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의 말에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그는 가만히 침상에 누워있었고 잘생겼던 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굳게 감긴 두 눈 위로 머리엔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고 붕대 사이로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이런 최성운의 모습을 본 서정원은 하마터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뻔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이내 자신에게 무조건 진정하라며,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고 말했다.“의사 선생님, 최성운 씨 괜찮은 거죠?”서정원은 옆에 있던 의사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네, 알겠습니다. 서정원 씨.”존슨은 바로 대답했다.존슨이 돌아간 후, 서정원은 다시 병실로 돌아와 고개를 숙이고 누워있는 최성운을 보니 이따금 다시 가슴이 아파지기 시작했다.조심스럽게 이불을 꼬옥 덮어준 서정원은 최성운의 손을 꼬옥 잡고 마음속으로 계속 최성운에게 별일이 없을 거라며 기도하고 있었다.시계 소리가 째깍째깍 들려올 때마다 서정원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서정원은 이 순간만큼은 1초가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밤이 점점 깊어지고 침대 옆에 앉아 있던 서정원은 전혀 졸리지 않았다.전에도 느껴본 적 없는 초조함
“대표님, 서정원 씨는 안전하게 병실로 돌아가셨습니다. 여긴 이젠 아무도 없습니다.”방금까지 혼수상태였던 최성운은 바로 눈을 떴다.그는 몸을 살짝 일으켜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차갑게 말했다.“누구도 의심하고 있는 사람은 없겠죠?”임창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서정원 씨도 대표님이 혼수상태인 줄로 알고 계십니다.”최성운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왜 서정원 씨에게도 숨기시는 겁니까? 잔뜩 걱정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아프더군요.”임창원은 살짝 빈정대며 물었다.최성운은 그저 덤덤한 표정을 지으
“들어가서 최성운 씨만 확인하고 나올게요.”서정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임 실장님께서 다른 지시 없이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경호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들도 서정원이 최성운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임창원이 그들에게 지시를 내렸기에 서정원을 막는 수밖에 없었다.서정원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휴대폰을 꺼내 임창원에게 전화했다.임창원은 울리는 휴대폰에 고개를 숙여 확인했고 발신인이 서정원이라는 것을 본 그는 바로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서정원 씨, 무슨 일이에요?”임창원이
서정원은 웅얼거리며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최성운 씨. 꼭 괜찮을 거예요.”순간 마음이 따스해진 최성운은 보기 드문 아주 다정한 눈길로 서정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엔 초췌함이 깃들어 있었고 입술 또한 피곤함에 창백해져 있어 아마도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았다.최성운은 천천히 몸을 돌려 서정원의 하얀 이마에 살짝 키스했다.“이 모든 건 빨리 해결될 거예요.”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볕이 유리창을 통해 병실 안으로 들어와 서정원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눈앞이 환해지자 서정원은 눈을 떴다.그녀는 자신의 몸
최성운의 그윽한 시선이 서정원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그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서정원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살짝 한숨을 내쉰 서정원은 고개를 들고 그의 그윽한 두 눈과 눈을 맞추더니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최성운은 미소를 지었다.“방금 한 말, 한 글자도 빠짐없이 듣고 있었는데요.”“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요?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서정원은 다소 민망한 듯 최성운을 째려보며 말했다.‘이 사악한 남자가, 지금 연기로 날 속였어?!'이럴 줄 알았다면 그녀는 처
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정원이 고개를 돌리자 서늘한 기운이 최성운에게서 흘러나왔다.“방금, 할아버지와 한 말 진심이에요?”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자꾸 파혼 얘기를 쉽게 꺼내는 거지?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때가 되면 알게 될 거예요.”서정원은 눈앞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남자를 무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두 달 뒤에 최성운 씨에게 답변을 드린다고 했잖아요.”바로 이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얼른 누워요.”서정원은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최성운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곧게 누웠고 서정원은 그
“임 실장님 쪽에서는 뭔가 알아내신 게 있대요?”최성운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서정원이 입을 열었다.최성운은 뒤로 살짝 기대며 나직하게 말했다.“아직 알아보는 중이에요. 곧 알아낼 겁니다.”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반드시 존슨이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증거를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될 거예요.”최성운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정원을 힐끔 바라보았다.“걱정 마요. 제가 있으니 존슨도 얼마 가지 못할 거예요.”최성운의 여유로운 미소를 본 서정원은 마음이 놓였다.그녀가 안토니에게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