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차미주에게서 보이트 톡이 걸려 왔다."송민영 아주 속이 바질바질 타고 있을 거야. 지금 실검에 돈 막 뿌리고 있대!"송민영은 곧 방영하는 새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마케팅 계정 여러 개를 사서 새 드라마를 홍보하는 방식으로 현재 실검을 억누르려고 했다.유현진이 기사를 보고 있는 도중에 일부 실검은 이미 내려가고 있었다.유현진이 물었다."돈 얼마 뿌렸대?"차미주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생각도 하지 마. 네 출연료보다 더 높아. 너 지금 완전 알거지라 그 돈 못 내놔."유현진이 말했다."카드에 천억은 훨씬 넘어 있는데, 내가 왜 알거지야?"차미주는 할 말을 잃었다."강한서 생각보다 마음이 넓은 사람이구나. 너 그냥 다시 재혼해. 그러다 마음에 안 들면 또 이혼해서 천억 챙겨. 그러다가 기분 풀리면 또 재혼하고. 그러다 또 이혼해서 재산 분할 하고… 그렇게 반복하는 게 너 촬영하는 것보다 훨씬 수입이 짭짤할 거야."유현진은 어이없다는 듯 입꼬리를 씰룩거렸다."너 바보는 아니구나?"차미주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너 진짜 실검 사려고?""됐어. 집 사는 것도 쉽게 결정 못 하는 데, 이제 꼭 필요한 곳에 쓸 거야."차미주도 유현진의 말에 찬성했다."돈 낭비 할 필요 없어. 송민영 이미지는 만들어진 거라 언제든 무너지는 날이 있을 거야. 너도 송민영 너무 쉽게 한 방에 보내지 마. 살살 괴롭혀서 더 오래 아프게 해야 해!우리는 급한 거 없잖아? 송민영이 속 태워야지. 썩은 오이랑 곧 계약 끝날 걸. 썩은 오이 그 쪼잔한 자식 아마 송민영에게 더는 돈 처넣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 실검도 송민영이 자기 돈으로 샀을걸!""일리가 있어. 근데."유현진은 멈칫하다가 계속 말했다."너 왜 한 대표 자꾸 썩은 오이라고 불러?"차미주는 흠칫하며 말했다."맨날 여자 갈아타는 남자가 제정신이야? 썩은 오이 맞아!"유현진이 말했다."한 대표 사람 좋아. 의리도 있고. 가까이 지내면 앞으로 도움받을 일 있을 수도 있어.
전에는 강한서와의 관계를 이용해 그녀 앞에서 마음대로 행동했고 그녀도 강한서의 체면을 봐서 어른 대접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강한서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렸다."몇 시에 올 거야? 데리러 갈까?""괜찮아. 너 빨리 집에 가서 쉬어. 나 택시 타고 가면 돼.""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전화를 끊은 유현진은 시간을 확인했다.'10분도 넘어 통화했는데 강한서 이 자식은 왜 아직도 안 와? 옷 만들어 오는 거야?'그녀는 몸을 일으켜 거울 앞으로 걸어가 셔츠를 보았다.소매는 이미 떨어져 나갔고 등도 찢겨있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찢어졌는지 확인하려고 팔을 높이 들었다. "찌익."하는 소리와 함께 셔츠는 허리까지 찢어져 등이 훤하게 노출되었다.…...그녀는 뒤돌아선 후 머리를 돌려 거울을 보았다. 꼭 알몸에 앞치마를 두른 것 같았다.몇 분을 더 기다렸지만 강한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침대에 던지고 셔츠를 풀기 시작했다.두 번째 단추를 풀던 유현진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다.'굳이 단추 풀 필요 있을까?'그녀는 셔츠 자락을 바지 밖으로 빼낸 뒤 양손으로 꼭 잡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셔츠 자락을 잡은 손이 머리 위로 올라갈 무렵, 갑자기 방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유현진은 다급히 옷을 벗으려고 했지만 단추가 머리카락에 걸리는 바람에 마저 벗지도, 다시 입을 수도 없게 되었다. 방문이 곧 열리려는 순간, 그녀는 높은 소리로 소리쳤다."들어오지 마!"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한서는 방문을 열었고 눈앞의 광경에 그대로 멈춰 섰다.유현진은 침대 옆에서 옷자락을 잡고 두 팔을 머리까지 올리고 있어 상체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강한서의 눈에는 그녀의 브래지어와 새하얀 피부가 들어왔다.유현진은 셔츠 단추가 머리에 걸려 옷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어서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강한서가 이 모습을 보면 반드시 자기를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녀는 어금니를 깨물며
옷 벗으려다가 머리에 걸리지 않나, 또 하필 그 모습을 전남편에게 들키질 않나.유현진은 당장이라도 땅으로 꺼지고 싶었다!'왜 하필 강한서에게 이런 꼴을 보여주고 있는 거야?어쨌든 강한서만 만나면 재수 없다니까!'"나가! 이 거짓말쟁이!"유현진은 머리를 저으며 강한서의 손을 피하려고 했다. 그 와중에도 강한서를 내쫓는 것은 잊지 않았다.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뭘 했다고 거짓말쟁이래?""할머니 위급하시다며, 근데 할머니 어딜 봐서 위급해? 너 말이 씨가 되면 어떡하려고!""내가 언제 위급하다고 그랬어?"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유현진은 당시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확실히 강한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진씨가 정인월이 위급하다고 말했을 뿐, 그런데 강한서의 표정이 어둡다 보니 그녀는 정인월에게 위급한 상황이 생긴 줄로 착각했다.진씨가 말을 절반만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진씨가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은 이랬다."빨리 오세요. 큰 사모님이 마구간에서 준이 옆에 너무 오래 앉아 계시다 보니 다리에 무리가 가서 큰일 날 것 같아요."'비록 내가 착각하긴 했지만, 강한서도 나한테 상황 설명은 안 해줬잖아?'"아, 몰라. 어쨌든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내 몸에 손대지 마!"그녀는 강한서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몇 번이고 그녀의 손을 잡지 못하자, 강한서는 아예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은 후 침대로 넘어뜨리면서 손목을 잡고 그녀의 몸에 올라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러고 나갈래? 가만있어. 내가 풀어줄게!"유현진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이 변태 같은 자식! 당장 내 몸에서 내려와!"그녀는 강한서를 발로 걷어차며 반항했다.강한서는 다리로 그녀의 무릎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그녀의 머리에 걸린 단추를 풀어주며 말했다."변태는 당신 아니야? 내가 들어올 거 뻔히 알면서 문도 안 잠그고 옷을 벗어? 나 유혹하려고 그랬지?"강한서의 말에 유현진은 화가
......유현진의 몸에 올라타 이런 거나 묻다니. 아무리 강한서가 뻔뻔스럽다고 해도 유현진은 전혀 그를 상대해 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강한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그녀에게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또다시 물었다."그렇게 별로냐고?"유현진은 귀찮다는 듯 옷을 뒤집어쓴 채로 강한서를 향해 눈을 부릅떴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나중에 남자친구 생겨서 비교라도 해보면 알겠지. 그때 다시 알려줄게."강한서는 이내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위협적인 말투로 물었다."다른 남자랑 해보고 싶어?""왜? 이혼했으니 다른 남자랑 잘 수도 있지, 안 그래?"유현진은 마치 강한서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다른 집 남편들은 하루에도 여덟 번, 아홉 번 한대. 당신은? 한 번도 어려우면서! 내가 진짜 경험이 없어서 당신한테 깜빡 넘어간 거야! 재혼 전에는 많이 경험해 봐야지. 또 당신 같은 남자 만나면, 절대 결혼 안 해!"강한서는 눈가가 팽팽해지더니 얼굴이 시꺼멓게 변했다."하루에도 여덟 번, 아홉 번? 짐승 새끼이야? 두 번 하고 다리 후들거린다고 해놓고, 그렇게 하고 다음 날 바닥에서 벌벌 기어다니려고?"유현진은 흠칫했다. 강한서의 말에 화가 난 게 아니라 강한서의 험한 말에 놀랐다.욕을 자주 하는 사람은 유현진이다. 강한서는 아무리 입을 나불거려도 절대 유현진처럼 험한 말을 하지 않았다.강한서의 험한 말에 유현진은 자기가 바닥에서 벌벌 기어다니는 상상까지 했다. 강한서는 친절하게 아주 생동한 표현을 썼다.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유현진은 얼굴이 시커메졌다."다음 날 내가 침대에서 내려왔다는 것만으로도 네가 안 된다는 증거야!"단추에서 머리를 풀어주던 강한서는 동작을 멈추고 위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침대에서 내려도 못 오는 느낌이 궁금해?"유현진은 강한서의 말투에서 이상을 느끼고 두 팔로 가슴을 막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궁금해도 당신이랑은 아니야. 당신이 한 말 잊지
그녀는 혹시라도 강한서가 자기의 취향을 발견해 이미지에 금이 갈까 봐 강한서 몰래 웹소설을 다운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강한서는 그녀의 은밀한 취미를 다 알고 있었다.매번 그녀가 아이패드로 영어 공부를 한다며 영어로 된 소설을 보고 있을 때, 강한서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유현진이 하루 종일 보아도 겨우 이해할 수 있었던 내용들을 강한서는 한 번만 보아도 노골적인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한서의 영어 실력은 그녀와 비교할 수 없이 대단하다.화가 난 유현진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강한서 이 나쁜 새끼!'강한서는 괴로워하다가, 화를 내다가, 죽이고 싶다는 표정을 짓는 유현진을 기분 좋게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정말 내 것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개똥 같은 소리!"유현진은 강한서를 노려보았다."그런 건 소설 속에서나 로맨틱하지. 그럼 뭐 표시 당한 사람은 영원히 한 사람만 바라봐야 해? 왜 그래야 해? 난 싫어!"소설은 재미있자고 보는 거지 로망으로 보는 게 아니다. 유현진은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강한서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당신이 표시한다면?"유현진은 순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난 영계들한테 표시할 거야."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이 여자 아주 신났네.'두 사람은 어느새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문이 다시 열렸다.정인월은 침대에 엉켜있는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쾅"하고 문을 다시 닫았다.유현진은 뻥진 표정으로 강한서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발로 강한서의 종아리를 툭툭 차며 말했다."비켜 비켜 비켜, 빨리 떨어져! 이혼한 사람끼리 이러면 할머니가 오해하신단 말이야!"강한서는 느릿느릿 그녀의 몸에서 내려왔다.유현진은 다급히 옷을 입었다.부끄러운 줄 모르는 게 아니라 부부로 생활한 지도 몇 년 됐으니 속옷 차림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속옷 차림으로 욕조에 앉아 샤워씬을 찍은 적도 있으니 그녀는 개의
유현진이 요즘 촬영 중이라는 말에 정인월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그럼 티브이에서 자주 볼 수 있겠네?"유현진은 겸손하게 답했다."중요한 배역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가끔은 볼 수 있을 거예요.""첫 시작이잖아. 앞으로 기회가 많을 거야. 나중에 연기대상도 받아야지."유현진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노력할게요."즐거운 대화가 오가는 중, 강한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한서는 전화 받으러 거실로 나갔다.이 기회를 틈타서 정인월이 말했다."현진아, 강씨 가문에서 많이 힘들었지? 두 사람 이혼 소식은 나도 나중에야 알았어. 내가 이 나이에 널 볼 면목이 없다."유현진은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할머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우리 이혼은 우리 두 사람 사이의 문제예요. 할머니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할머니는 저 예뻐해 주셨잖아요. 비록 우리는 이혼했지만 할머니에 대한 제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정인월은 입술을 오므렸다."솔직하게 말해줘. 한서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일 때문에 이혼한 거야?"유현진은 움츠린 손가락에 힘을 꼭 주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아이 못 가질 수도 있어요. 그래도 우리가 함께하길 바라세요?"정인월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그것 때문에 너와 이혼한 거라면 너 저 자식 영원히 상대하지 마! 자식을 낳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는 필요 없어!"정인월의 예상치 못한 말에 유현진은 어리둥절했다.통화 중이던 강한서는 정인월의 말을 듣고 안색이 굳어졌다.정인월은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는 게 아니라 마치 헤어짐을 응원하는 것 같았다."그런데 한서 그런 놈은 아니야. 한서는 처음부터…...""퍽-"거실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인월은 멈칫하더니 헛기침하며 말했다."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 생각이 뭐가 중요하다고? 두 사람이 서로 좋다면 그걸로 된 거야. 살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내가 그런 일로 반대해서 너희들 힘들게 할 게 뭐 있겠어? 근데 지금 의료 기술도 좋고
정인월은 빙그레 웃었다."현진아, 반지는 너한테 줬을 때 도로 받을 생각 없이 준 거야. 돈이 되는 물건도 아니니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 돈은 두 사람 일이야. 한서 돈이니 한서 마음이야. 만약 받기 싫다면 직접 말해. 나한테는 권리 없어."유현진은 입을 오므렸다.강한서가 도로 받으려 했으면 그녀는 정인월에게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강한서가 기어코 받지 않으려고 하니 유현진은 돌려주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강한서 이 개자식은 왜 이혼하고도 이렇게 귀찮게 굴어!'강한서가 통화를 끝내고 다시 돌아왔을 때, 유현진은 강한서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식사 중에 갑자기 진씨가 들어와서 정인월에게 알렸다."큰 사모님. 주 변호사님이 큰 사모님 뵈러 오셨어요."강한서는 멈칫했다.유현진은 머리를 들어 밖을 보았다.주강운은 선물을 들고 신사답게 진씨 뒤에 서서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할머니, 불쑥 찾아와서 놀라셨죠?"정인월은 활짝 웃으며 주강운을 반겼다."그게 무슨 말이야? 난 너희들이 어렸을 때처럼 여기에 자주 왔으면 좋겠어."정인월은 잠시 멈칫하다가 계속 말했다."밥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어서 앉아."주강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차 수리 맡기느라 아직 밥 못 먹었어요."강한서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갑자기 저번에 한세 한식당에 양주를 들고 찾아갔을 때 송민준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정인월은 다급히 말했다."빨리 수저 내와."진씨 아주머니는 주강운이 가져온 선물을 넘겨받아 놓고는 이내 수저를 가져왔다.주강운은 진씨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유현진과 강한서의 맞은편에 앉았다."강운아, 많이 먹어. 네 집이라고 생각하고 먹고 싶은 거 먹어."주강운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저도 할머니 손자와 마찬가지잖아요."유현진은 갈비찜을 주강운 앞으로 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주 변호사님, 이거 드세요."전에 두 사람은 소송 건으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문뜩 주강운이 달짝지근한 갈비찜을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눈 적이
하지만 바람은 바람일 뿐, 주강운은 전혀 강민서에게 관심이 없다. 게다가 강민서와 결혼하기에는 주강운이 너무 아깝다. 아무리 신미정이 정인월에게 보채도 정인월은 주강운에게 강민서와의 혼사로 말을 꺼낸 적 없었다.어렵사리 한 자리에서 식사하게 되니 정인월도 보통 어른들처럼 주강운에게 물었다."강운아. 귀국한 지도 꽤 됐는데, 집에서 맞선 주선해 주지 않았어?""맞선은 보라고 하시는데 제가 워낙 시간이 없어서요."주강운이 온화하게 답했다."사무소 일로 바빠요, 일부터 해야죠.""일도 일이지만 연애도 중요해. 네 엄마가 소개해 준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할미한테 얘기하렴. 내가 그래도 괜찮은 아가씨들 많이 알고 있어. 어디 요구라도 말해봐. 학력이나 외모나, 혹은 성격이나 직업이나 이런 것들 말이야. 그럼 내가 생각해 볼게."주강운은 당황스러웠다."뭐가 급하다고 그러세요.""급해, 어서 말해봐. 네가 원하는 사람과 맞선을 보아야만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유현진은 주강운의 멋쩍은 표정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결혼 재촉 앞에서는 주 변호사님도 어쩔 수 없네."정인월이 계속 보채자 주강운도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점을 얘기했다."보기 편한 외모에 학력은 대졸이면 되고요. 다른 건 없어요.""보기 편한 외모를 가진 아가씨를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정인월은 진지하게 말했다."우리 한서도 보기에 편한 외모면 된다고 했는데 결국 그 수백 명의 아가씨 중에서 현진이를 골랐잖아. 만약 현진이가 보기 편한 외모라면 강운이 너는 한주시에서 절대 여자친구 못 찾아.""풉- 콜록, 콜록-"유현진은 국을 마시다 사레가 들렸다.강한서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현진을 처음 보았을 때, 강한서는 그녀의 외모에 큰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보면 볼수록 예뻤다.정인월의 말에 주강운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현진 씨가 확실히 보기 편하죠."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유현진도 주강운의 말에 이상함을 감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