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첩을 부진환의 서방으로 가져갔을 때, 그의 상위에는 이미 십여 장의 배첩이 쌓여 있었다.부진환은 열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안색은 어두웠다.소유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 “오늘 류 상서가 조회(早朝)에서 한바탕 왕비를 고자질하더니, 지금은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만나 뵙겠다고 청을 듭니다. 진정 계람 미인도 때문이란 말입니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겁니까?”부진환의 눈빛은 서늘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지금 본왕의 꼬투리를 잡지 못하니, 낙청연으로부터 손쓸 생각을 하는 게다.”“류 상서의 여식이 낙청연과 내기에서 져서 체면을 잃어 놓고는, 오히려 류훼향이 낙청연에게 당해서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목숨이 위태롭다고 말하더구나! 이 일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고 있는 걸 보니 분명 배후에 부추기는 사람이 있는 것 같구나!”소유는 듣더니 더욱 걱정됐다. “설마 그들은 왕비를 해치려 하는 것입니까……”“이 사람들을 전부 거절하거라, 누구 찾아와도 만나지 않는다. 배첩도 받지 말거라.” 부진환의 눈빛은 어두웠다. 그는 담담하게 책상위의 배첩들을 훑어보았다.“예!”--낙청연은 등 어멈이 깨워서 일어났다.태후 곁에서 시중드는 금서 고고가 왔다. 낙청연은 몸치장하고 총총걸음으로 정청(正廳)으로 갔다.정청 내에서, 금서가 정좌하여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낙청연을 보더니 다급히 다가와서 예를 행했다.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이걸 본 부진환의 두 눈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왕비, 요즘 안색이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태후 마마께서는 왕비님의 건강을 항상 염려하고 계십니다. 오늘 왕비님 무탈하신 걸 뵈었으니, 저도 돌아가서 태후마마께 마음 놓으시라고 아뢰옵겠습니다.”금서의 이 말은 따로 깊은 뜻이 있는 것이었다. 부진환의 귀에는 마치 경고처럼 들렸다.“저의 몸은 항상 건강했으니, 태후 마마께서 염려 안 하셔도 됩니다.” 낙청연은 공손하게 웃으며 말했다.금서는 상 위에 놓인 비단함을 보더니 말했다: “이것은 태후 마마께서
설마 진백리가 계람 미인도의 소식을 듣고, 특별히 그녀를 찾아온 것인가?부운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나도 하인한테서 들었다.”“너의 계람 미인도를 보고 싶다고 했다 더구나!”낙청연은 마음속으로 흠칫 놀랐다. 과연!부운주는 웃으며 말했다: “청연, 예전에 너의 그림 솜씨가 이토록 출신입화(出神入化)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비록 직접 보지 못했지만 소문을 들어보니, 틀림없이 매우 대단한 것 같더구나!”낙청연은 약간 놀랐다. 부운주는 요 며칠 남각에 금족되어 있었다. 어제 방금 회현루에서 생긴 일을 그는 어찌 이렇게 빠르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한참 생각 중인데, 부운주는 갑자기 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청연, 나도 참으로 궁금하구나. 너는 그 계람 미인도를 어떻게 그린 것이냐?”“혹시 온계람을 만나본 적 있었던 것이냐? 그녀는 진백리 예전의 정처(正妻)였다.”낙청연은 정색해서 말했다: “저는 정말 그녀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냥 어느 날 꿈에서 보았습니다. 저는 그때 분명 선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그린 것입니다.”“근데 당신들은 그녀가 진백리의 처(妻子)라고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저는 진백리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낙청연은 몹시 곤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부운주는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건 너와 온계람이 인연이 있는 것이 로다!”“그녀가 너의 꿈에 나타난 것을 보니,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구나. 하지만 내가 알기론, 그녀는 그때 진백리가 첩을 들이는 것에 불만을 가져 그 집 시위와 눈이 맞았다고 하더구나! 그 후에 아이를 데리고 시위와 사분했다고 들었다.”“그 후에, 큰 충격을 받은 진백리는 온계람을 반년 넘게 찾았지만, 그녀의 종적을 조금도 찾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그 뒤로 매일 술에 빠져 의기소침해서 나날을 보낸다고 들었다!”“한때는 그래도 뛰어난 일대 화사였는데, 지금은 이 모양이 되었으니, 참으로
이 남자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다!“황형, 쳥연은 그저……” 부운주는 말하려고 했다.하지만 부진환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더니, 살을 에이듯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낙청연이 왕부에 시집온 지 꽤 오래되었는데, 다섯 아우는 왜 여전히 호칭을 바꾸지 않는 것이냐? 황수(皇嫂)라는 두 글자는 배운 적 없는 것이냐? 혹 왕비라는 두 글자도 태부께서 가르쳐주지 않았더냐?”그 차가운 목소리는 약간 위협을 띠고 있었다. 부운주의 안색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약간 겁에 질려 고개를 숙이더니 말했다: “예! 운주는 황형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낙청연은 부진환의 이 말은 옳다고 생각했다. 5황자는 확실히 그녀를 너무 친밀하게 부른다.“그럼, 다른 일 없으시면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낙청연은 진백리를 찾아가는 것이 시급했다.부진환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 그는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부터 너는 아무 데도 못 간다!”“왕비라는 사람이, 매일 남의 이목이나 끌도록 과시하고 다니더니 항간에 이론이 분분하다. 오늘부터 집에서 스스로 반성하거라. 나의 허락 없이는 왕부에서 절대 못 나간다!”낙청연은 매우 놀랐다: “부진환, 이건 또 무슨 미친 짓입니까? 제가 또 어디를 밉보인 겁니까? 저를 사랑하지도 않고 휴서도 주지 않으면서, 이제는 도망이라도 갈까 봐 왕부에 가두기까지 하는 겁니까?”그녀는 부진환이 고의로 복수하고 있다고 의심했다.그녀는 언제 남의 이목을 끌도록 과시하면서 다녔는가?만약 그날 회현루에서 있었던 일을 말한다면, 그도 그날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던가?그때 당시 그는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왜 지금 그녀의 잘못이라고 하는 건가? 이건 추후 결판인가?이런 도리가 어디 있어!소유는 일이 커질까 봐 다급히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왕비, 어서 가시지요.”낙청연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노기등등해서 정원으로 돌아갔다.낙청연이 가자, 부진환은 뒷짐을 짊어지고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부운주를 보며 말했다: “다섯
말수가 적은 그 아이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온계람은 위로하며 말했다: “아니다! 네 아버지는 우리를 잊지 않으셨다.”낙청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녀는 지금 나갈 수 없었고, 진백리도 절대 들어올 수 없었다.사건은 잘 흘러가는가 싶더니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멈춰버렸다.“인내심을 갖고 며칠만 더 기다려보거라, 오늘 진백리가 다녀갔다고 하더구나! 이렇게 급하게 찾아오신 걸 보니, 그는 아직도 당신들을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하루빨리 진실을 알고 싶어서 달려온 것 같구나!”“그는 다시 찾아올 게다! 나는 반드시 너희들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온계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공, 감사합니다!”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낙청연은 진백리가 주동적으로 다시 찾아올 거라는 희망을 감히 가질 수 없었다. 그녀는 등 어멈의 도움을 받아 왕부를 나가려고 했었다.뒷문으로 빠져나갈 생각도 해보았다.또 깊은 밤에 담벼락을 넘어갈 생각도 했었다.그녀는 다 시도해보았다.하지만 모두 실패했다.왜냐하면, 소서가 그녀를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매번 도망치려고 할 때마다 시위들이 달려와서 그녀를 다시 돌아가시라고 했다.그래서, 낙청연은 도망치려는 생각은 포기했다.지루하기 그지없었던 그녀는 시위 더러 그녀의 정원에 목인장(木人樁)을 몇 개 박아 달라고 했다.요즘 많은 약재를 복용했다. 대부분은 보약이었기에 무술 연마를 병행해야 최고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한창 무술을 연마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초가 황급히 달려왔다.“왕비, 오늘 드디어 기다려냈습니다! 진백리가 왔습니다! 하지만 문밖에 제지당했습니다!”지초는 이미 연속 며칠 동안 숨어서 기다렸다. 하지만 매번 기다려내지 못했다.진백리는 이미 여러 번 방문했지만, 매번마다 문밖에서 거절당하여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매번 낙청연은 지나간 뒤에야 그 사실을 알곤 했다.지초의 말을 듣고, 낙청연은 다급히 방에 가서 미인도를 가지고 황
”그 입 다물 거라!” 진백리는 분노하여 질책했다.하지만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는 류훼향을 전혀 막을 수 없었다.마침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류훼향, 내가 보아하니, 너는 참 주제파악을 못 하는 것 같구나! 죽어서 펄펄 끓는 기름 가마에 던져지고, 혀를 뽑혀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네가 아닌가?”낙청연은 바로 대문을 열고 추호의 두려움도 없이 걸어 나왔다.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그녀의 기세는 마치 태산처럼 견고했다.류훼향은 갑자기 놀라더니 몹시 분노하여 즉시 앞으로 달려들었다. “낙청연, 대체 무슨 사악한 술법으로 나의 부군을 미혹한 것이냐! 나는 너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진백리는 단번에 그녀를 막았다. 이마에 파란 핏대가 솟아나더니 분노하여 소리쳤다: “류훼향, 그만하거라, 이 일은 섭정왕비와 전혀 관계가 없다. 너 대체 무슨 미친 짓이냐?”류훼향은 무너졌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발악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왜 그녀와 상관없다는 겁니까? 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한 번 보십시오! 저는 다 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매일같이 그녀를 찾으러 이곳으로 달려옵니다. 당신은 그녀에게 홀린 것이 아니면 또 멉니까! 저야 말로 당신의 처란 말입니다!”류훼향은 겁이 난 것이었다. 그녀는 너무 무서웠다.그녀는 온계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진백리가 알까 봐 두려웠다. 그가 낙청연을 만난 후, 온계람이 그 해 실종된 원인을 조사할까 봐 두려웠고 그녀를 의심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진백리가 그녀를 의심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진백리가 다시 온계람을 그리워하게 해서도 안 된다!그래서 그녀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섭정왕부의 문 앞에서 미친 짓을 한 것이다. 진백리가 낙청연을 절대로 못 만나게 하기 위해서였다!진백리는 류훼향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에게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 그는 화가 나서 바로 호되게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당장 입 다물거라!” 진백리는 몹시 화가 났다.류훼향은 따귀 한 대에 아주 세게 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니, 비단옷 한 벌을 입은 중년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위엄 있는 표정은 기세가 충족했다.“아버지, 여기까지 웬일이십니까?” 진백리는 깜짝 놀랐다.알고 보니 이 사람이 바로 진 태위(秦太尉)였다.진백리의 친부이다!진 태위는 엄숙한 표정으로 진백리를 쳐다보았다. “그 여인 때문에 네가 다년간 뜻을 잃더니, 지금은 낙청연의 몇 마디에 홀려 또 혼이 홀딱 나가다니! 넌 왜 이렇게 나약한 것이냐!”“사람은 과거에 얽매여 살면 안 된다. 앞을 보고 살아야 한단다! 지금 너의 처는 류훼향이다! 너의 하나뿐인 처란 말이다!”“네가 어찌 감히 중병중인 그녀를 내팽개치고, 기어코 낙청연을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냐? 이 여인은 대체 너에게 무슨 짓을 했길래 너의 정신을 쏙 빼먹은 것이냐?!”진 태위의 말을 듣더니,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진백리는 반박했다: “아버지, 저는 그저 온계람이 당초에 저를 떠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만일 정말로 간인에게 해를 입었다면 제가 어떻게 마음이 편하겠습니까?”“만일 그녀가 정말로 이미 죽었다고 해도, 이제는 너와 상관없는 일이다!” 진 태위는 큰 소리로 질책했다.이어서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 “왕비는 이미 섭정왕비인 이상, 부도를 충실히 지켜야 할 것이지 사방에 떠들고 다녀 서야 되겠는가? 유언비어만 남발하게 해서 되겠냐는 말일세! 또 우리의 평온한 생활을 망쳐서 되겠냐고 말일세!”이 말은 들은 지초는 화가 나서 반박했다: “우리 집 왕비는 당신네 공자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허니 왕비와 무슨 상관있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은 냉소했다. 이건 그녀가 그들의 원만한 생활을 망쳤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섭정왕비인 그녀는 진정 그렇게 천박하다는 말인가?이 늙은이는 참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내가 섭정왕비와 얘기하고 있는데, 어디서 감히 하인이 끼어들어? 과연 어떤 주인이면 어떤 노비가 있는 법이구나!”진 태위는 뒷짐을 짊어지고 온통 비꼬는 어투였다.“
낙청연은 오히려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필경 그는 특별히 미인도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하지만……진백리의 몸에는 부적이 있었다. 진경해의 몸에도 있었다. 온계람은 벌써 미인도에서 나가 멀찍이 왕부안에 서 있었다. 그녀는 가까이 갈 엄두조차내지 못했다.이 그림을 만약 진백리에게 보여준다면, 결코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없기에 그는 반드시 실망할 것이다. 그러면 완전히 포기하고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그래서 이 그림은, 그에게 보여주면 안 된다.하지만 이 시각, 그녀보다 더 급한 사람이 있었다. 류훼향은 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낙청연, 나의 부군에게 고술을 썼느냐!”류훼향은 미친 듯이 달려들더니 낙청연의 옷깃을 잡으려고 했다.부진환의 두 눈은 차가워지더니, 단번에 류훼향의 팔을 잡고 아주 세게 뿌리쳤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진 태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진 태위는 지금 미친 여인 하나 때문에 우리 두 가문의 분쟁을 일으킬 작정이시군요!”진태위는 이미 낙청연과 부진환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게다가 류훼향의 정신 나간 모습까지 보니, 창피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소란을 피우려거든 집에 가서 피우거라, 여기서 언제까지 소란을 피울 셈이나?!”류훼향의 억장이 무너졌다. 그녀는 털썩 무릎을 꿇더니, 죽을 힘을 당해 낙청연을 향해 절을 했다.“제발 부탁이니, 무슨 일이든 나에게만 달려들어라, 나의 부군은 해치지 말거라, 제발 왕비의 신통력을 거두어 우리 집안의 평화를 돌려다오!”류훼향은 머리가 터져서 피가 철철 흐르는데도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 진백리는 화가 나서 그녀를 당겨 일으켜 세우더니 말했다: “무지막지한 여인! 정말 어처구니없구나!”하지만 류훼향은 정말 미친 듯이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낙청연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정신없이 절을 했다.그녀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졌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선혈이 흥건했다. 그래도 명문 집안의 부인인데, 눈앞의 이 처참한
”류 소저는 지금 제가 진 공자에게 고술을 썼다면서 고의로 죄를 덮어씌우고 있군요. 하지만 진 공자는 말끝마다 계람 미인도 때문에 오셨다고 하고 있네요. 그럼 결국 한마디로 말하면 모두 계람 미인도가 일으킨 재앙이군요!”“그날 회현루에서 저와 서화를 겨루기로 한 사람은 바로 류 소저입니다. 만일 제가 류 소저가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분인 줄 알았더라면 저는 그 당시 계람 미인도를 그리지 않았을 겁니다.”“오늘은 또 당신의 부군을 홀리고 있다고 저를 모독하며 수많은 죄명을 덮어씌우고 있군요. 류 소저의 속셈은 참으로 무섭습니다.”“저의 명성을 반드시 훼손시켜야 한다면, 저는 그래도 괜찮지만, 왕야의 명성을 망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그럼 오늘 저는 당신에게 약조하겠습니다. 이번 생에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습니다! 계람 미인도는 저의 절필(封筆)작이 될 것입니다! 이제 류 소저는 그만 저를 놔줄 수 있으시겠지요?”연약한 척, 우는 척하는 수법을 누구는 할 줄 모르나!낙청연의 말이 끝나자, 주위 백성들의 의론 풍향은 순식간에 크게 바뀌었다.“이번생에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회현루에서 그날 저는 다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왕비의 화공이 출신입화의 경지라고 칭찬했습니다. 사람을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하게 그렸거든요! 여기서 절필하다니, 너무 아쉽습니다.”“류 소저가 왕비의 화공을 질투해서 저렇게 미친 듯이 소란을 피운 거였군요! 왕비를 핍박하여 절필까지 하게 하다니! 그야말로 가증스럽네요!”진 태위와 부진환은 모두 깜짝 놀랐다.부진환은 실눈을 뜨고, 그윽한 눈빛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그는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퇴위진(以退為進), 이 수법은 참으로 대단했다!뜻밖에도 즉시 여론의 풍향을 바뀌어 버렸다.류훼향은 대경실색하더니 급히 해명했다: “아니야! 내가 언제 절필하라고 핍박했어?”낙청연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류 소저, 오늘 이토록 소란을 피운 것은 이 목적이 아니었나요? 당신 부군도 자기 입으로 계람 미인도만
“그럼, 동하국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늦추려는 것이오? 그 여인을 상대로 우리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일이오.”부진환이 사색에 잠긴 그때, 갑자기 옆에 누군가 걸어와 당당하게 말했다.“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한 번 만나보겠소.”걸어온 사람은 초경과 송천초였다.“방금 말한 그 사람이 정말 보통 사람의 실력을 뛰어넘었다면 나밖에 상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면 나한테 지도를 주시오. 내가 만나보고 오겠소.”“그 여인을 해결한 후 다시 동하국을 공격해도 늦지 않았소.”그의 말을 듣고 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지도를 건네주었다.“좋소. 가서 상황을 알아보고 상대의 실력을 파악하시오.”“어찌 됐든 동하국의 땅이니,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오. 꼭 조심하시오.”초경은 지도를 건네받았다.“좋소. 지금 바로 출발하겠소.”초경은 지도를 품에 넣으며 몸을 돌려 송천초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곧 돌아올 것이오.”송천초가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십시오.”그리고 초경은 동하국으로 떠났다.그의 속도로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바다에 있는 그 나라를 찾았다. 비교적 큰 섬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운 것 없었다.바다에서 나타난 그를 보고 동하국 병사들은 깜짝 놀라 적의 기습이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다들 모여들어 해안가에 칼을 겨누었지만 가까이 온 사람이 초경 한 명인 것을 보고 외쳤다.“감히 이곳에 혼자 오다니!”“당장 생포하거라!”병사들이 그를 에워쌌지만, 초경이 소매를 휘두르자 다들 멀리 날아갔다.동하국 사람들은 깜짝 놀라 더 이상 그를 얕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초경의 상대가 아니었다.압도적인 초경의 힘 앞에서 그들은 조금도 반항할 힘이 없었다.그렇게 초경은 동하국 왕궁까지 쳐들어갔다.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자, 누군가 다급히 소리쳤다.“약사를 부르거라! 어서 약사를 부르거라!”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적을 보고 동하국은 대량의 병사를 보내 그가 궁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 헀다.동하국 왕은 이미
부소는 잠깐 멈칫했다.옥교는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부소는 미간을 찌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부원뢰를 보다 이불을 덮어 주고 방을 나갔다.방을 나가자마자 부소는 의원 일꾼에게 돈을 주며 술과 음식을 준비하라 했다.옥교는 이해하지 못했다.“어찌 정말...”부소는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아마도 괜찮을 것이오.”“폐부를 다쳐 약으로 치료도 못 하는 상황에 어찌 기운이 가득한 말투로 말한다는 말이오?”“의원에게 물어야겠소.”옥교는 깜짝 놀라 그의 뒤를 따랐다.부소는 의원을 찾아 다시 물으려 했지만, 의원은 그의 눈빛을 피하며 핑계를 쓰고 그를 피하려 했다.그럴수록 부소는 의원을 보내지 않았다.결국 의원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아버님이 그렇게 말하라 협박했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귀신을 풀어서 나를 잡아먹겠다고 했소.”“정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네.”“그는 내상을 입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아 약을 먹고 한 달 정도 조리하면 완쾌할 수 있소.”그 말을 듣고 옥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눈물을 닦기도 전에 다급히 물었다.“정말입니까? 괜찮으신 겁니까?”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오!”“이번에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네.”부소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고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을 지었다.“이 늙은이가 감히 나를 놀리다니!”부소는 화가 치밀어 올라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옥교는 그가 부원뢰를 찾아가 싸울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아버님을 푹 쉬게 하시오. 몸이 괜찮은 것도 좋은 일 아니오? 괜히 놀란 일이니, 걱정하지 마시오!”부소는 여전히 화가 났다.“누가 이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것이오?”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적어도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 부소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참, 동하국의 위치를 탐사한 대오의 사상자가 심각한 터라 돌보러 가겠소. 아버지를 잘 챙겨주시오.”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어서 가보시오. 아버님은 내가 돌보겠소.”-부소는 바로 막사로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