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작은 입술을 오므렸고, 예준을 바라보는 눈빛은 걱정을 금치 못했다.“정말 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응.” 예준은 단호하게 말했다.캐리도 따라서 말했다.“꼭 가야 해. 우리 사이의 문제도 이제 해결할 때가 됐어!”세희는 또 캐리의 이마에 시선을 떨어뜨렸다.‘캐리 아저씨 머리에 끼인 검은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어...’‘이 안개는 도대체 뭐지?’세희는 안달이 났지만 아직 어린 그녀는 어떻게 해야 어른들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할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그럼 꼭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요.”세희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캐리와 예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병실을 떠나 부진석을 찾아갔다.문이 닫히자, 세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야, 혹시 뭐라도 감지한 거야?”세희는 잠시 멍을 때리다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아저씨와 삼촌을 붙잡으라고 말했어.”“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 아니야?” 희민이 물었다.“요 며칠 별로 쉬지 못한 데다 또 엄마 때문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 오빠가 놀아줄까?”“응, 좋아!”병원 주차장에서.예준과 캐리는 차에 올라탔고, 캐리는 바로 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한참 울린 후에야 진석이 받았고, 그의 핸드폰에서 차가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캐리?”캐리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너 어디야?”“뭐 좀 먹으러 가려던 참인데, 왜?”“그럼 같이 먹자. 나도 아직 안 먹었어. 그리고 마침 너에게 하영의 상황에 대해 말해줄게.”“그래.”진석이 대답했다.“내가 레스토랑 주소 보내줄게. 이쪽으로 와.”“그래, 이따 보자.”전화를 끊은 후, 캐리는 바로 진석이 보낸 주소를 받았다.그는 핸드폰을 예준에게 보여주었다.“예준 형님, 부진석 지금 이 레스토랑에 있어요.”예준은 한 번 본 후, 차에 시동을 걸었다.“그래, 알았어.”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 있는 캐리는 초조하기 그지없었다.“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네요. 부진
예준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직도 우릴 속이려 하는 거야?”진석은 여전히 담담했다.“만약 내가 하영 씨를 보러 가지 않아서 원망하고 있는 거라면, 캐리에게 그때 왜 날 가지 못하게 막았는지를 물어보는 게 좋을 거예요.”“난...”“캐리는 이미 나에게 이유를 말했지만, 난 여전히 널 의심하거든. 넌 결코 그런 이유 때문에 오지 않은 게 아니잖아.”예준은 다시 한번 캐리의 말을 끊었다.캐리는 속으로 탄복을 금치 못했다.‘예준 형님은 대체 얼마만큼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길래 부진석과 이렇게 앉아서 사이좋게 말할 수 있는 거지?’‘이럴 땐 그냥 주먹 한 방 날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우리 그동안 모두 부진석에게 속았잖아!! 그게 몇 년이야!! 하영도 죽을 뻔했고!’“그래요.” 진석이 말했다. “지금 날 그렇게 생각하는 이상, 증거는 어딨죠?”예준은 갑자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소희원이 보낸 녹음을 틀은 다음, 진석 앞으로 밀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진석의 귀로 들어왔다.그의 갈색 눈동자에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아, 그날의 그 쇳덩어리는 확실히 누군가 거기에 둔 것이었구나.’진석은 인내심 있게 듣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이게 바로 증거인가요?”예준은 탁자 밑에 놓인 손을 꽉 쥐었다.‘내가 부진석을 너무 낮잡아봤나?’‘증거가 이미 눈앞에 있는데도 여전히 인정하려 하지 않다니?’캐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부진석, 좀 시원하게 대답해줄래?!”진석은 한숨을 쉬었다.“캐리, 난 이미 너에게 분명하게 말했을 텐데. 그러나 오늘 갑자기 날 찾아와서 따지다니, 난 우리가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해. 난 너희들과 알게 되어서 매우 기뻤지만, 왜 너희들은 오히려 심심하기만 하면 날 의심하는 거지? 내가 하영을 좋아하고, 또 정유준이 하영을 빼앗아 갔기 때문에? 그래서 난 그들에게 복수하고자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캐리는 화가 나서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친구?” 캐리는 피식 웃었다. “그 말이 나오기나 하니?”예준은 캐리를 보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송유라의 전화인 것을 보고, 예준은 바로 연결했다.“예준아!” 송유라의 흥분된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들려왔다.“하영이 깨어났다!!”예준은 흠칫 놀라더니 저도 모르게 목이 탔다.“깼어요?! 하영이 정말 깨어난 거예요?!”“뭐라고요?!” 캐리도 따라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영이 깨어났데요?! 위험에서 벗어났데요?!”송유라는 전화에서 울먹였다.“그래, 너랑 캐리도 빨리 돌아와!”“네!” 예준은 재빨리 룸 밖으로 걸어갔다.“저희 지금 바로 돌아갈게요.”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진석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그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상대방이 받자, 진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처리해.”“네, 선생님!”병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준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고 캐리는 심지어 음악을 틀었다.다리를 지날 때, 캐리는 차창을 내려 바깥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예준 형님, 하영이 깨어나니까 공기도 엄청 맑아진 것 같아요!”예준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그래! 하영이도 잘 버텨줬어. 오늘이 4일째지?”“정확하게 말하면 3일 반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5일 정도 기다려보라고 하셨죠?” 캐리가 물었다.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가슴이 막 두근거리네요!” 캐리는 두 손 모아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느님이 내 기도를 듣고 하영으로 하여금 깨어나게 한 거예요!”“기도?” 예준은 캐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뭐라고 기도했는데?”“내 목숨으로 바꿀 수 있다고요!”캐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예준은 멈칫했다. “이런 말을 함부로 하는 거야?”캐리는 손을 흔들었다.“아이고, 그냥 기도하는 것이니 어떻게 이루어질 수가 있겠어요, 형님도 참...”펑-말이 떨어지자마자, 화물차 한 대가 뒤에서 예준의 차를 들이받았다.그 강한 충격으로 예준은 재빨리 브레이크를 밟았다.그
“천만에요. 만약 상태가 줄곧 안정하다면, 내일 저녁 바로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어요.”송유라와 소진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간 후, 세희는 얼른 소진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작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할아버지, 안아주세요. 세희도 엄마 보고 싶어요!”소진호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안아줄게.”말하면서 그는 허리를 굽혀 세희를 안으려고 했다.그러나 세희를 안으려 한 순간, 소진호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소진호는 세희를 달래며 말했다.“잠깐만, 세희야.”세희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소진호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안녕하세요, 여긴 경찰서인데, 혹시 소진호 씨 맞습니까?”“맞는데, 무슨 일이시죠?”“그럼 소예준은 혹시 선생님 조카 되는 사람입니까?”소진호는 멈칫했다. “네, 예준이에게 무슨 일 생겼나요??”“선생님, 지금 즉시 축림대교에 와주시죠. 소예준 씨의 차는 20분 전에 한강에 떨어졌습니다.”이 말을 듣고, 소진호는 눈앞이 어두워졌다.그는 몸을 비틀거리다가 벽에 부딪혀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송유라는 소진호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여보, 무슨 일 생겼어요?”소진호는 핸드폰을 든 손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핸드폰은 곧바로 땅에 떨어졌다.그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예준이가...”송유라는 문득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네?”“예준이의 차가 한강에 떨어졌대.”쿵-순간, 송유라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세 아이는 충격에 눈을 부릅떴고, 작은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소진호는 진정하려고 애를 썼다.“나, 난 현장에 가볼게! 여보, 당신은 여기서 아이들 지켜보고 있어!”말을 마치자, 소진호는 다급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송유라는 다리가 나른해지더니 바로 땅에 주저앉았다.아들은 얼른 앞으로 가서 그녀를 부축했다. “할머니!”송유라는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고
유준은 가장 먼저 하영을 떠올렸다.그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하영은 틀림없이 괴로움에 빠졌을 거야! 얼른 하영에게 전화를 해서 위로해 줘야지!’다만 하영의 핸드폰은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유준은 초조함에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향했다.그는 잠시 생각한 후, 또 소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소진호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 상황을 본 시원이 말했다.“대표님, 현욱 도련님께 전화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유준은 그제야 깨닫더니 얼른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욱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현욱의 나른한 목소리에 유준은 엄하게 소리쳤다.“너 지금 어디야?”“당연히 집이지. 내가 우리 부모님께 뭐라고 말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거야? 나 집에 돌아온 다음, 또 겁먹었어.”“나 지금 이딴 거 듣고 싶지 않아!”유준은 싸늘하게 현욱의 말을 끊었다.“예준의 차가 한강에 추락했는데, 나 지금 하영과 연락이 닿을 수 없어.”“뭐?!” 현욱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예준이 한강에 추락했다고?!”“너 지금 당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하영은 지금 틀림없이 거기에 있을 거야! 가서 하영에게 전화 바꿔!”“하영 씨가 거기에 있을 리가 없잖아!” 현욱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유준은 눈썹을 찡그렸다.“그게 무슨 뜻이야?”현욱은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한 것을 발견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 나 지금 바로 가볼게.”“배현욱!”유준은 노호했다.“너 설마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현욱은 가슴이 찔렸다.“그럴 리가...”“나 지금 당장 조사하는 수가 있어!”유준은 현욱을 협박했다.“난 사람들이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다고!”현욱은 전화에서도 유준의 노기가 활활 불타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더 이상 유준을 속일 수 없겠지?’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내가 다 말할게! 약혼식 그날 밤에, 하영 씨는 양다인에 의해 총을 두 발이나 맞았어.
사무실에 도착하자, 시원은 책상 위의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는 중요한 서류를 찍은 다음, 파일로 정리해 저녁에 유준에게 보낼 준비를 했다.거의 정리가 다 되어갈 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시원은 머리도 들지 않고 말했다.“들어와.”문이 열리자,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그들의 눈앞에 나타났다.“허 비서님, 대표님은 준비 다 되셨나요? 이제 출발하실 시간이 됐습니다!”이 말을 듣자, 시원은 호진과 함께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이 남자를 쳐다보았다.헬리콥터를 운전해야 할 조종사가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며. 시원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다.“너 이미 헬리콥터에 탄 거 아니었어?!”조종사는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화장실에 갔다고 문자를 보냈잖아요?”시원은 멍하니 있다 얼른 자신의 주머니를 만졌다.이때 소파 옆에 있던 호진이 말했다.“네 핸드폰 탁자 위에 있는데.”시원은 바삐 외쳤다.“빨리 대표님께 전화해!!”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결국 전원이 꺼져 있단 음성 알림밖에 듣지 못했다.시원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망했어, 우리가 그렇게 주의를 기울여 대표님을 보호했는데, 결국 남에게 당하다니!”호진은 안색이 엄숙했다.“다른 사람에게 대표님이 떠나신다고 말한 적 있어?”“아니!” 시원은 무척 괴로웠다.“운전사에게만 말했단 말이야!”호진은 뭔가를 알아차리더니 벽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제기랄, 회사에 틀림없이 배신자가 있어!”시원은 심란했다.“지금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니야! 가능한 한 빨리 대표님을 찾아야 해!”호진은 조종사를 쳐다보았다.“회사에 다른 비행기 없어?!”조종사는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평소에 개인 비행기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확인해 봐!” 시원은 조종사를 바라보았다.“대표님이 타신 비행기가 어디로 날아갔는지!”“네, 지금 바로 가봐요.”5분 후, 시원과 호진은 조종사를 따라 감시실에 도착했다.그 칠흑 같은 스크린을
유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려는 순간, 유준은 직접 휴대전화를 든 손을 내밀어 남자의 얼굴에 호된 한 방을 내리쳤다.이 한방을 제대로 맞은 남자는 멍해졌다. 그는 유준이 뜻밖에도 손을 쓸 줄은 몰랐다.얻어맞아서 아픈 뺨을 감싸며 남자는 이를 악물고 두 발짝 물러섰다.그는 잘생겼지만 표정이 어두운 유준을 보며 큰 소리로 비웃었다.“흥, 제법이군요.”유준은 일어서더니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열려 있는 문에서 세차게 밀려오는 큰 바람은 유준의 검은 트렌치코트를 펄럭였다. 이는 늠름한 기운으로 가득 한 유준을 악마처럼 더욱 무서워 보이게 했다.“도대체 누가 시킨 거지?” 유준은 싸늘하게 물었다.남자는 입가에 묻은 피를 지우며 험상궂은 웃음을 지었다.그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알고 싶으면 날 한 번 이겨봐요!”남자는 비록 건장하진 않지만, 동작은 비할 데 없이 날렵하고 위험했다.유준은 몇 번이나 하마터면 남자의 주먹에 맞을 뻔했다.기내의 좁고 또 수시로 고공으로 추락할 수 있는 궁지에 몰리자, 유준은 다른 방법으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일부로 상대방의 공격을 피했고 상대방이 방비를 내려놓는 순간, 유준은 남자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공격을 받은 남자는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유준은 기세를 몰아 한 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받쳤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다리를 들어 남자의 머리를 걷어찼다.남자는 조종대에 쓰러지더니 비행기도 덩달아 통제력을 잃었다.유준은 재빠르게 몸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건을 잡았고, 남자는 비틀거리며 이리저리 넘어졌다.그가 정신을 차릴 때, 비행기는 이미 추락하기 시작했다.이를 본 남자는 억지로 버티며 얼른 낙하산 가방을 찾으러 갔다.유준도 따라서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낙하산 가방이 바로 자신의 옆에 있는 좌석 아래에 있단 것을 발견했다.유준은 재빨리 가방을 메려 했지만, 이때, 남자는 시선을 그에게 돌렸다.“그 가방 내놔!!” 남자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유준이 그를 상대
중환자실에서.깊이 잠들어 있던 하영은 눈을 번쩍 떴다.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촘촘히 맺혔고, 호흡은 가슴 전체에 심한 기복을 일으킬 정도로 가빠졌다.그리고 심장에서 따끔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하영은 상처에서 전해오는 심한 통증을 참으며 아픈 가슴을 손바닥으로 꽉 눌렀다.강렬한 불안감과 실의감에 하영은 혼란스러워졌다.하영은 자신이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몰랐다.마치 아주 중요한 것을 잃은 것처럼, 괴로움에 하영은 거의 질식할 뻔했다!문앞에 있던 송유라는 안의 기계에서 전해오는 미세한 소리에 얼른 빨갛게 부은 두 눈을 들어 유리창 앞으로 돌진했다.창백한 얼굴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하영을 보자, 송유라는 놀라서 급히 간호사를 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의사와 함께 하영의 상태를 관찰하러 병실에 들어갔다.약 10분 후, 의사가 나왔다.그는 송유라를 바라보며 말했다.“상처의 통증 때문이니 저희는 이미 진통제를 놓아줬습니다.”송유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의사가 간 후에야 그녀는 유리창 앞으로 걸어가서 묵묵히 눈물을 흘리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송유라는 유리창을 만지며 울먹였다.“예준은 지금 사고가 나서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너까지 무슨 일 생기면 안 돼...”VIP 병실 안.세준과 희민은 컴퓨터 앞에 앉아 예준이 사고를 당하기 전의 CCTV를 보고 있었다.세준은 주먹을 꽉 쥐더니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기사는 일부러 그런 거야! 일부러!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킨 게 분명해!!”그 화물차는 예준의 차를 본 후, 즉시 속도를 높였고 예준이 방향을 바꾼 순간, 곧장 예준의 차를 향해 들이받았다.이것은 명백한 살인이었다!진실을 안 세준은 두 눈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세희는 눈물을 흘리며 희민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다 세희의 잘못이야. 내가 아저씨와 삼촌을 막았어야 했는데. 난 분명히 느꼈다고. 다 내 잘못이야...”희민은 세희의 머리를 애틋하게 쓰다듬었다.“세희야, 이 일은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