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세준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세준이 안는 대로 내버려두었다.“알았어, 세희 울지 않을게. 세희는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꿋꿋이 기다릴 거야.”“응!”A국.유준은 회사에서 나왔다.그의 곁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시원은 유준의 곁을 바짝 따르며 손에는 크고 검은 우산을 들고 있었고, 유준의 머리를 가렸다.호탕하고 기세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행인들로 하여금 잇달아 그들에게 시선을 던지게 했다.행인 중, 벙거지 모자를 쓴 여자는 우산 아래의 양복차림을 한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혀 남자를 똑똑히 확인한 후, 몸을 돌려 재빨리 옆에 있는 차로 달려갔다.급히 도망가는 사람을 본 경호원은 즉시 경계해하며 영어로 유창하게 지휘했다.“그 여자 잡아!”이 말을 들은 유준과 시원은 함께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자, 그들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아주 익숙한데!’여자와 가장 가까운 경호원은 몇 걸음 만에 그녀를 따라잡았다.그는 여자의 팔을 덥석 잡더니 그녀를 유준의 앞으로 끌고 갔다.여자는 몸부림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유준 앞에 끌려갔을 때, 여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유준은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잠시 후, 그는 문득 입을 열었다.“우인나 씨?”여자는 흠칫 놀라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람 잘못 봤어요!”“풉...”시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우 팀장, 왜 한국어로 대답을 하시는 거죠?”인나는 이를 악물었다.‘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영어로 대답하는 것을 깜박했다니!’‘됐어! 어차피 들켰으니 이제 숨길 것도 없어!’인나는 고개를 들어 유준과 눈을 마주쳤다.유준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A국에 왔구나.”인나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공교롭네요. 대표님도 여기에 오셨다니.”말이 끝나자, 인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하영
“현욱 씨가 나와 함께 있지 않는 한, 감염될 위험은 없어요. 앞으로도 행복하고 원만한 가정이 있을 거고요. 그리고 현욱 씨에게 틀림없이 건강하고 귀여운 아이가 생길 거예요.”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 넌 현욱을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이기적인 거지.”“이, 이기적이라고요??” 인나는 의아하게 유준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이기적인 거죠! 난 현욱 씨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말끝마다 현욱을 위해서라 말하고 있지만, 넌 그의 심정과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인나는 피식 웃었다.“현욱 씨가 평생 나처럼 약만 먹고 살길 원한다고요? 현욱 씨가 날 위해 가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직 날 안아줄 수 있다고요? 현욱 씨는 앞으로 나와 이런 문제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우선 네가 에이즈에 걸린 건 너 자신 때문이 아니야. 현욱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니 절대로 너와 다투지 않을 거야. 심지어 이것 때문에 널 더욱 아껴주겠지. 그리고 네가 한 질문에 대해, 넌 직접 현욱에게 물어볼 수 있어. 현욱이 나에게 말했을 때는 무척 단호했으니까.”현욱을 위해 유준은 인나를 설득하고 싶었다. 동시에 하영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결국 인나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인나는 하영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일과 걱정거리를 나눌 수 있는 여성 친구였다.그러니 인나가 귀국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인나는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현욱 씨가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고요??”“못 믿겠어?” 유준은 인나를 응시했다.인나는 시선을 떼며 말했다. “난 직접 듣지 못했으니까.”유준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울리는 순간, 인나는 눈을 부릅뜨며 말을 더듬었다.“대, 대표님, 지금...”“어, 유준아.”인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에 현욱의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인나는 순간
유준은 인나의 뜻에 따라 부인했다.“아니.”현욱은 한참이나 침묵했고, 잠시 후 울먹이며 말했다.“소식 있으면 꼭 알려줘.”“응.”“그리고.” 현욱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감정을 추슬렀다.“넌 어떻게 됐어?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며칠 더 걸릴 거야.”유준은 사실대로 말했다.“확실한 시간은 아직 정하지 않았어.”“유준아... 사실, 하영 씨 말이야...”하영을 언급하자, 유준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현욱이 우물쭈물 말하는 모습에 유준은 자꾸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유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물었다.“하영이 왜?”현욱은 이를 악물었다.“아, 아니야. 하지만 너도 빨리 돌아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하영 씨 정말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아.”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어두워졌다.“하영에게 제대로 사과할 거야. 그러나 내 전화도 받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네.”현욱은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나 같아도 그랬겠다.”현욱은 유준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얼른 말했다.“됐어, 나 이제 들어갈게!”“음.”전화를 끊은 후, 유준은 하영을 생각했고,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그나저나...” 인나는 눈물을 닦으며 콧물을 들이마셨다.“하영도 나에게 답장하지 않았어요.”순간, 유준은 고개를 들어 인나를 바라보았다.“언제 문자를 보냈지?”“약혼 당일에요. 축복을 보냈지만 줄곧 답장이 없었어요.” 인나가 말했다.유준은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비록 하영은 화를 잘 냈지만, 그렇다고 너한테까지 화풀이할 정도는 아닌데.”“그럼... 내가 지금 하영에게 전화해 볼까요?” 인나가 물었다.“그래.”인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인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하영아?”“나 하영이 오빠야.” 예준의 피곤하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인나는 멍해졌고 유준도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왜 또 예준이야??’‘아직도 핸드폰을 하영에게 돌려주지 않았단 말인가??’
남자는 탁자 위의 핸드폰을 보더니 바로 받았다.“형욱 선생님!”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는데, 신기하게도 영어를 말하고 있었다.“어젯밤 또다시 상대방의 방화벽을 돌파하여 기밀문서를 얻었습니다!”김형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는데, 네 마음대로 움직이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상대방은 난감해하며 말문이 막혔다.“선생님, 저도 단지 선생님을 돕고 싶었을 뿐입니다.”남자는 소파에 앉았다. “무슨 기밀인데?”“뇌기 접속 기술이요! 상대방이 추적할 것 같아 대충 내용을 확인한 다음 바로 나왔습니다.”“뇌기 접속?” 김형욱은 잠시 생각했다.“이 서류, 예전에 나타나지 않았어?”“아니요! 제가 찾아봤는데, 이 특허는 신청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연구 중인 사람은 MK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이 기밀을 얻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죠!”“그런 것 같군.”말이 떨어지자마자, 핸드폰에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상대방은 감격에 겨워 계속 말했다.“선생님! 저는 꼭 이 기밀을 손에 넣겠습니다! 그때 가서 저에게 보너스를 좀 더 주세요!”상대방의 말을 듣자, 김형욱은 순식간에 눈썹을 찌푸렸다.“이 기밀, 절대로 건드리지 마!”“왜요, 선생님?” 상대방은 의혹에 물었지만 타자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어!’‘내가 어떻게 이 기회를 얻었는데 오히려 건드리지 말라니?? 그럴 리가!’“그들은 업로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함정인 게 분명해.”김형욱이 설명했다.“그게 아닙니다, 선생님! 그들은 기밀서류를 분산시키려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쪽의 기술부는 그야말로 병신들이라서요, 저만 믿으세요. 엄청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고, 김형욱은 노발대발했다.“멈추라고!”“탁.”키보드 소리가 깔끔하게 떨어지더니 상대방은 무척 흥분해했다.“선생님, 저
희민은 남자의 사진과 모든 정보를 주시했다.“앤디?”“이게 누구야?” 세준도 어리둥절했다.“설마 이 사람이 주모자인가?”“외국인이 주모자라고?” 희민은 의문을 제기했다.“그건 아닐걸?”세준은 희민을 바라보았다.“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앤디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지 물어봐. 난 계속 파일을 확인해 볼게.”희민은 세준이 말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유준은 마침 회사에 도착했다.부사장이 전화를 해서 상대방의 위치를 추적해냈다고 한다.기술부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희민의 전화인 것을 보고, 유준은 잠시 망설이다 그제야 받았다.“희민아.” 유준은 말하면서 기술부로 걸어갔다.“아빠, 혹시 앤디라는 사람을 아세요?”“대표님!”희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지금 유준을 부르고 있었다.유준의 시선은 부사장에게 떨어졌고, 입을 열어 물었다.“지금 어떻게 됐어?”“이미 상대방의 정확한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원래 그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정보를 빼내려고 했지만 전부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상대방이 발버둥이라도 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컴퓨터에 아무것도 없다고?”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어떻게 된 거지?”이 말을 듣고 희민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아빠, 저희가 상대방의 컴퓨터에 있는 모든 정보를 빼냈어요.”희민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세준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기밀을 탈취하고 있을 때, 난 마침 그 사람의 방화벽을 돌파했고 바로 컴퓨터를 해킹했어요.”‘역시 내 아들이야! 정말 대단해!’이 상황을 모르는 부사장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고, 유준은 그에게 눈짓을 한 후,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세준에게 물었다.“세준아, 유용한 단서 같은 거 있어?”“지금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이 바로 줄곧 아빠의 회사를 공격한
소희원의 말을 듣자, 유준은 즉시 부사장을 바라보았다.“허 비서더러 당장 이곳에 가서 앤디라는 사람을 찾으라고 해!”“네, 대표님!”“한 가지 더 있어요.” 소희원은 계속 말했다. “이 앨리라는 사람, 부진석 씨랑 아는 사이예요! 확실해요. 그때 부진석 씨 집에서 나온 사람이 바로 이 여자였어요. 다만 당시 이 여자가 독일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난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이 말을 듣자, 유준은 즉시 말했다.“그 여자, 부진석을 선생님이라고 불렀어.”소희원은 멈칫했다.“그렇다면 부진석 씨가 바로 형욱 선생님일 가능성이 있단 거네요?!”말을 마치자마자 소희원은 또 다급하게 소리쳤다.“잠깐만요, 나 앨리 봤어요!”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세준이 입을 열었다.“지금 어디에 있어요?”소희원은 목소리를 낮추었다.“앤디의 집 맞은편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이 말을 듣자, 세준은 이마를 짚었다.“거긴 또 어떻게 들어가신 거예요?”소희원은 커튼 뒤에 숨어 있었는데, 지금 틈새 사이로 창문 밖에 여자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이건 나중에 설명할게. 어? 이 여자 이번엔 왜 먹을 것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은 거지?”이때 유준이 말했다.“일단 안에서 기다려. 난 허 비서더러 얼른 사람을 보내라고 했으니 그들만 잡으면 넌 떠날 수 있어.”소희원이 대답했다.“아, 그래요. 하지만 나도 지금 안전한 편이에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긴 해요. 부진석 씨가 바로 그들이 말하는 형욱 선생님일까요?”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모두들 놀라서 말을 멈추었다.“이모?!” 희민이 얼른 소리쳤다.“어... 난 별일 없어.” 소희원의 심장은 마치 북을 치는 것처럼 마구 뛰고 있었다.그녀는 맞은편 창문을 보며 두려움에 침을 삼켰다.방금 그 비명 소리는 앤디가 지른 것이었다!소희원은 앨리가 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을 뿐, 그녀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곧바로 앤디의 비명 소리가
이 소리를 듣자, 유준과 두 꼬마는 분분히 멍해졌다.소희원은 또 할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냈다.“그래, 이혼하자! 이 늙어빠진 놈이, 나이가 들어서도 밖에서 바람을 피우고 다니다니! 시장에서 순대를 팔던 그 할망구가 어떻게 꼬시든? 어? 정신이 나간 거야?!”소희원은 또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말했다.“증거도 없으면서 어디서 모함질이야!”“내가 다 봤는데도 발뺌할 거야! 그리고 사람들 말하는 것도 다 내 귀에 들어왔다고!!”“당신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이 빌어먹을 영감탱이, 나이를 먹었으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어디서 바람을 피워! 네 아들... 딸에게 다 말해야지!!”문밖에서.말다툼 소리를 들은 앨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휴대전화를 꺼내 재빨리 이 집주인의 정보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제야 앨리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 집에는 확실히 한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다른 문제 없는 것을 확인한 앨리는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방안에서, 앨리가 떠난 것을 본 소희원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아, 그 여자 떠났어.” 소희원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때 이 집주인을 본 적이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그 여자에게 들켰을 거야.”두 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세준이 마침내 목소리를 되찾았다.“이모, 성우로 되셨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희민도 맞장구를 쳤다.“정말... 대단해요...”소희원은 은근히 어깨를 들썩였다.“흥, 그건 중요하지 않아.”15분 후, 두 아이는 유준의 경호원이 도착할 때까지 소희원과 통화를 했다.소희원은 창문에 서서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경호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오래된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앤디를 찾아갔고, 1분 뒤, 창문을 연 소희원은 경호원이 전화하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대표님, 앤디는 목이 베인 채 사망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소희원은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앨리가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앤디를
“뭔데?” 캐리도 호기심에 따라 물었다.“나도 볼 수 있어?”“네.”세희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예 몰랐기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앉아 캐리가 사준 케이크를 먹었다.캐리와 예준 두 사람은 각각 병상 양쪽에 앉아 컴퓨터를 보며 아이들의 설명을 들었다.세준과 희민은 그들이 발견한 것과 소희원이 본 모든 것을 간단하게 설명했다.아이들의 말을 듣고 난 후, 예준과 캐리 두 사람의 표정은 모두 엄숙해졌다.“그렇다면 부진석은 틀림없이 그 형욱 선생님일 거야!”캐리가 노발대발했다.“캐리 아저씨, 지금 증거가 없어요.”“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 캐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앨리라는 그 여자가 부진석을 선생님이라고 불렀잖아! 심지어 소희원은 그 여자가 한밤중에 부진석의 집에서 나오는 것까지 보았고!”“맞아.” 예준은 눈빛이 무척 어두웠다. “희원은 나에게 두 사람이 대화한 녹음을 들려준 적이 있어. 그러니 이 형욱 선생님이 바로 부진석일 거야!”말을 마치자, 예준은 바로 소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희원이 앤디와 앨리의 대화를 엿들은 이상, 그 속에는 틀림없이 또 다른 중요한 정보가 있을 거야!’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원의 목소리가 전해왔다.“오빠? 왜 오빠까지 나한테 전화하는 거예요? 아이들과 말하느라 내 입이 바싹 말랐단 말이에요!”예준은 창문 앞으로 걸어가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희원아, 앨리와 앤디 두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좀 생각해 봐.”“형욱 선생님이란 사람을 언급했었어요.” 소희원이 대답했다. “아이들이 얘기 안 했어요?”“다른 건 없어?” 예준이 물었다.“어...”소희원은 생각해보았다.“앨리가 그때 형욱 선생님은 오랫동안 참아 왔으니 앤디에게 발목을 붙잡지 말라고 했었어요. 그리고 형욱 선생님이 상대할 남자도 꽤 까다롭다고 말했어요.”말을 마치자, 소희원은 멈칫하더니 곧바로 외쳤다.“오빠! 그 까다로운 상대가 혹시 유준 오빠 아니에요?!”예준은 엄숙하게 말했다.“그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