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빈에게 일어난 일을 고다정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그들은 온천 산장에서 이틀을 놀고 돌아갔다. 돌아가서 하루를 쉬고, 고다정은 채성휘와 계속 연구소에 들어가 일했다.마치 이전으로 돌아간 듯, 바쁘지만 충실하고 따듯한 일상이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 달이 지나갔고, 연구소의 프로젝트는 이미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고다정과 채성휘가 이끄는 두 그룹은 약효가 좋은 대중약 10가지를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심사를 통과하고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이러한 한약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큰 병원의 선호대상이 되었다.그리고 불과 두 달 만에 고다정의 연구소를 취재하고 싶어 하는 언론의 러브콜이 쇄도했다.주요 언론 매체들은 특히 고다정을 취재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는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연구소는 유명해졌지만, 그녀는 여전히 연구소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스승님의 것으로 여겼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인 기자가 몰래 연구소를 뒷조사해 고다정의 신상을 알아냈고 인터넷에 올렸다.「초심 연구소, 인생 역전극의 대명사!」커다란 제목 아래에는 기자가 몰래 조사한 정보가 있었다.그중에는 고다정이 집안에서 쫓겨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미스터리 스승에 의해 구조되어 한의학을 공부하고 약재를 재배한 일도 포함되었다.보도의 마지막에는 고다정의 이처럼 독립적이고 굳센 성격을 모든 여자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칭찬했다.이 보도가 나가고, 초심 연구소에서 발표한 약의 효능까지 더해져 누리꾼들은 고다정에 관한 관심이 뜨거웠다.인터넷에는 그녀를 향한 온갖 칭찬이 쏟아졌고, 심지어 YS그룹도 그 혜택을 받아 주가가 상승했다.고씨 가문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고다정의 보도를 보고 마음이 복잡했다.고다빈은 더욱 질투심에 몸서리쳤다.분명 그토록 빛나며 주목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인데, 고다정 그 천한 년 때문에 자신은 연예계를 떠나 지금은 외출조차 제한되고 있다.‘괘씸해, 고다정 그 천한 년은 왜 매번 운이 이렇게 좋은 거냐고!’고다빈은 속으로 울부짖었지만, 안타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다른 직원들도 잇달아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고다정은 상황을 보고 마음이 동했지만 조금 걱정되었다.만약 소개팅을 주선한다면 어디에 가서 적당한 상대를 찾아야 할까?그녀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귓가에 여준재의 웃음 띤 목소리가 들려왔다.“YS그룹에도 싱글 남녀가 적지 않은데, 만약 소개팅을 한다면 YS그룹도 참여할 수 있어요.”“잘됐네요. YS그룹에서 참가한다면 소개팅 상대가 모자랄까 봐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요.”고다정은 활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고마움이 가득했다.여준재가 자신을 돕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웃음에 여준재도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고다정은 남자를 향한 달콤한 웃음을 거두고, 직원들을 향해 말했다.“방금 여 대표님과 상의한 결과, 우리 연구소와 YS그룹은 소개팅을 주선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시간은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소개팅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은 창석 아저씨에게 미리 신청하고요.”“창석 아저씨, 저 지원할게요.”“저도요.”“저도요.”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이 김창석의 앞으로 돌진했다.장면이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시끌벅적했다.그날 저녁, 소개팅 때문인지 연구소 직원과 고다정의 관계는 많이 가까워졌고, 거의 모든 직원이 술잔을 들고 고다정을 찾아와 술을 마셨다.밤새도록 고다정은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셨는지 알 수 없었고, 이미 취해 있었다.돌아갈 때, 그녀는 비록 깨어 있었지만 의식은 이미 가출한 상태였다. 여준재의 품에 안겨 끊임없이 도발했다.“오빠, 참 잘 생겼네요. 만져봐도 돼요?”남자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손을 내밀어 여준재의 얼굴을 만졌다.만지면서 평가도 잊지 않았다.“너무 부드럽네요. 오빠, 스킨케어 어떤 거 써요? 저도 제 약혼자에게 사줘야겠어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보아하니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여긴 듯했다.이렇게 생각한 여준재는 눈빛이 약간 어두워지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준재는 말을 마치고 고다정에게 기대었다. 그러자 고다정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여준재의 예상 안에 있었고, 그녀가 도망칠 수 있는 어떠한 길도 여준재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여준재가 고다정을 품에 가두고는 침대에 눕혔다. 그는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다가 아예 몸부림을 포기하고 눈을 감은 채 말했다."복수하고 싶으면 복수하세요."여준재는 고다정이 포기했다는 듯한 태도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자, 그만 놀릴게요. 일어나 볼래요? 아니면 좀 더 누워있을래요?"그가 고다정에게서 벗어났다. 목소리는 말도 안 되게 부드러웠다.고다정은 자신을 놓아준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고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일어나서 외할머니 뵈러 갈래요. 그리고 나서 전공 자료도 봐야 하고 스승님한테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보고해야 해요."그러고 보니 고다정은 쉬는 날인데도 사소한 일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데리고 일어나 세수랑 칫솔질을 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고다정은 정성을 다해 할머니를 모시고 정원을 산책했다.한편 여준재는 서재로 갔다.뒤늦게 그는 구남준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회장님, 방금 고다빈이 가지고 있던 GS그룹 주식 10%를 진시목에게 양도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진시목에게 줬다고?"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눈빛을 흐렸다."진시목을 지켜봐. 만약 진시목이 비밀리에 작은 주식들을 사고 있다면 나에게 보고해."상인의 직감으로 그는 진시목이나 진씨 가문이 고씨 가문에 대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고다빈이 회사에 몇 차례 손실을 입혔는데도 가족들은 고다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이 일은 뜻밖에도 그의 도를 넘어섰다.여준재는 이미 고씨 가문을 고다정의 소유물로 여겼기 때문에 그녀가 직접 망가뜨리지 않는 한 아무도 손댈 수 없다고 생각했다.한편 고다정도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원장님, 문 앞에
고다정이 다시 묻기도 전에 전화에서 스승님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자료는 너와 채성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도록 해. 암호를 푼 후에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골라서 이 특효약을 개발해. 내가 너에게 보낸 그 사람들이 다 충성스러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반드시 네 자신의 눈으로 보아야 해.""알겠습니다. 그럼 스승님 쪽은 안전하신가요?"고다정은 스승님의 조심스러운 말을 듣고 그 자료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스승님이 걱정되었다."걱정하지 마. 난 네 생각보다 교활하거든."스승님의 말을 듣고 고다정은 스승님이 그쪽에 대해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주제를 돌려 그동안 책을 읽으며 생겼던 질문을 퍼부었다. 두 사람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핸드폰을 내려놓은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여준재는 그녀의 안색 변화를 발견하고는 물었다."왜 이렇게 심각해졌어요?""스승님 쪽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으셔요."고다정은 마음속의 생각을 말했다. 그녀는 도움을 청하며 여준재를 바라보았다."스승님이 좀 걱정돼요. 스승님을 몰래 보호해 주실 수 있나요?"그녀의 눈에는 여준재가 항상 강한 존재로 보였고 어떤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의 부탁을 여준재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스승님이 어디 계신지 아세요? 나중에 사람을 보낼게요.""스승님이 미국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정확한 위치는 알려주지 않으셔서 몰라요."고다정이 미안한 듯 말했다.그러자 여준재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몰라도 괜찮아요. 사람을 보내서 조사하면 되니까요.""그럼 수고하세요."그녀는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대답했다.여준재는 그녀의 미소를 보면서 오히려 다른 일이 생각났다. 고다정의 스승님이 지금 처지가 좋지 않다면 고다정은 연구소를 관리하는 성시원의 유일한 제자로서 그런 안 좋은 일이 언젠가는 고다정에게도 찾아올
"스승님 말씀이라면 틀림없을 겁니다.”채성휘는 말을 마치고 바로 책상 위의 자료를 꺼내 보았다.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름이 아니라 프린트의 데이터는 뒤죽박죽이어서 이 안에서 특효약의 암호를 얻으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다시 고다정이 입을 열었다."그리고 스승님께서 이 자료는 우리 둘이서만 해독하라고 하셨어요. 해독하기 전에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그렇다면 스승님의 뜻은 우리 연구소에 꿍꿍이가 있다는 거겠죠.”채성휘는 고다정의 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고다정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요.”고다정이 인정하자 채성휘는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고 선생님 말대로라면 나중에 암호를 푼 다음에 실험을 어떻게 해야 하죠? 우리 둘이서만 할 수는 없잖아요?”"스승님께서 대책을 주셨는데 암호를 푸는 동안 연구소 사람들을 잘 살펴보라고 하셨어요.”고다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채성휘는 이 의견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암호를 푸는 일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들이 몇 마디 하기도 전에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소담의 목소리가 들렸다."아가씨, 김창석 씨가 급히 보고드릴 일이 있다고 하십니다.”"알겠어요. 들여보내세요.”고다정은 대답하면서 특효약 자료를 숨겼고 옆 서류에서 아무 프린트나 뽑아 그녀와 채성휘 사이에 두었다.그녀가 이 행동을 끝냈을 때 김창석도 밖에서 들어왔다."아저씨, 무슨 급한 일이에요?”"아가씨, 아버님이 또 오셨어요. 아래층에서 만나자고 난리인데 아무리 쫓아내도 가지 않아요.”김창석이 공손히 대꾸했다.한번 쫓아낸 뒤에도 끈질기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옆에 있던 채성휘한테 말했다."오늘은 여기까지 해요. 제가 개인적인 일을 처리한 다음에 계속 말하기로 해요. 먼저 가서 일 보세요.”"그래요. 그럼 먼저 일 볼게요.”채성휘는 흔쾌히 고개
고경영은 거절하는 고다정을 보며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흔들리는 회사를 생각해서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화를 다시 억누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정아, 아버지는 요 몇 년 동안 네가 억울했다는 걸 알아. 특히 너랑 여 대표님의 일은 내가 잘못한 거야. 애초에 그렇게 독단적이면 안 됐는데... 너희를 고생시켰어..."남자가 금방 눈물을 쏟을 것 같아 보이자 고다정이 말을 끊었다. "고경영 씨, 감정 소비는 그만 하세요.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으면 나가라고 할 거예요. 저는 시간이 촉박해서 이런 쓸데없는 말을 들을 시간이 없어요."말을 마치고 고다정이 소담에게 눈짓을 했다. 소담은 고경영을 데리고 나갈 태세였다.고경영은 여기에 온 목적을 아직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그는 소파의 손잡이를 잡고 급하게 말했다. "내가 온 건 네가 회사를 구해주길 바라서야. 요 몇 년 동안 우리는 다 눈이 삐었어. 진시목과 진씨 가문은 늑대야. 고씨 가문을 삼키려는 거지. 하필이면 네 여동생이 어리석어서 진시목의 꼬임에 넘어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양도해버린 거야. 게다가 전에 내가 진씨 가문에서 빌린 돈까지 갚지 않으면 회사는 진씨 가문의 것이 될 거야."이렇게 말하면서 고경영의 안색이 매우 나빠졌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고다정은 쌤통이라고 말하고 싶었다."당신들 고씨 가문의 회사가 나와 무슨 상관이에요? 전 이미 당신들에게서 쫓겨났다는 걸 잊지 말아요. 그쪽이든 고씨 가문의 회사든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다정아, 왜 이렇게 모질게 굴어?"고경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굽신거리며 사과했으면 고다정이 사정을 봐주면서 용서하고 다시는 과거의 일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다정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 가서 픽 웃었다."제가 모질다고요? 고경영 씨, 이 말이 웃기지 않나요? 모진 마음을 논하자면 제가 어떻게 당신과 비길 수 있겠어요! 요 몇 년 동안 제가 그쪽의 잘난 아내와
고경영은 소담에 의해 강제로 연구소를 나가게 되었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경영은 고다정이 이렇게 끈질긴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고다정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당시 강수지의 죽음에 대해 그는 속으로 이미 누가 그랬는지 추측했지만 손에 쥔 혜택들 때문에 더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안돼, 강수지의 죽음이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히 조사하게 해야겠어. 고다정이 조사하게 되면 내가 수동적으로 될 거야.'그는 자신의 측근인 신주혁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7년 전 강수지가 죽기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봐.”"강수지?”신주혁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의문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강수지가 누군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고경영이 말했다."내 전처인데, 이 일은 뒷조사만 하면 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이 말을 들은 신주혁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고경영도 회사에 갔다.하지만 그의 측근은 이미 심여진에게 매수당했다.고씨 가문의 별장에서 심여진은 신주혁의 보고를 받고 당황했다.그는 급히 신주혁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멀쩡하던 고경영이 강수지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 거야?”"죄송합니다만, 회장님께서 오전에 혼자 나가셨기 때문에 회장님께서 왜 갑자기 전 부인의 죽음을 조사하려고 하시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심복이 사실대로 보고했다.그러자 심여진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모르면 조사하러 가야지! 이 정도의 일을 내가 너에게 일깨워 줘야 하니? 나는 정말 너의 업무 능력이 괜찮은지 의심스러워!”욕설을 내뱉은 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지금 가서 조사해 봐. 고경영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어. 30분 이내로 조사해.”신주혁은 전화를 끊고 조사하러 갔다.같은 시각 고다정도 고경영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 일을 궁리하고 있었다.그녀는 고경영이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무슨 이유에서 자신에게
30분 후, 신주혁의 보고를 들은 심여진은 깜짝 놀랐다."고경영이 고다정을 찾아간 후에 강수지의 죽음을 조사할 생각을 한 것이 확실해?""확실합니다."신주혁이 긍정적으로 대답하자 심여진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을 졸였다.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끊은 뒤 고다빈에게 연락했다."어떡하지, 고다정 그 천한 년이 강수지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네 아버지도 같이 이 일을 조사하고 있어.""무슨 일이야? 고다정이 왜 갑자기 강수지의 죽음을 의심해요?"고다빈도 전화기 너머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당시 강수지의 죽음은 그녀와 매우 큰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만약 고다정이 뭔가를 알아내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완전히 끝장이 날 것이었다.'안돼, 절대 고다정이 알아채게 해서는 안 돼.'"그 당시 진실을 아는 사람은 두 명이에요. 한 명은 강수지의 하인인데 몇 년 전에 이미 죽었고 나머지 한 명은 강수지를 구한 주치의였던 것으로 기억해요."고다빈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맞아. 진실을 아는 사람은 의사밖에 없어. 하지만 그는 몇 년 전에 외국으로 가서 지금은 소식이 없어.""소식이 없으면 찾아야죠."고다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심여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말했다."이 세상에는 죽은 사람만이 비밀이 새지 않아요. 알겠어요?"왠지 모르게 서늘한 목소리에 심여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또 사람을 죽이다가 들키면 어떡해?"심여진은 고다빈만큼 박력이 있지 않았다. 그녀도 어머니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그 의사가 죽지 않으면 우리 둘은 반드시 고다정에 의해 그녀의 어머니를 죽인 범인으로 밝혀질 것이고 그 의사가 죽으면, 우리는 절반의 기회를 가진 거예요. 고다정이 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도록 빌어야죠. 7년이나 지났으니 많은 흔적이 시간에 의해 사라졌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심여진이 설득당했다. 확실히 그 의사가 죽지 않으면 그녀와 딸은 모두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죽으면,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