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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아직 쓸모가 있다

구남준도 오래 남을 생각이 없었는지라 진시목이 말을 꺼내자마자 인사하고 떠났다.

그가 떠난 후, 진시목의 얼굴빛이 금세 어두워졌다.

진시목은 폰을 꺼내 들고 고다빈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버튼을 누르기 일 초 전에 생각이 바뀌어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이내 전화 너머에서 음성 변조기를 사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죠?”

“저 고다빈과 이혼하고 싶어요. 고다빈을 남겨보았자 우리 계획만 망칠 거예요.”

진시목은 자신이 전화한 목적을 이실직고했다.

그는 원래 GS그룹을 손에 넣자마자 고다빈과 이혼 할 생각이었는데 자신의 평판이 나빠질까 봐 걱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이 고다빈을 남겨두면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가만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진시목은 현재 고다빈을 남겨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는 그녀와 이혼하고 싶었다.

제일 중요한 건 그의 애인이 임신했는데 그는 그 아이를 사생아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고다빈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 즉 손건우는 진시목의 생각을 동의하지 않았다.

“고다빈 그 여자 아직 쓸모가 있다고 말했었잖아요. 고다빈이 계획을 망칠까 봐 걱정되는 거면 내가 가서 경고할게요.”

손건우는 멈칫하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진시목을 경고했다.

“고다빈이 계획을 망칠 거라고 계속 걱정하는 것 같은데, 당신이 무슨 속셈인지 다 알고 있어요. 고다빈이 계획을 망치는 게 싫으면 바람피운 사실을 잘 숨기도록 해요. 내 계획에 불찰이라도 생기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 자리에 앉혀준 만큼 끌어내릴 수도 있으니까.”

진시목의 얼굴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손건우가 그를 감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는 한창 잘나가는 오기 있는 그의 자존심을 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진시목이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폰을 꽉 쥐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알겠어요.”

손건우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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