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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이자를 먼저 받다

방에는 벽 외에 다 타버리고 틀만 남은 가구들뿐이었다.

고다정은 포기하지 않고 한참 뒤적였다. 그러나 태산이 말했던 것과 같았다. 아무런 단서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핑크빛 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는데 기분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지하실도 있다고 들었는데, 지하실도 한 번 가봐요.”

여준재는 그녀가 이런 결과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태산에게 눈짓했다.

태산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다정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태산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하고 고다정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2분 후, 세 사람은 지하실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표정이 시무룩해진 고다정을 본 여준재는 그녀를 품에 안고 달랬다.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다른 방법 생각해 보면 되죠.”

“다른 방법이 더는 없어요. 이 의사가 마지막 증인이에요. 다른 증거가 있었더라면 나도 이 의사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는 않았을 거예요.”

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

여준재는 침착한 그녀의 모습을 더는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

세 사람은 침묵 속에서 다시 시내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간 후 풀이 죽은 고다정은 소파에 앉아 자신이 너무 무능한 건 아닌지 하고 의심했다.

‘몇 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스승님과 준재 씨의 도움도 있는데 어머니를 위해 복수할 수 없다니.’

여준재는 안쓰러운 눈길로 상심해 하는 고다정을 바라보았다.

고다정이 이 일로 속상해하는 걸 원치 않는 여준재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사실 유일한 증인이 사라졌다고 해도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잡아 벌을 받게 할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

고다정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왜 다정 씨에게 거짓말을 하겠어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속상해하던 고다정은 여준재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흥분해 하면서 물었다.

“심여진이 우리 엄마를 죽였다는 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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