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그렇게...”차설아는 송지아의 완전히 체념한 듯한 말투를 듣자마자 머리가 아파졌다.사람이 희망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주변에서 구하려고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당신이 떠나지 않으면, 당신들 두목 성격대로라면 결과는 끔찍할 거예요. 죽지 않더라도 지아 씨를 괴롭혀서 사람도 아닌 꼴로 만들 거라고요. 그 결과를 생각해 본 적 있어요?”차설아는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송지아를 설득했다.“당연히 알죠. 근데 이제 다 상관없어요. 내가 정말 죽음이 무서웠다면 그를 배신하지도 않았겠죠. 나는 그의 횡포를 참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죽기 전에 뭔가 좋은 일이라도 해서 그동안 저지른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었던 거예요.”송지아는 무감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을 잃은 지 오래였다.과거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면서 다시금 자신이 겪은 일들을 생각해 보니, 인생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고,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없었다.“당신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하고 싶다는 건, 마음속에 아직 포기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자신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나랑 같이 도망쳐요. 알았죠?”차설아는 어둠 속에서 송지아에게 손을 내밀며, 진심으로 설득했다.“다른 이유가 아니라,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같이 떠나면 안 되겠어요?”“싫어요!”송지아는 차설아의 손을 잡지 않고, 여전히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차설아와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 그 순간, 그녀는 이미 죽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살아있는 건 단지 껍데기에 불과했다.그동안 그녀는 또다시 유흥가를 전전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수모를 당했다. 그녀는 이 세상을 증오했고, 한순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정말... 답답하네.”차설아는 이마를 짚었다. 넌 정말 고집 세고 질긴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꾹 참고 차갑게 물었다.“죽기 전에 정말 아무런 미련도 없고,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사람도 없어요?”“보고 싶은 사람?”“
“경수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는 그 언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냥 오빠를 겁주려는 거예요.”가을은 수줍게 배경수 옆에서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말문을 열었다.“알아, 사부님은 말은 거칠어도 속으론 따뜻한 분이잖아.”배경수는 마음이 온통 차설아에게 가 있어 건성으로 대답했다.“오빠한테 그 언니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아요. 근데 그녀를 구하고 싶다면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요. 아빠를 화나게 하면 진짜 큰일 나니까, 머리를 써야 해요.”“머리를 써야 한다고?”배경수는 그제야 옆에 있던 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달빛 아래, 가을은 사롱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맑고 큰 눈을 갖고 있는 그녀는 매우 청순하고 연약한 느낌을 주었다.“음. 내게 지혜롭게 구출해 낼 방법이 있어요.”가을은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이며 배경수를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는 마치 빛나는 두 개의 흑요석 같았다.“그래? 말해봐.”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이 금방 붉어지는 아이였으니 배경수는 그녀가 뭔가 특별한 방법을 내놓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그녀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해결한다는 건지 궁금할 뿐이었다.가을은 뒤따라오는 경비들을 보더니,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두 분, 그만 좀 따라다니죠.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요.”“하지만 가을 씨, 두목님께서 꼭 아가씨를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라도...”“혹시라도 뭐요?”가을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다소 날카롭게 물었다.“그게... 그게...”경비는 배경수를 힐끔 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변강섭 그 늙은 여우는 배경수를 철저히 경계하는 게 분명했다.“오빠가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오빠는 들어올 때 무기도 다 반납했고, 그럴 사람도 아니에요. 난 그냥 오빠랑 조용히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안 되냐고요?”“아, 네... 됩니다.”경비는 처음으로 부드럽고 연약한 가을이 이렇게 화를 내
배경수는 다소 의외였다. 평소에는 어린아이처럼 순하고 여리게만 보였던 가을에게 이런 단호한 면이 있을 줄이야.그는 급히 단검을 거둬들이며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이런 농담 하지 마. 내가 진짜로 널 인질로 삼으면 어쩌려고?”가을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인질이 되어서라도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멍청한 소리. 네 가치는 그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니야.”배경수는 가을을 위험한 상황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비열한 방법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물러났던 두 명의 경비병은 여전히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모든 출입구에도 사람들의 감시가 있었다. 이들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맨손으로 차설아를 구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가을아, 인질은 됐고. 나를 감옥에 데려가 내 여자 친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배경수는 더 이상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가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고 자신 편인 사람은 가을뿐이었으니까.“감옥은 정말 위험해서 아빠는 내가 근처에 얼씬하지도 못하게 하셨거든요. 그래도 정말 가고 싶다면 데려다줄게요...”가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큰 결심한 듯 배경수를 이끌고 감옥으로 향했다.그녀도 아빠가 이 일을 알게 되면 큰 벌을 내릴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배경수를 도울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감옥은 아주 외진 곳에 있었고, 사방은 경비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여긴 주로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나 변강섭이 처형하거나 팔아넘길 사람들을 가두는 곳이었다.현재 송지아와 차설아는 모두 이곳에 갇혀 있으니, 앞으로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했다...마침, 달도 없는 어두운 밤, 두 경비병은 약간 피곤해져 잡담을 시작했다.경비 A: “야, 들었냐? 두목님이 오늘 밤 송지아를 분해해서 팔아버린대.”경비 B: “어휴,
하지만 지금 송지아는 그저 그와 생각이 달라져 나쁜 사람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장기가 적출되는 운명에 직면해 있으니,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이런 절차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걸 보면 송지아는 첫 번째가 아니야. 당연히 마지막도 아니겠지. 그렇다면 보스도...’배경수의 심장은 마구 뛰기 시작했고, 그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안 돼, 더 기다릴 수 없어. 그녀들을 당장 구해야 해. 단 1초도 지체할 수 없어!’감정에 휩싸인 그는 그대로 감옥 입구로 돌진했지만, 곧 두 명의 경비병이 그를 가로막았다.“여긴 금지된 곳이야. 허락 없이 못 들어가. 통행증을 내놔.”“통행증 따위 없어!”배경수는 차갑게 말했다.“내 여자 친구가 안에 있어. 난 그녀를 데려갈 거야.”“통행증 없이 감히 금지된 장소에 들어가려 하다니, 이건 침입이야.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경비병은 차가운 표정으로 배경수의 이마에 무기를 겨누었다.배경수처럼 이곳에 이렇게 들어가려는 무모한 사람들은 종종 있었지만, 처리하는 건 너무 쉬웠다. 방아쇠만 당기고 시체는 알아서 버리면 끝나는 일이니까.“뭐 하는 거예요, 그 사람 놔요!”가을은 서둘러 앞으로 나와 두 경비에게 호통쳤다.“가을 씨, 저희는 그냥 규정대로 하는 겁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경비병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도 잘 아시겠지만, 이곳은 규칙이 엄격합니다. 감옥에 들어가려면 통행증이 필요해요. 두목님이라도 통행증 없이 강제로 침입하면 우리는 가차 없이 처리할 겁니다.”이 규칙은 변강섭이 처음 이곳을 만들 때부터 세운 것이며, 지금까지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덕분에 이들은 점점 세력이 커져 일반인들이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위험한 존재가 된 것이었다.“내가 통행증이 없다고 누가 그래요?”가을은 가방에서 통행증을 꺼내 경비병에게 내밀었다.“똑똑히 봐요.이건 우리 아빠의 전용 통행증이에요. 모든 곳에 출입할 수 있고 그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있다고요. 만약에 당신들이 나를 막는다면, 아빠에게 대
하얀색 가운을 입은 두 사람이 송지아와 차설아가 갇혀 있는 암옥으로 향했고 암옥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난간을 툭툭 치면서 차갑게 말했다.“송지아, 나와!”구석에 있던 송지아가 씁쓸하게 웃더니 차설아한테 말했다.“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네요.”꾸벅꾸벅 졸던 차설아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뭐가요? 어디 가는 건데요?”“새로운 삶을 맞이하러요.”“새로운 삶이라고요?”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마 변강섭 그 영감탱이가 지아 씨를 놓아주려는 걸까요?”“그런가 봐요.”송지아가 피식 웃더니 차설아를 꼭 끌어안았다.“설아 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혹시 성도윤 씨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미안하다고 전해줘요.”“네?”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그놈이 지아 씨를 속이고 이용했는데 왜 사과하는 거죠?”“제가 잘못했거든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암옥을 지키는 사람이 재촉하는 바람에 송지아는 어쩔 수 없이 차설아와 인사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차설아는 송지아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더니 무릎을 쳤다.“아니, 지아 씨는 성도윤을 만난 후에 떠나겠다고 했는데 왜 나한테 말을 전해달라는 거지? 설마 변강섭 그놈이 지아 씨를 풀어주는 게 아니라... 왜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거야!”차설아는 이마를 치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고는 암옥 입구 쪽으로 달려가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날 내보내 줘! 지아 씨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당장 이 문 열지 못해?”암옥을 지키던 사람이 철문의 자그마한 입구로 다가가더니 경고했다.“감히 암옥에서 소리를 질러? 독가스에 죽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지아 씨를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나 말해! 당장 이 문 열라니까? 날 풀어주면 원하는 만큼 돈을 줄 테니까...”“송지아 다음은 너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너도 곧 알게 될 거야.”“나 재벌가 딸이라 돈 많아. 당신들 어차피 돈 때문에 이런 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몇십 배로 줄 테니까 문
배경수는 차설아의 어깨를 붙잡더니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난 괜찮으니까 어서 지아 씨를 구하러 가! 지아 씨가 위험해!”차설아의 말을 들은 배경수가 무기를 수하의 머리에 갖다 대고는 물었다.“송지아 지금 어디 있는지 말해.”“내가 말할 것 같아?”수하가 눈을 감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제길!”배경수는 화가 솟구쳐 올랐다. 마을의 사람들은 고강도의 훈련을 거쳐 단단한 몸을 만들었고 세뇌당해서 변강섭을 신처럼 모셨기에 쉽게 알려줄 리 없었다. 수하를 죽여도 달라지는 것 없을 것이다. 이때 변가을이 입을 열었다.“아마 해체실에 있을 거예요. 명해 오빠한테서 들었는데, 아버지를 배신한 사람을 해체실로 끌고 가서 신체의 모든 부위를 자르고 판매한다고 했어요.”“뭐라고요?”차설아가 주먹을 꽉 쥐고는 씩씩댔다.“이 영감탱이는 제정신이 아니야...”“그래서 지아 언니가 아버지를 폭로했을 거예요. 그 행동이 언니를 죽음으로 몰아갈지도 몰랐을 거고요.”변가을이 고개를 푹 숙였다. 변강섭의 행동이 극단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자, 일단 해체실로 먼저 가요. 지아 씨를 구하고 나면 가을 씨 아버지가 보낸 수하들과 마주칠 수도 있어요.”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목청을 높였고 이 마을을 당장이라도 갈아엎고 싶었다. 그런데 이때 변가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을 곳곳에 해체실이 설치되어있는데 모두 32곳이에요. 그리고 이 마을의 부지는 5만 무예요.”“네?”차설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큰 마을에서 송지아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일단 나가서 찾아보자!”배경수는 잔뜩 긴장한 채 말했고 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먼저 이곳에서 나가자. 우리 셋이 흩어져서 찾으면 더 빠를 거야.”“그건 안돼!”배경수가 차설아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내가 널 어떻게 찾았는데...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변가을은 차설아의 손을 굳게 잡은 배
차설아와 배경수는 여러 해체실을 찾았지만 송지아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때 마을의 구석진 곳에서 누군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지아 씨 목소리야!”차설아는 송지아의 목소리를 듣고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얼른 가자!”배경수가 차설아의 손을 잡고 목소리가 울려 퍼진 방향으로 뛰어갔다. 두 사람은 가는 길에 마주친 수하를 쓰러뜨렸고 해체실에 도착했다. 차설아는 배경수가 움직이기도 전에 해체실을 지키던 수하들을 제압했고 수하의 무기를 빼앗고는 굳게 닫힌 문을 발로 찼다.퍽!문의 잠금장치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문이 열렸고 끔찍한 장면에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이 수술칼로 송지아의 허리 양쪽을 그어 신장을 꺼내려 했다.“당신들 누구야!”수술칼을 들고 있던 남자가 깜짝 놀라더니 피로 흥건한 손을 내민 채 뒤로 물러났다.“개같은 놈, 감히 어디에 손을 대!”차설아는 하얀 가운을 입은 두 남자의 다리를 걷어찼고 두 사람은 바닥에 넘어지며 울부짖었다.“지아 씨, 조금만 버텨요. 제가 지아 씨를 데리고 나갈게요.”차설아는 붉어진 눈으로 수술대에 누워있는 송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1분만 더 늦었다면 이 불쌍한 여자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을 것이다. 이때 송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설아 씨 눈이 참 예쁘네요. 저도 모르게 그 사람 생각이 날 정도로 깊은 눈동자예요.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아니요, 지아 씨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차설아가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이마에 무기를 갖다 댔다.“10분 이내에 상처를 꿰매. 그렇지 않으면 네 몸에 구멍을 내줄 테니까 빨리 꿰매라고!”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바늘을 들고는 말했다.“이 여자가 마취제를 쓰기 싫다고 하면서 빨리 베라고 했단 말이에요. 저희는 그저 시킨 대로 했을 뿐인데...”“닥쳐!”차설아가 그 남자의 뺨을 후려갈겼다.“이 자리에서 마취제 없이 네 신장을 꺼내줄까?”“죄송해요, 상처
“아무 짓도 안 했는데요... 과다 출혈이어서 그럴 거예요.”“과다 출혈이라고?”차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이대로 둬도 괜찮아?”“병원으로 이송해서 수혈해야 해요. 아니면 쓰러질 수도 있어요.”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처가 크기도 했고 피를 많이 흘려서 여린 몸으로 감당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체실에서는 상처를 꿰맨 적이 없기에 응급조치에 능하지 못했다. 이때 송지아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더니 차설아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너무 졸려서 좀 잘게요...”“안 돼요! 지아 씨, 눈 좀 떠봐요! 저랑 같이 집에 가면 오빠도 만날 수 있으니까 정신 차리라고요!”차설아가 송지아를 흔들어 깨웠지만 송지아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배경수가 차설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보스, 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지아를 데리고 여기를 빠져나가는 거야. 변강섭도 눈치챘겠지.”배경수의 예상이 적중했다. 변강섭은 마을의 절반 이상의 수하를 보내서 해체실을 포위했고 차설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아버지, 제발 경수 오빠를 보내주세요, 네? 앞으로 말도 잘 듣고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을게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부탁이에요...”명해한테 제압당한 변가을은 발버둥 치며 울부짖었다.“감히 나의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이건 나 변강섭을 무시하는 거나 다름 없는데 이대로 순순히 보내준다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어?”변강섭이 고개를 돌려 명해한테 말했다.“가을을 잘 붙잡고 있어. 조금 있다가 저 사람들이 나오면 바로 죽여. 특제 무기에 맞고도 소란을 피울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아, 안 돼요! 아버지가 경수 오빠 털끝 하나라도 다친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겠어요!”변가을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울부짖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남자가 해체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가을아, 넌 아직 어려서 남자를 잘 몰라. 배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