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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경수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는 그 언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예요. 그냥 오빠를 겁주려는 거예요.”

가을은 수줍게 배경수 옆에서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겨우 용기를 내어 말문을 열었다.

“알아, 사부님은 말은 거칠어도 속으론 따뜻한 분이잖아.”

배경수는 마음이 온통 차설아에게 가 있어 건성으로 대답했다.

“오빠한테 그 언니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아요. 근데 그녀를 구하고 싶다면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돼요. 아빠를 화나게 하면 진짜 큰일 나니까, 머리를 써야 해요.”

“머리를 써야 한다고?”

배경수는 그제야 옆에 있던 가을에게 시선을 돌렸다.

달빛 아래, 가을은 사롱을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맑고 큰 눈을 갖고 있는 그녀는 매우 청순하고 연약한 느낌을 주었다.

“음. 내게 지혜롭게 구출해 낼 방법이 있어요.”

가을은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이며 배경수를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는 마치 빛나는 두 개의 흑요석 같았다.

“그래? 말해봐.”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얼굴이 금방 붉어지는 아이였으니 배경수는 그녀가 뭔가 특별한 방법을 내놓을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그녀가 도대체 어떤 식으로 해결한다는 건지 궁금할 뿐이었다.

가을은 뒤따라오는 경비들을 보더니,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두 분, 그만 좀 따라다니죠.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요.”

“하지만 가을 씨, 두목님께서 꼭 아가씨를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뭐요?”

가을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다소 날카롭게 물었다.

“그게... 그게...”

경비는 배경수를 힐끔 보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변강섭 그 늙은 여우는 배경수를 철저히 경계하는 게 분명했다.

“오빠가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래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요! 오빠는 들어올 때 무기도 다 반납했고, 그럴 사람도 아니에요. 난 그냥 오빠랑 조용히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안 되냐고요?”

“아, 네... 됩니다.”

경비는 처음으로 부드럽고 연약한 가을이 이렇게 화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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