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휘의 말과 소탈한 얼굴 기색에 여준재는 그가 이미 마음속 집념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전 당연히 다정 씨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말을 마친 여준재는 고개를 숙여 품속에 있는 여자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마침 그때 고다정도 고개를 들어 여준재를 쳐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길은 서로 마주치며 달콤한 분위기가 그들 주변을 감돌았다.곁에서 보는 채성휘는 마음이 조금 상했지만, 끝내는 생각을 비워 내어 전처럼 괴로워하지는 않았다.그는 옆에 있는 두 아이를 향해 손짓하며 조용히 말했다.“하준아, 하윤아. 아저씨가 너희들이랑 같이 먼저 올라갈까? 아빠랑 엄마는 뒤에서 천천히 오라고 하자.”두 아이는 이 말에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어쨌든 이 아저씨를 데려가면 아빠와 엄마가 같이 시간을 보내며 감정을 더 싹틔울 수 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채성휘는 두 아이의 마음을 모르고, 그저 그 둘이 자기를 따라나서자 한 손에 한 아이씩 잡고 산꼭대기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올라가는 길에 하준은 자주 고개를 들어 채성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그의 눈빛을 채성휘는 진작에 발견하고, 아이가 또다시 한번 훔쳐볼 때 얼른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물었다.“너 이 녀석, 아까부터 왜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봐? 무슨 할 말이 있어?”하준은 눈을 깜박거리며 앙증맞은 소리로 물었다.“아저씨, 아저씨 집에는 아이가 있어요?”채성휘는 어리둥절해서 의문스레 쳐다봤다.“왜 갑자기 나한테 그런 걸 물어봐?”“보니까 아저씨가 우리 아빠랑 나이가 비슷한데, 결혼하셨을 거 같아서요. 우리 아빠처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나 해서요.”하준은 행복한 가정이라는 다섯 글자를 강조하며 말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채성휘는 알아듣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렸다.“아저씨가 너희 아빠랑 나이가 비슷한 건 맞지만, 아저씨는 실험실에서 계속 일만 하다 나니 아직 결혼도 못했고 여자친구도 없어.”“네? 여자친구도 없다고요? 그
지난 한 달 동안 진씨 집안과 고씨 집안은 확실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그러나 경제적 기반이 좀 더 탄탄했던 진씨 집안은 그래도 고씨 집안보다는 훨씬 나았다. 진씨 집안에서 고경영의 회사에 일부 자금을 불어넣지 않았더라면, 고씨 집안 회사는 아마 진작에 파산을 선고했을 것이다.근황을 전하며 심여진은 자신이 마중 나온 진짜 목적도 잊지 않고 얘기했다.“너 돌아가서 시부모님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 집안에서 우리 집에 돈을 더 투자 안 하면 네 아버지 회사가 망해버릴 거야. 그럼 너나 나나 그날로 끝장인 거야, 내 말을 잘 알아듣겠니?”“네, 알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시부모님이 저를 못마땅해하는데, 우리 집이 파산하면 더 이혼하라고 난리 칠 걸 저도 알아요.”고다빈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모녀는 다정한 말을 주고받으며 고씨 집안 저택으로 돌아갔다.고경영은 저택 안에 없었고, 심여진은 고다빈을 씻으라 하고 또 한참을 쉬고 난 후에야 기사 편에 집으로 돌려보냈다.고다빈이 진씨 집안 저택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그녀는 거실에 들어서자 진씨 일가 사람들이 한창 식사 중인 걸 보았다.진씨 집안 두 어르신은 고다빈을 차갑게 흘겨보더니 상대할 마음이 없다는 듯 계속하여 밥을 먹었다.진시목은 그래도 그녀를 본체만체하지는 않았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점심때 나오는 거 아니었어? 왜 이제야 집에 돌아와? 그리고 너 얼굴에 상처는 어떻게 된 거야?”비록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지만, 관심이 담긴 그의 말에 고다빈은 그나마 마음이 따뜻해졌다.“제가 걱정되어 엄마가 절 친정집에 데려갔었어요. 얼굴은... 그 안에서 실수로 부딪힌 거니까 괜찮아요.”고다빈은 말을 마치고 얼굴에 부드러운 웃음을 띠며 시부모님을 향해 인사를 드렸다.“어머님, 아버님. 저 왔어요.”그녀가 먼저 인사를 건넸는데도 시부모는 여전히 차가운 낯빛을 하고 있었다.“돌아오든 말든. 뭐 일어나서 환영식이라도 열
“무슨... 일인데요?”고다빈은 진시목의 말을 듣고 왠지 불안했다.그러나 진시목은 그저 그녀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 마음속의 불안감은 더 깊어졌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10여 분이 지나자 식구들은 전부 식사를 마쳤다.고다빈은 진시목을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진시목은 들어가자마자 책상 쪽으로 향해 걸어갔고 고다빈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물었다.“오빠, 방금 할 말 있다 그러지 않았어요? 이제 우리 둘 남았는데, 얘기해도 되지 않아요?”“여기다 사인해.”진시목은 말하며 종잇장 하나를 내밀었다.고다빈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 문서를 들여다봤는데, 순간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이혼 합의서라는 글자가 바로 눈에 띄었다.“난 사인 안 해!”고다빈은 자지러지게 소리 지르며 크게 한 발 뒤로 물러섰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진시목을 바라보며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우리 이혼하지 말아요.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정말로 잘못했어요.”진시목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보기만 하며 그의 태도를 충분히 밝혔다.고다빈은 그의 이혼을 결심한 듯한 모습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몰라, 난 이혼 안 해요! 그리고 오빠가 전에 시부모님께 말했다며, 나랑 이혼하지 않을 거라고. 왜 이제 와서 또 그러는데!”“그 전에 안 하겠다고 한 건 우리 집안이 너무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어. 네가 이제 출소했으니 당연히 이혼해야지. 널 남겨둬서 우리 집안을 말아먹게 할 일 있어?”진시목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는데 말투는 매우 거칠었다.“네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고 나서 우리 집안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어? 그동안 계속 우리 집안이 너를 위해서, 너희 고씨 집안이 싸지른 똥이나 닦아주고 있었잖아. 이제 너 때문에 우리 집안 근간이 다 흔들리고 있는데, 이만하면 할 도리 다 한 거 아니야? 너 무슨 자격으로 나랑 이혼을 안 하겠다 버티는데?”이 말이 나오자
“무... 무슨 물건이요?”고다빈은 무의식적으로 물으며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진시목은 그녀를 빤히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이번에 우리 가문에서 본 손실은 대략 16억이야. 네가 16억에 상당한 물건만 내놓는다면 이번 일은 없었던 걸로 해.”16억?!고다빈은 이 숫자에 놀랐다.그녀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금을 다 합쳐도 6억밖에 안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돈은 자신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갖고 있던 돈인데,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오빠,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요? 아니면 일단 빚지는 걸로 하고, 내 평상시 용돈에서 까는 건 어때요?”고다빈은 이 돈을 그냥 얼렁뚱땅 떼먹으려는 심산이었다.하지만 진시목은 그걸 허락할 리가 없었다. 왜냐면 이것이 그가 고씨 집안 회사를 잠식하기 위한 첫걸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단칼에 거절했다.“그건 안 돼.”끝으로 그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물론, 네가 돈이 없으면 다른 하나의 합의서를 선택하면 돼.”그는 진씨 가문에 손해를 끼치는 여자는 절대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다빈도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머릿속을 스쳤다.“아뇨, 저한테 돈이 있어요, 제 수중에 GS그룹 지분 10%가 있어요. 비록 지금 주가가 좀 내려가긴 했어도 환산하면 십사억에서 십육억 정도는 될 거예요.”말을 마친 그녀는 매우 흥분된 표정으로 진시목을 쳐다보며 머릿속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사실 그녀는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주식을 팔아도 진시목과 이혼하지 않는 한, 그 주식은 자기 것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고, 집안 회사에도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왜냐면 진시목이 주식을 갖고 있으면, 주가가 떨어지는 걸 손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라도 주가를 살릴 방법을 찾을 테니 말이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잔꾀가 진시목한테는 매우 좋은 인수합병의 디딤돌이 되었다.진시목은 안색이 누그러
그다음 날 고다빈은 아침 일찍 진시목이 불러 회사로 가서 주식양도서에 서명했다. 계약서가 효력을 발생하는 그 순간, 진시목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는 전에 그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자신의 혼인 생활까지 희생 한 보람이 있구나 하며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았다.그는 맞은편에서 기뻐하는 고다빈한테 시선을 주며 일부러 귀띔을 해주었다.“이제 계약서에 서명까지 했는데, 너희 부모님께 알려야 하지 않아? 나중에 GS그룹에 갔을 때 날 괜히 오해하면 안 되잖아.”“오빠 말이 맞아요. 근데 이건 전화로 얘기하기가 좀 그런데, 내가 직접 가서 얘기를 드려도 될까요?”고다빈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며 진시목의 허락을 기다렸다.아직도 그녀는 어젯밤에 진시목과 한 약속을 잊지 않았다.진시목은 당연히 허락했고, 운전기사까지 딸려 보내 GS그룹에 실어다 주라고 했다.GS그룹 내, 고경영은 한창 비서의 보고를 듣고 있는데, 고다빈이 왔다는 통보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걔가 왜 왔어?”의문이 들었지만 비서를 시켜 일단 들여보내라고 했다.고다빈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아버지의 안색이 좋지 않자 어색하게 아버지를 불렀다.“아빠.”“네가 여기 왜 왔어?”고경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말투까지 짜증이 넘쳤다.고다빈은 입술을 좀 축이고, 고경영이 앉으라는 소리를 하기도 전에 소파에 가서 앉으며 찾아온 용건을 설명했다.“엄마가 그러던데, 요즘 회사가 좀 힘들다면서요? 그래서 제가 회사를 살릴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네가 무슨 방법이 있어?”고경영은 시큰둥해하며 아예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고다빈은 아버지의 태도에 개의치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가 갖고 있던 주식을 시목 오빠한테 넘겼어요. 그가 이제 이 회사 주식이 생겼으니 진씨 집안에서... ““너 방금 뭐라고 했어?!”고다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경영은 경악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고다빈은 거기에 더욱 놀라 살짝 겁에 질린 표정으
심여진은 고다빈의 말을 듣고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정신을 차린 후 그녀는 이를 갈며 노한 기색을 보였다.“너 이렇게 큰일을 왜 나랑 상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한 거야? 주식을 내놓다니, 너 왜 이렇게 순진 할 수가 있어?”고다빈은 엄마까지 이렇게 얘기하니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마음속에는 더욱 불안감이 생겼다.자신이 정말 잘못한 거란 말인가?그녀가 아직 멍해져 있을 때, 심여진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이를 갈며 얘기했다.“내가 진시목이 왜 이혼을 안 하냐 했더니, 이럴 심산이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걔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저 아비랑 똑같은 족속들이었어. 아니, 처음부터 그들 부자가 한통속으로 짜고 친 걸 수도 있어.”“엄마,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뭘 내가 모르는 일이 있어요?”고다빈은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게 느껴졌다.심여진은 그녀를 보더니 심호흡을 크게 하며 분노를 가라앉히고 나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얘기했다.고다빈이 지난번에 구치소에 들어간 후 GS그룹은 워낙에 큰 영향을 받은 데다가 여준재의 압박으로 인해 더 휘청거리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고경영은 진씨 집안에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그러나 진씨 집안에서는 돈은 빌려주되 고경영에게 차용증에 조건 하나를 부가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 조건은 바로 상환 기한이 지날 시에는 GS그룹 주식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때야 고경영도 진씨 집안에서 자기 집안 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의 위기가 일시가 급한데, 진씨 집안의 검은 속내를 뻔히 알고 있더라도 다른 뾰족한 수가 없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던 건 진시목이 고다빈한테 그나마 정이 있어, 그 부모의 여러 가지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텼다는 것이었는데, 이제 와보니...“알겠다, 이제 알겠어! 그들 진씨네가 진짜 머리 한번 잘 굴렸구나!”심여진은 의문이 풀리며 알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또 금세 침울해졌다.고
고다빈에게 일어난 일을 고다정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그들은 온천 산장에서 이틀을 놀고 돌아갔다. 돌아가서 하루를 쉬고, 고다정은 채성휘와 계속 연구소에 들어가 일했다.마치 이전으로 돌아간 듯, 바쁘지만 충실하고 따듯한 일상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나갔고, 연구소의 프로젝트는 이미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고다정과 채성휘가 이끄는 두 그룹은 약효가 좋은 대중약 10가지를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심사를 통과하고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이러한 한약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큰 병원의 선호대상이 되었다.그리고 불과 두 달 만에 고다정의 연구소를 취재하고 싶어 하는 언론의 러브콜이 쇄도했다.주요 언론 매체들은 특히 고다정을 취재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연구소는 유명해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연구소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스승님의 것으로 여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인 기자가 몰래 연구소를 뒷조사해 고다정의 신상을 알아냈고 인터넷에 올렸다.「초심 연구소, 인생 역전극의 대명사!」커다란 제목 아래에는 기자가 몰래 조사한 정보가 있었다.그중에는 고다정이 집안에서 쫓겨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미스터리 스승에 의해 구조되어 한의학을 공부하고 약재를 재배한 일도 포함되었다.보도의 마지막에는 고다정의 이처럼 독립적이고 굳센 성격을 모든 여자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칭찬했다.이 보도가 나가고, 초심 연구소에서 발표한 약의 효능까지 더해져 누리꾼들은 고다정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다.인터넷에는 그녀를 향한 온갖 칭찬이 쏟아졌고, 심지어 YS그룹도 그 혜택을 받아 주가가 상승했다.고씨 가문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다정의 보도를 보고 마음이 복잡했다.고다빈은 더욱 질투심에 몸서리쳤다.분명 그토록 빛나며 주목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인데, 고다정 그 천한 년 때문에 자신은 연예계를 떠나 지금은 외출조차 제한되고 있다.‘괘씸해, 고다정 그 천한 년은 왜 매번 운이 이렇게 좋은 거냐고!’고다빈은 속으로 울부짖었지만, 안타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다른 직원들도 잇달아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고다정은 상황을 보고 마음이 동했지만 조금 걱정되었다.만약 소개팅을 주선한다면 어디에 가서 적당한 상대를 찾아야 할까?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귓가에 여준재의 웃음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YS그룹에도 싱글 남녀가 적지 않은데, 만약 소개팅을 한다면 YS그룹도 참여할 수 있어요.”“잘됐네요. YS그룹에서 참가한다면 소개팅 상대가 모자랄까 봐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고다정은 활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고마움이 가득했다.여준재가 자신을 돕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웃음에 여준재도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고다정은 남자를 향한 달콤한 웃음을 거두고,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방금 여 대표님과 상의한 결과, 우리 연구소와 YS그룹은 소개팅을 주선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소개팅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은 창석 아저씨에게 미리 신청하고요.”“창석 아저씨, 저 지원할게요.”“저도요.”“저도요.”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김창석의 앞으로 돌진했다.장면이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시끌벅적했다.그날 저녁, 소개팅 때문인지 연구소 직원과 고다정의 관계는 많이 가까워졌고, 거의 모든 직원이 술잔을 들고 고다정을 찾아와 술을 마셨다.밤새도록 고다정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 알 수 없었고, 이미 취해 있었다.돌아갈 때, 그녀는 비록 깨어 있었지만 의식은 이미 가출한 상태였다. 여준재의 품에 안겨 끊임없이 도발했다.“오빠, 참 잘 생겼네요. 만져봐도 돼요?”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손을 내밀어 여준재의 얼굴을 만졌다.만지면서 평가도 잊지 않았다.“너무 부드럽네요. 오빠, 스킨케어 어떤 거 써요? 저도 제 약혼자에게 사줘야겠어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보아하니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여긴 듯했다.이렇게 생각한 여준재는 눈빛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