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나오자, 뭇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걸어오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우유였다.낙정도 우유를 보고, 약간 의아했다.우유는 기세 충만하게 걸어 들어와 낙정을 바라보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너는 여국을 떠난지 그렇게 오래되었는데, 지금 돌아오자마자 대제사장이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을 것이냐?”“그리고 어떻게 알아? 네가 이미 천궐국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잖아.”“넌 우리에게 이미 외지인과 다름없다.”“그런 네가 입을 열자마자, 대제사장이 되겠다고 하면, 우리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우유의 어투는 단호했으며, 여유만만하고 조리 있었다.낙정은 의아했으며,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우유를 훑어보았다. “오랜만에 보니, 많이 변한 것 같구나.”예전에 알던 우유가 아니었다.제사 일족에서 존재감이 없어야 했던 사람이다.예전엔 그 누구나 그녀를 괴롭힐 수 있었다.그런데 이번에 돌아오니, 우유의 용기는 커졌고, 눈빛도 예전보다 더욱 견고하고 날카로워졌다.이 기세는, 이젠 사람을 억누를 수도 있다.우유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도 이렇게 많이 변했는데, 넌 천궐국에서 더 많이 변했을 거라고 믿어.”“그래서 너는 아마도 예전의 낙정이 아닐 수도 있겠지. 우리는 네가 대제사장이 되는 걸 동의하지 않는다.”우유는 또 기세를 타고 몇 마디 더 반격했다.다른 뭇사람들도 분분히 고개를 끄떡이었다. “우유의 말이 맞습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당신은 예전에 우리 사저였지만, 지금은 아닙니다.”“당신은 돌아오자마자 대제사장이 되겠다고 하고, 공교롭게도 낙청연이 이때 죽었습니다. 설마 당신이 한 짓 아닙니까?”이 말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뭇사람이 하고 싶었지만, 감히 할 수 없었던 말을 했다.낙정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취혼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들 알고 있지 않으냐? 낙청연이 산에서 죽었는데 뭐가 이상하다는 말이냐?”“게다가, 어젯밤, 그 금뢰도 너희들은 다 봤을 것 아니야? 설마
우유의 표정은 서늘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빛에는 짜증이 가득했다.이때, 낙정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너 설마 아직 모르지? 네 사부가 어떻게 죽었는지?”이 말이 나오자, 우유는 온몸을 흠칫 떨었다.그녀는 놀라운 표정으로 낙정을 쳐다보았다.낙정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왜 갑자기 그녀의 사부를 언급하는지 알 수 없었다.낙정은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 우유를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네 사부 탁성 말이야, 그동안, 사실 천궐국에 계셨다.”“그는 천궐국의 엄태후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어.”“줄곧 엄태후 곁에서 신분을 감추고, 그녀의 곁을 지키며 함께 했어.”“비록 신분 때문에 그들은 정정당당하게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으며, 비교적 만족하며 살았어.”“원래 모든 것은 다 좋았는데, 낙청연이 직접 탁성을 들춰내서 탁성을 죽였어.”여기까지 듣던, 우유의 안색은 이미 하얗게 질렸다.낙정은 몸을 약간 앞으로 굽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우유를 쳐다보며 일구일자 말했다. “네 사부는 낙청연이 죽였다!”“넌 원수를 자매로 여기고, 게다가 그녀를 위해 불평을 품다니!”“내가 다 안타깝구나!”“사부와 제자 두 사람이 어떻게 낙청연에게 그렇게 모조리 이용당하냐?”낙정은 말을 하며, 어투는 약간 안타까워했다.우유는 주먹을 꽉 쥐고,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미간에 노기가 약간 더해졌다.낙정은 일어나, 천천히 우유 곁으로 걸어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다행히 낙청연은 이미 죽었고, 넌 지금, 이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아직 늦지 않았다.”“하지만 이젠 낙청연 때문에 나를 겨냥할 필요도 없다.”“내가 대제사장이 돼도, 너에겐 조금도 위협이 되진 않는다.”“이 소식을 너에게 알려 준 감사의 의미로 나의 소원을 이루어 주면 안 되겠냐?”낙정은 웃으며 우유를 쳐다보며, 간절한 어투로 말했다.우유는 미간을 구기더니, 결국 승낙했다. “알겠다.”“나는 너를 막지 않을 수
“드디어 깨어났군. 이제 더이상 깨어나지 않으면, 본공주는 더 이상 당신을 살리지 않을 생각이었소.”고묘묘는 느긋하게 침상 옆으로 걸어와 앉더니, 탕약을 들고, 부진환에게 먹이려고 했다.부진환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들어 밀쳐냈다. 약 그릇은 와장창 땅바닥에 깨져버렸다.그의 두 눈은 흉악스럽고 날카로웠다. 그 순간, 고묘묘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왜? 낙청연이 죽어서, 그렇게 슬픈 것이오?”“설마 당신을 살린 내가 지금 밉소?”“내가 만약 당신을 살리지 않았다면, 당신과 낙청연은 지금 염라전에서 만났겠지?”“아쉽게 됐소! 본공주가 침서와 짝을 이룰 수 없으니, 세상의 모든 연인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 꼴을 보지 못하겠소. 당신들은 살아서도 함께 할 수 없고, 죽어서는 더욱 함께 할 수 없소!’“나는 이 황궁 안의 진귀한 약재를 모두 당신에게 쓰더라도 당신의 그 남은 목숨을 부지하게 할 거요!”고묘묘의 어투는 의기양양했다. 부진환의 그 흉악한 눈빛을 보니 마음속은 더욱 통쾌했다.낙청연이 금뢰에 맞던 그 장면을 떠올리더니, 부진환의 마음은 비통했고, 삽시에 분노가 치솟았다.손목을 잠그고 있던 쇠사슬을 확 끊어버렸고,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고묘묘의 목을 덥석 졸랐다.“당신이 낙청연을 죽였소?”부진환은 손에 힘을 꽉 쥐었다.고묘묘는 순간 목이 조여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부진환이 깨어나자마자, 쇠사슬까지 끊을 정도로 힘이 세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질식감이 몰려왔고, 고묘묘의 목과 이마의 핏대가 돋아났으며,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고묘묘는 온 힘을 다했지만,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허리춤의 채찍을 더듬더니, 채찍 손잡이 한쪽 끝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튕겨 나왔다.그녀는 칼날로 맹렬하게 부진환을 찔렀다.부진환은 신속하게 피했지만, 여전히 칼날에 팔이 긁혀, 선혈이 낭자했다.그는 옆으로 몸을 피해 침상에서 달려 내려와 문밖으로 달려갔다.고묘묘는 목을 만지며, 조금
그때 이 두 사람은 낙청연을 얼마나 비참하게 해쳤던가? 부진환 때문에 낙청연은 하마터면 참수까지 당할 뻔했다.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로구나!낙청연이 죽으니, 부진환도 거의 미쳐간다.--부진환은 황궁에서 빠져나갔다. 고묘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뒤를 따라가며, 가는 내내 통행을 허가하고 심지어 부진환에게 길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그래서 부진환은 순조롭게 궁을 빠져나와, 침서의 장군부로 직행했다.궁을 나가자, 날은 이미 저물었다.장군부 밖 거리 전체가 조용했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 부진환이 도착하자, 즉시 장군부 시위의 경각심을 일으켰다.그들은 곧바로 장군부 대문 밖에서, 부진환을 겹겹이 에워쌌다.고묘묘가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걸어왔다.그녀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부진환과 그 시위들이 즉시 싸우기 시작했고, 전투는 매우 격렬했다.지금 부진한은 미친 사람 같았다. 폭발적인 실력은 매우 놀라웠다. 그렇게 많은 시위도 부진환을 막지 못했으며, 그는 끊임없이 대문 안으로 돌진했다.시위들은 필사적으로 부진환을 막았으며, 만약 부진환이 뛰어 들어오면, 그들의 파리 같은 목숨은 날아갈 것이다!장군부 밖은 난장판이 되었다.란희는 문밖의 격렬한 장면을 보고,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잠깐 생각하더니, 그녀는 몸을 돌려 내원으로 달려갔다.장군은 지난번 낙청연의 시신을 안고 돌아온 그날 이후,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그는 줄곧 내원에 있었으며,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다만 매일 누군가 음식을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그 외, 누구도 내원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란희는 진작에 장군께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보고 싶었지만, 시종 엄두가 나지 않았다.마침 지금 핑계 삼아 가보고 싶었다.그녀는 정원에 도착해서 외쳤다. “장군님! 밖에 어떤 사람이 장군부에 침입했습니다.”“곧 들이닥칠 겁니다!”그러나 대답이 없었다.그리고 밖에, 부진환은 이미 온몸에 피가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시위의 검을 빼앗아, 한바탕 휩쓸어
부진환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꽉 악물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시위 한 명이 뒤에서 걷어차는 바람에, 부진환은 쿵 하고 두 무릎을 털썩 꿇었다.그의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눈동자 속에는 오직 간절함밖에 남지 않았다. 존엄 따윈 진작에 이미 버린지 오래됐고, 지금 유일한 염원은 바로 낙청연을 한 번 만나는 것이고, 그녀가 아무 탈 없이 무사하면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제발, 부탁이요, 그녀를 돌려주시오.”부진환의 나직한 목소리는 그 어떠한 정서도 없었다.하지만 고묘묘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명성이 자자한 전신은 강골이신데, 무릎을 꿇다니!”“그것도 고작 낙청연을 위해서요?”“쯧쯧……”고묘묘는 냉소하며 조소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더욱 질투했다. 낙청연이 뭔데 이런 남자가 그녀를 이렇게 깊이 사랑하고 있단 말인가?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람은 그녀를 본체만체한다.천궐국의 섭정왕에게 수치와 모욕감을 주고, 그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리니, 이보다 더 통쾌한 일이 있을 수는 없다.침서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무릎을 아주 통쾌하게 잘 꿇었소.”“좋소. 나도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오. 그럼, 낙청연은 그대에게 돌려주겠소.”이 말을 들은 그 순간, 부진환의 눈동자는 반짝이었다.마음도 함께 긴장해졌다.침서가 정말 약속을 지킨단 말인가?이어서, 침서는 란희에게 분부했다. “내 방으로 가서, 사람을 데려오거라.”데려온다고?그럼, 낙청연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인가?부진환의 마음은 약간 설렜다.곧이어 란희가 내원으로 갔다.부진환의 시선은 그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마침내, 란희가 돌아왔다. 그런데 란희는 사람을 안고 돌아왔다.품속의 사람은 안색이 창백했고, 팔은 축 처져 있었으며, 전혀 생기가 없었다.란희는 사람을 안고, 부진환 앞으로 걸어왔다.부진환은 급히 달려가 품속의 사람을 건네받았다.그런데 그 차가운 몸에 손이 닿자, 부진환은 온몸이 순간 굳어버렸다.그는 땅바닥에 주저앉
“착각하지 마.”이 말을 끝내고, 침서는 돌아서 가버렸다.고묘묘는 뒤쫓아갔지만, 침서는 곧바로 내원으로 돌아갔다.정원 밖에서 란희가 고묘묘를 막아섰다. “공주마마, 장군께서 요즘 폐관하시니,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공주마마, 돌아가십시오!”고묘묘는 어두운 눈빛으로 란희를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낙청연이 어떻게 죽었는지 잘 기억해 두거라, 다음은 네 차례일 것이다.”“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협박을 끝내고, 고묘묘는 쌀쌀하게 돌아서 가버렸다.그녀가 멀리 떠나고 보이지 않자, 난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온몸은 저도 몰래 오한이 났다.낙청연이 죽었다. 만약 그녀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낙청연이 죽었다는 걸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왜 장군은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을까?장군조차도 고묘묘의 상대가 아니란 말인가?란희는 저도 몰래 자신이 걱정됐다.--장군부를 떠난 부진환은 혼백을 뺏긴 괴뢰처럼 낙청연의 시신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큰길에서 걷고 있었다.그는 원래 바로 성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제지당하고 말았다.부진환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고묘묘가 그를 보고 의기양양해서 웃고 있었다.고묘묘는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는 낙청연의 시신을 데리고 여국을 떠날 수 없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낙청연의 시신을 안고 객잔으로 갔다.깊은 밤, 그는 객잔 방문을 두드렸다. 한참 기다렸더니 장궤가 다가와 문을 열어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객잔은 오늘 다른 손님이 전부 빌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보십시오.”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객잔 안으로 들여다보았다.장궤는 남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품속에 안고 있는 사람을 힐끔 쳐다보았다.장궤는 보자마자, 놀라서 안색이 확 변했다.“낙 낭자?”그는 다급히 위층을 향해 소리쳤다. “구 공자! 구 공자! 어서 내려오십시오!”위층에서 목소리를 듣고, 분분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부진환은 랑목이 나오는 걸 보
부진환은 어두운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얼마 걷지 않자, 전방에 고묘묘의 그림자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고묘묘는 입꼬리를 올려 말했다. “당신은 그저 이렇게 낙청연의 시신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소? 당신은 그녀를 매우 사랑하지 않소? 그럼, 시신을 껴안고 사흘 밤낮을 울어야 하는 거 아니오?”고묘묘의 모든 말 한마디가 지금 예리한 비수처럼 날아와 부진환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의 부진환은 이미 아픔에 무뎌졌다.그는 비몽사몽,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고묘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계속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그대로 고묘묘를 지나갔다.고묘묘는 콧방귀를 끼더니 명령했다. “잡아라.”곧바로 한 무리의 시위가 달려와, 부진환을 붙잡았다.그런데 그 시위들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부진환을 한 발로 걷어차 쓰러뜨렸다.두 사람이 바로 부진환을 붙잡았다.그는 반격도 하지 않았고, 발버둥도 치지 않았다.고묘묘는 의아해하며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을 훑어보며 말했다. “정말…… 몸뚱이만 남았구먼.”부진환의 귀밑머리는 흐트러졌고, 얼굴은 온통 핏자국이었다. 그 준수한 얼굴은 수염이 자라서 세월의 풍파를 겪은 사람처럼 고단해 보였고, 빛을 잃은 두 눈은 초췌함을 더했다.원래는 패기 넘치는 모습이어야 했지만, 지금은 한 구의 괴뢰에 불과했다.고묘묘는 불쾌한 듯 부진환의 목을 조르며, 약간 노하여 말했다. “본공주는 시간을 허비하여 괴뢰와 놀고 싶지 않소.”“부진환, 본공주는 당신의 눈 속의 투지를 보고 싶소!”그녀가 부진환을 남겨 두는 것도, 부진환이 침서처럼 도도하고 자신을 안중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바로 이 점이 침서와 닮았기 때문에 그녀는 부진환을 남겨두고, 침서로 생각한다.그러나 지금, 부진환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뺏긴 사람처럼 보기만 해도 흥이 깨진다.그러나 부진환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따귀를 한 대 갈겼다.부진환은 따귀에 맞아 땅바닥에 넘어졌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호통쳤다
그날은 태의가 직접 약을 먹었다.약을 두 모금 정도 마신 뒤 부진환은 다시 누웠다.태의는 자리를 뜬 뒤 다시 슬쩍 돌아왔고, 부진환이 남몰래 탕약을 뱉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이내 깨달았다.부진환은 죽고 싶은 생각뿐이라 그동안 약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그렇게 태의는 부랴부랴 떠났고 그 일을 고묘묘에게 보고하러 갔다.문밖에 있던 그림자가 떠날 때, 부진환의 눈빛에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그는 이내 약그릇을 깨부수고 부서진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고묘묘는 부진환이 탕약을 뱉은 걸 알고서는 황급히 그를 찾아갔다.방문을 연 순간,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상처와 피바다가 된 바닥이 고묘묘의 시야에 들어왔다.“태의! 어서!”고묘묘는 대경실색하더니 이내 화를 냈다.“부진환!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이오? 하지만 난 당신이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 낙청연을 따라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시오!”“태의,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살려야 한다!”태의는 부진환의 상처를 싸매면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태의가 말했다.“공주마마, 지금은 황후 마마의 구정속혼환(九鼎續魂丸)만이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이자는 경맥이 여러 군데 끊어졌고 늑골도 다쳤으며 내상도 심각합니다.”“게다가 살고 싶은 의지가 없고 죽기만을 바라니 살리는 건 어렵습니다.”“반드시 아주 강한 약이 필요합니다.”그 말에 고묘묘는 눈살을 찌푸렸다.“구정속혼환? 그것은 한 알뿐이다. 모후께서 만일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란 말이다.”그때까지 고묘묘는 망설였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고묘묘가 또 말했다.“하지만 어차피 모후는 황후이니 위험할 일은 없겠지. 누가 감히 모후를 위협할 수 있겠는가?”“구명속혼환이 있어도 쓸모가 없겠지.”고묘묘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태의에게 말했다.“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네 피부를 벗겨낼 것이다!”태의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신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고묘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