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다물 거라!” 진백리는 분노하여 질책했다.하지만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는 류훼향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마침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류훼향, 내가 보아하니, 너는 참 주제파악을 못 하는 것 같구나! 죽어서 펄펄 끓는 기름 가마에 던져지고, 혀를 뽑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네가 아닌가?”낙청연은 바로 대문을 열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걸어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그녀의 기세는 마치 태산처럼 견고했다.류훼향은 갑자기 놀라더니 몹시 분노하여 즉시 앞으로 달려들었다. “낙청연, 대체 무슨 사악한 술법으로 나의 부군을 미혹한 것이냐! 나는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진백리는 단번에 그녀를 막았다. 이마에 파란 핏대가 솟아나더니 분노하여 소리쳤다: “류훼향, 그만하거라, 이 일은 섭정왕비와 전혀 관계가 없다. 너 대체 무슨 미친 짓이냐?”류훼향은 무너졌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발악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왜 그녀와 상관없다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한 번 보십시오! 저는 다 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매일같이 그녀를 찾으러 이곳으로 달려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홀린 것이 아니면 또 멉니까! 저야 말로 당신의 처란 말입니다!”류훼향은 겁이 난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 무서웠다.그녀는 온계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진백리가 알까 봐 두려웠다. 그가 낙청연을 만난 후, 온계람이 그 해 실종된 원인을 조사할까 봐 두려웠고 그녀를 의심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진백리가 그녀를 의심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진백리가 다시 온계람을 그리워하게 해서도 안 된다!그래서 그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섭정왕부의 문 앞에서 미친 짓을 한 것이다. 진백리가 낙청연을 절대로 못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다!진백리는 류훼향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 그는 화가 나서 바로 호되게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당장 입 다물거라!” 진백리는 몹시 화가 났다.류훼향은 따귀 한 대에 아주 세게 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비단옷 한 벌을 입은 중년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위엄 있는 표정은 기세가 충족했다.“아버지, 여기까지 웬일이십니까?” 진백리는 깜짝 놀랐다.알고 보니 이 사람이 바로 진 태위(秦太尉)였다.진백리의 친부이다!진 태위는 엄숙한 표정으로 진백리를 쳐다보았다. “그 여인 때문에 네가 다년간 뜻을 잃더니, 지금은 낙청연의 몇 마디에 홀려 또 혼이 홀딱 나가다니! 넌 왜 이렇게 나약한 것이냐!”“사람은 과거에 얽매여 살면 안 된다. 앞을 보고 살아야 한단다! 지금 너의 처는 류훼향이다! 너의 하나뿐인 처란 말이다!”“네가 어찌 감히 중병중인 그녀를 내팽개치고, 기어코 낙청연을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냐? 이 여인은 대체 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너의 정신을 쏙 빼먹은 것이냐?!”진 태위의 말을 듣더니,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진백리는 반박했다: “아버지, 저는 그저 온계람이 당초에 저를 떠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만일 정말로 간인에게 해를 입었다면 제가 어떻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만일 그녀가 정말로 이미 죽었다고 해도, 이제는 너와 상관없는 일이다!” 진 태위는 큰 소리로 질책했다.이어서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 “왕비는 이미 섭정왕비인 이상, 부도를 충실히 지켜야 할 것이지 사방에 떠들고 다녀 서야 되겠는가? 유언비어만 남발하게 해서 되겠냐는 말일세! 또 우리의 평온한 생활을 망쳐서 되겠냐고 말일세!”이 말은 들은 지초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 “우리 집 왕비는 당신네 공자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허니 왕비와 무슨 상관있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은 냉소했다. 이건 그녀가 그들의 원만한 생활을 망쳤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섭정왕비인 그녀는 진정 그렇게 천박하다는 말인가?이 늙은이는 참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내가 섭정왕비와 얘기하고 있는데, 어디서 감히 하인이 끼어들어? 과연 어떤 주인이면 어떤 노비가 있는 법이구나!”진 태위는 뒷짐을 짊어지고 온통 비꼬는 어투였다.“
낙청연은 오히려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필경 그는 특별히 미인도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하지만……진백리의 몸에는 부적이 있었다. 진경해의 몸에도 있었다. 온계람은 벌써 미인도에서 나가 멀찍이 왕부안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가까이 갈 엄두조차내지 못했다.이 그림을 만약 진백리에게 보여준다면, 결코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없기에 그는 반드시 실망할 것이다. 그러면 완전히 포기하고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그래서 이 그림은, 그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하지만 이 시각, 그녀보다 더 급한 사람이 있었다. 류훼향은 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낙청연, 나의 부군에게 고술을 썼느냐!”류훼향은 미친 듯이 달려들더니 낙청연의 옷깃을 잡으려고 했다.부진환의 두 눈은 차가워지더니, 단번에 류훼향의 팔을 잡고 아주 세게 뿌리쳤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 태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진 태위는 지금 미친 여인 하나 때문에 우리 두 가문의 분쟁을 일으킬 작정이시군요!”진태위는 이미 낙청연과 부진환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게다가 류훼향의 정신 나간 모습까지 보니, 창피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소란을 피우려거든 집에 가서 피우거라, 여기서 언제까지 소란을 피울 셈이나?!”류훼향의 억장이 무너졌다. 그녀는 털썩 무릎을 꿇더니, 죽을 힘을 당해 낙청연을 향해 절을 했다.“제발 부탁이니, 무슨 일이든 나에게만 달려들어라, 나의 부군은 해치지 말거라, 제발 왕비의 신통력을 거두어 우리 집안의 평화를 돌려다오!”류훼향은 머리가 터져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진백리는 화가 나서 그녀를 당겨 일으켜 세우더니 말했다: “무지막지한 여인! 정말 어처구니없구나!”하지만 류훼향은 정말 미친 듯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낙청연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정신없이 절을 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선혈이 흥건했다. 그래도 명문 집안의 부인인데, 눈앞의 이 처참한
”류 소저는 지금 제가 진 공자에게 고술을 썼다면서 고의로 죄를 덮어씌우고 있군요. 하지만 진 공자는 말끝마다 계람 미인도 때문에 오셨다고 하고 있네요. 그럼 결국 한마디로 말하면 모두 계람 미인도가 일으킨 재앙이군요!”“그날 회현루에서 저와 서화를 겨루기로 한 사람은 바로 류 소저입니다. 만일 제가 류 소저가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분인 줄 알았더라면 저는 그 당시 계람 미인도를 그리지 않았을 겁니다.”“오늘은 또 당신의 부군을 홀리고 있다고 저를 모독하며 수많은 죄명을 덮어씌우고 있군요. 류 소저의 속셈은 참으로 무섭습니다.”“저의 명성을 반드시 훼손시켜야 한다면, 저는 그래도 괜찮지만, 왕야의 명성을 망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그럼 오늘 저는 당신에게 약조하겠습니다. 이번 생에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습니다! 계람 미인도는 저의 절필(封筆)작이 될 것입니다! 이제 류 소저는 그만 저를 놔줄 수 있으시겠지요?”연약한 척, 우는 척하는 수법을 누구는 할 줄 모르나!낙청연의 말이 끝나자, 주위 백성들의 의론 풍향은 순식간에 크게 바뀌었다.“이번생에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회현루에서 그날 저는 다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왕비의 화공이 출신입화의 경지라고 칭찬했습니다.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하게 그렸거든요! 여기서 절필하다니, 너무 아쉽습니다.”“류 소저가 왕비의 화공을 질투해서 저렇게 미친 듯이 소란을 피운 거였군요! 왕비를 핍박하여 절필까지 하게 하다니! 그야말로 가증스럽네요!”진 태위와 부진환은 모두 깜짝 놀랐다.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퇴위진(以退為進), 이 수법은 참으로 대단했다!뜻밖에도 즉시 여론의 풍향을 바뀌어 버렸다.류훼향은 대경실색하더니 급히 해명했다: “아니야! 내가 언제 절필하라고 핍박했어?”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류 소저, 오늘 이토록 소란을 피운 것은 이 목적이 아니었나요? 당신 부군도 자기 입으로 계람 미인도만
생각하니, 낙운희는 화가 난 나머지 발걸음마저 무거워졌다. 그녀는 노기등등해서 돌아갔다.사람들이 모두 가고 나서, 소유는 즉시 시위에게 구경하러 온 사람들을 흩어지게 하라고 명했다.부진환은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몹시 놀랐다. 진 태위의 질문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정말이지, 보통여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오늘 낙청연은 사람들을 괄목상간(刮目相看)하게 했다.지금 이 순간, 낙청연은 섭정왕부 대문 안의 한 장면에 이끌렸다.온계람은 자기 아들을 잡아당기고 있었고, 아이는 엉엉 울고 있었다.“아버지는 돌아갔습니다……어머니, 아버지는 과연 우리를 버린 겁니다……”온계람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고, 눈에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는 위로하며 말했다: “아니다. 아버지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보이지 않을 뿐이다.”아이는 더욱 슬피 울었다. “아버지가 정말 우리를 찾고 싶다면, 왜 그 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물건을 가지고 다닙니까? 우리를 아예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합니다.”“어머니, 아버지는 그 여인과 다른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게 아닙니까? 우리를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도 우리를 원하지 않습니다……”진연아는 매우 슬피 울고 있었다. 연아의 울음소리는 섭정왕부의 문 앞에 음산한 바람을 이따금몰아왔다.낙청연은 울음소리를 듣고 마음이 미여지는것같았다.그렇다! 만일 진백리 몸에 부적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면, 온계람과 그의 아들은 진백리를 가까이할 수 있었다.생각해보니 그 부적도 류훼향이 준 것 같았다. 혹시 온계람이 질척댈까 봐? 아니면 혹은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일 수도 있다.진백리와 진 태위 몸에 가지고 다니는 부적을 일단 먼저 해결해야만이 온계람 모자를 그들과 가까이 다가가게 할 수 있다.오늘 그녀는 분명 보았다. 이 집안은 진백리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때문에 일단 진 태위부터 해결해야 한다!다음번은, 진 태위가 주동적으로 그녀
오늘, 이 광경을 그녀는 다 보았다. 류훼향은 낙청연을 모독하고 있었다. 유언비어는 낙청연의 처지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낙청연은 이미 많은 것을 도와주었다. 그녀는 감사할 따름이다. 더 이상 자신의 일 때문에 낙청연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낙청연은 온계람의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랐다. “뭐라고? 여기까지 하자고? 그럼 진백리를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냐?”온계람은 울먹이며 말했다: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만났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는 기껏해야 류훼향을 내쫓겠지요. 류훼향은 상서의 딸이니, 그녀를 죽여 우리를 위해 복수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그리고 우리 모자와 그 사람은, 여전히 음양 상간입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모두 되돌 수 없습니다.”“오늘, 당신은 진 태위에게 밉보였으니, 앞날은 분명 힘들어질 것입니다. 저는 당신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저와 아이는 이곳을 떠날 겁니다.”온계람은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안 된다. 너희들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너희는 오늘 일을 보고 절망을 느꼈겠지만 나는 오히려 기회를 보았다! 나를 믿어 보거라!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거라!”여기까지 듣더니, 온계람의 어두웠던 눈동자는 갑자기 반짝이더니 물었다: “기회?”낙청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오늘 진 태위를 보니, 그 사람 주위의 숨결이 좋지 않았다. 집안의 지친(至親)에게 혈재가 있을 것이야. 내 생각에는 진 태위는 분명 나를 다시 찾아올 것이다.”“때문에 너희들 좀만 더 기다려 보거라, 내가 진 태위를 해결하고 나면, 너와 진백리는 분명 만날 수 있을 것이다!”듣고 있던 온계람은 순간 몹시 긴장 해하더니 물었다: “집안의 지친에게 혈재가 있다고요? 그럼 진백리입니까?”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더니 머리를 가로젓더니 말했다: “진백리의 숨결은 정상이었다. 아무 문제 없었으니, 아마 그 사람은 아
류훼향은 보더니 속으로 아주 득의양양했다. 오직 진 태위가 낙청연을 혼내 주기만 바랐다!“아버지!” 진백리는 빠른 걸음으로 뒤따라갔다.류훼향도 따라가려고 나섰지만, 진백리는 그녀를 집에 가두라고 명했다.진백리는 부친이 섭정왕부로 가는 걸음을 막을 수 없었기에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섭정왕부.낙월영은 오늘 왕부 밖에서 일어난 일을 방금 알게 되었다.다 듣고 나서 매우 만족했다. “보아하니 낙청연은 태위부에 밉보인 것 같구나! 비록 낙 태부의 총애는 받았다고 하지만, 진 태위에게 밉보였으니, 그녀의 앞날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는구나!”낙월영은 말을 하면서, 눈을 슬쩍 감고 생각하더니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기회를 봐서, 낙운희더러 류 소저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해야 하겠구나!”“적의 적은, 모두 벗이니까!”마침 이때, 계집종이 달려와서 보고했다: ‘진 태위가 또 왔습니다!”낙월영의 눈동자는 반짝이더니, 말했다: “낙청연을 혼내려 왔구나? 이런 흥밋거리를 또 놓쳐서는 안 되지!”--진 태위는 다시 섭정왕부 밖에 왔다.이 소식을 들은 부진환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이 진 태위는 또 뭘 하려고 온 것이냐?”그는 대문으로 향했다. 진 태위를 한 번 더 만나볼 셈이었다.“진 태위, 오늘 일은 이미 모두 끝났는데, 어찌 또 오셨습니까?” 부진환의 어투는 약간 불쾌했다.진경해는 차갑게 말했다: “섭정왕, 나는 자네와 충돌할 생각이 없다네! 이번엔 낙청연을 찾아온 것이니, 섭정왕이 막지 않았으면 좋겠네!”낙월영이 달려왔다. 그녀는 마침 진경해의 우호적이지 않은 어투를 들었다.마음속으로 아주 득의양양한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언니가 무엇 때문에 태위의 노여움을 사셨는지 모르겠으나, 월영이 여기서 언니를 대신하여 사죄드리겠습니다. 부디 태위께서 언니를 용서해주시기를 바랍니다!”낙월영은 작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온화하고 대범했다.하지만 진 태위는 그저 냉담하게 그녀를 한번 쳐다보더니, 여전히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
의외로 양팔을 들더니, 매우 정중하게 낙청연을 향해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그 순간, 부진환의 눈동자는 휘둥그레졌다.낙월영의 표정은 굳어버렸다.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낙청연의 눈가에는 한 줄기 빛이 감돌았다. 보아하니 진 태위는 진 대공자의 소식을 이미 들은 것 같았다.하지만 진 태위가 이렇게 빨리 다시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또한 이토록 정중하게 그녀에게 인사까지 하다니!“조금 전 일은, 내가 여기서 왕비에게 사죄드리네!”진백리도 깜짝 놀랐다. “아버지, 여기 온 이유가……”진경해는 그를 한번 노려보더니 말했다. “네 아버지가 그렇게 시비불명한 사람이냐?”전보는 모두 진천리가 사고를 당 한지 며칠이 됐는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한다. 만일 낙청연이 저주한 것이라면, 오늘 저주했기에 적어도 며칠은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낙청연이 저주하기 전에 효력이 생기는 게 어디 있겠느냐고 말이다!이건 낙청연이 맞췄다는 뜻이다!그녀는 분명히 이 재주를 가지고 있다!그래서 그는 바로 달려와서 사죄한 것이다!깜짝 놀란 낙월영은 참다못해 일을 열었다: “진 태위, 윗사람이신데 어찌……”어찌 낙청연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할 수 있단 말인가?도리에 맞지 않는다!하지만 진 태위는 성가시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나와 낙청연의 일이니, 다른 사람과 상관없다네.”말을 마치고, 다시 낙청연을 보더니 말했다: “내가 이미 사죄했으니, 왕비는 넓은 도량으로 다시 한번 봐주면 안 되겠나?”:그는 일전에 낙 태부의 관저에서 일어난 일을 들은 적 있었다. 당시에는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보아하니, 이 낙청연은 확실히 재주가 좀 있는 것 같다.경도는 남쪽 변경과 천만리 떨어져 있다. 그는 바로 달려가서 아들을 구출해낼 수 없었다. 가망은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멀리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낙청연에게 희망을 걸어 그녀가 방법을 생각해 내길 바랄 뿐이다.옆에 있던 낙월영은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