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죠.”존슨은 다소 건방진 표정으로 서정원을 향해 도발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어두워진 안색으로 당당하게 말했다.“원래 저는 운성 그룹의 공식 입장문을 읽은 후 기자회견을 끝마치는 게 제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전 제 양심을 배반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렇게 오늘, 기자회견에서 진상을 밝히기로 한 것입니다.”“양심이라고요? 당신의 양심은 개가 뜯어 먹었겠죠.”서정원은 입꼬리를 당겨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서정원의 말에 기자들은 서정원을 둘러싸고 질문 폭격을 해댔다.“서정원 씨, 존슨 씨의 말이 모
“서정원 씨의 얘기를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존슨은 손을 저으며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절대 저 여자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서정원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이야기인지 아닌지 곧 알게 될 겁니다.”서정원의 시선이 회의실 문 쪽으로 향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최성운 씨는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지?'계획대로라면 임창원은 이미 증거를 수집했을 것이고 최성운도 회의실에 도착해야 마땅한 시간이었다.‘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그녀는 하는 수
존슨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제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음성 감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왜요, 두려우세요?”서정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이미 존슨이 음성 감정을 원치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하하.”존슨은 마른 웃음을 지었다.“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녹음 하나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뭘 증명할 수 없다는 거죠? 만약 통화 녹음 속의 남자 목소리가 존슨 씨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왜 음성 감정을 거부하는 거죠?”서정원은 빈
모든 걸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지만, 그는 최성운이 멀쩡히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최성운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전혀 생명이 위독했던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러니까... 최성운이 깨어나지 못한 게 모두 연기였던 거란 말이야?!최성운이 일부러 깨어나지 못한 척하면서 그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든 후 몰래 뒤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니!최성운의 목적은 바로 오늘 기자회견에서 그가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하기 위함이었다!그제야 모든 걸 알아챈 존슨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너무 방심했다!
최성운이 따지듯 묻자 존슨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최성운에게 왜 이 영상이 있는 거지?’조금 전 그 녹음은 핑계를 대며 한사코 발뺌할 수 있었지만, 이 영상은 도저히 해명할 길이 없었다.영상 속 사람은 분명 그와 마릴린이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영상을 확인한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존슨이 배신자였다니.”“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짓밟고 심지어 폭발까지 계획했어. 정말 사람도 아니야!”“마릴린도 참으로 사람이 덜됐어
“다들 잘 보셨겠죠? 이번 ‘얼음과 불’ 사건은 ‘러브앤어펙션’이 악의적으로 꾸민 일입니다. 그리고 이 일의 배후는 존슨 씨입니다. 저희 운성 그룹은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할 겁니다!”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서정원은 고개를 돌려 최성운을 바라봤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이 풍파가 지나고 나니 서정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인터넷에서도 운성 그룹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사람들은 러브앤어펙션을 비난하고 최성운과 서정원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여자를 유혹하는 72가지 방법? 이게 뭐지?’최성운은 차갑게 임창원을 바라보다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재미없어요!”하지만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이 임창원에게서 그 책을 가져갔다.임창원은 최성운의 뒤를 따르며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전 내일 해성시로 돌아가겠습니다.”“그래요.”최성운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최성운은 임창원의 일 처리 능력을 믿고 있었기에 안심했다.요 며칠 임창원이 돌아가서 회사를 지켜볼 것이고 최성운은 원격으로 지휘하기만 하면
“그래. 남자친구가 아니라 약혼자야.”“...”“언니, 약혼자가 이렇게 아껴주다니 정말 너무 부러워요!”여자아이는 말을 마친 뒤 돈을 들고 들뜬 모습으로 떠났다.최성운은 장미꽃을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선물이에요.”서정원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질래요.”“마음에 안 들어요?”최성운은 좀 답답한 듯 입을 열었다.“여자들은 다 장미꽃을 좋아한다면서요?”어제 그가 본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여자의 마음을 얻는 첫 번째 방법은 꽃을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그런데 서정원에게는 소용없는 것 같았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