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소천은 큰 손으로 서소청의 뒷머리를 바쳤는데 손에 피가 묻었다.“여봐라, 얼른 의원을 데려오거라!”역소천은 애가 탔고 걱정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서소난이 놀라서 말했다.“난 널 민 적이 없다!”그러나 역소천이 버럭 호통을 쳤다.“닥치거라!”화가 가득한 얼굴을 보니 사람을 죽일 듯하여 등골이 오싹했다.서소청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라버니, 사람들이 많은데 언니에게 소리 지르지 마세요.”역소천은 화가 풀리지 않아 안타까운 얼굴로 품속의 그녀를 바라봤다.“널 이렇게 대하는데 소난의 편을 드는 것이냐?”서소난은 그 광경을 본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제가 뭘 어떻게 대했습니까? 춘앵을 죽인 건 서소청입니다!”“당신이 서소청의 편을 들면 누가 춘앵의 목숨을 보상합니까?”서소난이 역정을 냈다.그러나 역소천도 화가 났는지 일어나서 서소난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입 닥치라 했지!”“끝이 없구나! 증거도 없이 소청이가 춘앵이를 죽였다고 해? 의견이 있으면 날 찾아오거라. 괜히 소청이를 건드리지 말고!”역소천의 눈동자에 혐오가 가득했다.그 눈빛에 낙요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어쩐지... 익숙했다.어디서 본 것 같기도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서소난은 뺨을 맞고 쓰러질 뻔했고 마음에선 피가 흘렀다.곧 의원이 도착해서야 분위기가 좀 나아졌다.역소천은 서소청을 안고 방으로 향한 뒤 그녀를 침상에 눕혔다. 의원은 상처를 검사한 뒤 약을 발랐고 큰일 아니라고 했다.역소천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방에서 나와 낙요의 앞에 섰다.“대제사장에게 우스운 꼴을 보였군.”“춘앵이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내게 얘기하면 되오.”말하면서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했다.낙요는 역소천을 따라 마당을 떠났고 서소난도 그들을 따라 서방까지 향했다.역소천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나가거라!”서소난은 싸늘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제 계집종의 일이니 전 당연히 이곳에 있을 자격이 있습니다.”역소천은 싸우기 싫었고 낙요에게 우스운
역소천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곧 머뭇거렸다.역소천의 이상한 표정을 보더니, 낙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역 장군, 혹시 말하기 곤란한 것이오?”역소천은 한숨을 쉬더니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젯밤 나는 소청과 함께 있었소.”“우리는 저택이 아니라, 별원에 있었소.”“내가 소청을 위해 증언할 수 있소. 어젯밤 소청은 줄곧 내 곁에 있었소.”이 말이 나오는 순간, 마치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의 비밀이었다.역 장군은 서소난 몰래, 그녀의 여동생 서소청과 진작에 사통하고 있었다?“비록 어떤 문제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지만, 그래도 역 장군에게 여쭤보고 싶소. 혹시 역 부인에게 어떤 편견이 있는 것이 아니오?”역 장군은 한참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편견이 아니오.”“그녀는 본성이 그러하오.”“대제사장께서 이 일을 알게 된 이상, 차라리 내 두 마디 더 하겠소.”역 장군은 이 말을 하면서, 의자에 앉았다.그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실, 나와 소청은 일찍이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사이였소. 서소난이 가운데서 폐하께 사혼성지를 청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찌 소청을 저버렸겠소.”“성지는 이미 내려졌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소난과 혼인했소. 그때 나는 서소난이 소청의 언니이고, 서씨 집안의 딸이니, 품행 또한 괜찮을 거로 생각했고, 너그러운 사람일 거로 생각했소. 그래서 혼인한 후에, 소청을 데려오려고 생각했소.”“하지만 생각밖에, 내가 이 일을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녀는 나와 3일을 꼬박 싸웠소.”“그녀가 동의하지 않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소청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소. 그래서 소청의 행복을 위해 하루빨리 그녀와 인연을 끊으려고 생각했소.”“한데 서소난은 질투에 눈이 멀어, 소청을 글쎄, 청루에 팔아먹었단 말이오!”여기까지 말하더니, 역소천은 주먹을 불끈 쥐며,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눈빛은 미움도 아닌 증오였다.“다행히 내가 소청을 찾았을 때, 그녀는 무사했소. 그렇지
“역 장군, 역 부인과 이렇게 몇 년 동안 계속 싸우며, 참고 지낼 바엔 차라리 화리하는 게 낫지 않소?”낙요는 호기심에 물었다.역 장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싫은 게 아니고, 나와 그녀는 폐하께서 내리신 사혼이라……“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황 생전의 뜻이었소.”“서씨 집안은 공헌이 탁월했고, 서소난은 어릴 때 참 귀엽고 사랑받는 아이였소. 그녀는 어릴 때부터 선황 앞에서 나에 대한 애모의 뜻을 아낌없이 표현하곤 했었소.”“사혼성지는 서소난 스스로 얻어 낸 것이지만, 사실 그중에 선황의 뜻도 숨겨져 있는 것이오.”“그러니 어찌 그리 쉽게 화리할 수 있겠소?”“게다가, 내가 화리를 제기하면, 서소난은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오.”낙요는 이 말을 듣고 약간 의아했다. “역 부인은 어릴 때부터 역 장군을 연모하셨소? 그렇다면, 당신들은 죽마고우잖소?”역 장군은 이 단어를 듣더니, 순간 멍해졌다.그는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런 셈이요.”“다만 나는 이미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이 단어를 얘기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소.”“서소난은 어릴 때, 아주 조용한 아이였는데, 크면 클수록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소.”낙요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었다.역 장군은 정신을 차리더니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소. 사람을 불러 대제사장을 모셔다드리겠소.”“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시오.”낙요가 날씨를 보니 확실히 날이 곧 저물어 갔다. 그래서 낙요는 일단 역씨 집안을 떠났다.--낙요는 대제사장 저택으로 돌아왔다.저택으로 돌아온 낙요는 깜짝 놀랐다. 온 저택의 사람들은 모두 정원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돌아온 걸 보더니, 그들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대제사장님.”낙요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아직도 쉬지 않느냐?”유단청이 대답했다. “대제사장께서 무사히 돌아오셔야 저희도 마음 놓고 쉴 수 있습니다.”월규가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대제사장님, 오늘 일은 해결했습니까?”“진전은
“두 항아리?” 낙요는 사색에 잠겨 이 네 글자를 반복했다.우유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제가 주막 점원에게 여쭤보았습니다. 분명 두 항아리라고 했습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걸 다 마신다는 말이냐?”이 말에 우유는 순간 굳어 버렸다.곧이어 놀라운 표정으로 낙요를 쳐다보며 말했다. “대제사장님은…… 그 안에 담긴 건, 술이 아니라, 돈이라고 의심하는 것입니까?”낙요는 또 책자를 펼쳐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매번 술 항아리를 가지고 왕씨네 주막에 술을 마시러 가는데, 이 왕씨네 주막은 원래부터 술을 파는 곳인데, 그는 왜 직접 술을 가지고 가는 것이냐?’“이 왕씨 주막(王氏酒館) 장궤는 과부에, 아들이 하나 있네……”위에 적혀 있는 내용을 보며 낙요는 의아해서 물었다. “과부가 확실하냐?”우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자료는 제가 관아의 호적을 관리하는 곳에서 찾은 것입니다. 이 왕씨 장궤는 도성에 장사하러 오기 전에, 이미 과부였고, 남편은 죽고 없는 걸로 되어 있었습니다.”“아니면, 이 자료는 그때부터 이미 조작된 거였습니다.”낙요는 눈썹을 들썩이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 서 양반은 나쁜 일을 하도 많이 하여, 애초부터 처자식을 숨길 생각이었다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도 있겠구나!”이 말을 끝내고, 낙요는 계진과 유단청을 불러왔다. “너희들은 우유와 함께 왕씨 주막으로 가서 이 두 모자를 찾아, 일단…… 보호하거라.”“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우유는 즉시 계진과 유단청을 데리고 출발했다.낙요는 생각하더니, 관아의 대뢰에 다녀오기로 했다.방금 대문을 막 나섰는데, 부진환이 보였다. “대제사장, 밤이 깊었는데 나가시려는 겁니까? 밖에 눈이 내립니다.”“관아의 대뢰에 다녀와야겠소. 지체할 시간이 없소.” 낙요는 앞으로 걸어갔다.“그럼,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낙요는 잠깐 망설이며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당신 상처는 괜찮소?”“괜찮습니다.”“그럼, 가자고.”방금 대문
낙요는 유유히 웃으며 말했다. “그렇고 말고, 서 대인은 죽으면 그만이겠지만, 당신, 처자식은 불쌍해서 어떡하면 좋을까?”“여인 홀로 아이를 데리고, 작은 주막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관리를 하는 남편 덕에 여태까지 잘 버텨왔는데, 만일 당신이 죽으면, 그들은 어떡하오?”낙요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서 대인의 반응을 지켜보았다.이 말을 듣자, 서 대인의 안색이 확 변하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 순간, 서 대인은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을 말아 쥐고, 땀을 흠뻑 흘렸다.낙요는 그의 반응에서 모든 걸 알아차렸다.보아하니, 그녀의 추측이 옳았다. 그 주막의 모자는 그의 처자식이 맞았다.“서 대인, 설마 아직도 말할 의향이 없으신가?”서 대인은 입술을 바르르 떨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월규를 노예영에 가둔 건, 응계천의 짓이었소. 내가 그에게서 오만 냥을 받았소.”여기까지 듣던 낙요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계속하시오.”서 대인은 이어서 말했다. “춘앵을 죽인 것도 응계천의 생각이었소. 살수도 응계천이 찾았소. 그래서 나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오.”이 말을 끝내고, 서 대인은 침묵을 지켰다.낙요는 기다리다 못해, 눈썹을 들썩이더니, 말했다. “이게 끝이오?”“서 대인, 자네 생각에, 내가 직접 이 일에 나선 이유가, 단지 월규 한 사람 때문일 것 같소?”서 대인은 고개를 떨구고, 눈빛에 복잡한 정서가 마구 솟구쳤으며, 몹시 갈등됐다.그는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께서 또 어떤 사건이 궁금하신지요?”낙요의 어투는 순간 서늘해졌다. “유단청, 원 주방장.”“내가 알기론, 이 두 사람은 살인죄를 지은 적이 없는데, 어찌하여 노예영으로 보내진 것이오?”“그들에겐 원수도 없고, 자네에게 뇌물을 줄 사람도 없소. 자네는 왜 이 사람들을 노예영으로 보냈소?”서 대인은 한참 망설이더니, 대답했다. “이유는 없소.”“이유가 없다고?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요?”서 대인은 또 말했다. “어떤
낙요는 생각했다.만일 서 대인의 처자식이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용서할 수 없는 건 아니다.“알겠소.”서 대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감사를 표하려고 했다.이때, 낙요가 입을 열었다. “자네 밀실에서 장부 한 권을 수색해 냈는데, 하지만, 이 안에 자네에게 뇌물을 건넨 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네.”“이 장부 위에 그 명단을 일일이 채워 넣으면, 자네 처자식은 놓아주겠소.”서 대인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낙요는 뒤이어 그 장부를 서 대인 면전에 던져주며, 사람을 시켜 붓과 종이를 가져오라고 했다.“천천히 쓰시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두세 시진은 남았으니, 충분하오.”“날이 밝으면, 온전한 장부를 볼 수 있기를 바라오.”이 말을 끝내고, 낙요는 감옥에서 나갔다.관아의 대문을 나갈 때, 눈은 이미 두껍게 쌓였다.“발밑을 조심하십시오.”부진환은 우산을 들고, 나직한 목소리로 귀띔했다.낙요는 그의 팔을 잡고 마차에 올라탔다.마차는 출발했다.하지만 밖에는 눈보라가 거세게 불어쳤다. 낙요는 생각하더니, 소리쳤다. “안으로 들어오시오.”“눈이 너무 많이 쏟아지는 거 같소.”부진환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길이 좀 험난한 것 같으니, 제가 밖에서 지켜보며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낙요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하루를 바삐 보낸 낙요는 이미 매우 피곤했다. 그래서 잠깐 눈을 감고 휴식을 청했다.도로는 이미 눈이 깊게 쌓였고, 마차는 매우 느리게 달렸다.낙요는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잠들었다.마차가 대제사장 저택에 도착하자, 부진환이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 도착했습니다.”하지만 마차 안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부진환은 순간 흠칫 놀라서, 다급히 차 문을 열었다.그런데 낙요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그 평온한 숨소리를 들고서야, 부진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부진환은 낙요를 마차 안에서 안고 나왔다.문을 두드리자, 대문이 즉시 열렸다.
“내가 그럴 일이 없다면 없는 것이오.”부진환은 그동안 부상을 무릅쓰고 모두에게 맛있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대접했다. 이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사람은 모두 약점과 욕구가 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게 도와 줄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일찍이 약속했고, 그를 위해 비밀을 지켜주겠다고.백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계진은?”“계진은 장군 댁의 호위잖소! 그는 침서의 사람이오.”하지만 부진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 “나에게 방법이 있소.”“자네는 그저 자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만 알고 있으면 되네!”이 말을 끝내고, 부진환은 방안에서 나갔다.백서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백서는 갑자기, 부진환이 많은 비밀을 자신에게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분명 그동안 그들은 함께 있었고, 매일 서로를 볼 수 있었으며,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왜 그녀는 부진환을 전혀 모르는 것 같지?백서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했다.--따뜻한 기운이 올라오자, 낙요는 편안하게 몸을 뒤척이었다.문득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낙요는 눈을 번쩍 떴다.몸을 돌려 일어나보니, 침서가 연탑에 앉아서, 눈을 감상하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당신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왜? 나랑 있으면, 그렇게 안전감이 없는 것이냐?”낙요는 일어나 겉옷을 걸치며, 천천히 다가갔다. “당신이 저를 안고 왔습니까?”“그렇지 않으면?’“누가 감히 우리 존귀한 대제사장 몸에 손을 대겠느냐?”낙요의 어투는 담담했다. “날도 밝지 않았는데, 왜 오신 겁니까?”“너를 보러 왔지.”“네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 늦은 밤에도 관아에 드나든다고 하더구나. 이렇게 추운 날씨에 네 몸이 혹여 탈이라도 날까 봐 두렵구나.”이 말을 들은, 낙요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누가 입이 이렇게 빠릅니까? 벌써 이 소식을 당신에게 일러바쳤습니까?”낙요는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었다.침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씩 웃
낙요는 총총한 발걸음으로 마차에 올라, 다급히 왕씨 주막으로 달려왔다.왕씨 주막에 도착하자, 왕씨가 침상 옆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침상에 그녀의 아들이 누워있었고,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낙요는 즉시 앞으로 다가가 살펴보았다. 아직 숨은 붙어 있었지만, 온몸은 뻣뻣했고, 눈꺼풀을 뒤져보니 두 눈은 이미 어두웠고, 초점을 잃었으며, 약간 흐트러져 있었다.하지만 이상한 건, 눈빛에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비춰 있었다.낙요의 눈동자가 차가워지더니, 손끝으로 부적을 꺼내 그의 이마 중앙에 붙였다.곧이어 이 몸에 어떤 그림자가 천천히 일어나 앉는 것이 보였다.이 몸에, 혼백이 두 개라니!다른 혼백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였다. 그 아이는 화가 나서 낙요를 보며 소리쳤다. “뭐하는 겁니까!”그는 즉시 누워버리더니, 다시 몸으로 돌아갔다.뒤이어 그 아이는 또 경련을 일으켰다.낙요는 손을 젖히며, 날카로운 어투로 말했다. “감히 다른 사람 몸을 차지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부숴 버릴 것이다!”부적이 떨어지더니, 그 혼백을 끌어냈다.낙요는 그의 목을 덥석 잡았다.그는 발버둥 쳤다. “저는 안 나갑니다. 안 나갈 겁니다. 이 몸은 원래부터 제 것입니다.”낙요의 눈동자가 돌연 차가워지더니, 곧장 그 여분의 혼백을 끄집어냈다.침상 위의 사람은 그제야 경련을 멈췄고, 몸도 긴장을 풀고 더는 팽팽하지 않았다.낙요에게 끌려 나온 혼백은 칭얼대기 시작했고, 낙요는 곧바로 그를 작은 병에 담았다.그리고 부적물을, 그 아이에게 먹였다.다시 검사하니,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약간 허약했다.왕씨는 긴장해서 입을 열었다. “대제사장님, 저의 아들은……”낙요가 대답했다. “괜찮소.”정신을 가다듬더니, 또 낙요를 향해 무릎을 덥석 꿇었다. “대제사장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낙요는 앉더니, 물었다. “당신 아들 상황을 보아하니, 갑자기 생긴 것 같지 않은 듯하오.”왕씨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수없이 많은 의원을 보았으나, 근본을 치료하지 못하고, 얼마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