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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낙청연은 심지어 부진환이 화를 내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경고하거나 자신을 질책하면서 낙월영을 해하지 말라 위협하는 모습들까지 말이다.

심지어 그녀를 벌하면서 낙월영의 분풀이를 해줄지도 몰랐다.

서방 안, 부진환은 눈을 감은 채로 깊은 사색에 잠겼다. 낙청연에게 반드시 물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예전의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낙청연의 무능한 모습은 절대 꾸며낸 게 아니었다.

오늘 그 그림은 어떻게 그려낸 것인지, 그날 밤 낙월영이 갑자기 제정신이 아니게 된 일도 그녀가 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

낙청연은 대체 무얼 감추고 있는 걸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낙청연이 서방에 도착했을 때 사위는 고요했다. 낙청연은 평온한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

“왕야.”

부진환이 입을 열려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낙청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차분한 표정의 낙청연은 감정이라고는 담기지 않은 어조로 또박또박 얘기했다.

“저에게 수세를 써주세요.”

그 말에 부진환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친 것 같았다.

낙청연의 표정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오늘 그녀의 얼굴에서 분노나 억울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무척이나 평온했다.

그 깊은 고요로 인해 낙청연이 어떤 기분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부진환의 화를 돋웠다.

“뭐라고 했느냐?”

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면서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저에게 수세를 써주세요.”

낙청연은 다시 한번 반복했다.

“제가 그때 귀신에게 홀려 왕부에 시집오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왕야께서도 충분히 화를 내셨고 저 또한 왕야를 많이 도왔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지요.”

오후 내내 심사숙고한 결과였다.

사실 그녀는 산명 대사가 실토하게끔 만들어 부진환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게 됐을 때 그와 갈라서려 했다.

하지만 산명 대사는 죽었고, 낙청연은 자신이 유일하게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부진환에게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의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 채 떠나야 하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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