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방에서 짐 정리를 하고 있던 서정원은 갑자기 기침 소리를 듣게 되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최성운이 그녀의 방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 가운을 입은 채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고 그 모습은 편안하면서도 친근해 보였다. 그의 모습에 서정원은 한순간 멍해졌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최성운은 피식 웃었다.“멋있어요?”“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정신을 차린 그녀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가 성큼성큼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짐 정리는 다 했어요?” “네.”사실
서정원이 떠나겠다는 말에 최성운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져 버렸다.그녀가 떠나려고 하는 이유는 이진숙의 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서정원 씨, 제 어머니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그러니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쓰지 말아요.”최성운은 천천히 서정원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그는 그윽한 눈을 반짝이며 살짝 잠겨있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제발 날 믿어줘요. 더는 당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어머니에 관한 일들을 꼭 처리할 겁니다.”그윽한 최성운의 두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서정원의 가슴이 쿵쿵 뛰게 되었다.그
품에 안긴 여자가 자신에게 기대고 있자 최성운의 입꼬리가 주체하지 못하고 올라갔다.곧바로 비행기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왔고 기내의 전등도 다시 켜졌다.자신이 최성운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서정원은 얼굴이 확 달아오르더니 황급히 그를 놓아주었다.“미안해요, 제가 추태를 부렸네요.”“괜찮아요, 다만 좀 놀랐을 뿐이에요.”최성운은 걱정 가득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정말 깜짝 놀랐어요...”서정원은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전 제가 이렇게 죽는 줄 알았어요.”“겁이
“가죠.”최성운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길로 존슨을 힐끔 쳐다보며 길 안내를 부탁했다.그렇게 그들은 1호 공장에 도착하게 되었다.“원자재를 사 들여오는 담당자는 누구죠?”최성운은 존슨이 그에게 넘겨준 자료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존슨이 답했다.“앤 씨에요. 프랑스에 있는 모든 원자재는 앤 씨가 한꺼번에 들여오거든요.”“모든 원자재를 앤 씨가 들여온다고요?”서정원은 고개를 들고 존슨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원자재 구매 문제였다면 왜 1호 공장에서만 문제가 생긴 거죠?”“앤 씨는 오래된 직원이에요. 예전부터 줄곧 구매
그러니까, 운송하는 도중에 문제가 생겼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었다.“창고는 저쪽에 있습니다.”존슨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창고를 가리키며 길을 안내했다.서정원과 최성운은 존슨의 뒤를 따라갔다.창고에 도착할 때 즈음, 갑자기 존슨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최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 좀 받고 올게요.”“네.”최성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정원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창고에 점점 근접해지자 서정원은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리며 긴장해졌고 마치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최성운, 제발 무사해 줘!’서정원은 고통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그녀는 지금 당장 최성운을 찾아가 직접 두 눈으로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서정원 씨, 깨셨어요?”바로 이때, 존슨이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존슨 씨,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서정원은 존슨을 보자마자 마음이 놓였고 황급히 그에게 물었다.“최성운 씨는요?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요? 최성운 씨 보셨어요?”존슨은 서정원을 바라보더니 다소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최 대표님께서는...”“왜 그래요?”존슨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 서정원은
그러나 그녀의 말에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그는 가만히 침상에 누워있었고 잘생겼던 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굳게 감긴 두 눈 위로 머리엔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고 붕대 사이로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이런 최성운의 모습을 본 서정원은 하마터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뻔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이내 자신에게 무조건 진정하라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의사 선생님, 최성운 씨 괜찮은 거죠?”서정원은 옆에 있던 의사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네, 알겠습니다. 서정원 씨.”존슨은 바로 대답했다.존슨이 돌아간 후, 서정원은 다시 병실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누워있는 최성운을 보니 이따금 다시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조심스럽게 이불을 꼬옥 덮어준 서정원은 최성운의 손을 꼬옥 잡고 마음속으로 계속 최성운에게 별일이 없을 거라며 기도하고 있었다.시계 소리가 째깍째깍 들려올 때마다 서정원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서정원은 이 순간만큼은 1초가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밤이 점점 깊어지고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서정원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전에도 느껴본 적 없는 초조함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