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낙요는 병풍 뒤의 여인이 춤을 추며 꽃 한 송이를 만들어 내 손바닥에 놓는 모습을 보았다.그러고는 병풍 뒤로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그렇게 여인은 꽃을 든 채 손을 위로 올렸다.그러자 꽃은 수많은 꽃잎으로 변해 공중에 흩날렸다.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계진도 멍하니 바라보았다.곧바로 병풍 뒤의 여인은 모습을 드러내 아리따운 몸짓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낙요는 그제야 낯익은 여인의 모습을 보았다.순간, 그 여인은 부의 계집종 월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이런 재주가 있었다니.월규가 춤을 추면서 손을 흔들자 나비 한 마리가 그녀의 손끝에 내려앉았다.낙요는 살짝 놀랐다.월규가 살며시 입김을 불자, 나비는 낙요를 향해 날아와 그녀의 손끝에 내려앉았다.한겨울에 나비가 있다니.월규는 계속 춤을 추었다. 발끝이 닿은 곳마다 아름답고 싱그러운 꽃 한 송이가 피어올랐다.여기까지 본 낙요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깨닫고 흥미롭게 감상하기 시작했다.부진환은 생선튀김을 만들어 정원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정원 밖에 엎드려 구경하고 있었다.원 주방장은 냄새를 맡고 곧바로 몸을 돌렸다.“이게 무엇이오? 아주 향기롭구먼.”부진환은 생선튀김을 원 주방장에게 건넸다.원 주방장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대제사장에게 주는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곧바로 원 주방장은 계진에게 다가가 생선튀김을 건넸다.계진은 생선튀김을 들고 상 위에 올려놓았다.낙요가 향기에 이끌려 맛을 보려던 찰나.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제사장의 부에 이상하게 등불 하나 없이 어둡다 했더니, 이곳에 남다른 경치가 있었구먼.”침서는 두 손을 등지고 유유히 다가왔다.“어찌 찾아온 것입니까?”낙요는 고개를 돌려 침서를 힐끔 쳐다보았다.침서는 앞으로 다가와 낙요 옆에 앉아 상 위의 생선튀김을 보고 멋대로 먹으며 함께 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귀도에서 돌아온 후부터 입맛이 안 좋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냐? 어디 아픈 것이냐? 한번 보자.”침서는 말
“아요, 내 도움이 필요하냐?”“입만 열면 네 목적은 반드시 이뤄주겠다!”침서는 팔을 상에 걸친 채 낙요의 대답을 매우 기대하는 듯했다.낙요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제 복수를 하려는 것이지, 당신이 제 복수를 도와달라는 뜻은 아닙니다.”“이건 제 일입니다.”이 대답을 들은 침서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낙요는 무슨 일이든 혼자 하려고 했다.그러니 침서도 아주 눈치 있게 스스로 하려고 한다면 절대 간섭하지 않았다.뒤에서 낙요의 모든 행적을 알고 있으면 되니까 말이다.무엇을 하고 있는지, 위험하진 않은지 정도만 알면 충분했다.문득 생선튀김 생각이 난 낙요는 맛을 보려고 시선을 돌렸지만, 그릇에는 부스러기만 남아 있었다.침서가 저도 모르게 다 먹어버린 것이었다.불쾌해진 낙요는 입을 열었다.“이제 늦었으니 저도 쉬어야 합니다.”“돌아가시지요.”낙요가 말을 직접적으로 하니 침서도 계속 있기 무안해 다정한 인사말을 건넸다.“그러면 몸 잘 챙기거라.”“어서 나아야 온심동을 위해 복수할 수 있지 않겠느냐.”침서는 곧바로 떠났다.악기 소리도 곧 끝이 났다.“들어오거라. 누가 술에 약을 탄 것이냐? 누구의 생각이냐?”낙요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정원 밖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달려왔다.병풍 뒤의 유단청도 걸어 나왔고, 사람들은 한 줄로 쭉 서 있었다.유단청은 무릎을 꿇고 말했다.“대제사장, 이건 제 생각입니다. 벌하려거든 저 한 사람만 벌하십시오.”이 말을 들은 계진은 순간 검을 꽉 쥐었다.술에 약을 타다니, 대제사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유단청은 급히 말을 이어갔다.“저도 많이 넣지는 않았습니다. 아주 조금 넣었습니다! 대제사장을 해하려는 것이 아니고, 제 재주와 같이 구경하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습니다.”“대제사장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아는데, 어찌 감히 약을 타서 해하려 하겠습니까.”낙요는 술잔을 들고 냄새를 맡은 다음 주위를 둘러보았다.“월
“잘못이 없다고? 그럼 어찌 노예영에 잡혀간 것이냐?”규정에 따르면 사람을 죽이거나 불을 낸 극악무도한 자들만 노예영에 잡혀가 길들여진 다음 감금되었다.노예들이 죽으면 그들의 영혼은 집혼산에 감금되어 환생도 할 수 없으며 먼지가 되는 날까지 고통받아야 했다.작은 사건이라면 관저에서 처리해 옥에 가두거나 벌금을 했다.월규는 천천히 대답했다.“저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누구를 해한 적도 없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밉보였을 뿐입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밉보였다고? 그래서 노예영에 들어간 것이냐?”낙요는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면 완전히 엉망 아닌가!월규는 무릎을 꿇고 확고한 어투로 답했다.“대제사장, 제 말에 거짓이 있다면 저는 벼락을 맞을 것입니다!”다른 사람들도 입을 모았다.“저희도 극악무도한 죄를 범하지 않았습니다! 월규의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눈이 많이 내리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낙요는 옷을 여몄다.옷을 얇게 입은 월규는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낙요는 몸을 일으켰다.“월규는 먼저 내 방으로 오거라.”“다른 사람들은 방에 돌아가 쉬거라. 시간이 나면 부르겠다.”“예!”낙요는 월규를 데리고 먼저 방으로 돌아갔다.화로에 연탄을 더하고 낙요는 두꺼운 망토를 월규에게 건넨 다음 침상에 앉았다.“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해 보거라.”낙요는 말을 하며 몸이 뜨거워지게 따뜻한 차 두 잔을 부었다.월규는 놀란 나머지 긴장한 모습으로 낙요의 맞은편에 앉았다.방은 아주 빨리 따뜻해졌고, 월규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월규는 폐월루의 무희였다. 몸을 팔지 않았고, 폐월루에도 무희가 많아 가장 잘 추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나 부잣집 공자의 눈에 들어 그는 월규와 하룻밤을 보내려고 했다.월규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그 공자는 몇 번의 시도 끝에 가장 비겁한 수단을 썼다.다행히도 월규는 깨어났고, 공자의 중요 부위를 발로 걷어찼다.그렇게 공
월규는 또다시 대제사장의 은혜에 깜짝 놀라 급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은 제 일에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그저 계집종일 뿐…”낙요는 덤덤하게 웃으며 답했다.“너만을 위한 게 아니다.”“이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야 한다.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 것 같구나.”“그러니 도와줄 수 있겠느냐?”월규는 급히 일어서며 대답했다.“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시키는 것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제 목숨도 대제사장의 것입니다.”대제사장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노예영에서 어떻게 고문당하고 있을지 몰랐다.노예영은 주로 노예를 길들이는 목적으로 지어져 여인은 보통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다.월규는 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그러나 이렇게 대제사장이 구해줬고, 대제사장부의 계집종이 되었다.“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앉거라.”낙요는 온화한 어투로 말했다.월규는 또 고분고분 앉았다.낙요는 말을 이어갔다.“요 며칠은 부에 있지 말고 나가서 돌아다니거라. 응계천 쪽 사람이 너를 찾아내서 쫓아오는지 보자꾸나.”“부잣집에서 계집종을 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대제사장부 얘기는 꺼내지 말거라.”“내가 너를 구했다는 건 알게 해선 안 된다.”“계진을 보내 암암리에 보호해 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낙요는 알아야 했다. 응계천은 대체 어떤 관계로 월규를 노예영에 보냈는지 말이다.노예영은 극악무도한 악인들만 잡아놓는 곳이다. 오살의 죄도 노예영에 갇히지 않는데, 월규 같은 일은 죄도 아니었다.규정을 눈에 두지도 않는다니, 누가 감히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일까?월규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알겠습니다.”“그만 돌아가거라, 이제 유단청을 불러오라.”유단청은 곧바로 도착했다.낙요는 그의 상황을 물어보았다. 그러나 유단청도 큰 죄목이 아니었다.재주로 낭자들의 돈을 사기 치다가 관부의 사람들에게 잡혔고, 무공이 뛰어난 데다 환각 가루가 있는 탓에 관부의 사람 몇 명을 다치게 했다.그러나 다시 붙잡히니 노예영에 들어가게 되었다.이 말을 들은 낙요는 의문
부진환이었다니!오늘 그 생선튀김은 부진환이 만든 것이었다는 말인가?부진환은 생선을 튀겨 정리를 마친 후 주방을 나서려고 했다.낙요는 당황했지만 몸을 돌려 빠르게 떠났다.낙요는 발소리를 낮추고 재빨리 방으로 도망쳤다.방문을 닫고 낙요는 방안을 서성이며 왜 당황했는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한밤중에 배가 고파 주방에 가서 음식을 찾았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낙요는 때때로 창밖을 보기도 했다.아직도 오지 않았다.설마 낙요를 위해 만든 생선튀김이 아니란 말인가?이 생각을 한 낙요는 화가 나 의자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깜짝 놀라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들어오시오.”문을 연 사람은 부진환이었다.향기로운 냄새와 함께 말이다.부진환은 방문을 닫고 낙요를 보며 물었다.“대제사장, 이 늦은 시간에도 나갔던 것입니까?”“누가 나갔다고 하였소?”낙요는 서늘한 어투로 답했다.부진환은 낙요의 신발을 보며 말했다.“대제사장의 신발에 눈이 가득합니다.”낙요는 고개를 떨궈 바닥을 바라보았다. 신발에 눈이 가득할 뿐만 아니라 바닥도 축축한 흔적이 있었다.순간 난처해진 낙요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를 심문하는 것이오?”부진환이 급히 답했다.“아닙니다.”“대제사장께서 며칠 동안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간식거리를 만들었습니다.”낙요는 그 향기를 맡으니 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었다.하지만 낙요는 대제사장이니 절대 티를 낼 수 없었다.낙요는 덤덤한 눈빛으로 힐끔 쳐다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답했다.“요즘은 입맛이 없어서 말이오.”“그래도 한밤중에 만들어 왔으니 먹어볼 수밖에.”낙요는 난감한 모습이었다.그러나 부진환은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 맛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부진환은 급히 접시를 올려놓고 젓가락을 건넸다.낙요는 젓가락으로 생선튀김을 집어 먹었다. 바삭하고 향긋한 것이 입맛을 확 돋
부진환은 물건을 내려놓았다. 그의 시선이 돌연 생선튀김을 담아두었던 빈 접시로 향했다.왜 빈 것일까?부진환은 의아한 표정으로 낙요를 바라봤다.낙요는 곧바로 그의 시선을 느꼈다.“대제사장님, 이것은...”낙요는 애써 침착한 척 말했다.“아, 그것 말이오? 계진이 좋아하길래 전부 계진에게 줬소.”계진은 당황스러웠다. 비록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내가 먹었소.”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인 뒤 빈 접시를 거두어 갔다.곧이어 계진은 부진환과 함께 방을 나섰다.계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당신이 만든 생선튀김 맛이 좋더군. 또 한 번 해주시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소.”두 사람이 다 떠난 뒤에야 낙요는 느긋하게 접시를 들고 다과를 한 입 먹었다.맛이 꽤 좋았다.비록 주방장이 한 것만큼 맛있지는 않지만 신기하게도 싫지 않았다.낙요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꽤 맛있었다.그렇게 낙요는 차와 함께 다과를 몇 개나 해치웠다.그러고는 옷을 갈아입고 입궁하여 황제를 배알했다.그녀는 지금 노예영이 사람을 잡아들이는 규칙에 관해 물었다.그 질문을 들은 황제는 무척 의아해했다.“그 규칙은 과거 제사 일족이 정한 것이 아니냐? 대제사장은 그 사실을 잊은 것인가?”“잊지 않았습니다. 다만 폐하께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규칙은 지금까지 변한 적 없는 게 맞습니까?”그녀는 자신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아 그사이에 바뀌었을까 두려웠다.하지만 황제가 말했다.“아무런 변화도 없다.”그 말에 낙요는 감이 잡혔다.누군가 제멋대로 설치고 있었다.하지만 이 정도 배짱으로 도성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자라면 정말 멍청한 사람이거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일 것이다.어쨌든 섣불리 움직여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그래서 낙요는 다른 상황도 물은 뒤 황제에게 보고했다.“취혼산의 진법은 이미 수차례 파괴되어 더는 산속의 망령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그래서 제가 멋대로 진법
존엄마저 짓밟혔으니 노비만도 못했다.백서는 순간 몸이 경직됐다.부진환은 걸음을 옮겨 서서히 자리를 떴다.백서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구겼고 머릿속에는 부진환이 했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방 안에 있던 낙요는 창문 옆에 서 있다가 부진환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느꼈다.저 정도 각오라니, 꽤 좋았다.역시 천궐국의 섭정왕, 큰일을 이룬 사람다웠다. 때로는 굽힐 줄도 알고 상황 파악도 빨랐다.오후가 되자 부진환은 정말로 음식을 만들었다. 계진과 유단청뿐만 아니라 저택 사람들 모두 몫이 있었다.원 주방장도 그의 요리를 맛보고 연신 칭찬했다.“요리 실력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소. 오늘 저녁 나와 요리 실력을 겨루는 건 어떻소?”부진환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할 줄 아는 건 얼마 없소.”낙청연이 좋아해서 일부러 배운 것이었으니 그가 할 줄 아는 건 전부 청연이 좋아하는 것이었다.원 주방장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그렇다면 정말 아쉽군.”다들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 유단청은 계진에게 남겨줄 거라면서 몰래 음식을 도시락 안에 넣었다.밤이 깊어지고 사람이 없을 때, 그는 도시락을 들고 낙요의 방 앞에 섰다.“대제사장님, 제가 먹을 걸 가져왔습니다.”낙요는 도시락을 열어 보더니 살짝 놀라며 덤덤히 말했다.“왜 내게 이걸 가져온 것이냐?”유단청은 웃으며 말했다.“대제사장님께서 좋아하시지 않습니까?”“누가 내가 좋아한다고 하였느냐?”낙요는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유단청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주인님의 마음을 멋대로 추측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져온 것을 다시 가져가는 건 좋지 않은 듯하니 부디 받아주시지요.”“밤이 깊었으니 푹 쉬십시오.”말을 마친 뒤 유단청은 돌아서서 떠났다.낙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유단청은 참으로 총명했다.낙요는 다리를 꼬고 앉아 느긋하게 먹기 시작했다.잠시 뒤, 월규와 계진이 돌아왔다.낙요가 물었다.“왜 이렇게 늦게 돌아온 것이
잡힐 뻔한 순간, 위에서 작은 돌멩이가 날아와 응계천의 다리를 맞혔고 응계천은 풀썩 무릎을 꿇게 되었다.“누구냐?”“누가 날 음해하려 한 것이냐?”사람들은 경계하기 시작했다.고개를 드니 벽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한 무리의 사내들이 대낮에 여인을 괴롭히다니, 법도라고는 없구나!”위협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응계천은 이를 악물며 버럭 화를 냈다.“누구냐? 네가 뭔데 간섭하는 것이냐?”월규는 그 기회를 틈타 도망치려 했지만 응계천의 사람에게 붙잡혀 돌아왔다.바로 그때 위에서 또 돌멩이 몇 개가 날아들어 남자를 바닥에 쓰러뜨렸다.남자는 얼굴을 부여잡고 앓는 소리를 냈다.그렇게 월규는 그 틈을 타서 잽싸게 도망쳤다.응계천은 월규를 뒤쫓고 싶었으나 벽에 앉아있는 사람이 두려워 화를 내며 욕지거리했다.“앞으로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말을 마친 뒤 그는 사람들을 데리고 씩씩거리며 떠났다.계진은 그들이 떠난 걸 확인한 뒤에야 벽에서 뛰어내렸고, 월규가 붙잡히지 않은 걸 확인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 쫓아갔다.계진은 매일 저녁 돌아와서 낙요에게 상황을 보고했다.그렇게 응계천은 월규를 사흘 동안 지켜봤다.월규는 매일 외출하여 저택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해야 했기에 이리저리 숨어봤지만 역시나 응계천에게 노려졌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최대한 사람들이 많은 곳을 골라 다녔고 골목길 어구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그날 밤, 낙요가 분부를 내렸다.“내일 그들에게 적당히 손을 쓸 기회를 주거라.”“내가 함께하겠다.”월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제사장이 함께라면 마음이 훨씬 놓였다.다음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다. 오전부터 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날이 우중충했다.거리를 오가는 사람도 훨씬 줄어들었다.부랴부랴 물건을 산 월규는 한 객잔 뒷문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갑자기 안에서 사람 두 명이 불쑥 튀어나와 월규의 팔을 붙잡고 그녀의 입을 막은 채로 그녀를 객잔 안으로 끌고 갔다.그리고 뒷문이 닫혔다.응계천은 다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