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대표는 인사를 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도리어 비아냥거리다니.’하영은 그들과 말을 하지 않고 주방에 가서 주희와 함께 저녁을 준비했다.한쪽.세희는 수지를 훑어보았다.“이 아저씨의 딸이야?”수지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응, 난 양수지라고 하는데, 넌?”“난 강세희야!”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 “내 이름 정말 듣기 좋지?”세준은 물을 마시며 그녀를 비웃었다.“넌 이 세상에서 네 이름만 제일 듣기 좋다고 생각하지?”세희는 별안간 세준을 노려보았다. “남들 앞에서 나 비웃지 말아 줄래!!”세준은 다리를 꼬더니 유유히 소파에 기대었다.“싫은데.”세희는 입을 삐죽 내밀더니 희민을 찾아갔다.“희민 오빠! 동생 단속 좀 잘하면 안 돼!!”억울한 희민은 묵묵히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좀 양보해.”“나 계속 양보하고 있는데.” 세준은 천천히 미소를 자아냈다.“왜, 세희야, 말로는 나 못 이기니까 다른 사람 찾는 버릇, 고칠 수 없는 거야?”세희는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더 이상 참을 수가 없는 것 같아!!!”말이 끝나자, 세희는 세준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몸에 펀치를 마구 날리기 시작했다.수지는 두 사람의 행동에 놀랐다.‘이 두 사람, 이렇게 활발하다니?’수지가 넋을 잃고 바라보자 희민이 얼른 설명했다.“많이 놀랐지? 우리 동생들은 성격이 좀 활발해서.”수지는 얼른 고개를 돌렸고, 뽀얀 작은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아니야, 아주 재밌는 것 같아.”희민은 수지의 미소를 쳐다보며 그만 멍해졌다.그리고 얼른 시선을 돌리더니 작은 얼굴이 빨개졌다.“그런가...”“응.” 수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나도 동생이나 오빠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집에 있을 때, 너무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자주 놀러 와도 되는데.” 희민이 말했다.수지는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많이 불편해서 그래. 난 F시에서 왔거든.”희민은 오는 길에 유준과 시원이 이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들었고, 어떻게 말을
“3일 동안의 시간은 비록 짧지만, 만약 내가 한 사람의 품행조차 알아볼 수 없다면, 또 어떻게 회사를 관리할 수 있겠어요?”“염 대표님은 하영이 마음에 아주 드나봐요.”유준은 차갑게 웃었다.주강은 웃으며 유준을 쳐다보았다.“만약 하영 씨의 인품이 좋지 않았다면, 정 대표님도 그녀와 친구로 되지 않았을 텐데.”“친구?” 유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우리가 그냥 친구 사이인 것 같나요?”주강의 미소가 굳어졌다.“이 말은 무슨 뜻이죠?”유준은 바로 말했다.“우리는 부부예요.”“풉-”이때, 웃음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왔다.유준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돌렸는데, 캐리가 배를 안고 계속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이봐요...”캐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이봐요, 정 대표님, 하하하, 우리 G는 아마 이 일을 모를 텐데요. 하하하...”주강은 캐리를 쳐다보았고, 미간을 천천히 펴더니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그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하영 씨는 정말 인기가 많은 것 같군요.”유준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며 불쾌해진 눈빛으로 캐리를 쳐다보았다.“나와 하영 사이에 아이가 있는 건 사실이잖아?”“그건 그렇죠!” 캐리는 웃다 흘린 눈물을 훔치며 소파로 걸어갔다. “하지만 두 사람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잖아요!”말을 마치자, 캐리는 주강을 바라보았다.“염 대표님, 여전히 기회가 있네요.”‘이 남자 지금 죽으려고!’유준의 어두워진 얼굴을 보면서 캐리는 속이 무척 후련했다.“캐리?” 이때 하영이 거실로 걸어왔다. “왜 여기에 서서 웃고 있는 거야?”캐리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G, 너 결혼했어? 왜 난 이 일을 몰랐을까?! 우리의 우정을 배신한 거야!!”하영은 영문을 몰랐다.“내가 언제 결혼했는데?”“뭐야?!” 캐리는 놀라서 감탄했다. “그럼 정 대표님이 왜 두 사람이 부부라고 한 거지?!”하영은 고개를 돌려 안색이 무척 어두운 유준을 바라보았다.‘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그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딸이 또 다시 웃음을 감추자, 주강은 마음속으로 탄식했다.이때, 맞은편에 앉은 세희가 하영에게 말했다.“엄마, 나 수지랑 같이 앉으면 안 돼요? 옆에 빈 자리가 있잖아요.”하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하고 싶으면 가서 수지랑 놀아줘.”“엄마,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세준은 사악하게 웃으며 세희를 바라보았다.“세희가 가지 않으면 수지는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세희가 옆에 앉으면, 그녀의 침이 수지의 그릇에 튈 거예요.”“아!!!” 세희는 세준을 향해 소리쳤다.“나 정말 참을 만큼 참았어!!”말이 끝나자, 세희는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수지의 곁으로 갔다.앉은 후, 세희는 작은 입을 가리고 수지에게 말했다.“나 침 안 흘리니까, 수지야, 네 옆에 앉으면 안 돼?”수지는 세희를 잠시 바라본 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는 세희의 작은 손을 잡아당겼다.“괜찮아,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으니까.”세희는 기뻐서 발을 흔들었고, 뒤이어 세준을 보며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식사 끝난 후, 주강은 수지를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하영은 그들을 밖으로 배웅해 주었고, 그들이 차에 탄 후에야 입을 열었다.“주강 오빠, 수지가 우리 집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맞아요.” 주강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오늘 밤 정말 너무 실례했군요. 괜히 하영 씨 일가족을 방해한 것 같아서.”“괜찮아요.” 하영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 말하면서 그녀는 수지를 바라보았다.“수지야, 다음에 또 놀러 올래?”수지는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주강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난 아이를 데리고 올 시간이 없을 것 같군요.”처음에 주강은 하영을 새로운 아내로 맞이하려 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유준이 있는 이상, 그는 그들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하영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만약 괜찮다면,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수지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면 되잖아요.”주강은 침묵했다.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주강 오빠,
유준은 차갑게 웃었다.“그게 만약 가능하다면, 그때 양다인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있었을까?”“무슨 뜻이야?” 예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 사람의 서재는 그와 집사만 직접 들어갈 수 있어. 다른 사람이 들어가려면 그 사람이 현장에 있어야 하고.그리고 서재 입구에는 홍채와 안면 인식 시스템이 설치돼 있어, 인식 실패하면 바로 경보가 울릴 거야.”예준은 잠시 침묵했다.“네 말대로라면, 정창만은 아주 신중하군. 그럼 증거를 얻는 것도 쉽지 않을 거야.”예준의 말을 들은 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꼭 그렇지는 않아.”“응?”“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전화를 끊은 후, 유준은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세준과 희민 두 사람을 침실로 데려갔다.세준과 희민은 그를 바라보았고, 세준이 먼저 물었다.“무슨 일로 우릴 찾는 거죠?”유준은 두 아이를 주시하며 말했다.“사람 얼굴과 홍채 정보를 조작할 방법이 없을까?”세준과 희민은 서로를 바라보았다.희민은 사색에 잠기다 말했다.“먼저 할아버지가 지금 입력한 데이터가 있어야 고칠 수 있어요.”세준은 맞장구를 쳤다.“그리고 데이터를 고치는 이 기간 동안, 어르신은 아마 서재에 들어갈 수 없을 거예요.”“맞아요.”희민이 말했다.“다시 정보를 입력해야만 들어갈 수 있거든요.”“그럼 하나를 더 추가하는 건?”유준이 물었다.“그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희민이 말했다.“난 새로운 것을 추가한 후, 다시 삭제할 수 있지만...”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래?”희민은 세준을 바라보았다.“내가 방화벽을 돌파하는 순간, 세준은 날 도와 즉시 정보를 입력해야 하거든요. 나 혼자서는 두 컴퓨터를 조종할 수 없어요.”‘그러니 반드시 세준과 합작해야 한다는 말이군.’‘세준이 가지 않으면 희민은 정보를 입력할 방법이 없어.’‘그럼 세준이 원하는지를 물어볼 수밖에 없겠군.’세준은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렸다.“난 가고 싶지 않아요!”희민은 한숨을 쉬었고, 그는 세준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유준의 눈빛은 매우 확고했고 하영 역시 점차 진정을 되찾았다.“정유준 씨, 만약 아이들을 위험에 빠지게 한다면, 난 절대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정창만이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영은 진심으로 아이들이 그런 악마와 마주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러나 유준의 말은 또 왠지 모르게 하영에게 안정감을 안겨다 주었다.유준은 진지하게 대답했다.“알겠어.”김제 병원.진석은 당직 도중에 병원을 나섰다.진석을 지켜보다 거의 잠들뻔한 희원은 남자가 나타나자 바로 정신이 들었고 얼른 일어서서 따라갔다.진석은 속도가 아주 빨랐고, 감히 바짝 따라가지 못한 희원은 하마터면 그를 놓칠 뻔했다.병원 대문을 나서자, 희원은 진석이 한 검은색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보았다.진석이 떠나려는 줄 알고 희원은 이대로 놓칠까 봐 걱정했지만 뜻밖에도 그 검은 차는 떠나려는 기미가 전혀 없었고 계속 문 앞에 멈춰 있었다.십여 분이 지나서야 진석이 차에서 내렸다.희원은 환자인 척 머리카락을 헝클어지게 만든 다음 마스크를 쓰고 한쪽 통로로 나갔다.진석은 그런 희원을 힐끗 보았지만 별다른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갔다.희원은 병원을 나온 후, 차가 떠나기 전에 몰래 차 번호를 힐끗 보았고, 얼른 핸드폰으로 번호를 예준에게 보냈다.그녀는 편의점에 들어가 문자를 입력했다.[오빠, 이 차 좀 조사해 봐요.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어떤 곳에 가봤는지.][새벽 2시 20분쯤 병원에 나타났는데, 부진석 씨는 차에 올라탄 다음, 차 안의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10여 분 있다 내려왔어요.]이튿날 아침.예준은 희원의 문자를 보자마자, 그 차 번호를 희민에게 보냈고 또 동시에 희민에게 전화를 했다.세준과 세희가 학교에 가야 했기에 희민도 따라서 일찍 일어났다.동생들을 배웅한 뒤, 희민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스피커를 누르는 순간, 주희가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희민이 멈칫하는
검은색 차는 한 동네에서 나와 다른 동네로 갔을 뿐, 진석이 차에서 내릴 때 심지어 손에 맥주까지 들고 있었다.예준은 CCTV 화면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희원이 본 차 번호, 설마 가짜였단 말인가??’싸늘한 기운이 예준을 덮쳤다.‘부진석 이 자식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MK 그룹.유준이 사무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원은 급히 뛰어 들어왔다.유준은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시원을 바라보았다.“뭐가 그리 급한 거야? 귀신이라도 봤어?”귀신이란 말을 듣자, 시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그만하세요. 저 요즘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같단 말이에요. 자꾸 방에 보이지 않는 귀신이 서 있는 것 같아요.”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이럴 줄 알았으면 소 눈물인지 뭔지 하는 그거 받지 말았을걸! 대표님께서 직접 보셨어야 하는데!’유준은 테이블 위의 서류를 들며 말했다.“무슨 일이야.”시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A국에 있는 저희 회사가 지금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유준은 별안간 고개를 들더니 눈빛은 날카로워졌다.“뭐라고?”시원은 걱정을 금치 못했다.“대표님, 이제 어쩌면 좋을까요? A국의 회사에 있는 자료들은 모두 기밀이잖아요!”유준은 서류를 들고 있는 손에 계속 힘을 주었다. 이마에는 핏줄이 뚜렷하게 튀어나왔고 새까만 눈동자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A국의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기밀은 김제 본사를 포함한 전 아시아의 MK 지사에 관한 기밀이었다.유준이 MK를 인수한 후, 수많은 연구 개발된 중요한 프로젝트 문건들은 모두 A국의 회사에 보관되어 있었다.정창만이 언제 행동을 취할지 몰랐기에 유준은 국내의 MK에 줄곧 아무런 중요한 자료도 보관하지 않았다. 회사의 명맥을 장악해야만 유준은 권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지금 A국의 회사가 공격당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 정창만이 한 짓일 리가 없
양다인은 하찮다는 듯 답장을 했다.[할 수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할 수 없으면 앞으로 나 찾아오지 마요!]주민은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언제 그 물건을 나에게 줄 건가요?][새벽 3시 좌우에 이쪽으로 와요. 이 별장의 서북쪽 모퉁이에 구멍이 하나 있는데, 난 물건을 상자에 담아 풀로 가릴 테니 직접 와서 가져가요.][좋아요, 그럼 잘 부탁할게요.]양다인은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고, 눈빛에 음흉한 기운이 스쳤다.‘유인나 그 천한 여자가 언제까지 날뛸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그날 오후, 하영은 공장으로 떠났다. 그녀는 노동자들에게 주강 그룹이 원하는 작업복의 디테일을 중점적으로 설명해야 했다.가는 길에 진석이 하영에게 전화를 했고, 하영은 멈칫하다 수신 버튼을 눌렀다.진석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영 씨? 방해된 건 아니죠?”하영은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나한테 연락 안 한 거 보니 요즘 엄청 바쁜가 봐요?”진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 보고 싶었어요?”“진석 씨가 이런 말 하니까 좀 이상한데...” 하영은 좀 어색했다.지금 유준과 다시 시작하려는 이상, 하영은 진석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그만 놀릴게요.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하영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네, 무슨 일이에요?”“일 없으면 연락할 수 없는 거예요?”진석은 은근히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정유준 씨와 다시 시작하려는 건가요?”하영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미안해요, 내가 말을 잘못했네요. 저녁에 같이 밥 먹으려고요?”“맞아요.” 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주임으로 승진했거든요. 그래서 너희들에게 밥 사주고 싶은데.”하영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축하해요! 드디어 견뎌냈네요! 인나와 캐리에게 말했어요?”“아직이요.” 진석이 말했다. “시간 있으면 나 대신 연락 좀 해줄래요? 조금 있다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좋아요.”“그럼 호텔과 시간을 문자로 보낼게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우리 오빠한테 문자 보낼게.”문자를 보내자마자 예준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하영아. 하지만 나 좀 늦게 도착할 것 같아.][괜찮아요, 오빠 선물은 내가 대신 준비할게요.][그래.]하영 등 사람은 백화점에서 한참 돌아다닌 끝에 진석에게 맞는 실용적인 선물 몇 개를 골랐다.저녁, 김제 호텔.먼저 도착한 진석은 음식을 주문한 뒤, 호텔 입구에 서서 하영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1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진석은 하영의 차를 발견했고 얼른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맞이했다.하영 그들은 차에서 내린 후, 진석을 보며 일일이 그를 축하해 주었다.유독 인나만이 감히 진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는데,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축하한다는 말을 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인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진석은 그녀의 곁으로 가서 웃으며 물었다.“인나 씨,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 같은데. 임신해서 너무 피곤한 거예요?”인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그런 게 아니라...”진석은 잠시 생각했다.“설마 내가 지난번에 일부러 지은 그 표정 때문인가요?”인나는 멈칫하다 바로 고개를 돌려 진석을 쳐다보았다.“진석 씨, 그때 그 표정 정말 무서웠다니깐요!”“미안해요.” 진석은 뻘쭘해서 머리를 긁적였다.“인나 씨가 그렇게 놀랄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석이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보이자, 인나 마음속의 걱정은 점차 가셨다.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다음에 또 그런 무서운 표정 지으면, 나 정말 진석 씨와 절교할 거예요! 그건 악당들이나 짓는 표정이잖아요!”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인나는 뒤끝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지금 또 진석과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룸에 들어서자, 진석은 미리 준비한 와인 두 병을 꺼냈다.“캐리, 오늘 저녁에 술 좀 마실래?”캐리는 눈빛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와, 진석아, 저번에 나랑 술 마신 지가 언제인지 알기나 해?! 그런데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