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진은 GS그룹을 진시목에게 팔아넘긴 후, 작은 별장을 하나를 구매하고는 진씨 저택에서 나왔다. 그 별장에서 노후 생활을 즐길 생각이었다.그녀가 금방 샤워하고 쉬려고 할 때, 별장 전체가 갑자기 어두컴컴해졌다.“아!”깜짝 놀란 심여진은 비명을 지르더니 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얼마 후, 그녀는 진정하고 창문을 통해 비춰 들어오는 달빛을 타고 벽을 더듬으며 방에서 나와 소리쳤다.“누구 없어?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갑자기 정전되고 난리야?”그녀가 여러 번 소리 쳤지만 그녀의 말에 답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주변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아주 고요했다.“젠장, 다 어디 간 거야?”누구도 그녀의 말에 답해주지 않자 그녀는 점차 화가 치밀어 올랐다.두어 번 더 소리쳐보았지만 여전히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욕설을 퍼부으며 방으로 돌아가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경비실에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방에 들어선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창문 유리가 갑자기 산산조각이 나면서 거센 바람이 몰아쳐 들어왔다.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 사이로 빨간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가 나타났다. 이윽고 소름 돋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여진, 내 목숨 내놔.”“귀신이야!”경황실색한 심여진은 비명을 지르더니 너무 놀란 탓에 정신을 잃고 꼬꾸라졌다.창문에 매달려 있던 여자는 눈을 가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방에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조심스레 심여진 곁으로 다가가 그녀가 진정으로 쓰러졌는지 확인했다. 그녀가 정신을 잃었다는 걸 확인한 여자는 입을 삐죽거리며 무선기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정신 잃고 쓰러졌어요. 오늘 저녁 미션은 끝내도 될 것 같아요.”“너무 조급해하지 마. 대표님이 원하는 단서나 범죄 증거가 없는지 찾아봐.”무선기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자는 명을 받고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여자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말했다.
“고다정!”심여진은 이를 뿌득뿌득 갈며 고다빈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다정 외에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할 사람이 더는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녀는 고다정이 이런 일을 벌인 목적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강수지를 위해 복수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으니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하려는 게 분명했다.고다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심여진을 보며 잔머리를 굴렸다.“이번 일은 신고해도 될 것 같아요.”“그래도 되는 거야?”심여진은 바로 수긍하지 않고 의심스러운 눈길로 고다빈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저 추측일 뿐,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고다빈은 망설이는 심여진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증거가 없으면 증거를 만들면 되죠. 게다가 저랑 고다정이 사이가 안 좋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어제 그렇게 소란스러웠는데도 경비실에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잖아요. 우리가 책임을 물으면 그들 명성만 나빠질 뿐, 과연 그들이 가만있을까요? 분명히 고다정을 까발리려 할 거예요.”고다빈은 어젯밤 경비실 사람들이 제때 나타나지 않은 게 다 고다정이 그들을 포섭한 탓이라고 의심했다.심여진도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럼 신고하자.”그녀는 이내 무언갈 떠올렸는지 말을 보태었다.“참, 어제 현장은 아직 그대로지?”고다빈은 머리를 저었다.“그대로예요. 특별히 청소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처음부터 이미 다 계획해두었구나.”심여진은 의미심장한 눈길로 고다빈을 바라보았다.고다빈도 부인하지 않았다.“고다정 그 천박한 년도 다른 사람에게 심문받는 기분을 맛보게 해줘야죠.”사실 그녀는 이보다 고다정을 구치소로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여준재가 고다정의 곁에 있는 탓에 일이 쉽게 성사되지는 않을 거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고다정이 잡혀들어가기만 해도 그 두 사람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녀 또한 이 일로 진시목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다정과 여준재가 꿈나라로 갔을 때, 국내에 있던 심여진도 조사결과를 알게 되었다.“심여진 씨, 집에서 고다정 씨를 범인으로 지목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현장에 창문 유리 조각 외에는 아무런 지문도 심지어 발자국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경찰은 공식적인 어투로 조사결과를 그녀에게 알려줬다.심여진과 고다빈은 다 멍해졌다.“그럴 리가요.”두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눈길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고다빈이 이내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감시 카메라는요? 그리고 경비실 사람들은 왜 제때 나타나지 않은 거죠?”“일이 발생할 때 정전하는 바람에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경비실은 통제실도 정전하고 또 당직을 서는 사람이 모자란 탓에 그런 일이 발생한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네요. 그리고 주변 이웃과도 물어봤는데 다 깊이 자고 있었던 탓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답니다. 대부분 이튿날 아침에 어머니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셨어요.”경찰은 조사결과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병상에 있는 심여진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벽에 있는 글자도 조사해보았는데 여전히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어요. 당연히 귀신이 한 짓이 아니라 사람이 한 짓은 분명한데 현장 처리 능력이 아주 숙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범인을 빠른 시간내에 잡고 싶거든 누굴 건드렸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경찰의 말을 듣자마자 심여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최근에 건드린 사람은 전남편과 전남편 딸 고다정밖에 없다니까요. 내가 고씨 집안이 제일 힘든 시기에 이혼하고 떠났다고 앙갚음하는 게 분명해요. 그리고 전에 고다정이 제가 자신의 엄마를 살해한 범인이라고 의심했었는데 그 일로 경찰서까지 갔었어요. 나중에는 증거가 없어서 그냥 마무리 지었어요.”심여진은 끝까지 고다정이 한 짓이라고 고집부렸다.경찰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럼 두 사람에게 연락해서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고다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반짝였다.“경찰서로 데려가서 심문하는 건가요?”“아
고다정의 말을 들은 경찰은 그녀의 뜻을 깨달았다.경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높이 평가했다.“저희도 고다정 씨의 인품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다정 씨가 성본이 낮은 약을 개발한 덕분에 약을 사지 못하던 사람들도 다 약을 쓸 수 있게 되었죠. 저희 윗선에서도 국가에 중대한 공헌을 하신 고다정 씨가 누명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여기까지 부르신 것도 규정대로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괜찮습니다. 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게 당연한 일인걸요.”고다정은 생긋 웃으며 답했다.그녀는 기분이 유난히 좋았다.아마 사람들이 자신의 공헌을 알아줘서일 것이다.담화가 끝난 후 두 명의 경찰은 두 사람을 경찰서 문 앞까지 배웅해줬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기자들에게 포위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다정과 여준재가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소식을 전해 들은 고다빈이 기자들에게 소식을 퍼뜨린 것이다.두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으나 어떻게 해서든 고다정을 불쾌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다.기자들은 흥분해 하며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하려고 했다.“여 대표님, 고다정 씨, 이번엔 무슨 이유로 경찰서를 방문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반년 동안 경찰서에 여러 번 드나드는 것 같은데, 고다정 씨, 운이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형사님, 사건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수많은 기자들이 몰려든 걸 본 여준재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고다정의 표정도 굳었다.두 사람은 누군가가 일부러 기자들을 부른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 누군가가 고다빈과 심여진이라는 것도 뻔했다.상황을 파악한 경찰 측은 신속히 나와 질서를 유지했다.특히 이번 사건을 책임진 경찰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냥 넘어가버리면 기자들이 이상한 기사를 퍼뜨릴 것이 분명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는 고다정의 동의를 받고 경찰 측을 대표해 발언했다.“오늘 고다정 씨와 여준재 씨
구남준도 오래 남을 생각이 없었는지라 진시목이 말을 꺼내자마자 인사하고 떠났다.그가 떠난 후, 진시목의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진시목은 폰을 꺼내 들고 고다빈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버튼을 누르기 일 초 전에 생각이 바뀌어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이내 전화 너머에서 음성 변조기를 사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죠?”“저 고다빈과 이혼하고 싶어요. 고다빈을 남겨보았자 우리 계획만 망칠 거예요.”진시목은 자신이 전화한 목적을 이실직고했다.그는 원래 GS그룹을 손에 넣자마자 고다빈과 이혼 할 생각이었는데 자신의 평판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이 고다빈을 남겨두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가만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진시목은 현재 고다빈을 남겨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그녀와 이혼하고 싶었다.제일 중요한 건 그의 애인이 임신했는데 그는 그 아이를 사생아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고다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 즉 손건우는 진시목의 생각을 동의하지 않았다.“고다빈 그 여자 아직 쓸모가 있다고 말했었잖아요. 고다빈이 계획을 망칠까 봐 걱정되는 거면 내가 가서 경고할게요.”손건우는 멈칫하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진시목을 경고했다.“고다빈이 계획을 망칠 거라고 계속 걱정하는 것 같은데, 당신이 무슨 속셈인지 다 알고 있어요. 고다빈이 계획을 망치는 게 싫으면 바람피운 사실을 잘 숨기도록 해요. 내 계획에 불찰이라도 생기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 자리에 앉혀준 만큼 끌어내릴 수도 있으니까.”진시목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손건우가 그를 감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이는 한창 잘나가는 오기 있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그런데 상대방은 진시목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폰을 꽉 쥐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알겠어요.”손건우는 그
집으로 돌아온 두 아이는 강말숙에게 여름 방학에 놀러 갔다 온 이야기를 들려줬다.심해영과 여진성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아이들과 외할머니가 기뻐하는 모습을 본 고다정은 자신이 막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옆에 있던 여준재도, 눈앞의 장면이 더없이 화목하게 느껴졌다.그들은 밥을 먹기 전까지 웃고 떠드는 걸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한가로운 시간은 항상 짧은 법이다.고다정이 돌아온 것을 안 연구소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불러냈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채성휘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기에 그녀는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저, 오늘 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준재 씨, 아이들과 외할머니를 부탁해요.""야식 가져다드릴까요?"여준재가 관심하며 그녀를 바라봤다.늦은 밤에 달려나가는 고다정을 보며, 그는 연구소에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 일을 도울 수 없었기에 그는 묵묵히 그녀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고다정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연구소에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 있어요. 배가 고프면 스승님께 먹을 것 좀 만들어 달라고 하면 돼요."그녀는 두 아이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당부한 뒤, 외할머니께 일찍 쉬라고 말하고는 연구소로 향했다.연구소에는 확실히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화국 고위급 간부들이 특효약을 개발할 때 변이 상황이 나타나며 유독물질이 생겨났기 때문이다.고위급 간부들도 해결 방안을 찾아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효과가 너무 형편이 없었기에 연구 자료를 써준 그들을 찾아와 해결책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윗선에서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양쪽에서 함께 이 문제를 연구하라고 했다.연구소에 도착한 고다정은 채성휘의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지금 어디까지 연구했어요?"그녀가 채성휘를 보며 물었다.고다정은 며칠 자리를 비운 탓에 연구 진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채성휘가 입을 열었다."고위급 간부들보다 느려요. 우린 지금 발효 약물의 기초만 연구했어요.""채 선
곧 두 사람은 아래층 거실로 내려왔다.유라는 유준재 옆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유준재가 거절했다."저쪽에 가서 앉아.""갑자기 왜 그래? 우리 예전에도 나란히 앉아서 술 마셨잖아."유준재가 거리를 두자 유라는 모르는 척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직설적으로 말했다."너도 말했듯이 그건 예전이야. 지금은 지금이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뭐가 달라졌는데?"유라가 단념하지 않고 여준재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내가 이미 자리에 앉았는데 설마 나더러 또 저쪽에 가서 앉으라고 하겠어?'여준재는 확실히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1인용 소파에 가서 앉았다.이를 본 유라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준재야, 너 요즘 나에게 너무 차갑게 구는 거 아니야?""내가 언제 따뜻하게 대해준 적이 있었어?"여준재가 냉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유라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유라는 콧방귀를 끼며 술 병마개에 화풀이하듯이 있는 힘껏 와인을 따고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준재 너, 약혼자가 생긴 뒤부터 예전과 많이 달라진 거 알아? 내가 어렵게 이곳에 왔는데 놀러갈 때 날 데려가지도 않고 오히려 나와 사이도 멀어졌잖아. 다정 씨만 챙기고 친구는 뒷전인 거야?"말하면서 그녀는 술을 한잔 따라 여준재에게 건네줬다.여준재는 바로 술잔을 받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은 언젠가 변해."이 말을 들은 유라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해졌다.그녀는 있는 힘껏 와인잔을 움켜쥐었다가 실수로 잔을 깨뜨리고 말았다.부서진 술잔이 상 위에 널브러졌고, 빨간 와인과 함께 유라의 피도 상 위로 떨어졌다.이를 본 여준재가 미간을 찌푸리고 옆에 놓여있던 휴지를 유라에게 건네주었다.그녀는 켕기는 게 있는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나도 모르게 힘을 너무 많이 준 것 같네."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마디 하고는 재빠르게 상 위를 치우면서 말했다."와인 잔 하
방으로 돌아온 유라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준재가 고다정 그년 때문에 십여 년 동안 쌓아온 우리 우정을 무시하고 협력관계를 끝낼 생각도 하고 있다니. 절대 고다정 그년을 가만히 내버려 둬서는 안 되겠어!'유라는 자신이 손을 써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유라의 머릿속에 클럽에서 만났던 여자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바로 자신의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다빈이 지금까지 너에게 연락이 없었던 거 맞지?"클럽에서 나온 뒤로 그녀는 사람을 시켜 고다빈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래서 고다빈이 고다정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부하의 공손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네. 저에게 연락한 적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유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고다빈, 고다정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거 아니야? 왜 지금까지 참고 있는 거지?'유라는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사실이 명령을 내리는 것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고다빈이 널 찾지 않았다면, 네가 먼저 연락해봐. 그 여자와 합작해야 해. 그 여자가 고다정에게 손만 써준다면 무슨 요구든지 다 들어준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부하는 명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고다빈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 시각 고다빈은 진씨 가문 별장에서 진시목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진시목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곧 새벽이 다가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고다빈은 진시목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전화기 너머에서 기계음이 들려오자 고다빈은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빌어먹을, 진시목이 핸드폰을 꺼놓다니!'고다빈은 포기하지 않고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었다.그녀는 할 수 없이 진시목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드디어 이번에는 전화가 통했다. 그녀는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어딨어요?""... 고다빈 씨, 제가 회사에서 나올 때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