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정원이 고개를 돌리자 서늘한 기운이 최성운에게서 흘러나왔다.“방금, 할아버지와 한 말 진심이에요?”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왜 자꾸 파혼 얘기를 쉽게 꺼내는 거지? 도대체 뭐 하자는 거지?'“때가 되면 알게 될 거예요.”서정원은 눈앞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남자를 무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두 달 뒤에 최성운 씨에게 답변을 드린다고 했잖아요.”바로 이때, 누군가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얼른 누워요.”서정원은 낮게 속삭이듯 말했다.최성운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다시 곧게 누웠고 서정원은 그
“임 실장님 쪽에서는 뭔가 알아내신 게 있대요?”최성운의 기세등등한 모습에 서정원이 입을 열었다.최성운은 뒤로 살짝 기대며 나직하게 말했다.“아직 알아보는 중이에요. 곧 알아낼 겁니다.”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린 반드시 존슨이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증거를 찾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아주 불리한 상황이 될 거예요.”최성운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서정원을 힐끔 바라보았다.“걱정 마요. 제가 있으니 존슨도 얼마 가지 못할 거예요.”최성운의 여유로운 미소를 본 서정원은 마음이 놓였다.그녀가 안토니에게 부탁
“물론이죠.”존슨은 다소 건방진 표정으로 서정원을 향해 도발의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어두워진 안색으로 당당하게 말했다.“원래 저는 운성 그룹의 공식 입장문을 읽은 후 기자회견을 끝마치는 게 제 업무였습니다. 하지만 전 제 양심을 배반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이렇게 오늘, 기자회견에서 진상을 밝히기로 한 것입니다.”“양심이라고요? 당신의 양심은 개가 뜯어 먹었겠죠.”서정원은 입꼬리를 당겨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서정원의 말에 기자들은 서정원을 둘러싸고 질문 폭격을 해댔다.“서정원 씨, 존슨 씨의 말이 모
“서정원 씨의 얘기를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가 있는 줄은 몰랐군요.”존슨은 손을 저으며 기자들을 향해 말했다.“절대 저 여자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서정원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이야기인지 아닌지 곧 알게 될 겁니다.”서정원의 시선이 회의실 문 쪽으로 향했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최성운 씨는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지?'계획대로라면 임창원은 이미 증거를 수집했을 것이고 최성운도 회의실에 도착해야 마땅한 시간이었다.‘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그녀는 하는 수
존슨의 주먹에 힘이 꽉 들어갔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잔뜩 어두워진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제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음성 감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왜요, 두려우세요?”서정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는 이미 존슨이 음성 감정을 원치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하하.”존슨은 마른 웃음을 지었다.“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녹음 하나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뭘 증명할 수 없다는 거죠? 만약 통화 녹음 속의 남자 목소리가 존슨 씨의 목소리가 아니라면 왜 음성 감정을 거부하는 거죠?”서정원은 빈
모든 걸 예상하고 계획을 세웠지만, 그는 최성운이 멀쩡히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최성운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니 전혀 생명이 위독했던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러니까... 최성운이 깨어나지 못한 게 모두 연기였던 거란 말이야?!최성운이 일부러 깨어나지 못한 척하면서 그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든 후 몰래 뒤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다니!최성운의 목적은 바로 오늘 기자회견에서 그가 스스로 함정에 빠지게 하기 위함이었다!그제야 모든 걸 알아챈 존슨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는 너무 방심했다!
최성운이 따지듯 묻자 존슨의 안색이 흐려졌다. 그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최성운에게 왜 이 영상이 있는 거지?’조금 전 그 녹음은 핑계를 대며 한사코 발뺌할 수 있었지만, 이 영상은 도저히 해명할 길이 없었다.영상 속 사람은 분명 그와 마릴린이었기 때문이다.사람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영상을 확인한 그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존슨이 배신자였다니.”“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위해 소비자의 권리를 짓밟고 심지어 폭발까지 계획했어. 정말 사람도 아니야!”“마릴린도 참으로 사람이 덜됐어
“다들 잘 보셨겠죠? 이번 ‘얼음과 불’ 사건은 ‘러브앤어펙션’이 악의적으로 꾸민 일입니다. 그리고 이 일의 배후는 존슨 씨입니다. 저희 운성 그룹은 이 사건을 교훈으로 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할 겁니다!”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서정원은 고개를 돌려 최성운을 바라봤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주위가 고요해졌다.이 풍파가 지나고 나니 서정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인터넷에서도 운성 그룹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사람들은 러브앤어펙션을 비난하고 최성운과 서정원을 우러러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