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이 시커먼 덩어리만이 캐리의 이마에 둥둥 떠있었다.세희는 앳된 목소리로 탄식했다.“됐어요, 됐어. 세희도 배고프니까 밥 먹을래요.”모두들 세희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유독 그녀의 눈이 걱정되었다.캐리는 이따가 세희를 데리고 안과로 가겠다고 말했다.밥을 먹은 후, 송유라도 병원에 왔다.아이들이 밥을 다 먹자, 그녀는 또 아이들에게 깨끗한 옷을 갈아입혔다.송유라는 더러워진 옷을 자신의 핸드백에 넣은 후, 캐리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중환자실로 갔다.중환자실 입구.예준은 줄곧 밖에 앉아 있었다.아이들이 오는 것을 보고 그는 일어서서 초췌한 얼굴로 물었다.“너희들 밥 먹었어?”세희는 볼록 튀어나온 배를 만졌다.“그럼요. 삼촌은 식사하셨어요?”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송 할머니가 보내온 음식을 좀 먹었어.”세준은 유리창을 바라보았는데, 키가 작기 때문에 안에 누워 있는 하영이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캐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캐리 아저씨, 날 좀 안아주면 안 돼요? 엄마 보고 싶어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혀 세준을 안고 유리창 옆으로 걸어갔다.안에 있는 하영은 여전히 호흡기를 쓰고 있었고, 그녀의 몸에는 세준이 잘 모르는 파이프가 몇 개 꽂혀 있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는 많은 검측기가 놓여 있었다.세준은 하영의 얼굴에 시선을 떨어뜨렸다.불과 이틀 만에 하영의 얼굴은 눈에 띌 정도로 움푹 들어갔다.창백한 얼굴은 마치 종잇장처럼 새하얬고, 세준은 유난히 가슴이 아팠다.순간, 세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는 캐리를 두드리며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했다.캐리는 세준의 표정을 보며 은근히 한숨을 내쉬었다.캐리도 하영이 하루빨리 이 위험한 시기를 넘길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신은 그의 기도를 조금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세희도 보고 싶었지만 세준은 그녀를 막았고, 희민이 보려고 할 때 그는 오히려 막지 않았다.“오빠, 왜 나만 엄마를 보면 안 되는 건데?!” 세희는 억울함에 세준을 노려보았
세희는 세준이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세준이 안는 대로 내버려두었다.“알았어, 세희 울지 않을게. 세희는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 꿋꿋이 기다릴 거야.”“응!”A국.유준은 회사에서 나왔다.그의 곁에는 수십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시원은 유준의 곁을 바짝 따르며 손에는 크고 검은 우산을 들고 있었고, 유준의 머리를 가렸다.호탕하고 기세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행인들로 하여금 잇달아 그들에게 시선을 던지게 했다.행인 중, 벙거지 모자를 쓴 여자는 우산 아래의 양복차림을 한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혀 남자를 똑똑히 확인한 후, 몸을 돌려 재빨리 옆에 있는 차로 달려갔다.급히 도망가는 사람을 본 경호원은 즉시 경계해하며 영어로 유창하게 지휘했다.“그 여자 잡아!”이 말을 들은 유준과 시원은 함께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그 여자의 뒷모습을 보자, 그들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아주 익숙한데!’여자와 가장 가까운 경호원은 몇 걸음 만에 그녀를 따라잡았다.그는 여자의 팔을 덥석 잡더니 그녀를 유준의 앞으로 끌고 갔다.여자는 몸부림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유준 앞에 끌려갔을 때, 여자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며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유준은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잠시 후, 그는 문득 입을 열었다.“우인나 씨?”여자는 흠칫 놀라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람 잘못 봤어요!”“풉...”시원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우 팀장, 왜 한국어로 대답을 하시는 거죠?”인나는 이를 악물었다.‘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영어로 대답하는 것을 깜박했다니!’‘됐어! 어차피 들켰으니 이제 숨길 것도 없어!’인나는 고개를 들어 유준과 눈을 마주쳤다.유준은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A국에 왔구나.”인나는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공교롭네요. 대표님도 여기에 오셨다니.”말이 끝나자, 인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하영
“현욱 씨가 나와 함께 있지 않는 한, 감염될 위험은 없어요. 앞으로도 행복하고 원만한 가정이 있을 거고요. 그리고 현욱 씨에게 틀림없이 건강하고 귀여운 아이가 생길 거예요.”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미래를 선택할 권리가 있어. 넌 현욱을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이기적인 거지.”“이, 이기적이라고요??” 인나는 의아하게 유준을 바라보았다.“내가 왜 이기적인 거죠! 난 현욱 씨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말끝마다 현욱을 위해서라 말하고 있지만, 넌 그의 심정과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인나는 피식 웃었다.“현욱 씨가 평생 나처럼 약만 먹고 살길 원한다고요? 현욱 씨가 날 위해 가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직 날 안아줄 수 있다고요? 현욱 씨는 앞으로 나와 이런 문제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요?”“우선 네가 에이즈에 걸린 건 너 자신 때문이 아니야. 현욱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니 절대로 너와 다투지 않을 거야. 심지어 이것 때문에 널 더욱 아껴주겠지. 그리고 네가 한 질문에 대해, 넌 직접 현욱에게 물어볼 수 있어. 현욱이 나에게 말했을 때는 무척 단호했으니까.”현욱을 위해 유준은 인나를 설득하고 싶었다. 동시에 하영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결국 인나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인나는 하영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일과 걱정거리를 나눌 수 있는 여성 친구였다.그러니 인나가 귀국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인나는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현욱 씨가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고요??”“못 믿겠어?” 유준은 인나를 응시했다.인나는 시선을 떼며 말했다. “난 직접 듣지 못했으니까.”유준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울리는 순간, 인나는 눈을 부릅뜨며 말을 더듬었다.“대, 대표님, 지금...”“어, 유준아.”인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랜만에 현욱의 목소리를 들어서인지, 인나는 순간
유준은 인나의 뜻에 따라 부인했다.“아니.”현욱은 한참이나 침묵했고, 잠시 후 울먹이며 말했다.“소식 있으면 꼭 알려줘.”“응.”“그리고.” 현욱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감정을 추슬렀다.“넌 어떻게 됐어?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야?”“며칠 더 걸릴 거야.”유준은 사실대로 말했다.“확실한 시간은 아직 정하지 않았어.”“유준아... 사실, 하영 씨 말이야...”하영을 언급하자, 유준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현욱이 우물쭈물 말하는 모습에 유준은 자꾸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유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다급하게 물었다.“하영이 왜?”현욱은 이를 악물었다.“아, 아니야. 하지만 너도 빨리 돌아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하영 씨 정말 화가 풀리지 않을 것 같아.”유준의 잘생긴 얼굴은 어두워졌다.“하영에게 제대로 사과할 거야. 그러나 내 전화도 받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네.”현욱은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나 같아도 그랬겠다.”현욱은 유준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얼른 말했다.“됐어, 나 이제 들어갈게!”“음.”전화를 끊은 후, 유준은 하영을 생각했고,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그나저나...” 인나는 눈물을 닦으며 콧물을 들이마셨다.“하영도 나에게 답장하지 않았어요.”순간, 유준은 고개를 들어 인나를 바라보았다.“언제 문자를 보냈지?”“약혼 당일에요. 축복을 보냈지만 줄곧 답장이 없었어요.” 인나가 말했다.유준은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비록 하영은 화를 잘 냈지만, 그렇다고 너한테까지 화풀이할 정도는 아닌데.”“그럼... 내가 지금 하영에게 전화해 볼까요?” 인나가 물었다.“그래.”인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인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하영아?”“나 하영이 오빠야.” 예준의 피곤하고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인나는 멍해졌고 유준도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왜 또 예준이야??’‘아직도 핸드폰을 하영에게 돌려주지 않았단 말인가??’
남자는 탁자 위의 핸드폰을 보더니 바로 받았다.“형욱 선생님!”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는데, 신기하게도 영어를 말하고 있었다.“어젯밤 또다시 상대방의 방화벽을 돌파하여 기밀문서를 얻었습니다!”김형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는데, 네 마음대로 움직이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상대방은 난감해하며 말문이 막혔다.“선생님, 저도 단지 선생님을 돕고 싶었을 뿐입니다.”남자는 소파에 앉았다. “무슨 기밀인데?”“뇌기 접속 기술이요! 상대방이 추적할 것 같아 대충 내용을 확인한 다음 바로 나왔습니다.”“뇌기 접속?” 김형욱은 잠시 생각했다.“이 서류, 예전에 나타나지 않았어?”“아니요! 제가 찾아봤는데, 이 특허는 신청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연구 중인 사람은 MK밖에 없습니다! 저희가 이 기밀을 얻기만 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죠!”“그런 것 같군.”말이 떨어지자마자, 핸드폰에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상대방은 감격에 겨워 계속 말했다.“선생님! 저는 꼭 이 기밀을 손에 넣겠습니다! 그때 가서 저에게 보너스를 좀 더 주세요!”상대방의 말을 듣자, 김형욱은 순식간에 눈썹을 찌푸렸다.“이 기밀, 절대로 건드리지 마!”“왜요, 선생님?” 상대방은 의혹에 물었지만 타자하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이렇게 좋은 물건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어!’‘내가 어떻게 이 기회를 얻었는데 오히려 건드리지 말라니?? 그럴 리가!’“그들은 업로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함정인 게 분명해.”김형욱이 설명했다.“그게 아닙니다, 선생님! 그들은 기밀서류를 분산시키려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쪽의 기술부는 그야말로 병신들이라서요, 저만 믿으세요. 엄청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고, 김형욱은 노발대발했다.“멈추라고!”“탁.”키보드 소리가 깔끔하게 떨어지더니 상대방은 무척 흥분해했다.“선생님, 저
희민은 남자의 사진과 모든 정보를 주시했다.“앤디?”“이게 누구야?” 세준도 어리둥절했다.“설마 이 사람이 주모자인가?”“외국인이 주모자라고?” 희민은 의문을 제기했다.“그건 아닐걸?”세준은 희민을 바라보았다.“그 사람한테 전화해서 앤디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지 물어봐. 난 계속 파일을 확인해 볼게.”희민은 세준이 말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유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유준은 마침 회사에 도착했다.부사장이 전화를 해서 상대방의 위치를 추적해냈다고 한다.기술부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희민의 전화인 것을 보고, 유준은 잠시 망설이다 그제야 받았다.“희민아.” 유준은 말하면서 기술부로 걸어갔다.“아빠, 혹시 앤디라는 사람을 아세요?”“대표님!”희민의 말이 끝나자마자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지금 유준을 부르고 있었다.유준의 시선은 부사장에게 떨어졌고, 입을 열어 물었다.“지금 어떻게 됐어?”“이미 상대방의 정확한 위치를 확보했습니다. 원래 그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정보를 빼내려고 했지만 전부 비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상대방이 발버둥이라도 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컴퓨터에 아무것도 없다고?”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어떻게 된 거지?”이 말을 듣고 희민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었다.“아빠, 저희가 상대방의 컴퓨터에 있는 모든 정보를 빼냈어요.”희민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세준도 따라서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기밀을 탈취하고 있을 때, 난 마침 그 사람의 방화벽을 돌파했고 바로 컴퓨터를 해킹했어요.”‘역시 내 아들이야! 정말 대단해!’이 상황을 모르는 부사장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고, 유준은 그에게 눈짓을 한 후, 의자에 앉았다.그리고 세준에게 물었다.“세준아, 유용한 단서 같은 거 있어?”“지금 확실한 것은 이 사람이 바로 줄곧 아빠의 회사를 공격한
소희원의 말을 듣자, 유준은 즉시 부사장을 바라보았다.“허 비서더러 당장 이곳에 가서 앤디라는 사람을 찾으라고 해!”“네, 대표님!”“한 가지 더 있어요.” 소희원은 계속 말했다. “이 앨리라는 사람, 부진석 씨랑 아는 사이예요! 확실해요. 그때 부진석 씨 집에서 나온 사람이 바로 이 여자였어요. 다만 당시 이 여자가 독일어로 대화를 했기 때문에 난 그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이 말을 듣자, 유준은 즉시 말했다.“그 여자, 부진석을 선생님이라고 불렀어.”소희원은 멈칫했다.“그렇다면 부진석 씨가 바로 형욱 선생님일 가능성이 있단 거네요?!”말을 마치자마자 소희원은 또 다급하게 소리쳤다.“잠깐만요, 나 앨리 봤어요!”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세준이 입을 열었다.“지금 어디에 있어요?”소희원은 목소리를 낮추었다.“앤디의 집 맞은편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이 말을 듣자, 세준은 이마를 짚었다.“거긴 또 어떻게 들어가신 거예요?”소희원은 커튼 뒤에 숨어 있었는데, 지금 틈새 사이로 창문 밖에 여자를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이건 나중에 설명할게. 어? 이 여자 이번엔 왜 먹을 것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은 거지?”이때 유준이 말했다.“일단 안에서 기다려. 난 허 비서더러 얼른 사람을 보내라고 했으니 그들만 잡으면 넌 떠날 수 있어.”소희원이 대답했다.“아, 그래요. 하지만 나도 지금 안전한 편이에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긴 해요. 부진석 씨가 바로 그들이 말하는 형욱 선생님일까요?”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모두들 놀라서 말을 멈추었다.“이모?!” 희민이 얼른 소리쳤다.“어... 난 별일 없어.” 소희원의 심장은 마치 북을 치는 것처럼 마구 뛰고 있었다.그녀는 맞은편 창문을 보며 두려움에 침을 삼켰다.방금 그 비명 소리는 앤디가 지른 것이었다!소희원은 앨리가 방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을 뿐, 그녀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곧바로 앤디의 비명 소리가
이 소리를 듣자, 유준과 두 꼬마는 분분히 멍해졌다.소희원은 또 할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냈다.“그래, 이혼하자! 이 늙어빠진 놈이, 나이가 들어서도 밖에서 바람을 피우고 다니다니! 시장에서 순대를 팔던 그 할망구가 어떻게 꼬시든? 어? 정신이 나간 거야?!”소희원은 또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말했다.“증거도 없으면서 어디서 모함질이야!”“내가 다 봤는데도 발뺌할 거야! 그리고 사람들 말하는 것도 다 내 귀에 들어왔다고!!”“당신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이 빌어먹을 영감탱이, 나이를 먹었으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어디서 바람을 피워! 네 아들... 딸에게 다 말해야지!!”문밖에서.말다툼 소리를 들은 앨리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휴대전화를 꺼내 재빨리 이 집주인의 정보를 조사했다. 그리고 그제야 앨리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이 집에는 확실히 한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다른 문제 없는 것을 확인한 앨리는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방안에서, 앨리가 떠난 것을 본 소희원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아, 그 여자 떠났어.” 소희원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그때 이 집주인을 본 적이 있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그 여자에게 들켰을 거야.”두 아이는 어안이 벙벙했다.세준이 마침내 목소리를 되찾았다.“이모, 성우로 되셨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희민도 맞장구를 쳤다.“정말... 대단해요...”소희원은 은근히 어깨를 들썩였다.“흥, 그건 중요하지 않아.”15분 후, 두 아이는 유준의 경호원이 도착할 때까지 소희원과 통화를 했다.소희원은 창문에 서서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경호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오래된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그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앤디를 찾아갔고, 1분 뒤, 창문을 연 소희원은 경호원이 전화하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대표님, 앤디는 목이 베인 채 사망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소희원은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앨리가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앤디를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