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이 두 사람은 낙청연을 얼마나 비참하게 해쳤던가? 부진환 때문에 낙청연은 하마터면 참수까지 당할 뻔했다.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로구나!낙청연이 죽으니, 부진환도 거의 미쳐간다.--부진환은 황궁에서 빠져나갔다. 고묘묘는 멀지 않은 곳에서 뒤를 따라가며, 가는 내내 통행을 허가하고 심지어 부진환에게 길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그래서 부진환은 순조롭게 궁을 빠져나와, 침서의 장군부로 직행했다.궁을 나가자, 날은 이미 저물었다.장군부 밖 거리 전체가 조용했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 부진환이 도착하자, 즉시 장군부 시위의 경각심을 일으켰다.그들은 곧바로 장군부 대문 밖에서, 부진환을 겹겹이 에워쌌다.고묘묘가 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걸어왔다.그녀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부진환과 그 시위들이 즉시 싸우기 시작했고, 전투는 매우 격렬했다.지금 부진한은 미친 사람 같았다. 폭발적인 실력은 매우 놀라웠다. 그렇게 많은 시위도 부진환을 막지 못했으며, 그는 끊임없이 대문 안으로 돌진했다.시위들은 필사적으로 부진환을 막았으며, 만약 부진환이 뛰어 들어오면, 그들의 파리 같은 목숨은 날아갈 것이다!장군부 밖은 난장판이 되었다.란희는 문밖의 격렬한 장면을 보고,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잠깐 생각하더니, 그녀는 몸을 돌려 내원으로 달려갔다.장군은 지난번 낙청연의 시신을 안고 돌아온 그날 이후,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그는 줄곧 내원에 있었으며,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다만 매일 누군가 음식을 문 앞까지 배달해 준다.그 외, 누구도 내원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란희는 진작에 장군께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보고 싶었지만, 시종 엄두가 나지 않았다.마침 지금 핑계 삼아 가보고 싶었다.그녀는 정원에 도착해서 외쳤다. “장군님! 밖에 어떤 사람이 장군부에 침입했습니다.”“곧 들이닥칠 겁니다!”그러나 대답이 없었다.그리고 밖에, 부진환은 이미 온몸에 피가 흠뻑 젖어 있었다.그는 시위의 검을 빼앗아, 한바탕 휩쓸어
부진환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꽉 악물더니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시위 한 명이 뒤에서 걷어차는 바람에, 부진환은 쿵 하고 두 무릎을 털썩 꿇었다.그의 두 눈은 벌겋게 달아올랐으며, 눈동자 속에는 오직 간절함밖에 남지 않았다. 존엄 따윈 진작에 이미 버린지 오래됐고, 지금 유일한 염원은 바로 낙청연을 한 번 만나는 것이고, 그녀가 아무 탈 없이 무사하면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있다.“제발, 부탁이요, 그녀를 돌려주시오.”부진환의 나직한 목소리는 그 어떠한 정서도 없었다.하지만 고묘묘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살짝 웃으며 말했다.“명성이 자자한 전신은 강골이신데, 무릎을 꿇다니!”“그것도 고작 낙청연을 위해서요?”“쯧쯧……”고묘묘는 냉소하며 조소했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더욱 질투했다. 낙청연이 뭔데 이런 남자가 그녀를 이렇게 깊이 사랑하고 있단 말인가?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람은 그녀를 본체만체한다.천궐국의 섭정왕에게 수치와 모욕감을 주고, 그의 자존심을 짓밟아 버리니, 이보다 더 통쾌한 일이 있을 수는 없다.침서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무릎을 아주 통쾌하게 잘 꿇었소.”“좋소. 나도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오. 그럼, 낙청연은 그대에게 돌려주겠소.”이 말을 들은 그 순간, 부진환의 눈동자는 반짝이었다.마음도 함께 긴장해졌다.침서가 정말 약속을 지킨단 말인가?이어서, 침서는 란희에게 분부했다. “내 방으로 가서, 사람을 데려오거라.”데려온다고?그럼, 낙청연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인가?부진환의 마음은 약간 설렜다.곧이어 란희가 내원으로 갔다.부진환의 시선은 그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마침내, 란희가 돌아왔다. 그런데 란희는 사람을 안고 돌아왔다.품속의 사람은 안색이 창백했고, 팔은 축 처져 있었으며, 전혀 생기가 없었다.란희는 사람을 안고, 부진환 앞으로 걸어왔다.부진환은 급히 달려가 품속의 사람을 건네받았다.그런데 그 차가운 몸에 손이 닿자, 부진환은 온몸이 순간 굳어버렸다.그는 땅바닥에 주저앉
“착각하지 마.”이 말을 끝내고, 침서는 돌아서 가버렸다.고묘묘는 뒤쫓아갔지만, 침서는 곧바로 내원으로 돌아갔다.정원 밖에서 란희가 고묘묘를 막아섰다. “공주마마, 장군께서 요즘 폐관하시니,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당부하였습니다. 공주마마, 돌아가십시오!”고묘묘는 어두운 눈빛으로 란희를 쳐다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낙청연이 어떻게 죽었는지 잘 기억해 두거라, 다음은 네 차례일 것이다.”“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협박을 끝내고, 고묘묘는 쌀쌀하게 돌아서 가버렸다.그녀가 멀리 떠나고 보이지 않자, 난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온몸은 저도 몰래 오한이 났다.낙청연이 죽었다. 만약 그녀가 직접 보지 않았다면, 낙청연이 죽었다는 걸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왜 장군은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을까?장군조차도 고묘묘의 상대가 아니란 말인가?란희는 저도 몰래 자신이 걱정됐다.--장군부를 떠난 부진환은 혼백을 뺏긴 괴뢰처럼 낙청연의 시신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큰길에서 걷고 있었다.그는 원래 바로 성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제지당하고 말았다.부진환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고묘묘가 그를 보고 의기양양해서 웃고 있었다.고묘묘는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는 낙청연의 시신을 데리고 여국을 떠날 수 없다.부진환은 어쩔 수 없이 낙청연의 시신을 안고 객잔으로 갔다.깊은 밤, 그는 객잔 방문을 두드렸다. 한참 기다렸더니 장궤가 다가와 문을 열어주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객잔은 오늘 다른 손님이 전부 빌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보십시오.”부진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객잔 안으로 들여다보았다.장궤는 남자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품속에 안고 있는 사람을 힐끔 쳐다보았다.장궤는 보자마자, 놀라서 안색이 확 변했다.“낙 낭자?”그는 다급히 위층을 향해 소리쳤다. “구 공자! 구 공자! 어서 내려오십시오!”위층에서 목소리를 듣고, 분분히 방문을 열고 나왔다.부진환은 랑목이 나오는 걸 보
부진환은 어두운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얼마 걷지 않자, 전방에 고묘묘의 그림자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고묘묘는 입꼬리를 올려 말했다. “당신은 그저 이렇게 낙청연의 시신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소? 당신은 그녀를 매우 사랑하지 않소? 그럼, 시신을 껴안고 사흘 밤낮을 울어야 하는 거 아니오?”고묘묘의 모든 말 한마디가 지금 예리한 비수처럼 날아와 부진환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의 부진환은 이미 아픔에 무뎌졌다.그는 비몽사몽,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고묘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계속 가던 길을 가고 있었다.그대로 고묘묘를 지나갔다.고묘묘는 콧방귀를 끼더니 명령했다. “잡아라.”곧바로 한 무리의 시위가 달려와, 부진환을 붙잡았다.그런데 그 시위들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부진환을 한 발로 걷어차 쓰러뜨렸다.두 사람이 바로 부진환을 붙잡았다.그는 반격도 하지 않았고, 발버둥도 치지 않았다.고묘묘는 의아해하며 앞으로 다가가, 부진환을 훑어보며 말했다. “정말…… 몸뚱이만 남았구먼.”부진환의 귀밑머리는 흐트러졌고, 얼굴은 온통 핏자국이었다. 그 준수한 얼굴은 수염이 자라서 세월의 풍파를 겪은 사람처럼 고단해 보였고, 빛을 잃은 두 눈은 초췌함을 더했다.원래는 패기 넘치는 모습이어야 했지만, 지금은 한 구의 괴뢰에 불과했다.고묘묘는 불쾌한 듯 부진환의 목을 조르며, 약간 노하여 말했다. “본공주는 시간을 허비하여 괴뢰와 놀고 싶지 않소.”“부진환, 본공주는 당신의 눈 속의 투지를 보고 싶소!”그녀가 부진환을 남겨 두는 것도, 부진환이 침서처럼 도도하고 자신을 안중에 두지 않기 때문이다.바로 이 점이 침서와 닮았기 때문에 그녀는 부진환을 남겨두고, 침서로 생각한다.그러나 지금, 부진환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뺏긴 사람처럼 보기만 해도 흥이 깨진다.그러나 부진환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따귀를 한 대 갈겼다.부진환은 따귀에 맞아 땅바닥에 넘어졌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묘묘는 화가 나서 호통쳤다
그날은 태의가 직접 약을 먹었다.약을 두 모금 정도 마신 뒤 부진환은 다시 누웠다.태의는 자리를 뜬 뒤 다시 슬쩍 돌아왔고, 부진환이 남몰래 탕약을 뱉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이내 깨달았다.부진환은 죽고 싶은 생각뿐이라 그동안 약을 전혀 마시지 않았다.그렇게 태의는 부랴부랴 떠났고 그 일을 고묘묘에게 보고하러 갔다.문밖에 있던 그림자가 떠날 때, 부진환의 눈빛에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그는 이내 약그릇을 깨부수고 부서진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다.고묘묘는 부진환이 탕약을 뱉은 걸 알고서는 황급히 그를 찾아갔다.방문을 연 순간, 부진환의 손목에 있는 상처와 피바다가 된 바닥이 고묘묘의 시야에 들어왔다.“태의! 어서!”고묘묘는 대경실색하더니 이내 화를 냈다.“부진환! 그렇게 죽고 싶은 것이오? 하지만 난 당신이 죽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 낙청연을 따라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시오!”“태의,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살려야 한다!”태의는 부진환의 상처를 싸매면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태의가 말했다.“공주마마, 지금은 황후 마마의 구정속혼환(九鼎續魂丸)만이 그를 살릴 수 있습니다.”“이자는 경맥이 여러 군데 끊어졌고 늑골도 다쳤으며 내상도 심각합니다.”“게다가 살고 싶은 의지가 없고 죽기만을 바라니 살리는 건 어렵습니다.”“반드시 아주 강한 약이 필요합니다.”그 말에 고묘묘는 눈살을 찌푸렸다.“구정속혼환? 그것은 한 알뿐이다. 모후께서 만일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이란 말이다.”그때까지 고묘묘는 망설였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고묘묘가 또 말했다.“하지만 어차피 모후는 황후이니 위험할 일은 없겠지. 누가 감히 모후를 위협할 수 있겠는가?”“구명속혼환이 있어도 쓸모가 없겠지.”고묘묘는 이미 결정을 내리고 태의에게 말했다.“이 일은 절대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네 피부를 벗겨낼 것이다!”태의는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소신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고묘묘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
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였다.잠깐 대화를 나눈 뒤 황후는 이마를 어루만지며 머리를 짚고 눈을 감았다.“오늘은 시간도 이른데 피곤하구나.”고묘묘는 다급히 앞으로 나서서 황후를 부축했다.“그러면 제가 모후를 부축할 테니 쉬러 가시지요.”황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 위에 누웠다.고묘묘는 침상 곁을 지키다가 모후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발을 내렸다.그녀는 구석에 있는 비밀 서랍을 슬쩍 열어 안에서 구정속혼환을 꺼낸 뒤 다른 알약을 안에 넣어뒀다.고묘묘는 곧바로 구정속혼환을 들고 다급히 떠났다.고묘묘는 돌아간 뒤 곧바로 사람을 시켜 부진환을 눌러놓고 그 알약을 부진환의 입안에 쑤셔 넣어 삼키도록 강요한 뒤에야 그를 놓아줬다.고묘묘는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죽을 수 있는지 내가 지켜보겠소.”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주 괴로워 보였다.고묘묘는 그의 모습에 우쭐해졌다.“여봐라, 이 방 안에 있는 날카로운 물건들을 전부 치우거라. 잔이나 그릇도 놓지 말거라.”“그리고 좀 굵은 사슬로 묶어 놓거라.”부진환은 저항할 힘도 없이 사지를 묶였고 심지어 목에도 쇠사슬을 채웠다. 아주 굴욕적인 족쇄들이었다.무거운 사슬은 걸핏하면 요란스럽게 소리를 냈다.부진환은 이 방을 떠날 수 없었다. 심지어 벽에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다. 그가 벽에 머리를 박아 자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 듯했다.궁녀는 음식을 가져다줬고 호위는 그를 누르고 억지로 그에게 밥을 먹였다.국도 먹이고 약도 먹였다.매일 가져온 탕약은 모두 매우 귀한 약재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태의는 매번 약을 가져올 때 항상 조심스러웠다.한 방울이라도 쏟으면 낭비하게 되니 말이다.그것만으로도 얼마나 귀한 약재들인지 알 수 있었다.그 외에도 고묘묘는 매일 사람을 시켜 그에게 용삼탕 두 그릇을 억지로 먹였다.5, 6일 뒤 부진환의 몸이 조금 호전되었다.태의가 고묘묘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을 때 고묘묘는 무척이나 기뻐했다.그녀는 허리를 숙
하지만 오늘 호위는 들어오지 않았다.궁녀는 부진환의 손에 그릇을 쥐여줬다.그릇을 받아 든 부진환은 그릇을 깨뜨리려 했는데 방문 밖에서 갑자기 채찍 소리와 비명이 들렸다.부진환은 멈칫하며 문밖을 바라봤다.방문이 살짝 열려 있어 문틈으로 문밖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바닥에 누군가 무릎을 꿇고 있었고 고묘묘가 옆에서 채찍을 들고 있었다.“부진환, 감히 그릇을 깨뜨린다면 백서의 살을 자를 것이오!”“만약 당신이 끼니마다 그릇을 깨뜨린다면 매번 백서의 살을 자르겠소!”“백서가 죽을 때까지 말이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 문밖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초점이 없고 공허했으며 파문이라고는 없었다.곧이어 방문이 열렸다.부진환은 고묘묘가 백서의 얼굴에 칼을 가져다 대는 걸 보았다.백서는 겁에 질린 얼굴이었지만 감히 소리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다만 두 눈이 빨개져서 간절한 눈빛으로 부진환을 바라볼 뿐이었다.부진환은 한참을 넋 놓고 있었다. 그는 그릇을 깨뜨리지 않았다.고묘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좋군. 이 세상에 당신이 신경 쓰는 사람과 일이 있었군.”“이자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얌전히 밥과 약을 먹고, 의원의 치료에 협조하시오!”“당신이 완전히 나을 때 이자를 풀어주겠소!”부진환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묘묘는 비수를 들어 백서의 얼굴을 그었고 천천히 힘을 주자 백서의 얼굴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백서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부진환을 바라보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살아야 하오!”“당신은 살아야 하오!”부진환은 결국 젓가락과 그릇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부진환은 비참한 모습이었다. 개처럼 묶여있고 활력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마치 꼭두각시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밥을 먹고 있었다.백서는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동시에 살았다는 생각에 내심 감동했다.고묘묘는 부진환의 협조적인 모습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여봐라, 이자를 마당에 묶어놓거라.”백서는 몇 번 저항했지만 반항하지 못하고 결국 똑같은
방안은 시종일관 고요했다.백서는 홀로 문 앞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 비록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그녀는 부진환이 들을 수 있다는 걸, 자신의 말을 들어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런 지경이 되어 옆에 대화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없고 죽기만을 바란다니, 백서는 부진환이 조금이라도 힘을 내길 바랐다.그 후 한동안 부진환은 여전히 매일 죽상이었다. 하지만 밥을 먹고 약을 마시며 태의의 치료에 협조했고 몸이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랑목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도성에서 백 리 밖에 떨어진 객잔에 있었다.방 안에는 낙청연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구십칠과 주락은 낙청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암시장에 알리지 말지 의논하고 있었다.어쨌든 우홍은 낙청연의 의붓오라버니였으니 말이다.정신을 차린 랑목은 또다시 괴로운 얼굴로 낙청연의 시체 옆에 무릎을 꿇었다.구십칠이 그를 설득했다.“랑목 왕자, 우리는 이미 도성을 떠났소. 여국에 있으면 세력이 너무 약하니 말이오.”“그들과 억지로 싸운다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 뿐만 아니라 벙어리가 어렵사리 되찾아 온 시체마저 빼앗길 수 있소.”“우리가 의논해 봤는데 우선은 낙청연의 시체를 안장하는 것이 좋겠소.”다행히 늦가을이라 날씨가 나날이 추워지는 탓에 시체는 며칠이 지나도 부패하지 않았다.그렇다고 해서 계속 이렇게 둘 수도 없었다.주락이 계속해 말했다.“우리는 낙청연의 시체를 암시장으로 보내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의논하고 있었소.”랑목은 우홍의 일을 구십칠의 입에서 진작에 전해 들었었다.랑목은 이상할 정도로 냉정하게 말했다.“내 누이의 죽음은 당분간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소.”“그들은 내 누이에게 아주 잘해줬고 누이 또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오. 게다가 그들은 여국인이지. 나처럼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는 게 아니잖소.”“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암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오.”“내 누이는 미래 성주이니 암시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니 되오.”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