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이 말했다.“안심해. 난 세희에게 그 어떤 더러운 생각도 하지 않을 테니까. 이제 겨우 스물이잖아.”세희는 세준 뒤에 서서 어이가 없었다.‘이 두 사람은 지금 날 공기로 취급하는 거야??’세희는 한쪽으로 걸어가면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두 사람 들어가서 얘기하지 그래?”“난 시현과 할 말이 없어.” 세준은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다.시현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세희에게 웃으며 말했다.“네 오빠는 성질이 정말 고약해.”세희는 웃으며 시현의 어깨를 두드렸다.“이 말은 찬성이에요! 얼른 가요!”“좋아.”두 사람은 차에 올라타고 다시 학교 쪽으로 향했다.30분 뒤, 두 사람은 학교 앞에 도착했다.시현은 이미 경호원에게 인사를 했기에, 두 사람이 들어가도 막지 않았다.교정에 들어선 다음, 서쪽으로 한참을 걷더니, 시현은 갑자기 세희의 손을 잡았다.세희는 바로 손을 거두려 했다. 시현은 그녀를 바라보며 설명했다.“난 너한테 수작을 거는 게 아니니까 안심해. 여긴 길이 어둡고 울퉁불퉁해서 많이 위험하거든.”세희의 시선은 시현의 넓고 따뜻한 손에 떨어졌고, 심장은 자신도 모르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귀까지 붉어졌다.“나, 난 밤길을 걷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괜찮아요.”“내가 있으니, 앞으로 너 혼자 밤길을 걷게 하지 않을 거야.”시현은 시선을 거두며 손을 놓지 않았다.세희는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시현은 눈치를 채고도 놓지 않았다.그러나 시현이 말한 대로, 서쪽으로 갈수록 길은 더욱 어두워졌다. 발밑의 돌멩이도 아주 많아서, 세희는 비록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걸었지만, 여전히 비틀거렸다.시현은 줄곧 세희를 꼭 잡으며, 발걸음을 늦추어 그녀와 함께 천천히 걸었다.녹이 슬어 얼룩덜룩한 철 난간 앞에 도착하자. 시현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세희도 따라서 멈추었고, 철제 난간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그러나 너무 어두워서 이에 그리 높지 않은 건물이 있다는 것만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말이 끝나자, 시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일부러 농담을 했다.“많이 웃기지? 전혀 해낼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이것을 내 꿈으로 삼았어.”“하나도 웃기지 않아요.”세희는 천천히 눈을 들어 별하늘을 바라보았다.“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가족을 잃은 슬픈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생각한 거겠죠.”“그래!” 시현은 말투가 약간 무거워졌다.“그들은 시시각각 우리가 전화를 해주길 기다리고 있거든.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말을 들으려고. 세희야, 너 그거 알아? 난 한 피해자의 집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남자 때문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세희는 곁눈질로 시현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났죠?”“그 사람은 겨우 스물여덟 살이었다.”시현이 천천히 말했다.“당시 그 사람의 딸은 겨우 다섯 살이었고, 뜻밖의 질식사로 죽었어. 우리는 방에 설치된 CCTV를 보았지만, 그 아이는 잠을 자는 상황에서 질식한 거야. 그러나 그 남자는 나에게 자신의 딸이 전혀 아프지 않다고 말했어. 이 말 때문에, 법의관은 사망감정을 했고, 도대체 아이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를 진일보로 조사했어. 검사 결과, 아이는 정상적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었고, 목구멍에 긴 바늘 세 개가 발견됐어.”세희는 경악했다.“긴 바늘이 세 개가 있었다고요?! 그렇게 어린 아이에게 누가 그런 짓을 한 거죠?”시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 부부 두 사람은 우리가 가장 빠른 시간내에 혐의를 배제시켰지만, 그들의 집 근처의 CCTV를 보면 의심스러운 살인자도 없었어. 이 사건은 벌써 5년이나 지났어, 내가 경찰서에 출근했을 때, 처음으로 접한 사건이기도 해. 애석하게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어. 그 부부는 매일 우리를 찾아왔지만, 뒤에 이르러 아내는 너무 상심하여 세상을 떠났어. 그리고 남자는 그 이후로 이부자리를 들고 매일 경찰서에서 잠을 자며 소식을 기다렸고. 그 사람의 머리카락은 점점 하얗게 변했어.”“누가 감시 카메라에 손을 댄 게 분명해요. 이걸 주의한 적 있나요?”“응
세희는 멍해졌고, 시현의 말 때문에 엄청난 슬픔을 느꼈다. 마찬가지로 그녀도 시현의 얼굴에서 무력함과 슬픔을 처음 보았다.이는 평소의 시현과 무척 달랐다.“내가 도와줄까요?” 세희는 한참 뒤에 물었다.“근처에 있는 귀신을 찾아서?”시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알아도 난 그들에게 말할 방법이 없잖아?”“그 사람을 찾아서...”세희는 말을 반쯤 하다가 갑자기 멈추었다.“됐어요, 말해도 아무 의미가 없죠.”“그래.”시현이 말했다.“지금 이미 저승에서 모였으니, 틀림없이 많은 일을 알았을 거야. 내가 말하든 말하지 않든 달라지는 건 없어. 알아도 단지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을 뿐이니까. 그러나 난 이 일이 내가 이런 사건을 수사하려는 동력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이 화제는 너무 무거워서, 세희는 더 이상 토론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화제를 바꿨다.“우리 들어가 볼까요?”시현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점차 생각을 가라앉혔다.“좋아, 담을 넘어가자.”말이 끝나자, 시현은 철문 아래로 걸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세희에게 말했다.“내 어깨를 밟아, 내가 널 올려보낼게.”세희는 눈가를 실룩거렸다.“그럼 옷이 더러워질 거예요.”“그게 뭐가 어때서? 난 상관없어. 옷이야 깨끗이 빨면 되지.”“그래요, 그럼 좀 참아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철제 난간을 잡고 시현의 어깨를 밟았다.다행히 문은 그리 높지 않았다. 시현이 일어서자 세희는 쉽게 문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녀는 몸을 돌려 뛰어내렸다.시현은 눈썹을 들더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세희야, 좀 뒤로 물러서.”세희는 얼른 옆으로 두 발짝 움직였다.곧이어 시현은 단숨에 스퍼트를 하며 위로 뛰어올라 단숨에 가장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날렵해서 철제 난간을 넘었다.세희는 참지 못하고 칭찬을 했다.“대단하네요!!”시현은 웃으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이게 뭐라고! 범인을 잡을 때 이렇게 담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세희는 아낌없이 계속 칭찬했다.“경찰
세희는 몸을 휙 돌리더니, 앞에서 귀신 그림자가 날아왔다. 그 귀신이 향하는 곳은 그녀가 아니라 옆에 서 있는 시현이었다.세희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손을 들어 시현을 밀어냈다. 그 귀신은 날카로운 긴 손톱으로 세희의 등을 세게 긁었다.“아..”세희가 습격당하자, 등에 화끈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그녀는 망설이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달려드는 귀신을 향해 던졌다.촤악 하는 소리가 나자, 세희는 고통스럽게 어깨를 감싸고 비명을 지르는 귀신을 보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귀신의 어깨는 세희의 부적 때문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혼백까지 덩달아 투명해졌다.세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잠시 숨을 돌리려 했지만 또 몇 개의 엄청난 음기가 사방팔방에서 뛰쳐나왔다.세희는 얼른 돌기둥에 등을 기대고 경계하며 사방을 바라보았다. 밀려난 시현은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세희를 쳐다보았다.“세희야? 어떻게 된 일이야?”세희가 준 부적은 귀신을 막는 것이지, 귀신을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러나 시현은 방금 세희가 부적을 꺼내 공기를 때리는 것을 보았고, 곧이어 공기 중에 갑자기 검은 기운이 몇 가닥 뿜어져 나왔다.그 검은 기운이 바로 귀신일 것이다.세희는 얼른 말했다.“가까이 오지 마요!”말이 끝나자, 세희는 또 주머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시현의 발옆으로 던졌다.“이 부적을 붙이고 그대로 있어요!!”시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세희의 말투에서 지금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도움이 되지 않았기에, 세희의 말에 따라 부적을 주워 자신의 몸에 붙이고 그대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세희는 시현에게 부적을 던져준 다음, 재빨리 주머니에서 몇 장을 꺼내 손끝에 끼웠다.음기가 도처에 숨어 있었고, 그 음흉하고 교활한 놈들은 나타나려 하지 않았다.세희는 사방을 향해 엄하게 호통을 쳤다.“능력 있으면 나와요! 뒤에 숨어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게 뭐가 대단하다고?! 길이 있어도 가지 않고, 기어코 제
세희의 말이 떨어지자,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빠르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나타났다. 곧이어 그 그림자는 세희의 곁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세희의 등이 피로 붉어지자, 캐리는 눈을 크게 떴다.“어떻게 된 거야?!”캐리가 묻자 세희는 마음속의 억울함이 분수처럼 솟아나기 시작했다.“앞의 이 여자 귀신이 부하들 시켜서 나와 시현 오빠를 기습했어요. 난 시현 오빠를 밀어냈지만, 스스로 다쳤어요.”세희의 말을 들은 캐리는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몸의 음기도 순식간에 불어난 상태였다.그는 두말없이 그 여자 귀신을 향해 뛰어갔다.그리고 한 방을 날렸을 뿐인데, 그 여자 귀신은 바로 날아갔다.세희는 놀라서 입술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고, 체내에서 피 냄새가 솟구쳤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세희야!!”이 상황을 본 시현은 전혀 다른 것을 신경 쓸 새가 없었고, 쓰러진 세희를 붙잡았다.그리고 세희의 등을 받치는 순간, 촉촉함을 느꼈는데, 심지어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까지 났다.시현은 온몸을 떨며 자신의 손을 보았는데, 피인 것을 보고 눈시울도 따라서 붉어졌다.“세희야?” 시현의 목소리에는 양심의 가책이 가득했다.“도대체 왜 그래?”세희는 허약하게 고개를 저으며 처녀귀신을 때리고 있는 캐리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근처에 귀신이 나타나자, 세희는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았다.모든 귀신은 목과 가슴에 어느 정도의 상처가 있았다.세희는 시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시, 시현 오빠, 날 좀 일으켜줘요...”“안돼!” 시현이 말했다.“지금 바로 구급차를 부를 테니 움직이지 마. 내가 병원에 데려다 줄게!”“구급차 부르지 마요...”세희는 그를 막으며 피를 삼켰다.“소, 소용없어요, 일단 날 일으켜줘요...”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이 창백해지는 세희를 바라보았다.“뭘 할 건지 말해봐, 내가 안아줄게. 움직이지 마, 알았지? 네 등에서 피가 많이 났어.”‘난 방금 왜 제때에 발견하지
시현은 세희가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세희가 힘들어할까 봐, 몸을 숙여 그녀를 안고 마지막 교실로 걸어갔다.이때의 캐리는 이미 여자 귀신이 사라질 정도로 때렸다. 그는 눈빛으로 여자 귀신과 다른 귀신을 경고하고는 얼른 시현과 세희를 따라갔다.캐리가 있으면 그 귀신들도 감히 앞으로 다가가지 못했다.시현은 세희를 안고 마지막 교실 입구까지 걸어간 다음, 다리를 들어 문을 걷어찼다.교실에는 책상이 없었고, 짙은 먼지와 알 수 없는 냄새만 가득했다.세희는 시현의 손을 두드리며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표시했다.시현은 그대로 했지만 여전히 세희를 부축했다. 세희는 등이 심하게 찢어지는 통증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교실 한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갔다.그녀는 부적 한 장을 꺼내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부적을 바닥에 붙이고 먼지가 가득한 바닥을 손으로 만졌다.몇 초 만에 세희는 갑자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곧이어 온몸이 옆으로 기울어지더니, 시현이 미처 반응하지 않을 때, 땅바닥에 세게 쓰러졌다.세희는 기절한 것이 아니라 부적이 그때의 교실로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교실의 강단 옆에 서 있었는데, 여섯 명의 남자와 여자 학생이 한 책상 옆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았다. 탁자 위에는 불을 붙인 촛불 두 개가 놓여 있었고, 촛불 중간에는 흰색 종이가 놓여 있었으며, 그 위에는 글이 적혀 있었다.여섯 명의 학생 중 두 명의 학생이 손을 내밀어 두 손으로 펜을 꼭 쥐었다. 그리고 분신사바를 중얼거렸다.잠시 중얼거리다가, 세희는 빨간 옷을 입은 여자 귀신이 교실에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이 붉은 옷을 입은 여자 귀신이 바로 그녀가 만난 여자 귀신이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한 남학생 뒤에 서서 음기로 그들을 지휘하며 글을 쓰도록 했다.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답을 얻은 학생은 또 다른 두 학생으로 교체했는데, 묻고 나서 또 바꾸었다.이렇게 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처음에 그 두 학생 중 한 여학생이 비웃음을 터뜨렸다.“이건 가짜야! 이
간호사는 응답을 한 다음, 황급히 응급실을 나갔다.응급실 밖에는 정씨 삼 형제와 시현이 있었다.간호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세준은 즉시 다가가서 물었다.“내 여동생은 어떻게 됐나요?”“출혈이 심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상처의 피부가 검게 변하는 동시에 심지어 검은 피가 나기 시작했고요. 지금 혈액은행에 가야 하는데, 시간을 더 이상 끌 수 없어요!”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다급하게 떠났다. 그 말을 듣고 네 사람은 얼굴이 또 약간 하얗게 질렸다.시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세준은 분노에 눈을 부릅뜨고 시현을 바라보더니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제 와서 사과하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거야?! 일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빨리 말하라고!!”시현은 입술을 오므렸다.“그 상처들은 아마 귀신 때문에 생긴 것일 거야.”세준은 또 무슨 말을 하려다가, 희민이 말렸다.“세준아, 지금은 화낼 때가 아니야. 귀신에게 다친 이상, 음기가 묻은 것이 틀림없어. 그리고 방금 그 간호사도 상처 입은 피부가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잖아.”세준은 화를 누르려고 애썼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되는데?!”“의사는 음기를 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은데...”“음기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지철 할아버지밖에 없어!” 세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잖아!”“저기...”옆에 있던 인우가 입을 열었다.“누나가 지철 할아버지처럼 능력이 있는 분을 언급했었는데.”세준과 희민은 그를 바라보았다.“누군데?!”“미정 할머니라고 부른 것 같아요. 누나의 핸드폰에는 연락처가 있을 거예요.”세준은 시현을 바라보았다.“세희의 핸드폰, 너한테 있지?”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세희의 휴대전화를 꺼내 세준에게 건네주었다. 세준은 잠금을 풀고 주소록에 있는 번호를 뒤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미정 할머니라는 연락처를 보았다.세준은 얼른 전화를 했고, 나미정이 전화를 받기를 애타게 기
전화를 끊은 후, 세준은 바로 수하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장 빠른 시간내에 헬리콥터로 나미정을 데려오라고 분부했고, 이어 도 경호원에게 빨리 나가서 찹쌀을 사오라고 했다.“찹쌀?” 희민이 세준에게 물었다.“찹쌀로 뭘 할 건데?”세준은 나미정의 말을 그들에게 알렸다. 사람들이 분분히 눈을 크게 떴다.“그럼 아파 죽을지도 몰라요!!” 인우는 마음이 아파서 울 지경이었다.“누나는 아픈 것을 제일 무서워하잖아요!!”“이 방법밖에 없어!!” 세준은 낮게 소리를 쳤다.그의 격노한 모습에 인우는 목이 움츠러들었다. 세준의 말에 시현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는 오늘 밤 세희를 데리고 간 곳이, 세희의 등살을 태반이나 잃게 할 줄은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내가 왜 세희를 데리고 그런 곳에 갔을까?!’시현은 가슴이 아팠고, 자책을 하며 눈빛은 응급실에 떨어졌다.‘세희가 무사히 깨어날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난 세희에게 빚졌고, 평생 다 갚지 못할 거야! 어쩌면 평생 이 죄를 갚을 수밖에 없을지도 몰라!’30분 후에 경호원이 찹쌀 한 봉지를 가지고 돌아왔다.세준은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의사를 부르라고 한 뒤 찹쌀을 의사에게 건넸다.의사는 이해하지 못하고 세준을 쳐다보았다.“둘째 도련님, 이것은...?”세준은 방법을 의사에게 알렸다.의사는 의아하게 세준을 쳐다보았다.“둘째 도련님, 이런 것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아가씨는...”“그냥 시킨대로 하세요!!”세준은 또다시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다.“한 마디만 더 물어보면, 당장 병원에서 꺼져요!”의사는 놀라서 얼른 찹쌀을 들고 돌아갔다.그리고 잠시 후, 희민이 얼른 앞으로 나아갔다.“우리들 줄 한 사람이 들어갈 순 없나요?”의사가 또 어찌 감히 그들에게 미움을 사겠는가, 한쪽의 간호사에게 방균복을 입히라고 한 뒤, 그들 모두 데리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수술 침대에 누운 세희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등의 상처는 끔찍했고, 그 검은 피부는 심지어 썩기 시작했다.세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