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이 떠나겠다는 말에 최성운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져 버렸다.그녀가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이진숙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서정원 씨, 제 어머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그러니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말아요.”최성운은 천천히 서정원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그는 그윽한 눈을 반짝이며 살짝 잠겨있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제발 날 믿어줘요. 더는 당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어머니에 관한 일들을 꼭 처리할 겁니다.”그윽한 최성운의 두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서정원의 가슴이 쿵쿵 뛰게 되었다.그
품에 안긴 여자가 자신에게 기대고 있자 최성운의 입꼬리가 주체하지 못하고 올라갔다.곧바로 비행기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왔고 기내의 전등도 다시 켜졌다.자신이 최성운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서정원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황급히 그를 놓아주었다.“미안해요, 제가 추태를 부렸네요.”“괜찮아요, 다만 좀 놀랐을 뿐이에요.”최성운은 걱정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정말 깜짝 놀랐어요...”서정원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전 제가 이렇게 죽는 줄 알았어요.”“겁이
“가죠.”최성운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길로 존슨을 힐끔 쳐다보며 길 안내를 부탁했다.그렇게 그들은 1호 공장에 도착하게 되었다.“원자재를 사 들여오는 담당자는 누구죠?”최성운은 존슨이 그에게 넘겨준 자료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존슨이 답했다.“앤 씨에요. 프랑스에 있는 모든 원자재는 앤 씨가 한꺼번에 들여오거든요.”“모든 원자재를 앤 씨가 들여온다고요?”서정원은 고개를 들고 존슨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원자재 구매 문제였다면 왜 1호 공장에서만 문제가 생긴 거죠?”“앤 씨는 오래된 직원이에요. 예전부터 줄곧 구매
그러니까, 운송하는 도중에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었다.“창고는 저쪽에 있습니다.”존슨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창고를 가리키며 길을 안내했다.서정원과 최성운은 존슨의 뒤를 따라갔다.창고에 도착할 때 즈음, 갑자기 존슨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최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 좀 받고 올게요.”“네.”최성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정원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창고에 점점 근접해지자 서정원은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리며 긴장해졌고 마치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최성운, 제발 무사해 줘!’서정원은 고통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지금 당장 최성운을 찾아가 직접 두 눈으로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서정원 씨, 깨셨어요?”바로 이때, 존슨이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존슨 씨,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서정원은 존슨을 보자마자 마음이 놓였고 황급히 그에게 물었다.“최성운 씨는요?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최성운 씨 보셨어요?”존슨은 서정원을 바라보더니 다소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최 대표님께서는...”“왜 그래요?”존슨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 서정원은
그러나 그녀의 말에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그는 가만히 침상에 누워있었고 잘생겼던 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굳게 감긴 두 눈 위로 머리엔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고 붕대 사이로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이런 최성운의 모습을 본 서정원은 하마터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뻔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이내 자신에게 무조건 진정하라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의사 선생님, 최성운 씨 괜찮은 거죠?”서정원은 옆에 있던 의사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네, 알겠습니다. 서정원 씨.”존슨은 바로 대답했다.존슨이 돌아간 후, 서정원은 다시 병실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누워있는 최성운을 보니 이따금 다시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조심스럽게 이불을 꼬옥 덮어준 서정원은 최성운의 손을 꼬옥 잡고 마음속으로 계속 최성운에게 별일이 없을 거라며 기도하고 있었다.시계 소리가 째깍째깍 들려올 때마다 서정원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서정원은 이 순간만큼은 1초가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밤이 점점 깊어지고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서정원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전에도 느껴본 적 없는 초조함
“대표님, 서정원 씨는 안전하게 병실로 돌아가셨습니다. 여긴 이젠 아무도 없습니다.”방금까지 혼수상태였던 최성운은 바로 눈을 떴다.그는 몸을 살짝 일으켜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차갑게 말했다.“누구도 의심하고 있는 사람은 없겠죠?”임창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서정원 씨도 대표님이 혼수상태인 줄로 알고 계십니다.”최성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왜 서정원 씨에게도 숨기시는 겁니까? 잔뜩 걱정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아프더군요.”임창원은 살짝 빈정대며 물었다.최성운은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