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씨의 얘기를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존슨은 손을 저으며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절대 저 여자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서정원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이야기인지 아닌지 곧 알게 될 겁니다.”서정원의 시선이 회의실 문 쪽으로 향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최성운 씨는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지?'계획대로라면 임창원은 이미 증거를 수집했을 것이고 최성운도 회의실에 도착해야 마땅한 시간이었다.‘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그녀는 하는 수
존슨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제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음성 감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왜요, 두려우세요?”서정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이미 존슨이 음성 감정을 원치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하하.”존슨은 마른 웃음을 지었다.“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녹음 하나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뭘 증명할 수 없다는 거죠? 만약 통화 녹음 속의 남자 목소리가 존슨 씨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왜 음성 감정을 거부하는 거죠?”서정원은 빈
모든 걸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지만, 그는 최성운이 멀쩡히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최성운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전혀 생명이 위독했던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러니까... 최성운이 깨어나지 못한 게 모두 연기였던 거란 말이야?!최성운이 일부러 깨어나지 못한 척하면서 그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든 후 몰래 뒤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니!최성운의 목적은 바로 오늘 기자회견에서 그가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하기 위함이었다!그제야 모든 걸 알아챈 존슨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너무 방심했다!
최성운이 따지듯 묻자 존슨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최성운에게 왜 이 영상이 있는 거지?’조금 전 그 녹음은 핑계를 대며 한사코 발뺌할 수 있었지만, 이 영상은 도저히 해명할 길이 없었다.영상 속 사람은 분명 그와 마릴린이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영상을 확인한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존슨이 배신자였다니.”“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짓밟고 심지어 폭발까지 계획했어. 정말 사람도 아니야!”“마릴린도 참으로 사람이 덜됐어
“다들 잘 보셨겠죠? 이번 ‘얼음과 불’ 사건은 ‘러브앤어펙션’이 악의적으로 꾸민 일입니다. 그리고 이 일의 배후는 존슨 씨입니다. 저희 운성 그룹은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할 겁니다!”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서정원은 고개를 돌려 최성운을 바라봤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이 풍파가 지나고 나니 서정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인터넷에서도 운성 그룹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사람들은 러브앤어펙션을 비난하고 최성운과 서정원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
‘여자를 유혹하는 72가지 방법? 이게 뭐지?’최성운은 차갑게 임창원을 바라보다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재미없어요!”하지만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이 임창원에게서 그 책을 가져갔다.임창원은 최성운의 뒤를 따르며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전 내일 해성시로 돌아가겠습니다.”“그래요.”최성운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최성운은 임창원의 일 처리 능력을 믿고 있었기에 안심했다.요 며칠 임창원이 돌아가서 회사를 지켜볼 것이고 최성운은 원격으로 지휘하기만 하면
“그래. 남자친구가 아니라 약혼자야.”“...”“언니, 약혼자가 이렇게 아껴주다니 정말 너무 부러워요!”여자아이는 말을 마친 뒤 돈을 들고 들뜬 모습으로 떠났다.최성운은 장미꽃을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선물이에요.”서정원은 고개를 저었다.“안 가질래요.”“마음에 안 들어요?”최성운은 좀 답답한 듯 입을 열었다.“여자들은 다 장미꽃을 좋아한다면서요?”어제 그가 본 책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여자의 마음을 얻는 첫 번째 방법은 꽃을 선물로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그런데 서정원에게는 소용없는 것 같았
열두 살 때 한 번 크게 앓았던 서정원은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다. 병이 나은 후 서정원은 그 전의 많은 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할아버지는 서정원에게 그녀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함께 돌아가셨다고 알려줬다.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서정원은 여전히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매번 어릴 때 있었던 일을 회상하려고 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기에 서정원은 대부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그런데 왜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세 식구가 놀이공원에 놀러 가던 기억이 떠오른 걸까?너무 진짜 같았다.서정원의 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