시집오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왕야께서도 충분히 화를 내셨고 저 또한 왕야를 많이 도왔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지요.”오후 내내 심사숙고한 결과였다.사실 그녀는 산명 대사가 실토하게끔 만들어 부진환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게 됐을 때 그와 갈라서려 했다.하지만 산명 대사는 죽었고, 낙청연은 자신이 유일하게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부진환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이러한 의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채 떠나야 하니 속
”낙청연, 네가 강행하여 이 자리에 앉은 그날부터 넌 네 뜻대로 하면 안 되는 거였다!”그의 어투는 날카로웠고, 한 글자 한 글자 똑똑히 들리게 말했다: “휴서(休書)를 달라고? 불가능하다!”그는 성난 목소리로 거절하고 나니, 가슴이 간간이 답답하고 아파졌다. 목구멍에서는 비릿하고도 단맛이 올라왔으나, 억지로 억눌렀다.낙청연은 그의 매서운 눈빛을 보면서 마음속에 한기를 느꼈다. 꼭 그녀가 죽을 때까지 괴롭혀야 성이 찬가!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가끔 왕야는 그렇게 사리가 통하지 않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아무 이유도 없이 낙월영을 감싸고 돌아도 저는 그저 낙월영이 무슨 사악한 술법으로 왕야를 미혹했다고 생각했습니다.”“저에게 휴서를 주시면 분명 서로에게 다 좋은데, 당신은 그저 제가 대신 혼인한 잘못 때문에 저를 가두고 놓아주려고 하지 않습니다!”“부진환, 제가 사람을 잘 못 봤습니다!”그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조금도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는 천궐국의 섭정왕이다. 마음이 모질고 손끝이 매서운 섭정왕이다!몹시 화가 난 낙청연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부진환은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다 못해, 끝내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하고 말았다.그는 굳게 쥔 주먹으로 책상을 아주 세게 내리쳤다.소유는 들어오면서 이 모습을 보았다. 그는 즉시 고 신의를 모셔왔다.“고 신의,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무엇 때문에 피까지 토합니까?” 소유는 몹시 걱정했다.고 신의도 곤혹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분노가 치밀어 생긴 증상입니다. 하지만 토혈까지 한다니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왕야의 성격으로 봐선 그럴 리 없는데 말입니다!”“혹시 무슨 심한 타격을 받으셨습니까?”소유는 어두운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누가 왕야를 자극할 수 있겠습니까?”혹시 왕비인가? 그럴 리 없는데!“괜찮습니다. 제가 약을 지어드릴 테니 천천히 몸조리하시면 됩니다. 왕야는 항상 건강하셨으니, 반드시 나을 겁니다.” 고 신의는 위로하
배첩을 부진환의 서방으로 가져갔을 때, 그의 상위에는 이미 십여 장의 배첩이 쌓여 있었다.부진환은 열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안색은 어두웠다.소유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오늘 류 상서가 조회(早朝)에서 한바탕 왕비를 고자질하더니, 지금은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만나 뵙겠다고 청을 듭니다. 진정 계람 미인도 때문이란 말입니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겁니까?”부진환의 눈빛은 서늘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지금 본왕의 꼬투리를 잡지 못하니, 낙청연으로부터 손쓸 생각을 하는 게다.”“류 상서의 여식이 낙청연과 내기에서 져서 체면을 잃어 놓고는, 오히려 류훼향이 낙청연에게 당해서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목숨이 위태롭다고 말하더구나! 이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고 있는 걸 보니 분명 배후에 부추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구나!”소유는 듣더니 더욱 걱정됐다. “설마 그들은 왕비를 해치려 하는 것입니까……”“이 사람들을 전부 거절하거라, 누구 찾아와도 만나지 않는다. 배첩도 받지 말거라.” 부진환의 눈빛은 어두웠다. 그는 담담하게 책상위의 배첩들을 훑어보았다.“예!”--낙청연은 등 어멈이 깨워서 일어났다.태후 곁에서 시중드는 금서 고고가 왔다. 낙청연은 몸치장하고 총총걸음으로 정청(正廳)으로 갔다.정청 내에서, 금서가 정좌하여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낙청연을 보더니 다급히 다가와서 예를 행했다.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이걸 본 부진환의 두 눈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왕비, 요즘 안색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태후 마마께서는 왕비님의 건강을 항상 염려하고 계십니다. 오늘 왕비님 무탈하신 걸 뵈었으니, 저도 돌아가서 태후마마께 마음 놓으시라고 아뢰옵겠습니다.”금서의 이 말은 따로 깊은 뜻이 있는 것이었다. 부진환의 귀에는 마치 경고처럼 들렸다.“저의 몸은 항상 건강했으니, 태후 마마께서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낙청연은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금서는 상 위에 놓인 비단함을 보더니 말했다: “이것은 태후 마마께서
설마 진백리가 계람 미인도의 소식을 듣고, 특별히 그녀를 찾아온 것인가?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하인한테서 들었다.”“너의 계람 미인도를 보고 싶다고 했다 더구나!”낙청연은 마음속으로 흠칫 놀랐다. 과연!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 “청연, 예전에 너의 그림 솜씨가 이토록 출신입화(出神入化)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비록 직접 보지 못했지만 소문을 들어보니, 틀림없이 매우 대단한 것 같더구나!”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부운주는 요 며칠 남각에 금족되어 있었다. 어제 방금 회현루에서 생긴 일을 그는 어찌 이렇게 빠르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한참 생각 중인데, 부운주는 갑자기 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청연, 나도 참으로 궁금하구나. 너는 그 계람 미인도를 어떻게 그린 것이냐?”“혹시 온계람을 만나본 적 있었던 것이냐? 그녀는 진백리 예전의 정처(正妻)였다.”낙청연은 정색해서 말했다: “저는 정말 그녀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냥 어느 날 꿈에서 보았습니다. 저는 그때 분명 선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그린 것입니다.”“근데 당신들은 그녀가 진백리의 처(妻子)라고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저는 진백리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낙청연은 몹시 곤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부운주는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건 너와 온계람이 인연이 있는 것이 로다!”“그녀가 너의 꿈에 나타난 것을 보니,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구나. 하지만 내가 알기론, 그녀는 그때 진백리가 첩을 들이는 것에 불만을 가져 그 집 시위와 눈이 맞았다고 하더구나! 그 후에 아이를 데리고 시위와 사분했다고 들었다.”“그 후에, 큰 충격을 받은 진백리는 온계람을 반년 넘게 찾았지만, 그녀의 종적을 조금도 찾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그 뒤로 매일 술에 빠져 의기소침해서 나날을 보낸다고 들었다!”“한때는 그래도 뛰어난 일대 화사였는데, 지금은 이 모양이 되었으니, 참으로
이 남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다!“황형, 쳥연은 그저……” 부운주는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더니, 살을 에이듯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낙청연이 왕부에 시집온 지 꽤 오래되었는데, 다섯 아우는 왜 여전히 호칭을 바꾸지 않는 것이냐? 황수(皇嫂)라는 두 글자는 배운 적 없는 것이냐? 혹 왕비라는 두 글자도 태부께서 가르쳐주지 않았더냐?”그 차가운 목소리는 약간 위협을 띠고 있었다. 부운주의 안색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약간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 “예! 운주는 황형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의 이 말은 옳다고 생각했다. 5황자는 확실히 그녀를 너무 친밀하게 부른다.“그럼, 다른 일 없으시면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낙청연은 진백리를 찾아가는 것이 시급했다.부진환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너는 아무 데도 못 간다!”“왕비라는 사람이, 매일 남의 이목이나 끌도록 과시하고 다니더니 항간에 이론이 분분하다. 오늘부터 집에서 스스로 반성하거라. 나의 허락 없이는 왕부에서 절대 못 나간다!”낙청연은 매우 놀랐다: “부진환, 이건 또 무슨 미친 짓입니까? 제가 또 어디를 밉보인 겁니까? 저를 사랑하지도 않고 휴서도 주지 않으면서, 이제는 도망이라도 갈까 봐 왕부에 가두기까지 하는 겁니까?”그녀는 부진환이 고의로 복수하고 있다고 의심했다.그녀는 언제 남의 이목을 끌도록 과시하면서 다녔는가?만약 그날 회현루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다면, 그도 그날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가?그때 당시 그는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왜 지금 그녀의 잘못이라고 하는 건가? 이건 추후 결판인가?이런 도리가 어디 있어!소유는 일이 커질까 봐 다급히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왕비, 어서 가시지요.”낙청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노기등등해서 정원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이 가자, 부진환은 뒷짐을 짊어지고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부운주를 보며 말했다: “다섯
말수가 적은 그 아이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온계람은 위로하며 말했다: “아니다! 네 아버지는 우리를 잊지 않으셨다.”낙청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녀는 지금 나갈 수 없었고, 진백리도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사건은 잘 흘러가는가 싶더니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멈춰버렸다.“인내심을 갖고 며칠만 더 기다려보거라, 오늘 진백리가 다녀갔다고 하더구나! 이렇게 급하게 찾아오신 걸 보니, 그는 아직도 당신들을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하루빨리 진실을 알고 싶어서 달려온 것 같구나!”“그는 다시 찾아올 게다! 나는 반드시 너희들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온계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공, 감사합니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낙청연은 진백리가 주동적으로 다시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감히 가질 수 없었다. 그녀는 등 어멈의 도움을 받아 왕부를 나가려고 했었다.뒷문으로 빠져나갈 생각도 해보았다.또 깊은 밤에 담벼락을 넘어갈 생각도 했었다.그녀는 다 시도해보았다.하지만 모두 실패했다.왜냐하면, 소서가 그녀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매번 도망치려고 할 때마다 시위들이 달려와서 그녀를 다시 돌아가시라고 했다.그래서, 낙청연은 도망치려는 생각은 포기했다.지루하기 그지없었던 그녀는 시위 더러 그녀의 정원에 목인장(木人樁)을 몇 개 박아 달라고 했다.요즘 많은 약재를 복용했다. 대부분은 보약이었기에 무술 연마를 병행해야 최고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한창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초가 황급히 달려왔다.“왕비, 오늘 드디어 기다려냈습니다! 진백리가 왔습니다! 하지만 문밖에 제지당했습니다!”지초는 이미 연속 며칠 동안 숨어서 기다렸다. 하지만 매번 기다려내지 못했다.진백리는 이미 여러 번 방문했지만, 매번마다 문밖에서 거절당하여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매번 낙청연은 지나간 뒤에야 그 사실을 알곤 했다.지초의 말을 듣고, 낙청연은 다급히 방에 가서 미인도를 가지고 황
”그 입 다물 거라!” 진백리는 분노하여 질책했다.하지만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는 류훼향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마침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류훼향, 내가 보아하니, 너는 참 주제파악을 못 하는 것 같구나! 죽어서 펄펄 끓는 기름 가마에 던져지고, 혀를 뽑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네가 아닌가?”낙청연은 바로 대문을 열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걸어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그녀의 기세는 마치 태산처럼 견고했다.류훼향은 갑자기 놀라더니 몹시 분노하여 즉시 앞으로 달려들었다. “낙청연, 대체 무슨 사악한 술법으로 나의 부군을 미혹한 것이냐! 나는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진백리는 단번에 그녀를 막았다. 이마에 파란 핏대가 솟아나더니 분노하여 소리쳤다: “류훼향, 그만하거라, 이 일은 섭정왕비와 전혀 관계가 없다. 너 대체 무슨 미친 짓이냐?”류훼향은 무너졌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발악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왜 그녀와 상관없다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한 번 보십시오! 저는 다 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매일같이 그녀를 찾으러 이곳으로 달려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홀린 것이 아니면 또 멉니까! 저야 말로 당신의 처란 말입니다!”류훼향은 겁이 난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 무서웠다.그녀는 온계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진백리가 알까 봐 두려웠다. 그가 낙청연을 만난 후, 온계람이 그 해 실종된 원인을 조사할까 봐 두려웠고 그녀를 의심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진백리가 그녀를 의심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진백리가 다시 온계람을 그리워하게 해서도 안 된다!그래서 그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섭정왕부의 문 앞에서 미친 짓을 한 것이다. 진백리가 낙청연을 절대로 못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다!진백리는 류훼향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 그는 화가 나서 바로 호되게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당장 입 다물거라!” 진백리는 몹시 화가 났다.류훼향은 따귀 한 대에 아주 세게 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