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씨 가문의 부부 사이가 이럴 줄은 몰랐다.역소천도 자신이 모진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차갑게 말했다.“당장 월규를 놓아주거라!”말을 마친 뒤 그는 노기등등하게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역소천이 떠난 뒤 낙요는 방에서 서소난이 바닥에 주저앉는 소리를 들었다.계집종이 다급히 다가갔다.“부인.”서소난은 힘없는 목소리로 분부했다.“월규를 데려다주거라.”계집종은 의아해했다.“폐월루로 보낼까요?”“그건 월규에게 묻거라.”“네.”계집종은 곧바로 월규를 놓아주러 갔다.방문이 닫히고 방 안은 아주 조용해졌다. 낙요도 준비하러 갔다.그런데 떠나려고 할 때 방안에서 애써 흐느낌을 억누르는 소리가 들렸다.낙요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걸음을 옮겼다.인상 속에서 서소난은 도성에서 질투가 많기로 유명한 여인이었고 대부분 사람은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그녀의 친정인 서씨 가문은 3대째 장군으로 예전에는 침서와 같은 지위를 누렸다.하지만 서소난 대에 이르러서는 두 오라버니가 젊은 나이에 일찍 세상을 뜨게 되어 군대에 있는 사람이 없었다.그리고 마침 침서가 대원수 자리를 차지했다.비록 서씨 가문은 이제 수중에 병권이 없지만 공훈은 탁월하여 황제가 서소난에게 아주 훌륭한 혼사를 하사했다. 그 상대가 바로 역소천이었다.이런 가문과 지위 때문에 도성의 많은 사람이 서소난을 건드리지 못했다.밖의 사람들은 그녀가 제멋대로고 야만적이며 까탈스럽다고 한다.하지만 그녀에게 이런 약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낙요는 역씨 가문을 떠난 뒤 저 멀리 월규가 계집종의 안내를 받아 후문으로 나가는 걸 보았다.낙요는 길을 에돌아 그들의 시선을 피했고 먼저 대제사장 저택으로 향해 월규가 오길 기다렸다.월규는 배웅해 주려던 계집종을 떨쳐버렸다. 아무도 그녀가 대제사장의 저택으로 가는 걸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곧이어 그녀는 홀로 대제사장의 저택에 도착했다.낙요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대제사장님!”낙요는 그녀를 데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며 물었다.“다쳤느냐?”
유단청은 애타는 마음으로 찾아왔다.“대제사장님, 대제사장님. 밖에 갑자기 지명수배 안내문이 붙었습니다.”“월규를 잡는다고 합니다!”그 말에 저택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낙요는 즉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갔다.거리에 많은 행인이 모여 그 안내문을 둘러싸고 있는 게 보였다.낙요는 다가가서 확인해 봤다. 그 위에는 월규가 살인했고 현상금이 100냥이라고 적혀 있었다.그걸 본 낙요는 미간을 좁혔다.월규 또한 깜짝 놀랐다.“제가 언제 사람을 죽였습니까?”그 말에 주위에 있던 행인들이 시선을 던졌다.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당신 지명수배범이 아니오?”곧 관청의 사람들이 부름을 듣고 달려왔고 곧바로 월규를 붙잡아 그녀를 데려갔다.대제사장 저택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월규를 구하려 했지만 낙요가 그들을 막았다.“급하지 않다. 우선 상황을 보자꾸나. 진실은 바뀌지 않으니 말이다.”그렇게 낙요는 관청으로 향했다.그런데 공당에 가보니 정말 시체 한 구가 있었다. 여인의 시체였다.관청의 사람들은 월규에게 시체를 확인시켰다. 흰 천을 젖히니 다름 아닌 서소난의 계집종이었다.어젯밤 월규를 데리고 떠났던 계집종 말이다.상대방을 본 순간, 월규는 대경실색했다.서 대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월규, 아직도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오? 이자는 역 장군 저택의 계집종이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바로 당신이오!”월규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대인, 전 아닙니다! 전 사람을 죽인 적이 없습니다!”“어젯밤 그녀를 본 건 사실이지만 저와 헤어질 때까지만 해도 살아있었습니다!”서 대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그걸 증명할 사람이 있소?”월규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서 대인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무의식중에 자기의 죄를 폭로했군.”“여봐라, 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죗값을 치러야 하는 법, 당장 처형시켜야겠다!”서 대인은 그 자리에서 명령을 내렸다.월규는 안색이 달라졌고 낙요 또한 놀랐다.
우유는 관청에서 여전히 서 대인과 싸우고 있었다.서 대인은 짜증이 났다.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자 그는 말썽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얼른 이 사건을 종결시키고 싶었다.그는 무척 차가워진 어투로 말했다.“우유 낭자는 폐하의 명령대로 상황을 살피러 온 것이지 내가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 간섭할 자격은 없을 텐데?”“우유 낭자가 공당에서 수차례 범인을 두둔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오?”“우유 낭자의 말은 날 설득하지 못했소. 그러니 오늘 이 월규란 자는 반드시 참수당해야 하오!”“여봐라, 손을 쓰거라!”우유는 화를 냈다.“서 대인, 섣불리 사건을 종결시켰단 이유로 폐하가 죄를 물을까 두렵지 않소?”서 대인은 두려움이라고는 없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이 사건이 종결되면 본관이 직접 사건의 경과와 증거를 폐하께 전달할 것이오!”“만약 폐하께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폐하께서 본관을 처벌하시겠지.”“우유 낭자가 여기서 이래라저래라할 수는 없소!”기세등등한 서 대인을 보니 월규를 죽이기로 작정한 듯했다.아무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다.우유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호위가 검을 빼 들고 손을 쓰려는데 차갑고 위엄 넘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유가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면 본관은 할 수 있겠지?”낙요는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온몸에서 내뿜어지는 차갑고 단호한 기운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특히 본관이라는 두 글자와 거만하기 그지없는 어투에 서 대인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낙요는 쉬이 본관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의미했다.공당에서 사람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서 대인도 다급히 자리에서 내려와 공수하며 허리를 숙였다.“대제사장님.”조금 전까지 건방지던 기세는 완전히 억눌렸다낙요는 천천히 옆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서 대인이 본관의 하녀가 사람을 죽였다고 하던데, 본관은 사사로운 정 때문에 편을 들지는 않겠지만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어야 할
이번에 끝장났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대제사장은 그것마저 조사했다.“그... 기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서 대인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바로 그때 서소난이 걸어왔다.“우리 가문의 계집종은 무공을 할 줄 아오. 월규는 어제 내가 우리 저택으로 잡아 온 것이오. 월규는 약에 당해 걸을 수는 있어도 우리 가문의 계집종을 기습할 힘이 있을 리는 절대 없소.”“내가 기분이 좋지 않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소.”“하지만 서 대인, 이렇게 급히 월규를 죽이려 하다니, 뭘 덮으려고 그러는 것이오?”“춘앵(春鶯)이는 날 오랫동안 따랐소. 어찌 됐든 난 춘앵이를 죽인 범인을 기필코 찾아내 복수할 것이오!”서소난까지 왔다.그녀의 말은 춘앵을 죽인 사람이 월규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다.서 대인이 공정하게 판단했는지 아니면 사적인 감정으로 그랬는지는 일목요연했다.밖에 있던 백성들은 그를 욕하기 시작했고 서 대인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말해보시오!”낙요는 화가 나 호위의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더니 서 대인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날카로운 검날에 주변 사람들은 대경실색했다.사모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머리카락이 잘렸다.서 대인은 서늘한 기운이 정수리에서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는 얼이 빠진 채로 목이 잘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했고 이내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꿇어앉았다.“이 일은 하관의 불찰입니다. 하관…”낙요는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지금 당신은 자신을 죄인이라고 칭해야 하오!”“당신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 것 같소?”말을 마친 뒤 낙요는 들고 있던 검을 던지고 차갑게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이 죄인을 잡아 옥에 가두거라!”호위들은 곧바로 앞으로 나서며 서 대인을 끌고 갔다.낙요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서늘하게 말했다.“들어가서 잘 생각해 보시오. 뭐 더 할 얘기가 있는지. 일찍 얘기하면 형벌을 피하게 해주겠소.”“그러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손을 쓸 것이오. 기회는 주지 않을 것이오.”음산한
“여봐라, 문을 닫거라.”“당장 온 성을 뒤져 응계천을 붙잡거라!”구경하던 백성들은 이내 흩어졌고 관청 안팎은 조용해졌다.낙요는 곧바로 서 대인의 가산을 압류했고 동시에 안에 재물이 가득한 밀실을 하나 발견했다.그중 한 장부는 아주 두꺼웠는데 거기에 그가 받은 뇌물의 액수와 금품의 수량이 적혀 있었다.하지만 누가 줬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다.서 대인은 총명했다. 만약 뇌물을 준 사람을 적는다면 많은 사람이 연루될 것이니 말이다.그렇게 조사를 하다가 낙요는 서 대인이 비록 혼자지만 집 안의 재물과 장부 위 금액의 차이가 크다는 걸 발견했다.곧이어 낙요는 서 대인의 관사를 불러 물었다.“너희 집 대인은 평소 어떤 기호가 있고 어떤 지출을 했느냐?”관사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대인께서는 평소 특별한 취향은 없으십니다. 그저 평소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밥을 드십니다.”낙요는 미간을 구기고 장부를 뒤지며 말했다.“선물을 주었지만 위에 적히지 않는 게 있느냐?”관사는 고개를 저었다.“대인께서는 평소 누가 선물을 주었는지, 무엇을 선물로 주었는지 전부 장부에 적으십니다.”“하지만 장부가 이상하다. 너도 알다시피 너희 집 대인은 뇌물을 받았고 이것들은 모두 문제가 있는 돈이다. 그런데 그걸 네가 숨기고 얘기하지 않는다면 너 또한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관사는 그 야기에 당황해하며 다급히 고민하다가 말했다.“장부가 맞지 않는 건 평소 대인께서 자주 그중 일부를 전당포에 저당 잡히고 전장에 가서 은전으로 바꿔서 그럴 것입니다.”“그 돈은 대인께서 숨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것을 찾지 못하여 장부가 맞지 않는 것일 겁니다.”그 말에 낙요는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여봐라, 지금 당장 수색하거라. 이 저택을 석 자를 파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은전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호위들은 곧바로 뒤지기 시작했다.낙요는 소식을 기다리는 틈을 타서 춘앵의 시체를 보았다.우유도 앞으로 나서며 검사했다.“상처를 보니 비수를 쓴 듯합니다. 치명적인 일
“상황을 보니 역씨 저택에 한번 가야겠다.”낙요가 말했다.갑자기 우유가 그녀가 들고 있는 나침반을 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대제사장님께 왜 그 물건이 있는 겁니까?”우유는 조금 전 생각해 봤다. 낙청연의 시체는 침서가 곧바로 데려갔으니 이 나침반은 침서가 낙요에게 준 것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하지만 우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조금 전 그녀는 마치 낙청연을 본 듯하여 마음속 깊은 곳에서 비통함이 일렁였다.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이것은 원래 내 것이다. 왜 그러느냐?”그 말에 우유는 놀랐다.그녀는 의심스러운 듯 미간을 구겼다.“원래 대제사장님의 것이라고요? 하지만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것이었는데...”우유는 이해할 수 없었다.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거 아닐까 의심됐다.낙요는 우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설명했다.“이 천명 나침반은 내가 어릴 때부터 지니던 물건이다.”“그런데 다른 사람의 손에서 이것을 봤을 리가.”“나침반을 잘못 알아본 것이겠지.”우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곤혹스러워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곧이어 낙요는 먼저 떠나 뒤편의 상황을 확인했고 호위가 보고했다.“대제사장님, 수색하니 이것뿐입니다.”바닥에 돈 상자 몇 개와 은표가 놓여있었다.하지만 수가 너무 적어 여전히 장부와 맞지 않았다.서 대인의 관사는 계속해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대제사장님, 전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모릅니다. 전 정말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낙요는 생각에 잠겨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집 대인이 평소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을 전부 적어내거라.”“네.”잠시 뒤 관사는 종이 한 장을 건넸고 그 위에는 십여 개의 지명이 적혀 있었다.전부 먹고 마시는 곳이었다.장소가 너무 많고 일일이 다니며 조사할 시간이 없었기에 낙요는 그것을 우유에게 전했다.“날 도와 이곳들을 조사해보거라.”우유는 그녀의 뜻을 알고 대답했다.“네, 지금 가보겠습니다.”날이 거의 어두워질 시간이었다.낙요는 잠깐
낙요는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서 따라 나갔다.서소난은 다급한 걸음걸이로 다른 마당으로 향했다.그곳은 역씨 가문 옆의 저택이었는데 중간의 벽이 뚫려 연결되어 있었다.서소난이 들이닥치자 마당에 있던 계집종은 깜짝 놀랐고 곧바로 누군가 그녀를 막아 섰다.“부인,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비키거라!”서소난은 화가 나서 계집종을 밀어냈다.방 안에 있던 사람은 소리를 듣고 나왔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이냐?”그녀는 소박한 차림새에 서소난보다 조금 더 어려 보였는데 이목구비는 서소난과 조금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그녀는 서소난의 동생 서소청이었다.서소청은 온화한 성정에 겸손하여 도성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반대로 서소난은 평판이 좋지 않았기에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았다.그런데 서소청이 역씨 가문 바로 옆에서 지내며 마당까지 이어져 있을 줄은 몰랐다. 같이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언니.”서소청이 살짝 몸을 숙이며 예를 갖췄다.그러나 서소난은 곧장 다가가 그녀의 뺨을 때렸다.짝 소리가 선명히 들렸다.서소청은 당황한 듯 얼굴을 부여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서소난을 바라봤다.“언니, 이건 무슨 뜻입니까?”서소난은 화가 난 듯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시선이 그녀의 손목에 있는 팔찌로 향했다.낙요는 그것을 보고 눈을 빛냈다.바로 그 팔찌였다.서소난이 매섭게 따져 물었다.“너 응계천과 결탁한 것이냐?”“내 춘앵을 죽인 사람이 너냐?”서소청은 안색이 창백해서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증거도 없이 함부로 모함하지 마세요.”“저와 춘앵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제가 왜 춘앵을 죽이겠습니까?”“그리고 제가 어떻게 그녀를 죽이겠습니까?”서소청은 변명하면서 서소난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서소난은 매우 화가 나서 말했다.“그러면 어제 뭘 하러 갔었느냐?”“네가 어제저녁 저택에 없었다는 걸 알고 있다!”“서소청, 난 지금까지 널 봐줬다. 그런데 네가 이렇게까지 기어오를 줄
역소천은 큰 손으로 서소청의 뒷머리를 바쳤는데 손에 피가 묻었다.“여봐라, 얼른 의원을 데려오거라!”역소천은 애가 탔고 걱정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서소난이 놀라서 말했다.“난 널 민 적이 없다!”그러나 역소천이 버럭 호통을 쳤다.“닥치거라!”화가 가득한 얼굴을 보니 사람을 죽일 듯하여 등골이 오싹했다.서소청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라버니, 사람들이 많은데 언니에게 소리 지르지 마세요.”역소천은 화가 풀리지 않아 안타까운 얼굴로 품속의 그녀를 바라봤다.“널 이렇게 대하는데 소난의 편을 드는 것이냐?”서소난은 그 광경을 본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제가 뭘 어떻게 대했습니까? 춘앵을 죽인 건 서소청입니다!”“당신이 서소청의 편을 들면 누가 춘앵의 목숨을 보상합니까?”서소난이 역정을 냈다.그러나 역소천도 화가 났는지 일어나서 서소난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입 닥치라 했지!”“끝이 없구나! 증거도 없이 소청이가 춘앵이를 죽였다고 해? 의견이 있으면 날 찾아오거라. 괜히 소청이를 건드리지 말고!”역소천의 눈동자에 혐오가 가득했다.그 눈빛에 낙요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어쩐지... 익숙했다.어디서 본 것 같기도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서소난은 뺨을 맞고 쓰러질 뻔했고 마음에선 피가 흘렀다.곧 의원이 도착해서야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역소천은 서소청을 안고 방으로 향한 뒤 그녀를 침상에 눕혔다. 의원은 상처를 검사한 뒤 약을 발랐고 큰일 아니라고 했다.역소천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방에서 나와 낙요의 앞에 섰다.“대제사장에게 우스운 꼴을 보였군.”“춘앵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내게 얘기하면 되오.”말하면서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했다.낙요는 역소천을 따라 마당을 떠났고 서소난도 그들을 따라 서방까지 향했다.역소천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나가거라!”서소난은 싸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제 계집종의 일이니 전 당연히 이곳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역소천은 싸우기 싫었고 낙요에게 우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