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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2화

존엄마저 짓밟혔으니 노비만도 못했다.

백서는 순간 몸이 경직됐다.

부진환은 걸음을 옮겨 서서히 자리를 떴다.

백서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미간을 잔뜩 구겼고 머릿속에는 부진환이 했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방 안에 있던 낙요는 창문 옆에 서 있다가 부진환의 말을 듣고 놀라움을 느꼈다.

저 정도 각오라니, 꽤 좋았다.

역시 천궐국의 섭정왕, 큰일을 이룬 사람다웠다. 때로는 굽힐 줄도 알고 상황 파악도 빨랐다.

오후가 되자 부진환은 정말로 음식을 만들었다. 계진과 유단청뿐만 아니라 저택 사람들 모두 몫이 있었다.

원 주방장도 그의 요리를 맛보고 연신 칭찬했다.

“요리 실력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소. 오늘 저녁 나와 요리 실력을 겨루는 건 어떻소?”

부진환은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할 줄 아는 건 얼마 없소.”

낙청연이 좋아해서 일부러 배운 것이었으니 그가 할 줄 아는 건 전부 청연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원 주방장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그렇다면 정말 아쉽군.”

다들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 유단청은 계진에게 남겨줄 거라면서 몰래 음식을 도시락 안에 넣었다.

밤이 깊어지고 사람이 없을 때, 그는 도시락을 들고 낙요의 방 앞에 섰다.

“대제사장님, 제가 먹을 걸 가져왔습니다.”

낙요는 도시락을 열어 보더니 살짝 놀라며 덤덤히 말했다.

“왜 내게 이걸 가져온 것이냐?”

유단청은 웃으며 말했다.

“대제사장님께서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누가 내가 좋아한다고 하였느냐?”

낙요는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유단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주인님의 마음을 멋대로 추측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져온 것을 다시 가져가는 건 좋지 않은 듯하니 부디 받아주시지요.”

“밤이 깊었으니 푹 쉬십시오.”

말을 마친 뒤 유단청은 돌아서서 떠났다.

낙요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유단청은 참으로 총명했다.

낙요는 다리를 꼬고 앉아 느긋하게 먹기 시작했다.

잠시 뒤, 월규와 계진이 돌아왔다.

낙요가 물었다.

“왜 이렇게 늦게 돌아온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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