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은 임씨 아주머니를 보며 사실대로 말했다.“그 사람이 곧 저를 알아볼 것 같아요.”임씨 아주머니의 손이 움찔하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정 사장님 얘기하는 거야?”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얘기하자, 아주머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영아,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야. 나는 알려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그래도 강하영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제 복수를 막을까 봐 걱정이에요. 그래도 양다인은 유준 씨 아이의 생모잖아요.”아주머니는 강하영의 손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혔다.“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 예전에 네가 정 사장이 한때 매우 힘들어했다고 했잖아. 누군가에게 마음이 생기면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해 줄 거야. 여러 가지로 걱정하고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엔 네 편을 들어줄 거야.”그 말에 강하영은 침묵했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영은 여전히 그때 일들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정유준은 하영의 배 속에 아이를 의심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하영의 아이를 빼앗아 가려 했다.이 두 가지만으로도 그에 대한 원망을 지울 수 없었다.“아주머니, 저 배고파요. 오늘 저녁 뭐 먹을까요?”“너도 참…….”강하영이 말을 돌리자 임씨 아주머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수요일.캐리가 팀을 데리고 김제에 도착하자 강하영은 버스를 대여해 공항에 마중하러 갔다.20여 명 정도 되는 캐리의 팀원들이 위풍당당하게 공항에서 나왔고, 그들을 발견한 강하영은 바로 차에서 내려 맞이했다.“캐리!”캐리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발견하자,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G!”캐리는 강하영 앞으로 뛰어와 강하영을 껴안았다.“한동안 못봤더니 얼마나 보고싶었지 알아?”강하영은 그런 캐리를 밀쳤다.“숨 막히잖아!”캐리는 팔을 풀기 전에 강하영의 얼굴에 가벼운 뽀뽀를 했다.“역시 나는 네 몸에서 풍기는 부드러운 엄마 냄새가 참 좋아.”캐리의 말에 강하영
정희민은 작은 손으로 옷깃을 꽉 쥐고는 세희희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희민은 그들에게 양다인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정희민이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세희는 커다란 눈을 굴리기 시작했다.“너는 나랑 친구 하기 싫어? 진작에 그런 줄 알았으면 지난번에도 도와주지 않았을 거야!”강세준은 웃음을 참으며 세희가 상대방을 약 올리는 수법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때 눈썹을 찡그리던 정희민의 얼굴엔 약간의 양심 가책과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난원, 토요일에 놀러 와.”강세희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정희민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그럼 약속한 거다? 토요일에 놀러 갈게!”정희민은 세희의 손가락을 보고 멍해졌다가, 긴장한 듯 손을 움츠리더니 천천히 자기 손가락을 걸었다.“응.”저녁.허시원은 알아낸 자료들을 정유준에게 건네주었다.하나는 학교 학부모의 자료이고, 다른 하나는 강하영의 자료였다.정유준은 강하영의 자료를 받아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강주희?”“네, 대표님. 이 여자의 이름은 강주희이입니다. 그동안 영국에서 살다가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희 회사 맞은편 건물을 인수해 회사를 설립하려는 모양입니다.”정유준은 자료를 책상 위에 놓았다.“사진은?”“대표님, 이 여자의 사진은 없었습니다.”그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사진이 없다고? 일부러 숨기려 하지 않은 이상 찾을 수 없을 리 없어. 주민등록증은 알아봤어?”“직원들이 알아낸 주민등록증은 모자이크가 처져 있었어요.”정유준은 피식 웃었다.‘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니, 그 여자는 강하영이 틀림없어!’정유준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이 빨아들인 뒤 입을 열었다.“지금 사는 곳이 어딘지 알아봐.”“대표님, 주소도 차단되어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강하영 씨 곁에 능력이 뛰어난 해커가 있는 것 같아요.”허시원의 말에 정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사람을 보내 그 여자를 잘 지켜보라고 해.”“네!”허시원에 방에서 나가자 자리에서
강세희는 흥분에 겨워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세수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지만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세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강세준을 쳐다봤다.“오빠, 만약 엄마가 이 사실을 알면 우리를 혼내지 않을까?”강세준은 신발을 신고 그런 세희를 힐끗 보았다.“그 사람이 우리 아빠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아?”“하고 싶어!”강세희는 즉시 대답하더니 또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런데 엄마가 아빠는 이미 돌아가셨다고 했잖아.”강세준은 신발을 신고 일어섰다.“나가는 게 겁이 나면 너는 그냥 집에 남아서 뒷일을 부탁해.”“싫어! 나 혼자는 무서워!”강세희가 재빨리 신발을 신고 강세준의 옷자락을 잡으니, 강세준은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엄마가 혼내도 나부터 혼낼 테니까 너는 걱정할 필요 없어.”강세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세준을 따라 난원으로 향했다.20분 뒤.두 아이가 난원에 도착하자, 희민이가 미리 말해뒀는지 경비원은 바로 그들을 정유준의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정희민은 벌써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희민을 발견한 강세희가 감격에 겨워 얼른 앞으로 뛰어갔다.“정희민, 오빠랑 내가 왔어!”정희민은 강세희의 열정이 부담스러웠는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들어와.”남자아이의 말투는 여전히 짧고 답답했다.강세희와 강세준이 정희민을 따라 집안에 들어섰을 때 보모와 도우미는 두 아이를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도우미가 보모한테 다가가 입을 열었다.“저 남자애, 도련님이랑 너무 닮았어요!”보모: “정말 닮았네, 입술만 빼고 눈매는 아주 찍어낸 것 같네.”도우미: “사장님의 사생아라고 해도 믿겠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강세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잘 부탁드립니다.”그를 지켜보던 보모와 도우미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어쩜 너무 철들었네!’남자아이는 우아하고 철이 들었고, 여자아이는 인형처럼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세 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자마자 별장 밖에서 자동차 엔진
정희민은 고개를 돌려 양다인을 보더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황급히 소파에서 내려와 정희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계단을 오르던 양다인이 정희민이 뒤따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몸을 돌려 혐오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정희민을 노려봤다.“왜 따라오는 거야?”작은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정희민의 눈가엔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 찼다.“방에 가려고요.”“그럼 그냥 올라가면 되지, 왜 귀신처럼 소리도 없이 뒤따라오는 거야!”양다인의 고함에 방 안에 있던 두 아이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강세희는 깜짝 놀라 세준을 보며 물었다.“오빠, 밖에 어떤 여자가 고함지르고 있는데, 혹시 희민이 엄마일까? 말투가 아주 사나워 보이는데 방에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강세준은 방문을 힐끗 쳐다보더니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방문 잠가.”“문을 잠그면 소리가 나잖아.”강세희는 겁에 질려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강세준은 시선을 돌려 계속 키보드를 두드렸다.“아니, 잠금 설치가 무음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냥 잠그면 돼.”이제 몇 분만 더 있으면 정희민의 프로그램 암호를 풀 수 있으니 정희민이 자신과 같은 흥취를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아무리 위험해도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강세희도 더는 꾸물거릴 수 없다고 느꼈는지 작은 손으로 재빨리 문을 잠갔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그제야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자기 가슴을 쓰러내리며 안도하기 시작했다.문밖.양다인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저 자식은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 걸 그렇게 싫어하더니, 오늘은 대체 왜 갑자기 위층으로 따라오는 거지?’양다인은 정희민을 쳐다보며 물었다.“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양다인의 물음에 정희민은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아니요.”“그래? 좋아, 방에 들어간다고 했으면 어서 들어가!”강세준과 강세희가 그의 방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정희민은 긴장하여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정희민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엔 방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당겼지만 방문이
밖에 있는 여자는 아마 쓰레기 같은 남자와 약혼한 여자인 것 같은데 정희민의 친어머니는 아닌 것 같았다.강세준의 작은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저 아이 도와줄게. 하지만 우리는 지금 나갈 수 없어. 그랬다가 정희민이 더 심하게 맞을지도 몰라.”그들의 힘으로는 어른을 당해낼 수는 없으니, 정희민을 도우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강세준은 가방에서 미니 노트북을 꺼내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가장 빠른 속도로 정준의 메일주소를 찾아 익명으로 문자를 보냈다.같은 시각, 김제 공항 밖.정유준이 차에 오르자마자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메일함에 익명의 메일이 한 통 도착한 것을 보고 의아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메일을 확인했다.“정유준 씨! 당신 아들이 지금 자기 엄마한테 심하게 맞고 있습니다.”간단한 한마디에 정유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당신 누구야?”강세준: “제가 누군지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난원에 돌아가 확인해 보시죠!”정유준의 답장에 강세준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내가 누군지가 중요해? 두뇌 회로가 정말 범상치 않은 사람일세. 분별이 없는 남자라면 나와 세희의 친아빠로 밝혀져도 절대 인정할 수 없어!’답장을 받은 정유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사실 확인을 위해 난원으로 전화를 걸었다.보모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사, 사장님!”뭔가 이상한 말투에 정유준은 갑자기 경계심을 세우고, 화를 참으며 물었다.“양다인이 지금 난원에 있습니까?”“네…… 네, 사장님!”정유준은 바로 전화를 끊고 허쉬원에게 말했다.“가장 빠른 속도로 난원으로 가!”“네, 대표님!”……오전 9시 30분.임씨 아주머니가 별장 전체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두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당황한 표정으로 별장을 뛰쳐나와 보안실에 가서 CCTV를 확인하며 강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때 하영은 한창 캐리와 함께 다른 공장으로 향하던 참이라 차에 올랐을 때,
정유준은 피에 굶주린 사람처럼 살벌한 기운을 풍기며 양다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겁을 먹은 양다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분명 출장 갔다고 했잖아?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지?’겁에 질린 양다인은 뒷걸음질을 쳤다.“유, 유준 씨, 내가…… 내가 다 설명할게…… 윽!!”양다인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유준이 한 손으로 양다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양다인, 사는 게 지겨운가 봐? 네가 희민이 생모인 것을 봐서 가만히 놔뒀더니, 이렇게까지 모질고 악랄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이제 겨우 다섯 살짜리 희민이를 이렇게까지 때리다니, 네가 인간이야?!”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빨개진 양다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해명하려고 입을 뻐금거렸지만, 남자가 목을 조르고 있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양다인의 얼굴이 붉은색에서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며, 눈동자가 뒤집히기 시작해서야 정유준은 손을 거두었다.양다인은 숨을 쉴 수 있게 되자 켁켁대며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리가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한참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다가 제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양다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희민이는 내 자식인데 내가 왜 희민이를 때리겠어? 방금 내가 실수로 밀쳐서 그렇게 된 거야! 희민아, 네가 아빠한테 얘기해 봐, 엄마가 너 때렸어?”양다인의 목소리를 들은 정희민은 또 벌벌 떨기 시작했다.그의 반응만으로도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정유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양다인을 노려보았다.“오늘부터 난원에 한 발짝도 들일 생각하지 마! 그리고 내 허락 없이는 다시는 희민이 만날 생각하지 마! 꺼져!!”‘만날 수 없다고?’정유준의 말에 양다인의 두 눈이 커졌다. 아이를 핑계로 삼아야만 정유준한테 접근할 수 있는데 이제 아이도 만날 수 없으면 정유준의 마음을 돌릴 기회조차 없게 된다.양다인은 정유준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유준 씨, 유준 씨 제발! 희민이를 만날
강하영은 캐리의 말에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강하영은 5년 동안 일에만 몰두하느라 아이들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애들의 SNS 계정조차도 잘 모르고 있었다.강하영은 멋쩍게 코를 매만지며 물었다.“캐리, 혹시 세준이와 계정 친구야?”“맞아.”캐리가 휴대폰을 꺼내 강세준과의 채팅창을 열어 강하영에게 건네주자 하영은 메시지를 보냈다.“세준아, 지금 어디야? 문자 보면 엄마한테 답장 줘!”메시지를 보낸 후 강하영은 차키를 챙기면서 양심의 가책과 조바심을 느끼는 임씨 아주머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저 경찰서에 다녀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하영의 말에 아주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하영아, 다 내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야.”“아주머니 잘못이 아니에요. 아이들도 원래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우선 제가 어디 갔는지 알아볼게요.”말을 마친 강하영은 아주머니를 캐리한테 부탁했다.“캐리, 아주머니한테 얘기 잘 해줘.”“여긴 내가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난원.정희민의 방안엔 네 사람이 서 있었다.정유준은 두 아이와 잠시 눈을 마주친 후 정희민을 돌아보며 물었다.“네가 초대한 거야?”정희민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몇 번이고 강세준의 얼굴을 살피던 정유준은 세준을 볼수록 그의 아들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당시 우인나에게 물었을 때 우인나는 강하영이 자신의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얘기했었다.그럼 여기서 문제는 그들의 엄마는 강주희라고 했는데, 만약 강주희가 바로 강하영이라면 세 번째 아이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정유준은 강세준을 훑어보며, 왠지 이 아이한테서는 말을 유도하기 어렵다고 직감하고는 시선을 아예 강세희한테로 돌렸다.“엄마가 누구야?”“몰라요.”정유준의 물음에 강세희가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저으니 정유준의 얼굴이 약간 어둡게 가라앉았다.“너는 엄마 이름도 몰라?”강세희는
강세희는 빠른 속도로 소파에서 내려와 발이 땅에 닿자마자 강세준 곁으로 뛰어가려 했지만, 결국 정유준한테 팔을 잡혀 버렸다.“집까지 데려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요, 아저씨. 올 때도 저희끼리 왔으니 갈 때도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강세준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강세희의 작은 손을 잡았다.“위험해.”정유준이 차가운 시선을 던졌지만 강세준은 여전히 거절했다.“매우 안전하니까 아저씨도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세준의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뭐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면야 굳이 데려다줄 필요는 없겠네.”“정희민, 우리 먼저 갈게, 다음에 또 봐.”강세준이 정희민을 향해 인사하자, 정희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이 방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경찰서에 와서 골목에 있는 CCTV를 확인한 강하영은 두 아이가 차에서 내린 장소가 난원이라는 것을 봤을 때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아니, 얘들이 어쩌다가 호랑이 굴에 들어간 거야?’강하영은 고민에 빠졌다.‘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나? 이 시간엔 정유준도 아직 돌아가지 않았겠지?’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강하영은 결국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로 마음먹고, 경찰서에서 나와 막 차에 오르려던 참에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화면에 찍힌 낯선 번호에 강하영은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엄마, 저 서준이예요.”“서준이? 너희들 지금 어디야? 이건 또 누구 휴대폰이야?”“택시 기사 아저씨 휴대폰이에요.”“강세준! 왜 엄마랑 아주머니한테 얘기도 하지 않고 밖에 나간 거야?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강하영은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알아요. 그래서 이렇게 휴대폰을 빌려서 연락드린 거예요.”강세준의 말투는 여전히 침착하고 우아했다.“…….”강하영은 강세준의 성격이 얼마나 독단적인지 잘 알고 있었다. 분명 그가 잘못한 일인데 이렇게 듣고 보면 또 맞는 말인 것 같았다.“지금 어디야? 집에 오는 길이야?”“네, 엄마. 곧 집에 도착하니까 집에서 봐요.”강세준은 전화를 끊고 휴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