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민은 블록을 쳐다보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나도 함께할 수 있을까?”“물론이지!”강세준은 자신의 형제와 손을 잡고 대규모 수사 게임을 하고 싶었다.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그럼 너는? 누가 가르쳐줬어?”“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어, 스스로 독학한 거야. 나 사람들 자료 찾는 거 잘하거든.”정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우선 양다인과 주변 인물부터 찾아봐. 나는 지워진 파일들을 찾아볼게.”“큰오빠, 둘째 오빠!!”강세희가 불쾌한 듯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다.“나랑 안 놀아주고 둘이 뭘 그렇게 속삭이는 거야?”“지금 갈게!”두 아이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저녁. 강세준은 강하영이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 컴퓨터 앞에 앉아 양다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꼬박 한 시간을 찾은 뒤, 알아낸 사람들을 정희민에게 보내줬다.정희민은 일찌감치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파일을 받은 후 그는 시뮬레이터를 켜고 예전에 양다인 휴대폰에 주입한 소프트웨어 코드를 입력하여 작동시켰다.그가 다른 사람들의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정확한 데이터 매칭을 위해서였다.데이터를 복구하려면 시간이 꽤 걸렸다.……금요일.정희민은 정유준이 출장 일정이 잡힌 것을 알고 바로 강하영에게 문자를 보냈다.“엄마, 저 내일 놀러 가도 돼요?”강하영이 문자를 받았을 때는 막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참이라, 기쁜 마음에 즉시 답장을 보냈다.“그래, 아빠가 가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참, 우리 아들 뭐 좋아해?”“가리는 음식은 없어요.”강하영은 희민의 대답에 마음이 언짢아졌다.강하영은 아이의 심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바로 그를 데리고 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혹시라도 희민이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부진석 씨가 연수를 마쳤는지 모르겠네. 만약 진석 씨가 있었다면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강하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부진석과의 대화창을 찾아
강하영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그래. 일단 차에 타자.”“부 선생님?”부진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트렁크를 드는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누가 부진석을 불렀다.‘허시원의 목소리야.’강하영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눈치챈 부진석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허시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곁에는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정유준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부진석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입니다. 정 대표님, 허 비서님.”정유준은 강하영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실눈을 뜨고 마치 염탐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그때 부진석이 강하영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정 대표님, 별일 없으시면 여자친구랑 먼저 가 보겠습니다.”“잠깐.”남자가 차가운 음성과 함께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하자, 강하영은 갑자기 손을 뻗어 부진석을 껴안았다.“자기야, 혹시 자기 친구분들이야? 밀린 얘기는 다음에 하고 우리 배고픈데 먼저 밥 먹으러 가면 안 돼?”잔뜩 애교가 섞인 말투에 정유준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고, 옆에 있던 허시원마저도 놀란 눈으로 강하영의 행동을 바라보았다.부진석도 매우 협조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정 대표님, 여자친구가 화난 것 같으니 먼저 가 볼게요. 다음에 다시 뵙죠!”말을 마친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차에 올랐다.눈꼴 사나운 광경은 정유준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의 얼굴엔 더욱 먹구름이 드리웠다.곁에 있던 허시원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정유준에게 물었다.“대표님, 강하영 씨는 저렇게 애교를 부리지 않았죠?”정유준은 피식 웃었다.하영이 도망치려 할수록 그는 더욱 의심이 갔다!“저 여자의 정체에 대해 알아봤어?”정유준의 서늘한 말투에 허시원도 할 수 없이 대답했다.“단서를 찾을 수 없습니다.”“오후에 희민이를 데리러 갈 때 사람을 더 보내서 그 두 아이가 어디서 사는지 알아보라고 해.”정유준은 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저건
집에 도착하자 아주머니는 부진석을 보고 유난히 기뻐하며 열정적으로 푸짐한 음식을 준비했다.부진석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방에서 일을 거들었고, 강하영도 들어가서 돕고 싶었지만 부진석이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밥을 먹기 전에 부진석은 두 아이를 데리고 손을 씻기러 가자, 아주머니가 음식을 들고나오며 얘기했다.“하영아, 이런 말을 내가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몇 년간 지켜본 사람으로서 얘기해 주고 싶어. 부 선생님은 상냥하고 자상한 분이니, 아이도 잘 케어해주실 것 같은데 애들을 위해서 잘 생각해 봐.”강하영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아주머니, 제 일을 끝내기 전에 진석 씨까지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부 선생님도 잘 알고 계시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아 하시잖아. 네 곁에서 함께 부담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한 것 같아.”강하영은 눈을 내리깔았다.“진석 씨에게는 이미 많은 빚을 졌어요…….”“그래서 기회도 주지 않는 거야? 하영아, 그렇게까지 자신을 막다른 골목에 가둘 필요 없어.”강하영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화기애애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하영도 부진석을 거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변함없이 하영의 곁에 있었다.어쩌면 정말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같은 시각, 5성급 국제 호텔.정유준은 김호진한테서 문자와 위치를 받았다.“대표님, 그들의 차를 미행하니 아크로빌에 도착했습니다. 두 아이는가 살고 있는 별장은 3동이었습니다.정유준은 손에 든 담배를 비벼 껐다.“10분 안에 집주인에 관한 정보를 보내줘.”“네, 대표님.”정유준은 소파에 팔을 걸치고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아크로빌 별장은 시내 중심에 있고, 그 가격은 30억에 달했다.사람을 보내 조사해 봤지만 그가 강하영에게 준 카드 안에 돈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설령 그 돈을 썼다 하더라도 이 지역에 집을 마련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그 여자가 정말 강하영이라면 집을 어떻게 산 걸
진석의 말에 강하영은 깜짝 놀랐다.“설마 아이들을 위해서?”“맞아. 네가 나한테 기대길 원치 않는다면 나도 그저 아이 방면에서 많이 도와줄 수밖에 없잖아.”부진석의 솔직한 말에 강하영의 마음에 따스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부진석에게 설렘까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함께 살아간다면 누구보다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될 것 같았다.“정말 고마워.”강하영의 진심 어린 인사에 부진석은 가볍게 웃었다.“나 그 얘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너무 서먹서먹해 보여. 게다가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말을 마친 부진석은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희민이는 언제 데려올 거야?”“내일 데려올 거야.”하영의 말에 부진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내가 갈게. 너는 되도록 난원에 가지 마.”“아이와의 약속은 지켜야지. 게다가 희민이는 진석 씨를 잘 모르는데 괜히 경계심만 생길 것 같아 걱정돼.”진석의 말에 강하영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자 부진석도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그럼 내일 아침 일찍 올게.”“그래.”……토요일 오전, 강하영은 선글라스를 쓰고 희민이를 데리러 갔다. 하영이 동네를 빠져나가는 순간 김호진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하영의 뒤를 따라 난원에 도착했다.정희민이 선글라스를 쓴 여자를 따라 차에 오르는 것을 본 김호진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 정유준에게 전송했다.정희민에게 안전벨트를 매준 강하영은 아크로빌로 향하면서 정희민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희민아, 혹시 네 아빠가 너 집에서 나오는 거 알고 계셔?”“보모와 도우미들은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정희민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희민은 지금까지 돈으로 그들의 입막음을 했다.강하영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물었다.“희민아, 혹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거 안 좋아해?”하영의 물음에 정희민은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엄마 친구분이라면 괜찮아요.”엄마가 싫어한다면 희민은 두려움과 긴장한 기분은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었다.희민은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강하영은 안심하고 위층의 서재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비밀 파일을 열었다.안에는 양다인과 소예준의 DNA 검사 보고서가 들어있었고, 소예준이 찾아낸 양다인이 “생명의 은인”인 척 위장한 관련 증거가 들어있었다.그리고 나머지는 가장 중요한 양다인과 임해진이 몰래 만나는 영상들이었다.임해진의 특별한 취미 덕분에 이런 증거들을 남겨줘서 정말 고마웠다.두 달 반 뒤엔 양다인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짓는지 꼭 두 눈으로 확인할 것이다.이 외에도 강하영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는데, 바로 양다인을 위해 당시 살인 증거를 깨끗이 없애고 감쪽같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짓까지 서슴없이 한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양다인은 소씨 집안과 정씨 집안사람들에게는 감히 알리지 못했을 것이다.‘대체 누가 양다인을 몰래 도와준 걸까?’강하영은 의자에서 일어나 컵을 들고 창가에 서서 생각들을 정리해 봤다.지금 하영이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맞은편 건물에 있던 김호진이 재빨리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하동 호텔.아직 출장 중인 정유준은 눈을 뜨자마자 김호진이 보낸 사진을 확인했다.한 장은 강하영이 창가에 서 있는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강하영이 정희민을 데려가는 사진이었다.익숙하고 여전히 예쁜 얼굴에 이전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정유준의 가슴이 옥죄어 오는 것 같았다.‘강하영이야. 역시 예상대로 강하영은 죽지 않았던 거야!’꼬박 5년 동안이나 전 세계 곳곳에서 강하영을 찾아다녔지만,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고, 심지어 아주 약간의 소식조차 없었다.그런데 돌아와서까지도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것은 자신을 만나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자신과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정유준은 주먹을 꽉 쥐면서 이 잔인한 여자가 대체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두고 보고 싶었다.이어 정유준은 또 정희민이 강하영을 따라가는 장면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강하영이 왜 내 아들을 데려가는 거지? 설마 양다인의 복수를 희민이한테 하려는 건가?’
강하영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강세희가 나는 듯이 달려와 계단 입구를 막아서며 포동포동한 작은 얼굴을 잔뜩 부풀린 채 화를 냈다.“형사 아저씨, 우리 엄마는 왜 데려가려는 거죠?”세희뿐만 아니라 강세준과 정희민도 형사 앞으로 다가가 세 녀석 모두 형사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강세준이 먼저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무 이유도 없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데려갈 수는 없어요.”이어 정희민도 더욱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원인이 뭐죠?”사실을 모르는 아이들은 엄마가 끌려갈세라 앞다투어 지키려 했지만, 부진석과 강하영은 유난히 평온했다.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 뒤 부진석은 앞으로 다가가 아이들의 정서를 달래주고, 강하영은 침착하게 계단에서 내려와 형사 앞에 서서 물었다.“함께 갈 수는 있지만, 그 전에 제가 뭘 잘못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강주희 씨가 사망한 척 위장하고 탈옥한 살인범이라는 제보를 받았습니다.”“우리 엄마는 살인범이 아니에요! 헛소리하지 마세요!”강세희가 앳된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부진석의 손을 뿌리치고 강하영 곁으로 다가가 하영의 허벅지를 덥석 안았다.“꼬마야, 형사 아저씨들 일하는데 방해하지 말아야지! 조사 결과 너희 엄마한테 아무 문제가 없다면 바로 돌려보내 줄 거야.”강하영도 강세희의 등을 두드려 주며 달래준 뒤 형사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같이 가드릴 수는 있지만 애들 앞에서 그런 말씀은 삼가해 주세요. 애들이 상처받아요.”형사도 몸을 옆으로 돌려 강하영을 쳐다보았다.“갑시다!”강하영이 형사들을 따라 집을 나서자 강세희는 울면서 부진석을 바라보았다.“진석 아빠 미워! 형사가 억울한 엄마를 데려가는데 왜 엄마를 도와주지 않아요?”부진석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몸을 웅크리고 앉아 강세희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면서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나는 네 엄마를 도와주지 않는 게 아니라, 엄마를 믿고 있는 거야. 세희 엄마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형사를 두려워하겠어? 이럴 때는 너의
경찰서 안.강하영은 의자에 앉아 평온한 얼굴로 남자와 여자 형사를 바라보았다.두 형사는 아까부터 1시간 동안이나 강하영을 심문했는데, 실질적인 증거도 없으면서 여전히 강하영을 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강하영은 아이들이 걱정돼 형사들에게 물었다.“아직 문제가 남았습니까?”“죄송하지만 아직은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여자 형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얘기했지만 강하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방금 모든 질문에 대답했는데, 아직도 의심할 게 남았나요?”5년 전, 소예준이 강하영을 위해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줬다.해외에 있는 친구에게 강주희라는 인물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의 모든 자료를 부탁했다.그래서 강하영이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경찰서에 앉아 있는 것이다.남자 형사는 한참 동안 자료와 취조기록을 살펴보더니, 확실히 문제가 없어 보이자 여자 형사와 상의하기 시작했다.“별문제 없는 것 같네. 그냥 닮은 사람인 것 같은데 그냥 보내줘도 괜찮을 것 같아.”“잊은 게 하나 있잖아?”“뭔데?”여자 형사의 물음에 남자 형사가 되물었다.“혈액검사가 남았잖아!”여자 형사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았고, 그 말이 나오는 순간 강하영의 온몸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신분은 위조할 수 있지만 혈액형은 위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여자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저랑 혈액 검사하러 가시죠. 별문제 없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강하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따라 일어서며 입술을 깨물었다.“알겠습니다…….”아크로빌.두 귀여운 아이들은 경찰서 CCTV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강세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일 났어. 엄마가 긴장하고 계셔.”“그래?”정희민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강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는 입술을 깨무는 습관이 거의 없는데, 그렇다는 건 긴장한 표현이야. 세희도 알고 있어.”그 사실을 몰랐던 정희민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희민이는 엄마 곁에 없어서 이런 사실들을 몰랐지만, 엄마가 입술을
곧이어 여자 형사는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국장님?”강하영이 형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는 몸매가 조금 뚱뚱하고 초조한 표정의 중년 남자가 서 있었고, 남자의 뒤에는 아름답고 차분한 얼굴이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강하영의 손이 움찔하며,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정유준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야? 출장 갔다고 했잖아!’국장님은 여자 형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김지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얼른 보내드리지 않고!”“국장님, 이 사람은 예전에 출산으로 돌아간 살인자와 똑같이 생겼습니다…….”“똑같긴 뭐가 똑같아! 이분은 정 대표님의 여자친구인데 그게 무슨 헛 소리야!”김 형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정유준을 바라보더니 다시 국장을 향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국장님, 예전에 강하영이라 살인자도 정 대표님과 관련된 인물이었어요. 국장님은 정 대표가 살인자를 감싸준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증거 있어? 증거 내놔봐.”국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김 형사는 손에 든 혈액검사 결과 보고서를 움켜쥐었다.“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습니다.”“그럼 얼른 보내드려!”국장은 귀찮다는 듯 낮은 소리로 명령했고, 김 형사는 강하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가보셔도 좋습니다.”강하영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침착한 척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습니다.”그리고 정유준 곁을 지날 때 남자가 갑자기 하영의 팔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당겨 어쩔 수 없이 정유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남자의 차분하고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하영의 귀에 들려오더니, 이어 그의 무뚝뚝한 말투가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국장님이 저랑 함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니면 저의 여자친구가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네요.”국장은 어색한 몸짓으로 몸을 돌려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정 대표님. 김 형사도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정유준은 피식 웃고 강하영을 껴안은 채 몸을 돌려 병원을 떠났다.퍼뜩 제정신을 차린 강하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