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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침서는 살짝 흠칫하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낙청연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입니까? 아까워서 죽일 수 있겠습니까?”

침서는 쭈그리고 앉아 그녀에게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내가 아끼는 건 낙요 너뿐이다.”

“네 몸이 조금 나아진다면 낙정을 죽이러 가겠다.”

“이 산에 널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시선을 내려뜨린 낙청연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 낙청연은 유유히 말했다.

“제가 도망칠까 봐 두려운 건 아니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당신과 함께 떠나겠다고 했으니 다시 돌아갈 일은 없습니다.”

서릉을 떠나는 그 순간, 낙청연은 천궐국과 더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몇 번이고 죽었으니 이제 포기할 때도 됐다.

낙청연은 마지막 시간을 사부님이 끝내지 못한 일을 끝내는 데 쓸 생각이었다.

“그러면 약재를 구해오마.”

지금 이 순간, 침서는 너무 다정해서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낙청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침서가 미치광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변덕스러운 그의 성미 때문이었다.

낙청연은 눈을 감았다. 피곤한 그녀는 그냥 이대로 잠이 들어 다시는 깨고 싶지 않았다.

침서는 방에서 나갔고 문을 닫은 뒤 떠났다.

그는 아주 빠른 속도로 약재를 구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올랐다. 문을 열었을 때 창백한 얼굴의 낙청연은 여전히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침서는 그제야 불안하던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곧이어 그는 마당에서 약을 달였다.

도중에 잠에서 깬 낙청연은 눈을 실처럼 가늘게 떴다. 그녀는 평온하면서도 냉담한 표정으로 바삐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득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

“침서 오라버니, 사부님은 제게 취분산(聚焚山)에 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직 강대한 혼령들을 조종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일곱 살짜리 소녀는 내키지 않는 듯이 취분산의 비석 밖에 서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무서워하지 말거라. 내가 널 보호해 줄 것이다. 사부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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