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라는 여인을 보며 여준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하얀 얼굴을 만지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아침 일찍 왔어요. 아침을 가져다주려고 온 건데 곤히 잠들어 있는 다정 씨를 깨울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나도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자서 다정 씨를 안고 잠들었어요.""준재 씨는 왜 잠을 잘 못 잔 거예요?"고다정이 물었다.여준재는 그녀를 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다정 씨가 없어서요."간단한 대답이 없지만 고다정은 꿀을 먹은 듯 마음속이 달콤해 났다."아침 일찍 사탕 먹었어요? 이렇게 말을 잘하다니."그녀는 여준재를 놀리며 입꼬리를 올리고는 환하게 웃었다.여준재는 눈썹을 치켜뜨며 큰 손을 뻗어 고다정의 허리를 감싸 자신의 앞으로 데려오며 머리를 숙이고 말했다."사탕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키스해 보면 알 수 있잖아요."말을 마친 그는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했다.자신의 말에 여준재가 이런 식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다. 고다정은 금방 일어났기에 아직 칫솔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멈칫하며 남자를 밀어내려 했다.그녀의 얼굴과 눈에 담긴 감정을 본 여준재는 알아차렸다는 듯이 서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신경 쓰지 않아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다시 고다정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이번에는 고다정도 여준재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꼭 껴안고 그의 사랑을 느꼈다.그들은 여기가 집이 아닌 연구소 사무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키스만 하고는 이성을 붙잡고 서로 떨어졌다.고다정은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맥없이 침대에 누웠다. 핑크색 입술이 조금은 부어오른 것 같았다. 그녀가 누워있는 모습은 마치 잘 익은 열매처럼 따러 오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여준재는 그녀를 보며 자신이 충동적인 일을 벌이지 못하게 있는 힘을 다해 통제했다.그는 자신이 충동적인 일을 벌이지 못하게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옷매무새를 다지고는 옆에 놓여있던 도시락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식당에 가서 아침밥을 데워서 올게요."말을 마친 그는
고다빈이 자신을 훑어보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남자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그는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고다빈 씨, 제 주인님께서는 고다빈 씨가 고다정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다. 고다정이 제 주인님에게 미움을 샀습니다. 고다빈 씨가 고다정을 처리해 준다면 제 주인님께서 어떠한 요구든지 들어주신다고 하셨습니다.""법에 어긋나는 일도 되나요?"고다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주인님이 누구예요? 나를 돕고 싶다면 왜 본인이 직접 오지 않고 뒤에 숨어서 일을 지시하는 거죠? 너무 성의가 없는 거 아니에요?"남자는 눈을 치켜뜨며 고다빈의 태도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인님이 지시한 일이기에 그는 화를 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 주인님이 누군지 당신은 지금 알 자격이 없어요. 고다정을 상대하는 일을 할 건가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 사람들을 빌려줄 수도 있어요."그의 마지막 말이 고다정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그녀는 고다정을 너무 상대하고 싶었다. 꿈에서도 고다정이 여준재에게 버림받고 비참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잘 지내고 있는 게 돋보이는 것 같았다.고다빈은 고다정을 상대하고 싶어도 익명의 브로커 외에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그녀의 증오가 익명의 브로커가 한 경고보다 더 컸다."고다정을 못살게 굴 수만 있다면 난 하고 싶어요. 당신들은 고다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요? 지금은 고다정 뒤에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확신이 없는 일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네요. 잘 못 하면 나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요."고다빈이 동의도 거절도 하지 않은 채 머리를 들고 남자를 바라봤다.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그 여자 뒤에 있는 사람은 여준재 아니에요? 여준재는 우리 주인님께서 해결할 거예요."남자의 말을 들은 고다빈은 손가락
"뭐라고요? 우리 엄마 정상이에요. 미쳤다니요?"고다빈이 화를 내며 의사를 노려보았다.옆에 있던 간병인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지 입을 열었다."미치지 않고서야 왜 보는 사람마다 강수지 이 천한 년이라고 말하며 죽여버리겠다고 하나요? 우리 간병인들이 어머니를 제재하다가 다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에요. 못 믿겠으면 CCTV 보여드릴게요."간병인의 말을 들은 고다빈은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이때, 그녀의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설마 고다정이 한 짓이야?'자기 어머니는 자신이 젤 잘 알았다. 강수지의 일을 이렇게 대중들에게 말하고 다닐 사람이 아녔다.여기까지 생각한 고다빈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를 데리고 얼른 병원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우리 엄마 이 병원 오기 전까지 멀쩡했어요. 병원에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요. 우리 엄마 퇴원 절차 밟아주세요."고다빈은 어머니를 더는 병원에 두지 않으려 했다. 고다정에게 다시 손쓸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의사와 간병인은 그녀가 책임을 모두 병원 탓으로 돌리는 걸 보고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병원의 명성에 손상이 가는 게 싫었던 그들은 모녀를 돌려보냈다.그러나 가기 전에 또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고다빈은 어머니를 풀어주며 자신과 함께 가자는 뜻을 내비쳤다.하지만 심여진의 입에 있던 천을 꺼내는 순간 그녀는 고다빈의 팔을 덥석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다."엄마, 뭐 하는 거예요? 빨리 놔줘요!"고다빈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지만 심여진은 그녀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결국, 의사와 간병인의 도움으로 그녀는 겨우 팔을 빼냈지만 팔에서 빨간 피가 흘렀다.옆에 있던 심여진이 표독스럽게 말했다."강수지, 널 물어 죽여버리겠어! 난 네가 무섭지 않아. 네가 사람이었을 때도 날 못 이겼는데 네가 귀신이 됐다고 해서 내가 널 무서워할 것 같아?""엄마, 미쳤어요? 난, 강수지가 아니라 엄마 딸이에요!"고다빈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소리쳤지만, 심여진
한 시간도 안 돼서 부하는 불만 가득한 얼굴로 돌아왔다.“주인님, 여준재가 해도 너무하네요.”“왜 그래?”유라가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부하는 알아낸 정보를 숨김없이 그녀에게 보고했다.“우리가 함께 일궈낸 자산을 여준재가 다 가져갔고, 심지어 모든 자산을 고다정 그 여자 명의로 바꿨습니다.”“뭐라고?”유라는 깜짝 놀라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여준재가 어떻게 이럴 수 있지?고다정 그 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자격으로 그걸 가진단 말인가!생각할수록 화가 난 유라는 여준재를 찾아가 따지기로 했다.잠시 후, 그녀는 YS그룹에 도착했다.한편, 사무실에서 유라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렸다.“뭐 하러 왔지?”의문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는 유라를 올려보내라고 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유라, 그녀는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여준재를 내려다보았다.“우리가 E국에서 일궈낸 자산을 왜 전부 고다정 명의로 바꿨어? 그 안에 내 몫도 있다는 걸 잊었어?”그녀는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여준재는 고개를 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잊은 건 내가 아니라 너야.”“그게 무슨 말이야?”일시적으로 상황 파악이 안 된 유라는 어안이 벙벙해서 그를 바라보았다.“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얘기를 끝냈잖아. 그 몇 개 가문에서 빼앗은 자산을 내가 전부 가지는 대신 너한테 다른 걸 주기로. 그때 너도 동의했어.”이 말을 들은 유라는 그제야 어렴풋이 기억났다.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다.출발 직전, 여준재는 그녀가 좋아하는 선물을 들고 특별히 찾아온 적이 있다.그때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여준재가 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래서 여준재가 이 요구를 제기했을 때 생각 없이 바로 받아들였다.어차피 자산을 여준재에게 줘도 결혼만 하면 다시 그녀의 손에 돌아오니까.여준재가 고다정에게 주려고 그 자산들을 달라고 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건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
“스승님, 제 기억에 이 처방은 초급 버전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요.”고다정이 두 눈을 반짝거리며 성시원을 바라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초급 버전이 맞아. 업그레이드 버전은 M국 사람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팔지 않아. 초급 버전 특효약은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는데, 그래서 밀매가 가능했던 거야. 이 약을 개발한다고 해도 M국의 특효약 판매량과 규제에는 영향이 없으니까.”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자기 아이디어가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스승님, 이렇게 하면 어떨지 들어보세요.”그녀는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성시원을 바라보며 방금 생각난 아이디어를 말했다.“처방에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어쨌든 우리 손에 초급 처방이 있으니 지금 시중에서 판매되는 특효약 성분을 분석한 후 이 처방과 대조해 보는 건 어때요? 그렇게 해서 어쩌면 M국 최신 특효약 처방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죠.”그런데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귓가에 성시원과 채성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고다정이 의아해하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왜 웃어요? 제가 방금 한 말이 웃겼어요?”“웃긴 것이 아니라 고 선생님처럼 똑똑한 사람이 이렇게 초짜 같은 말을 할 때도 있구나 싶었어요.”채성휘가 웃음을 터뜨렸다.고다정은 여전히 못 알아듣고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캐물었다.“무슨 뜻이에요?”이때 성시원이 천천히 말을 이어가며 채성휘 대신 설명했다.“채 선생님의 말뜻은 너의 생각이 너무 순진하다는 거야.”“...”말문이 막힌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뭐가 순진하다고?”채성휘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의학 연구를 하는 사람 중에 머리가 안 좋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방금 말씀하신 방법은 몇 년 전에 이미 제기됐어요. 하지만 M국 사람들이 이걸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죠. 특효약은 성분 은폐가 잘 되어 있어 분석을 통해 알아낼 수 없는 성분들이 많아요.”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스승님과 채성휘가 왜 웃었는지 알았다.그
그 후 이틀간 고다정은 연구소에서 성시원, 채성휘와 함께 초급 처방을 분석하고 약성을 연구했다.여준재도 약속한 대로 고다정에게 아침밥을 가져다주었다.이날 그는 고다정과 함께 아침밥을 먹으면서 불쑥 말했다.“심여진이 미쳐버렸어요.”“미쳤다고요?”고다정이 의아해하며 쳐다보자, 여준재가 미안해하며 말했다.“나는 그저 정신이 혼미해지는 약을 먹인 후 당신 어머님을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자백을 받아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의 심리상태가 너무 취약해서 우리 쪽 사람들이 자백을 유도하기 전에 스스로 악몽을 꾸고 미쳐버렸어요. 사람만 보면 당신 어머님으로 착각한대요. 지금 고다빈이 교외의 작은 별장에 가두고 직접 보살피고 있어요.”“그런 상태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겠죠. 혹시라도 심여진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면 그녀도 끝장날 테니까.”고다정은 고다빈의 속내를 잘 알았다.사실도 확실히 그러했다.고다빈은 지금 울화통이 치밀어 죽을 지경이다.멀쩡하던 엄마가 악몽을 꾸고 놀라서 미쳐버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물론 그녀는 직감적으로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묶여 있는 심여진을 바라보며 그녀는 기분이 엉망이 됐고, 팽개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심여진이 그녀의 비밀을 다 알고 있는데, 고다정의 손에 들어가면 그녀는 끝장난다.고다빈은 사악한 생각을 꾹꾹 누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반드시 엄마를 돌볼 사람을 찾아야 해. 내가 계속 여기 있다가는 진시목이 그 여우 같은 년한테 홀려서 혼이 나갈지도 몰라. 사람을 찾으려면 반드시 소리를 못 듣고 말도 못 하는 장애인을 찾아야 해. 그러면 엄마가 미쳐서 과거의 일을 말한다 해도 그 사람은 듣지 못하겠지.”고다빈은 혼자 중얼거리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일 처리 능력이 뛰어난 그녀는 그날 오후 청각 장애인을 가사 직원으로 고용해 데려다 놓고 별장을 떠났다.그런데
고경영은 물론 가만히 서서 얻어맞을 사람이 아니다.그는 빗자루를 덥석 잡은 후 힘껏 밀치며 호통쳤다.“꺼져. 나는 이 집 바깥주인이야. 당신이 끼어들 데가 아니니까 잘리고 싶지 않으면 저리 비켜!”아쉽게도 청각 장애가 있는 가사 직원은 전혀 듣지 못하니 밀쳐내도 다시 빗자루를 들고 달려들었다. 고경영을 반드시 쫓아 버리려고 작정한 것만 같았다.고경영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녀를 제압한 후 거실로 끌고 갔다.거실 소파에 심여진의 몸을 묶은 헝겊과 같은 타입의 흰색 헝겊 오라기가 놓여 있었다.고경영은 망설임 없이 그녀를 끌고 가서 헝겊 오라기로 손과 발을 묶었다.“아! 아! 아!”그녀는 계속 소리 지르면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힘을 써도 남자와 여자의 선천적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결국 고경영은 그녀를 꽁꽁 묶은 후, 입에 헝겊 뭉치를 밀어 넣어 가장 기본적인 소리도 내지 못하게 했다.그는 지체하지 않고 바로 정원으로 향했다.방금 꽤 큰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반드시 속전속결로 심여진이 숨겨놓은 재물을 손에 넣어야 한다.정원에 남겨진 심여진은 이미 조금 전의 심한 고통에서 벗어났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오는 고경영을 바라보며 험상궂은 표정을 짓더니 욕설을 퍼부었다.“강수지, 재간 있으면 날 죽여 봐.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다시 내 손에 죽게 될 거야.”“너 귀신이 됐다고 무서운 줄 알아? 내가 귀신이 되면 너보다 더 무서울 거야.”“강수지, 천한 년! 돈이 좀 있다고 나를 업신여겼잖아. 하지만 무슨 소용이야? 너는 내 손에 죽었고, 네 딸은 내 꾀에 넘어가 순결을 잃고 친부한테 미움까지 받았지. 하하. 네가 내 남자를 넘봐서 네 딸이 그렇게 된 거야.”이 말을 들은 고경영은 이 시각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심여진이 그를 알아본 줄 알았는데, 강수지로 착각한 것이었다니.게다가 심여진 이 여자가 강수지를 이토록 사무치게 미워할 줄은 몰랐다.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잡념을
고경영은 처음에 심여진이 넘어진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는 심여진의 머리 뒤쪽에서 흘러나온 피와 아무 반응도 없는 그녀를 보고, 그제야 잘못됐음을 감지했다.“나쁜 년, 일어나 봐. 죽은 척하면 내가 놓아줄 줄 알아?”고경영은 심여진의 옆으로 다가가 발로 그녀를 걷어찼다.하지만 여인은 아무 반응도 없었고 심지어 숨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무서워지기 시작한 고경영은 웅크리고 앉아 떨리는 손을 심여진의 코 밑에 갖다 댔다. 여인은 이미 숨이 끊긴 상태였다.“아!”그는 놀라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머릿속에는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경영은 상황을 파악한 후 네 발로 걸어 방에서 나온 후, 그 길로 별장에서 뛰쳐나갔다.얼마나 오래 뛰었을까? 그는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에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가에 멈춰 섰다.이 시각 그는 방금의 당황한 상태에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안 돼. 출국할 방법을 찾아야 해.”심여진이 죽었으니 고다빈 그 계집애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할 것이고, 경찰이 수사하면 틀림없이 그를 잡아낼 것이다.아까는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기 바빴기 때문에 현장 증거를 없앨 틈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지금 돌아갈 담력도 없다.특히 심여진이 죽을 때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곤두섰다.결국 고경영은 고다정을 찾아가기로 했다.어쨌든 심여진을 죽인 것이 강수지를 위한 복수이기도 하니까.그리고 그가 그래도 아버지인데 고다정이 나 몰라라 하겠는가.아쉽게도 생각은 좋았지만 고다정은 아예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다정이 또 손건우에게 최면을 당할까 봐 소담이 그녀의 휴대폰을 감시하고 있었다.게다가 낯선 번호로는 고다정의 휴대폰에 아예 연결이 되지 않았다.결국 고경영은 어쩔 수 없이 고다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심여진과 연관된 아주 중요한 할 얘기가 있다고.소담은 이 메시지를 보고 고다정에게 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작은 사모님, 낯선 번호에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아버님이라며 심여진에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