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가 사라질 때, 하늘에는 심지어 ‘약혼 축하합니다’라는 글자까지 나타났다.어두운 밤이어야 했지만 알록달록한 불꽃놀이가 허공을 밝게 비추었다.하영의 아름다운 얼굴은 그 빛에 휩싸였고,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눈 밑에서는 기쁨이 번쩍였다.유준은 건장한 팔로 뒤에서 하영을 껴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때, 마음에 들어?”하영은 유준의 품에 기대었고 순간 고운 미간을 찌푸렸다.“너무 민폐 끼치는 거 아니에요?”“난 이런 거 고려해 본 적 없어.”유준이 말했다.“난 단지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이 우리의 약혼식이란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야.”하영은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리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하영은 얼떨떨해진 채 핸드폰을 확인했다.‘대체 누가 이 시간에 나한테 이렇게 많은 문자를 보낸 거지?’휴대전화를 켜자, 하영은 그제야 회사 단톡방이 터진 것을 발견했다.모든 직원들이 그녀의 약혼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내가 약혼한 일은 그저 소 비서에게만 말했을 뿐, 아직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어. 소 비서도 입이 무거운 사람이라 절대로 함부로 말하지 않았을 텐데.’하영은 의혹을 안고 답장했다.[고마워. 그런데 이 일을 어떻게 안 거야?][사장님, 모르셨어요? 지금 실시간 검색어 장난도 아니에요!!][사장님, 지금 모든 매체에서 사장님과 정 대표님의 약혼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고요!][정말 대단해요, 사장님. 이렇게 되면 MK가 저희의 스폰서로 되는 건가요?!][그럼요! 누가 감히 우리 Tyc를 건드리겠어요!][이야, 그런데 정 대표님이 이렇게 로맨틱할 줄은 정말 몰랐는데. 지금 온 도시에서 불꽃놀이가 터지고 있단 말이에요! 너무 감동이야!]직원들의 문자를 보며 하영은 웃음을 머금고 답장을 했다.[약혼식 끝나면 다들 답례품 받을 준비해.][사장님 만세!][사장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행복한 신부가 될 거예요!][사장님, 약혼 축하드려요!]모두의 축복을 보면서 하영
하영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깨어났으니 잠이 안 와요.”유준은 허리를 숙이고 하영의 이마에 키스를 남겼다.“나 잠깐 나가야 할 것 같아. 좀 늦게 돌아올 거야.”하영의 유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나한테 말해주면 안 돼요??”유준의 눈동자는 어두워졌다.“정주원이 나타났어. 허 비서 그들이 그 자식을 발견했고.”“어디에서요??” 하영은 경악하며 물었다.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내 어머니의 묘원으로 가는 길일지도 몰라!”“묘원이요?!” 하영은 흠칫했다.“왜 거기에 가려는 거죠??”유준은 다시 똑바로 섰다.“만약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 자식은 내 어머니의 무덤에 손을 댈 생각하고 있을 거야. 결국 지금 아무런 능력도 없으니 이 일로 화풀이할 수밖에 없겠지!”“정말 미친놈이군요!” 하영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빨리 가요! 경호원더러 운전하라고 하고, 가는 길에 꼭 안전에 주의해요!”“응,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하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음.”말이 끝나자, 유준은 침실을 떠났다.하영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했다. 7시 좌우, 그녀는 문을 열자 마침 주희가 문을 두드리려 하는 것을 보았다.하영을 보자, 주희는 기뻐하며 말했다.“언니, 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먹어요! 대표님이 가기 전에 말했는데, 9시에 메이크업이 와서 언니 화장해 줄 거래요.”하영은 마음속으로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까다로운 일을 처리해야 하면서도 줄곧 날 생각하고 있었다니.’“그래.” 하영은 방에서 나와 어린이방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일어났어?”“오늘 아이들 데리고 훈련 좀 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미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 있고요.”주희가 말했다.두 사람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아이들은 하영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일제히 식기를 내려놓더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엄마, 약혼 축하드려요!!”하영은 웃으며 말했
세 아이는 눈을 부라렸다.‘아무리 봐도 수상한데!’하영은 이마를 짚었다.“캐리,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회사에 가서 답례품 돌려야지.” 캐리는 하영 옆에 털썩 앉았다.하영은 멈칫했다.“너 언제 준비한 거야? 나 아직 뭘 살지 결정 못 했는데.”캐리는 콧소리를 내며 흥얼거렸다.“회사 부 사장인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이런 일로 신경 쓸 필요 없어.”“와!” 세희는 두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캐리 아저씨,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멋있어요-”캐리는 자신의 보타이를 정리하더니 잘난척했다.“난 항상 이렇게 멋있었다고!”세희는 눈을 부라렸다.“엄마,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자아도취에 열중하는 친구를 주운 거예요?”이와 동시, 묘원으로 간 유준은 시원과 통화하고 있었다.“대표님, 묘지로 따라들어간 후, 큰 도련님이 사라졌습니다!”유준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묘지에 들어간 게 확실해?”“네, 확실합니다!”시원이 말했다.“저와 호진은 정말 똑똑히 보았습니다!”“너와 호진밖에 없는 거야?”“아닙니다, 경호원 네 명까지 더 하면 총 세 대의 차를 출동했습니다.”시원이 대답했다.“그들더러 사방을 샅샅이 살펴보라고 해, 정주원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잡아.”“네, 대표님!”유준은 전화를 끊은 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묘원은 아주 컸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이 쉽게 숨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정주원이 차까지 운전하고 있었으니 찾지 못할 리가 없었다.‘설마, 시원 그들이 본 사람은 아예 정주원이 아니란 말인가?’생각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눈을 드리우니, 낯선 번호였다.유준은 의혹을 안으며 전화를 받았고, 귓가에 대자 익숙한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사랑하는 유준아, 지금 날 애타게 찾고 있는 거야??”정주원은 웃으며 물었다.유준은 바로 핸드폰을 꽉 잡았다.“정주원, 너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유준아, 오늘은 네가 약혼하는 날이잖아. 왜 화를 내고 그래.”정주원은
‘정유준을 찾아가서 귀찮게 하는 것보다 이런 방법으로 그 자식을 괴롭히는 게 훨씬 낫지!’정주원은 유준이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신이 나서 당장이라도 환호를 하고 싶었다.‘정유준!!’‘개자식!!!’‘네 여우 같은 어머니만 아니었어도, 난 오늘처럼 되지 않았을 거야!’‘살아있을 때, 그 여자를 괴롭혀 죽였으니, 그 여자가 죽어도 난 여전히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다고!’정주원의 얼굴에는 점차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다.백지영의 무덤을 본 순간, 정주원은 핸들을 꽉 잡더니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세게 밟았다.‘백지영!! 정유준!!’‘이제 너희들은 끝났어! 다 죽었다고!!’정주원은 큰 소리로 웃으며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때, 정주원은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눈을 깜박이고 다시 앞을 바라볼 때, 정주원은 백지영의 무덤 앞에 갑자기 하얀 치마를 입고 긴 머리를 한 여자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정주원은 깜짝 놀라더니 얼른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백, 백지영?!’정주원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이 뒷모습... 백지영 맞는 거 같은데!’‘하지만 백지영은 이미 죽었잖아?!’‘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나타났을까?!’정주원은 손으로 눈을 비볐고, 다시 그것을 볼 때, 그 그림자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심지어 천천히 몸을 돌려 정주원을 바라보기까지 했다.여자가 정주원을 마주한 채 고개를 드는 순간, 정주원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것은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피투성이로 된 얼굴이었고 심지어 이목구비조차 구분이 안 됐다.‘백지영...’정주원은 얼굴이 창백해졌다.‘귀신이야!!’백지영이 자신을 향해 천천히 날아오자, 정주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숨을 거칠게 쉬더니 두려움에 침을 꿀꺽 삼켰다.그러나 잠시 후, 정주원은 애써 정신을 차렸다.‘아니, 그냥 귀신일 뿐이잖아?!’‘살아 있을 때, 날 얼마나 두려워했는데, 지금 죽었다고 감히 내 머리 위로 기어오르겠어??!’이
“허, 허 비서!” 호진은 충격에 휩싸였다.“큰, 큰 도련님이야!!”시원은 멈칫했다.“뭐라고??”유준은 전화 안에서 물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시원은 정신을 차리더니 말을 더듬었다.“대, 대표님, 큰 도련님께서 이미 세상을 뜨신 것 같습니다...”시원은 방금 본 일을 유준에게 알렸다2분도 안 되는 시간에 유준은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시원과 호진에 의해 끌려 나온 후, 땅에 놓여 있는 정주원을 바라보았다.정주원은 코가 심하게 찌그러졌고, 이마에서 아직도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심지어 옷은 거의 피로 새빨갛게 물들었다.정주원의 참혹한 모습을 보며 유준은 코웃음을 쳤다.‘대체 얼마나 멍청하길래 스스로 바위에 부딪쳐 죽었을까?’시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정주원을 쳐다보았다.“대표님, 큰 도련님은 이미 숨을 거두었습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호진이 말을 마치자, 시원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명복? 이런 사람한테 명복을 왜 빌어?”호진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유준은 정주원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멀쩡한 백지영의 무덤을 보았다.그는 차갑게 분부했다.“사람 시켜서 이 사람 끌고 가. 여기서 우리 어머니 방해하지 않도록!”“네!”사람을 찾아 정주원의 시체를 옮긴 후, 시원은 차를 몰고 유준을 데려다주었다.길에서 유준이 물었다.“어디서 정주원을 본 거야?”“철남동에서요. 그때 큰 도련님은 차창을 열고 있었기에 저희도 공교롭게 본 것입니다.”유준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차량 번호는 조사해 봤어? 누구 명의로 된 차지?”“번호판을 도용한 차량입니다.”‘또 이런 상황이야?’유준은 눈빛이 복잡해졌다. ‘도대체 누가 계속 이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거지?’생각하던 중, 시원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차를 세운 다음, 얼른 번호를 확인했다. A국의 부사장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보고, 시원
유준에서 온 전화인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받았다.“유준 씨.” 하영은 웃으며 물었다.“돌아오는 길이에요?”“하영아.” 유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미안, 나 오늘 약혼식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아.”이 말을 듣자, 하영은 바로 멍해졌다. “무, 무슨 일 생긴 거예요?”유준은 입을 오므렸다.“상대방은 A국 회사의 방화벽을 돌파해 중요한 기밀 하나 절취했어. 나 지금 반드시 그곳에 가야 해.”하영은 눈을 천천히 드리우며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상실감을 꾹 눌렀다.“알았어요, 가봐요.”“미안해.” 유준은 죄책감을 느꼈다.하영은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회사 일이 더 중요하죠. 약혼식은 나중에 다시 올리면 되잖아요.”유준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 기다려.”비록 가슴이 유난히 아팠지만, 유준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하영은 애써 웃었다.“그래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게요.”전화를 끊은 후, 메이크업은 하영의 쓸쓸한 표정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 괜찮으세요?”하영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화장할 필요 없어요.”“네? 왜요?”“오늘 일이 좀 생겨서 약혼식을 진행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수고했으니 먼저 돌아가서 쉬어요.”“아, 네, 알겠어요.”메이크업은 물건을 정리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 있던 캐리는 메이크업이 내려온 것을 보고 얼른 가서 물었다.“화장을 이렇게 빨리 다 한 거예요? G는요?”메이크업은 어색하게 말했다.“아가씨가 화장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요. 아무튼 기분이 안 좋으신 것 같으니 올라가서 위로 좀 해주세요. 저 먼저 갈게요.”캐리는 멍해졌다.‘화장할 필요가 없다니?’‘설마 무슨 큰일이 생긴 거야?’캐리는 고개를 돌려 즉시 위층으로 뛰어올라갔다.그는 하영의 방 앞에 도착하자마자, 화장대 앞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는 하영을 발견했다.캐리는 눈살을 찌푸렸다.“G?”하영은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응, 들어와.”캐리는 빠
“허.”캐리는 언짢은 듯 소희원을 쳐다보았다.“정말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군. 바람맞은 게 너라면, 참도 기분이 좋겠다.”소희원은 눈을 들어 캐리를 응시했다.“말을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내가 뭐?” 캐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보단 훨씬 인정머리가 있지 않나?”“여기서 당신과 다투고 싶지 않네요!”캐리도 따라서 말했다.“나도 너와 다투지 않았는데.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정유준이 G를 두고 가버린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기나 하는 거야?”소희원은 눈살을 찌푸렸다.“할 말이 있으면 그냥 솔직히 말해요!”“두 사람의 약혼 소식은 이미 전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어. 정유준이 만약 나서서 원인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모두가 G를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아마 전 도시의 사람들이 G를 비웃을 거라고! 일이 이렇게 커진 마당에 당사자까지 사라졌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수군거리겠어?”“지금 소설 써요?” 소희원은 어이가 없었다.“사촌 언니가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면 되지 않나요?”“설명?” 캐리는 계속 비웃었다.“지금 정유준의 회사가 역대 큰 난제에 봉착했다는 것을 하영더러 외부에 알리라고?”“당연히 유준 오빠의 회사에 관한 일을 말하면 안 되죠! 언니가 스스로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흥, 너 정말 잘났네.”캐리는 콧방귀를 뀌었다. “하영을 궁지에 몰고 싶은 거야?”“난 언니한테 무슨 과분한 일을 하지도 않았잖아요, 내 말이 틀려요?”소희원이 화가 나서 물었다.“희원아!” 송유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입 좀 다물어!”하영도 그들의 다툼에 머리가 아팠다.“두 사람 내 일로 싸울 필요 없어.”“네 일 때문만은 아니야.”캐리가 흥얼거렸다. “이 여자 전에 날 다치게 한 적이 있잖아!”소희원은 캐리를 노려보았다.“내가 언제 그쪽을 다치게 했는데요?”캐리는 이를 악물었다.“계속 발뺌할 예정이야? G의 일을 알기 위해 일부러 나에게 접근한 게 아무것도 아니야?”“그건 당
모처의 아파트 안.양다인은 머리카락이 엉망진창인 채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입술이 바짝 말라 터졌고, 핏발이 서린 눈을 부릅뜨며 구석을 주시하고 있었으며 입은 끊임없이 손톱을 갉아먹고 있었다.그 손은 이미 양다인의 이빨에 피가 나고 있었다.‘왜 정주원만 나갈 수 있는 거지? 왜 난 오히려 이런 빛을 볼 수도 없는 곳에 갇혀야 하냐고?!’‘갇혀 있어도 그만이지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조차 없어!’‘심지어 연속 며칠 동안 난 매일 만두 반 개밖에 먹지 못했다고!!’‘김형욱 그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 대체 계획이 뭐냐고?!’생각하며 양다인은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다.그녀는 재빨리 손을 내려놓더니 사방을 노려보았다.“형욱 씨! 능력도 있으신 분이 왜 계속 날 가두고 있는 거죠!!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해요! 내가 대체 당신에게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벌을 주는 거죠?!”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 양다인은 옆에 있는 베개를 땅바닥에 세게 집어 던졌다.“위선자!!”양다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당신은 그냥 위선자라고! 나에게 모든 것을 명령할 엄두가 있고 또 날 이곳에 가둘 엄두가 있으면서 이젠 오히려 나한테 설명할 엄두가 없는 건가요?! 나에게 시킬 일이 있다면 그냥 말해도 되잖아요?! 날 이렇게 괴롭히는 게 재밌어요? 재밌냐고요?!!”양다인이 방안에서 계속 미쳐가는 가운데, 그녀를 감시하고 있던 남자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남자는 담담하게 물을 마시다가 양다인이 한바탕 난리 부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천천히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바로 받았고, 남자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5분 후에 도착할 거야.”“네, 선생님!”전화를 끊자, 남자는 감시 화면을 끄더니 바로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도착한 후, 문 앞을 지키던 경호원은 남자를 보자마자 바로 문을 열었다.그리고 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양다인은 멈칫했고 문밖에서 들어오는 남자를 보자, 그녀는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